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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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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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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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DUMMY

“그럼 시식을 하겠다냥!”


눈앞의 김치찌개를 보더니 입 꼬리가 귓가에 걸린 어흥선생.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제 못 먹겠어요...”

“남은 저장 용량 –2%. 이제 한계입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김치찌개를 배가 터지게 먹어서 새로 만든 김치찌개는 손도 못 댈 상황에 놓인 사람들. 심지어 먹을 것에 눈이 완전히 뒤집히는 갓패치 역시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갓패치. 내가 먹어도 되겠냥?”

“제정신이야? 그냥 처먹으라고. 난... 더는 못 먹어... 끄윽!”


트림과 함께 손사래까지 치는 갓패치. 그 모습에 어흥선생은 더더욱 밝은 표정이 되었다. 현과장이 입을 열기 전까지.


“그럼 이번 차례는 키토 님인가?”

“키토 님? 그게 무슨 말이냥?”


키토라고? 갑자기 이건 무슨 말이지? 여기서 갑자기 키토가 왜 튀어 나오는 거야? 어흥선생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났다. 눈앞의 사람을 내버려두고 몽글몽글 귀염뽀작한 키토를 찾다니. 물론 키토가 귀여운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언급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주방에서 현과장이 말했다랄까나. 이번 김치찌개는 키토 님 차례라고.”


차례라는 단어가 귓속으로 무지막지하게 쳐들어왔다. 그래, 차례. 어흔선생 본인이 집을 떠나 우유나와 손을 붙잡게 된 제일 큰 이유. 순간 그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만 같았다.


“키토 님과 리코 님은 배가 불러서 못 드실 거다냥. 여기 한가득 있던 김치찌개가 증거다냥.”


비록 당혹감이 그를 잠식했지만, 그의 영특한 머리를 완전히 억누르지는 못한 것일까. 어흥선생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김치찌개를 지킬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설마 그의 궁여지책이 먹힌 것일까. 현과장이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배가 불러서 그런지 김치찌개에 관심을 주지 않으시더라고.”


그의 대답은 당혹감만 가득했던 어흥선생의 얼굴에 작은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남은 건 이제 막 만들어진 김치찌개를 시식하는 일뿐. 다 식어 빠진 김치찌개가 아닌 김이 모락모락 나고 갓 만들어진 그런 김치찌개 말이다. 그런데,


“하지만,”


현과장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어흥선생을 멈춰 세웠다. 야속하리만큼 단호한 현과장의 태도. 배고픔을 억지로 참고 있던 어흥선생은 순간 울컥해 현과장에게 따지듯 대들고야 말았다.


“지금 나에게 주기 싫어서 그런 거냥?! 뭐가 하지만이냥!”


어흥선생의 눈가에 서린 독기. 이름 있는 악당들도 울고 갈 정도로 표독스러운 표정이었다.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니까. 이게 그냥 김치찌개면 키토 님이 안 드시겠지.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이건 그냥 김치찌개가 아닌데.”

“그냥 김치찌개가 아니라는 게 무슨 말이냥?”


현과장의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어흥선생. 그의 눈동자 안에 그득한 분노는 사르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그 김치찌개냐능?!”


저 멀리서 호다닥 달려와 현과장의 앞에 앉는 키토. 그 뒤로 리코가 미친 듯이 날아왔다.


“같이! 먹자!”


날아오면서 기대감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리코. 그런 그 모습을 보고 리코가 조금 망설이는 듯이 보였다.


“으... 으... 혼자 먹고 싶기도 하다능... 같이 먹고 싶기도 하다능...”


아니, 키토가 김치찌개 때문에 갈등을 한다고?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키토가 이렇게 고심을 한다고?

이 장면을 목격한 어흥선생은 충격에 휩싸였다. 어느새 눈가에서 사라진 분노. 지금 현과장에게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냥? 키토 님 무슨 말을 하는 거냥?”

“웅... 웅...”


키토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고심하듯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더니,


“웅... 하나 더 만들어 줄 순 없냐능?”


애처로운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키토. 리코도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두 귀염둥이들을 향한 측은지심. 하지만 현과장은 이상하리만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안 돼. 어차피 두 개 다 혼자 먹으려고 그러는 거잖아.”


어흥선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혼자 먹는다고? 2인분을 혼자?


“아니다능! 이번엔 진짜 둘이 같이 먹을 거라능!”


잠깐만! 이번엔? 지금 이번이라고 말한 거야? 그럼 이런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는 말이잖아?! 믿지 못할 사실을 알게 된 어흥선생은 그만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절대 안 돼. 키토 님도 리코 님도 딱 1인분만 먹을 거야. 요즘 미드나잇 클럽도 잘 안 나오면서.”

“칫! 키토 안 먹을 거라능!”


삐친 듯 고개를 휙 돌린 그였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현과장의 앞에서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키토 님 안 먹을 거면 어흥선생 줘도 되지?”

“아니다능! 내가 먹을 거라능!”

주저앉은 어흥선생을 보더니 앞으로 달려가는 키토. 이내 그는 현과장의 손에서 김치찌개를 재빠르게 받아들었다.


“이건 내 거라능!”

“키토! 치사해!”


그런 키토의 모습을, 리코는 잔뜩 성난 얼굴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김치찌개를 먹기 시작한 키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데, 음식 하나 때문에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김치찌개인 거야?


“왜 내 건 안 먹을까나? 내 것도 맛있다랄까나.”


야금야금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 키토를 향해 채야가 자신의 김치찌개를 내밀었다. 시뻘건 무언가 다가오자, 잠시 관심을 보이는 듯한 키토였지만. 그는 냄새를 한번 맡아 보더니 그대로 뒷발로 툭 쳐버렸다. 마치 쓰레기를 발로 차듯이.


“음식이랄까나! 음식! 음식을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랄까나!”


채야가 쏟아진 김치찌개를 치우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냥 김치찌개는 쓰레기라능. 이게 진짜라능! 이게 최고라능!”


키토는 머리위로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를 들어올리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너무나 맑고 자신감이 넘치는 그의 목소리. 그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리코와 늑대 부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았다.


“그게 진짜다, 멍.”

“최고다, 컹”

“스페셜! 스페셜!”


각각 다른 말을 내 놓았지만, 모두 같은 이야기.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가 최고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어? 아, 정말 한번 먹어보고 싶네.


“자, 심판. 승부는 난 거 같지?”

“어... 어? 그런 거 같다냥.”


얼떨결에 어흥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찌개를 능가하는 김치찌개라니. 도대체 그 맛은 어떨까. 어흥선생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피어났다. 며칠 동안 지속된 공복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오직 하나. 바로,


“현과장 김치찌개! 현과장 김치찌개!”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 리코가 큰소리로 외치고 있는 그 김치찌개뿐이었다.




“그럼 선발대로 누가 가는 게 맞을까?”


텅 빈 의회 원탁 앞에 홀로 앉아있던 피터는 마치 한숨을 내뱉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당연히 들려오는 대답은 길고 긴 정적. 그 정적에 피터의 마음은 더욱 심난해지기만 했다.


“아담과 켄지는 이미 능력이 탄로 난 상황이고... 그렇다면...”


피터는 고개를 돌려 원탁의 한 곳을 바라보았다. 바로 라니가 앉아있던 바로 그 자리. 빛보다 빠른 그녀라면 원더랜드의 주인들을 묶어 놓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 그렇지. 라니는 한번 그쪽에 섰었던 녀석이지.”


그녀의 과거 행보가 생각의 발목을 잡았다. 아담의 부탁을 받고 원더랜드로 날아가 동향을 살폈던 그녀. 그녀는 결국 아담이 아닌 원더랜드의 현과장이란 놈을 택했었다.


“마음이 약해 질 수 있어. 온전히 능력을 다 발휘 못할 수도 있다고...”


비록 다시 돌아온 그녀였지만, 그는 내심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성격이 빠른 그녀의 발만큼, 그녀의 마음도 이리저리 휙휙 잘만 바뀌기 때문에.


“그럼 남은 건 안드레아와 콘다인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을 「신의 부채」인 안드레아와 「신의 채찍」인 콘다. 능력이 밝혀지지 않은 둘이라면, 혹시 어쩌면, 본진이 도착하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콘다인데...”


잠시 표정이 밝아졌었던 피터였지만, 이내 그의 얼굴엔 근심으로 도배가 되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콘다는 사사건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인물. 의회의 수장 자리를 노리는 실력에 비해 야망만 큰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너지도 좋지 않군.”


안드레아의 전투 포지션은 서포터. 그리고 콘다의 전투 포지션은 중거리. 콘다가 안드레아를 지키면서 싸우기는 힘이 들었다. 또한 중거리 전투 전문인 콘다에게 근접 전투에 특화 된 적이 붙는다면 승률은 장담 못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이 직접 선봉에 서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심과 걱정은 결코 해소되지 않았다. 한 가지 해결책이 나오면, 그 해결책을 무너뜨릴 수십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도 앉아있었군. 답이 잘 안 나오나?”


그때였다. 근심으로 얼룩진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리안이 다가온 순간이.


“다리안, 뭐 만들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있지. 지금 개량 중이고.”


다리안의 얼굴에 핀 자신감. 피터와는 다르게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행이네. 다행이야.”


그의 얼굴은 다행은커녕 불행이라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억지웃음까지 지으며 다리안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다행은 개뿔! 이렇게 생각하잖아, 지금. 얼굴에 다 티가 난다고.”


다리안은 이미 피터의 상황을 눈치를 챈 것만 같았다. 그는 피터의 곁으로 다가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본진이 한 번에 날아가 싸우는 건 어떤가. 속전속결로 끝내자고.”


다리안의 제안에, 피터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신의 방패가 복주해 온 땅을 뒤덮으면 우린 어쩔 도리가 없어. 천천히 힘을 빼놓은 다음 본진이 가야해.”


이미 생각을 해 본 것일까. 피터의 목소리는 너무나 단호했다.


“그렇다면 적당히 힘을 빼줄 인원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문제는 그럴 만한 인원이 없다는 거겠지. 우린 팀이니까. 한두 명이 움직인다고 완벽하지 않아. 오히려 우리가 당할지도 모른다고.”


피터의 머릿속에 아담과 켄지가 떠올랐다. 절적한 연계 공격도 되지 않은 둘이 무턱대고 원더랜드에 쳐들어갔다가 창피만 당하고 도망치지 않았던가. 피터는 그 과거를 절대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건 어떤가?”


피터의 말을 잠자코 듣던 다리안이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단단하고 작은 광석. 다리안이 무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광석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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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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