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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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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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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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DUMMY

“이미 성분 분석은 끝이 났어요, 우유나.”

“그럼 이제 완성만 남았군요!”


말을 마친 우유나는 두 눈을 번뜩이며 기계의 작동 스위치를 눌렀다.


[지지징... 지지징...]


오래돈 컴퓨터처럼 덜덜덜 거리며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 칼날 돌아가는 소리와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보글보글 뭔까 끓는 듯한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소리들. 이윽고 소리가 멈추고. 그 거대한 기대는 자그마한 냄비를 그녀들 앞으로 토해 내었다.


“야호! 완성이다!”

“그러게요. 완성이네요, 우유나.”


냄비를 바라보며 환희에 찬 두 사람. 이내 그녀들은 냄비로 다가가 뚜껑을 힘차게 열었다.


“어디 맛을 봐 볼까?”


뚜껑을 열자 , 그녀들의 눈에 비친 건 다름 아닌 김치찌개.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붉은 국물 속 하얀 두부와 김치.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고기들까지. 누가 뭐라고 해도 완벽한 현과장표 김치찌개였다.


“현과장이 준 1인분을 전부 분석한 보람이 있네요, 우유나.”

“그래요, 밀크나. 이제 더는 비굴하게 굴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만들면 되니까.”


두 사람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그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숟가락을 들더니 곧바로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입 안에 퍼지는 달달하면서 짭쪼름한 맛... 일 것 같았지만, 느껴지는 건 그냥 맹물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탄 맛. 분명 성분을 완전히 분석해 100% 동일한 김치찌개를 만들었지만, 그녀들이 만든 건 그냥 음식물 쓰레기일 뿐이었다.


“이, 이럴 리가...”

“뭐가 잘못된 거죠?


밀크나는 좌절한 우유나를 내버려 둔 채, 서둘러 찌개를 들고 성분분석기로 향했다. 짤막한 시간이 지나고. 밀크나의 손에 들린 성분분석표. 희한하게도 그녀가 지금 들고 있는 성분분석표와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의 성분분석표에서는 단 한 글자도 다른 게 없었다.


“완벽한 복제 김치찌개인데...”

“이럴 리 없다고! 완벽한 복제품인데!”


우유나는 기계를 바라보며 절규했다. 밀크나와 같은 최고의 안드로이드도 만든 그녀가 이런 하찮은 음식 하나 못 만들다니. 자존심에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와장창 깨지고 무너지고야 말았다. 기계 앞에서 한참 동안 절망한 우유나. 마음을 조금 추스른 것인지, 그녀는 기계를 만지며 두 눈을 번뜩였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제정신이야? 이게 김치찌개라고?”


갓패치는 눈 앞의 음식을 바라보며 몸서리를 쳤다.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김치찌개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음식. 다른 것이라고는 약간의 파인애플과 바나나 그리고 초콜릿이 들어간 정도랄까.


“이건 김치찌개에 대한 모독이야!”

“어르신, 현과장의 김치찌개를 이기기 위해선 따라 만드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그를 뛰어 넘는 획기적인 음식을 선보여야 합니다!”


하룡은 갓패치를 향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정신이야? 그래서 이 쓰레기를 나보고 먹어보라고?”


그런 이야기가 갓패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 갓패치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음식을 집어 던질 것처럼 하룡을 응시했다.


“그러지 말고 먹어 보랄까나. 난 하룡을 믿는다랄까나.”

“제정신이야? 김치찌개의 기본도 안 된 음식을 나보고 먹으라고? 차라리 굶어죽지!”


채야의 권유에도 갓패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채야가 시식을 해봐야만 하는 상황. 그녀는 약간 긴장된 얼굴로 그 요상한 김치째개를 한 숟갈 떠먹었다.


“이건 맛이... 푸흡!”


채야의 입 속에 잇던 국물들이 주막 여기 저기로 뿜어져 나갔다. 말을 전부 다 이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하룡의 김치찌개. 그건 갓패치의 말 대로 김치찌개가 아니었다. 그냥 음식물 쓰레기일 뿐.


“왜,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이게 음식이랄까나! 이건 쓰레기다랄까나! 도대체 내 밑에서 뭘 배운 걸까나?”


그녀의 구박에 하령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긴 음식을 만들어 팔기만 했지 음식 개발은 거의 하지 않았던 하룡. 요즘에는 특히 더 심했다. 그는 그냥 음식 만드는 기계처럼 움직였다. 주막의 작은 주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면목이 없습니다, 스승님.”

“이건 기초부터 다시 닦아야 한다랄까나! 음식의 상성부터 다시!”


채야는 그런 그를 더욱 매섭게 몰아 세웠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이걸 부탁한 건 채야 너라고, 너.”


하룡의 곁으로 다가가, 살짝 그를 감싸는 갓패치, 하지만 그는 절대 그가 만든 김치찌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대로변에 놓여있는 개똥을 마주한 것처럼.


“어쨌든 다시랄까나!”

“네, 스승님!”


다시라는 말에, 자신이 만든 김치찌개를 들고 주방으로 달려가는 하룡. 그런 그를 바라보는 채야의 눈빛에 불안감이 맴돌았다.


“왜 그래?”

“아무래도 우리 셋 만으로는 불가능 할 거 같다랄까나. 다른 협력자가 필요하다랄까나.”


그녀의 말에 갓패치도 동의한다는 듯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김치찌개를 완성시켜 줄 사람이 필요하긴 하지.”


머릿속을 뒤져 사람을 찾아봤지만 딱히 마땅한 사람은 없었다. 전부 거기서 거기. 특히나 이렇게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우유나는 어떨까나? 그래도 우리 집 메이드랄까나.”

“우유나? 제정신이야? 그 변태 과학 하녀가 뭘...”


간단히 무시하려던 갓패치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입을 굳게 닫았다. 이어서 빠르게 돌아가는 그의 눈동자. 얼마가 지났을까. 어두웠던 갓패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그 과학자라면... 가능할지 모르겠군!”




가만히 앉아있다. 선선한 밤공기를 느끼며. 그리고 평온한 달빛을 느끼며.

거실에 앉은 채 조용한 사색을 즐기고 있던 현과장.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편안함이 몰려온다. 매일 맡는 거실의 냄새지만 지금만큼은 편안하게 느껴졌다.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 내면으로부터 발산되는 평화를 느끼고, 외적으로는...


“현과장! 현과장! 김치찌개 언제 만들 거냐능?”

“컹! 나도 먹고 싶다, 컹!”


이렇게 재잘재잘 대는 털뭉치들을 느끼는. 그런데, 이 눅대 와이프는 언제 이 집의 일원이 된거지?


“저기요, 퍙 씨. 당신은 이 집 일원이 아니라 그냥 손님이잖아요.”

“그런 발언은 늑대 차별이다, 컹.”


현과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늑대를 차별하는 발언이라고? 사실을 말하는 게?“


“이건 차별이 아니라, 사실...”

“때로는 사실이 더 가슴을 아프게 만들 때도 있다, 멍”


누가 남편 아니랄까 곧바로 말싸움에 끼어드는 루프. 그는 늠름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현과장 앞에 앞발을 들이밀었다.


“이번엔 내 차례다, 멍.”


휴가 차 방문한 와이프를 위해 자신의 김지찌개를 양보하려는 걸까. 역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사랑보다 달콤한 음식은 없겠지. 현과장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좋아! 이번엔 특별히 2인분!”

“오! 고맙다, 멍!”


현과장은 두 늑대 부부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그대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몸집이 작은 리코와 키토는 1인분에 둘이 먹어도 충분했지만, 늑대인 루프와 팽은 달랐다. 일반 성인보다 더 큰 몸을 가지고 있으니 1인분을 둘이 나눠먹는 건 큰 무리가 있어보였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잠시 심호흡을 마친 현과장은 그대로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칼을 잡고. 재료를 썰고, 그리고 불을 올렸다.

이번엔 특별히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버리고 정성을 들이기로 했다.

돼지고기를 볶고, 그 볶은 고기 위로 시원한 육수를 넣었다.

아, 여기서 잠깐! 지금 이 육수는 채야의 비법 육수가 절대 아니다. 현과장이 김치찌개만을 위해 만든 특별 육수. 야채의 풍미가 고스란히 담김 담백한 야채 육수다.

이렇게 주절주절 설명이 끝나갈 무렵, 어느덧 완성된 따끈한 김치찌개. 풍겨오는 향기가 여느 때의 김치찌개와는 차원이 달랐다.


“뭔가 더 대단해 보인다능!”

“맞음! 맞음!”

“다음 번 키토 님과 리코 님 김치찌개도 저렇게 해줄 게.”


부러워하는 듯이 바라보는 두 귀염둥이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짓는 현과장. 그 미소에 화답이라도 하듯 리코와 키토는 기쁜 눈망울을 장착한 채 폴짝폴짝 뛰었다.


“자, 이건 루프 씨 몫.”

“오! 내 김치찌개가 완성이 되었냐, 멍?”


루프는 재빠르게,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현과장의 앞으로 달려왔다. 김치찌개를 보더니 멈추지 않는 루프의 침샘. 은은하지만 강력한 김치찌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그의 침샘활동은 더욱 격렬해졌다.


“이거 가져가서 둘이...”

“잘 먹겠다! 멍!”


현과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냄비를 받아든 루프. 그런데, 조금 이상한 모습이 현과장의 눈에 포착되었다. 분명 늑대 부부가 먹을 것이라 예상하고 만든 김치찌개인데 어째서 부부가 아닌 혼자 먹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와이프가 아닌 남편이.


“잠깐! 지금 루프 싸 혼자 먹는 거야? 팽 씨는?”

“모른다, 멍. 그리고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다, 멍.”


아니, 팽 씨를 위해 앞에 나선 거 아니었어? 그리고 당신은 개가 아니라 늑대잖아, 늑대!


“둘이 같이 먹는 거 아니었어?”

“여보는 여보, 나는 나다, 멍.”


루프는 게걸스럽게 김치찌개를 먹어치우며, 너무나 당연한 듯 말했다. 이렇게 혼자 먹는 게 너무나 당연한 듯이.


“팽 씨... 이게 맞아?”

“저 똥개는 저게 맞다, 컹. 이게 내가 저 놈팽이와 같이 안 사는 이유다, 컹.”


팽은 허겁지겁 김치찌개를 먹는 루프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저 늑대가 현과장을 따라온 이유도 호떡 때문이었지. 현과장은 이 비상식적인 상황이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납득이 되었다.


“어떡하지? 또 하나를 만들면 내 휴식이 깨지는데.”

“그냥 휴식을 가져라, 컹. 어차피 이번엔 내 차례가 아니었다, 컹.”

“어, 그래. 그럼 잠시 쉬고... 응?”


잠깐, 뭔가 좀 이상한데. 현과장은 방금 전 대화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물 흘러가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화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도대체 뭐가 잘못 된 거지? 바로 그때, 번개 치듯 그의 뇌리에 떨어진 위화감의 정체. 현과장은 다급하게 팽을 불렀다.


“자, 잠깐! 이봐요, 팽 씨! 그게 아니잖아!”

“응? 뭐가 아니냐, 컹?”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긴장한 티를 팍팍 내는 팽. 그녀의 앞발은 경직된 채 차분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게 아니지! 순서? 지금 순서라고 했어?”


올 것이 온 것일까. 현과장의 말을 들은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덕분에 완전히 깨지고 만 포커페이스. 그녀의 앞발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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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5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4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5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9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3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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