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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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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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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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2. 개판 오분 전 - 2

DUMMY

이내 쏜살같이 현과장을 향해 튀어나가는 루프. 그는 온몸을 던져 현과장에게 부딪혔다.


“현과장! 넘어져라 멍!”


바로 그때였다. 루프의 작은 목소리가 현과장의 귓가에 들려온 순간이.


“어? 어...”


얼떨결에 그의 목소리에 맞춰서 바닥에 넘어지는 현과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던 현과장은 넘어진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훗, 좋은 승부였다, 현과장, 멍.”


응? 좋은 승부? 그냥 몸만 부딪혔는데?


“컹컹컹! 우리 오빠가 이교따! 컹컹컹!”


현과장이 쓰러진 모습을 본 팽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애교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루프에게 꺼내 보여줬다. 눈웃음까지 살살 치는 것이 제법 몸에 익어 있는 것만 같은 모습. 이게 팽의 본 모습인 것일까.


“난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도 이기는 최고의 늑대다, 멍.”


한껏 으스대며 힘자랑을 한 루프는, 이내 현과장에게 다가가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내 여자다, 멍. 한 번만 더 무섭게 대하면! 멍!”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강한 위협을 하는 루프. 그는 마치 현과장의 머리를 물어 뜯을 것처럼 자신의 이빨을 현과장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현과장, 미안하다, 멍. 장단 좀 맞춰 줘라, 멍.”

“응? 지금 이게 무슨...”


아직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하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현과장. 그는 멍한 얼굴로 루프를 바라보았다.


“멍! 혼난다! 멍!”

“컹컹컹! 우리 오빠 최고! 컹컹컹!!”


루프를 바라보면서 눈에서 하트를 뿅뿅 발사하는 팽과 그런 그녀 앞에서 온갖 똥폼을 다 잡는 루프.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불량배는 내가 전부 물리쳤다, 멍. 걱정하지 말고 우리 애기는 나만 믿어라, 멍.”

“우리 오빵 최고~ 컹컹컹!”


그래, 이건 삼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불량배 퇴치 씬. 주인공은 불량배들을 물리치고 여주인공과의 사랑이 더욱 돈돈해진다! 그런데, 이 곳의 주인공은 루프가 아니잖아?


“잠깐.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현과장! 다 된 밥에 재 뿌리지 마라! 멍!”

“우리 오빠한테 혼나려고! 컹컹컹!”


매섭게 째려보는 루프와 겁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팽. 보통의 이야기라면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현과장이 그렇게 속 넓은 인간은 아니잖아. 게다가 자신의 연애도 아닌 남의 연애를 위해 자존심을 희생한다고? 현과장이? 그런 해가 서쪽에서 뜰만한 일을 현과장이...


“읔! 분하다!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응? 이걸 받아준다고? 이 썩은 시나리오를 받아 줘? 이 애들 장난 같은 연기에 장단을 맞춰 주는 거냐고!


“훗, 이게 현과장과 나의 차이, 멍.”

“멋져~ 우리 오빠~ 컹컹!”


현과장은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루프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한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제대로 하겠다는 걸까. 현과장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비장함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런데,


“어...? 이건 생각 못했다, 멍.”


이런 진지한 현과장의 모습에 그만 고장이 나버리고 만 루프. 현과장이 무릎까지 꿇으면서 악당 역을 연기할 줄은 추호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루프는 마치 바퀴가 고장 난 RC카 마냥 그 자리를 빙빙 돌았다. 초점 없는 그의 눈동자에는 미안함과 당황함이 반반 섞여 있었다.


“오빠? 컹?”


망가진 루프의 모습에 뭔가 잘못 된 것을 감지한 팽. 사태를 파악하려는 듯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그녀였지만, 아직 감을 잡지는 못한 눈치였다.


“현과장, 루프 시 왜 저러냐능?”

“루프. 이상.”


루프의 이상 행동에 걱정이 되는 건 두 귀염둥이도 마찬가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은 악당 역 보다 고장 난 루프를 보듬어 주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루프 씨, 이리 와! 이리 와!”

“응? 멍?”


현과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빙빙 도는 것을 멈추더니 재빠르게 현과장의 품으로 달려가는 루프. 그의 손길이 닿자 죄책감이 가득했던 루프의 눈동자에서 편안함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당황하면 어떻게 해. 손발이 맞아야 거짓말을 하지.”

“무릎을 꿇는 건 상상하지도 못 했다, 멍.”


현과장의 손길 한 번에 꼬리까지 빙글빙글 흔드는 루프. 이쯤 되면 동물 다루는 데 뭔가 일가견이 있는 거 아닐까.


“오빠? 컹?”


이런 모습이 무척 낯선 것일까. 팽은 현과장과 루프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천하의 상남자 루프가 인간의 품에 안겨 꼬리를 흔들다니.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리 와라, 멍. 우리 큰 실례를 했다, 멍.”

“무슨 실례? 컹? 난 아무 것도 안 했다, 컹.”


루프의 부름에 팽은 자리를 지킨 채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근처로 다가가 그녀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두 귀염둥이. 그녀가 당황할 새도 없이, 키토와 리코는 그녀를 현과장의 앞에 데려다 놓았다.

현과장의 앞에 도착하자,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는 팽. 자존심이 잔뜩 느껴지는 그 눈빛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멍? 벌써 10시간도 지났다, 멍!”


루프는 안절부절못한 채 양쪽으로 연거푸 시선을 움직였다. 그 시선의 양 끝에 앉아있는 두 그림자, 현과장과 팽. 그들은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과장, 나 배고프다능.”

“리코도, 배고픔.”


키토와 리코가 심히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봤지만, 결코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뭔데 그렇게 심각한 거야?


“키토와 리코도 지금 배가 고프... 멍?”


루프가 입을 연 바로 그때였다. 둘 사이에 정말 작고 작은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 앉은 자세가 불편했던 것일까. 슬쩍 엉덩이를 움직이는 팽. 그 모습을 직시한 현과장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허, 움직여? 패배를 인정한 거야?”

“컹! 어림없다! 컹! 오빠의 복수를 내가 할 거다! 컹!”


하지만, 곧바로 처음의 그 모습으로 돌아온 팽. 그녀의 눈동자에 오기와 집념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하는 거냐, 멍?”

“나도 모른다능. 그냥 난 배가 고프다능.”

“리코도, 리코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둘의 기이한 싸움. 어쩔 수 없었다. 루프가 직접 두 귀염둥이를 챙기는 수밖에.


“내가 뭔가 해 주겠다, 멍. 뭐 먹고 싶은 게 있냐, 멍?”

“호떡 먹고 싶다능!”

“리코도! 호떡!”


호떡이라는 귀염둥이들의 말에, 루프는 물끄러미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 뜻 모를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현과장과 팽. 과연 이렇게 호떡을 포기 한 채 시간만 보내야 하는 것일까. 루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망부석처럼 움직임이 없는 둘을 바라보았다.


“호떡 만들면서 저렇게 노려보는 건 못 하냐능...”


키토의 입에서 흘러나온 시무룩한 목소리. 바로 그때였다. 루프의 머릿속에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이.


“멍! 요리 전쟁이다! 멍! 둘 다 내 말 들어라! 멍!”


루프는 현과장과 팽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앉아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멍! 진정한 대결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멍!”


급기야 루프는 현과장과 팽의 등을 머리로 밀기까지 했다. 그 끈덕진 행동에 결국 반응을 하고 만 한 사람과 늑대 한 마리. 신경은 서로를 향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루프를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뭘 말하는 거야?”

“오빠, 뭐냐, 컹?”


둘의 시선도 빼앗은 루프는 드디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 찬란한 생각을 자신감 있게 발표했다.


“바로! 요리 경연이다! 멍!”


루프의 얼굴에 나타난 자신감. 둘의 지루한 경쟁도 끝내고 리코와 키토의 배도 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엄청난 아이디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재료도 없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컹. 오빠, 못 본 사이에 많이 바보가 되었다, 컹.”


단번에 제일 중요한 부분을 공격당한 루프.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 핸던 것일까. 루프는 자괴감에 빠져 양 앞발로 두 눈을 가렸다.


“난 실패했다, 멍.”


그 자리에 엎드린 채, 풀이 죽은 루프.

그리고 그 옆에서 배가 고파 우울한 표정을 짓는 리코와 키토.

마지막으로 자존심만 앞에 내세운 채 고행을 즐기는 현과장과 팽.

그들이 가진 거라곤 회색에 만연한 세상에 어울리는 부채색의 감정들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조금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는 거 같은데. 현과장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걸까. 도대체 여긴 어떤 곳이기에 스토리 진행이 개판이 되는 걸까? 여긴 정말 뭐지?




“거기?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여왕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갓패치. 그의 불쾌한 시선은 여전히 여왕을 향해 있었지만, 목소리가 향한 대상은 그녀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게 무슨 말이냥?”

“제정신이야? 우리 말 몰라? 말 그대로 모든 게 시작되는 곳이라고. 생명도 힘도 그리고 시간도.”


시간이라는 말에 거실에 있는 모두가 손에 들고 있는 호떡을 내려놓으며 멈칫했다. 그런데 당신들 또 호떡을 먹는 거야?


“시간이 시작되는 곳이라면 정말 중요한 곳이 아닐까나?”

“그러니까 정원이 4명뿐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채야를 향해 시선까지 돌리며 4명을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 저변에 깔려있는 억울함. 그는 자신이 그 곳에 가지 못한 것을 꽤 마음속에 담아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신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잠깐,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지금 그 신이라는 분들이 날 이렇게 방치한 덕분에 난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좋았던 날들은 다 날아가고 당신들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변사가 되어 버렸단 말이야! 여기에 이렇게 있을 수 없지! 빨리 현과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안 그래?




다시 현과장이 있는 모든 것이 시작 되는 곳.

현과장과 팽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며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 ‘그분들’이 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휴, 이제 끝이야. 나도 날아갈 거라고. 이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삶을 살 거라고!


“여전히 주제 파악이 안 되는 인간이군요, 현과장.”


그때였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이.


“저, 저요? 제가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현과장. 그는 팽과의 자존심 대결도 잊은 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요. 그쪽 현과장 말고 안 보이는 현과장. 당신의 미래.”


사방으로 흩날리는 아름다운 목소리는 이내 형체가 되어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그녀가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자, 팽과 루프는 그대로 몸을 숙인 채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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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5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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