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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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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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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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DUMMY

“그럼 먹어보자냥!”


제일 먼저 움직인 건 바로 어흥선생이었다. 배고픔과 걱정이 반반 섞여있는 것만 같은 그의 표정. 그는 살며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저도요!”

“제정신이야? 순서를 지켜! 우유나!”


다른 이들도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익숙하고 맛있는 그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듯, 그들은 벌 때 마냥 김치찌개 앞으로 몰려들었다.

제일 먼저 김치찌개 앞에 선 사람은 당연하게도 어흥선생. 그는 다른 이가 숟가락을 집기도 전에 이미 한 술 크게 뜨고 있었다. 이어서 천천히 그의 입으로 들어가는 가득 찬 그의 숟가락. 어흥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 이건...!! 냥냥?!”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입과 코로 느껴지는 시원함과 얼큰함. 국물에서 느껴지는 달달함과 매콤함은 현과장의 김치찌개의 맛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거다냥! 이거다냥!”


감동이 몰려왔다. 현과장의 전유물인 김치찌개를, 현과장의 도움 없이 완성시키다니. 어흥선생은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물이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제정신이야? 그렇게 맛있다고?!”


하지만 어흥선생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반신반의하는 갓패치. 하긴, 그는 모든 일에 의심을 품는 남자니 감동한 듯한 어흥선생을 믿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맛 봤으면 비켜. 나도 맛을 봐야 할 거 아니야!”


갓패치는 어흥선생을 밀치고, 직접 김치찌개 국물을 한 숟갈 퍼서 입으로 넣었다. 그러자,


“제,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우레와 같은 탄성. 한탄이나 탄식이 아닌, 입 안에서 밀려오는 감동에 의한 감탄 그 자체였다.


“어르신들 그렇게 맛있습니까?”

“이건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와 다를 것이 없다냥! 이건... 획기적인 발명이다냥!”


어흥선생은 하룡을 바라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발명은 아닌 게 맞지만, 레시피를, 아니 김치찌개 자체를 만들 수 없었던 어흥선생에게는 이번의 김치찌개의 복제 성공이 그 어느 발명보다 위대한 업적인 게 분명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한다랄까나.”


이 장소에서 제일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은 채야였다. 자신감을 넘어서 거만함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던 그녀의 태도. 하지만 그 누구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부 김치찌개 먹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현과장이라고 해도, 난 원더랜드의 요리사랄까나. 날 이길 순 없을 거랄까나.”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조금 의문이 드는 점이 있는데... 도대체 여긴 어딜까?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는 주방 기구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주방이다. 하지만 주막의 주방과는 모습이 완전 다르다. 물론 현과장이 머물고 있는 채야의 주방과도 차이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여긴 어디일까?


“이제 내 자리를 찾을 때가 왔다랄까나!”


이런 의심스러운 부분을 뒤로 한 채, 채야는 당차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평화롭다. 너무나 평화롭다.

평화로워서 이젠 지겨울 정도다.

하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에 휘말렸던 현과장인데, 이렇게 며칠이나 쉬었으니 지겨운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김치찌개 만들 시간이네.”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는 현과장. 이미 그의 앞에는 아무도 먹지 않은 김치찌개가 거실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맛있게 먹었던 귀염둥이들도 이제는 김치찌개를 쳐다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매 끼니가 아니라 매 시간마다 먹었으니, 물리지 않는 게 비정상일 것이다.


“그래도 휴식의 일부분이니까...”

“현과장 내가 왔다랄까나!”


현과장이 체념하며 주방으로 돌아선 바로 그때였다. 거실 저편에서 들려온 집주인의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서 뜻 모를 자신감이 가득 느껴졌다.


“이제 방에서 나오는 거야? 밥은 먹었어? 아니, 먹을 거야?”


그녀의 등장에, 현과장은 밝은 미소로 탁자 위에 있던 김치찌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제 현과장의 김치찌개는 안 먹을 거랄까나! 나도 현과장 만큼 맛있게 만들 수 있다랄까나!”


채야의 입에서 튀어 나온 무척이나 공격적인 말투. 이것은 현과장을 향한 도전이자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지금 내 김치찌개보다 채야의 김치찌개가 맛있을 거란 이야기야?”


현과장은 의아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살짝 머뭇거리는 채야. 사실, 그녀가 만든 김치찌개가 현과장의 김치찌개와 같은 맛이지 그보다 나은 맛은 아니잖아.


“그, 그렇다랄까나! 내가 낫다랄까나!”


하지만 그녀는 내질러버렸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은 미래의 자신에게 맡긴 채.


“자신감 넘치는데? 좋아! 그럼 붙어봐야지!”


채야의 이런 태도에, 현과장은 의욕을 불태웠다. 아시다시피, 요 근래 너무나 한가로웠, 아니 평화로웠던 현과장. 그는 이 자극적인 이벤트가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너무나 그리웠다. 그리웠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원하던 바랄까나!”


이미 엎질러진 물. 뒤로 물러설 곳 없던 채야는 그대로 현과장의 제안에 사뿐히 올라탔다.


“그럼 내가 심판을 봐 주겠다냥!”


어느새 채야가 만든 김치찌개를 완식(完食)하고 거실로 나온 어흥선생. 그는 터벅터벅 걸어가 현과장과 채야의 사이에 섰다.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의 등 뒤로 보이는 김치찌개의 동산.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어흥선생의 눈빛이 좌우로 요동을 쳤다.


“어떻게 심판을 볼 건데? 뚜렷한 기준이라도 있어?”

“당연히 맛이 아닐까나?”


당연히 어흥선생에게 있어서 그들의 목소리가 닿을 리 없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거실에 쌓인 김치찌개 냄비에 사로잡혀 있었으니까.


“그건 말해 줄 수 없다냥. 두 사람은 들어가서 김치찌개를 만들어라냥. 난 두 사람의 승부를 위해 깔끔하게 거실을 치우겠다냥.”


현과장과 채야를 짐작처럼 들어서 주방 안에 던져버린 어흥선생.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거실에 있는 김치찌개를 치우는 일뿐이었다. 먹어서 치우는 일.


“그럼 치우겠다냥!!!”


어흥선생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물론, 채야의 방에서 다른 이들이 나오기 전까지.


“어머나! 이게 뭐예요? 김치찌개가 이렇게 많아요?”

“순도 100% 현과장 표 김치찌개입니다.”


제일 먼저 김치찌개로 다가간 사람은 우유나와 밀크나. 그녀들 역시 현과장이 만들어둔 김치찌개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제정신이야?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아무도 먹는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갓패치는 마치 그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사람들의 정곡을 찔렀다.


“승부 때문에 치워야 한다냥.”

“승부? 무슨 승부?”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방금 전 있었던 짤막한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한 어흥선생. 이야기가 끝나자,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그래? 그럼 지금 뭐해? 제정신이야? 빨리 치워야 하잖아.”

“그, 그래요! 여길 치워야 한다고요! 이건 메이드로서 용납할 수 없어요!”

“안드로이드 메이드도 동의합니다. 치워야 합니다.”


세 사람은 전광석화와 같이 김치찌개로 달려들었다. 마치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 때와 같은 그들의 기세. 그들은 앞뒤도 보지 않고 김치찌개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저도 돕겠습니다, 어르신”


이제 막 방을 빠져 나온 하룡도 그들의 청소에 합류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흥선생이 아직 움직이기 전이었으니까. 그는 아직도 먼발치에서 사라져 가는 김치찌개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어흥선생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제일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도, 운동신경도 전부 가졌던 그가 왜 이렇게 멀뚱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그의 입가에 번지는 옅은 미소.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 어흥선생?




한편, 의회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신의 능력자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듣게 된 안드레아와 콘다는 밀려오는 치욕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신의 능력자가, 그것도 둘이나 치욕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그냥 보고만 있었다는 말이에요?!”

“이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잖아. 우린 신의 능력자라고. 신의 대리인이란 말이야!”


두 사람은 원망이 가득 실린 눈빛으로 의회의 의장인 피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변명은 하지 않겠어. 이건 내 실수야. 내가 너무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했었어.”


모두를 향해 곧바로 고개를 숙인 피터. 그의 발 빠른 사과에, 안드레아와 콘다는 비난을 멈추었다. 미안하다는 사람한테 뭘 더 말 할 수 있을까. 없었다. 콘다는 그에게 의장의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다. 이미 피터가 완벽하게 사태를 수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사과를 받은 안드레아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피터를 끌어내리고 싶은 콘다. 그는 불만 가득한 눈빛을 거둘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더 할 말 있어?”

“......”


콘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전히 비난할 부분을 찾고 있는 그의 머리. 그러나 빠르게 계산해 보았지만,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터는 그런 남자였다. 앞뒤가 철저한, 마치 고성능 컴퓨터 같은 인간.


“없으면 투표를 시작하겠어. 원더랜드 제거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줘.”


피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대부분의 인원이 군말 없이 손을 들었다. 단 한 사람, 야망이 가득한 그 남자 빼고.


“콘다, 반대하는 건가?”


그런 그의 태도에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기는 아담. 단순한 그는 콘다가 왜 이러는 지 전혀 눈치 채지 못 하고 있었다.


“기다려, 생각 중이잖아.”

“생각은 무슨. 피터 자리가 탐나니까 그러는 거지. 꼬투리 그만 잡아. 나도 빈틈을 못 찾는데, 빡대가리로 무슨 빈틈을 찾아?”


분명한 의사표현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질질 끄는 그를 향해, 사실이라는 거대한 폭탄을 던지는 켄지. 그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맞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손 들면 되잖아, 들면.”


어쩔 수 없이, 오른손을 들어 찬성을 표시한 콘다. 피터의 제안이 못마땅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두와 말싸움을 해서 이길 자신이 없었을 뿐더러, 지금 이 사안은 언쟁을 벌일 안건도 아니었기에.

마지막 인원이 의사를 표명하자, 피터는 진지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이미 희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결론은 나 있었다. 이번 의회 소집은 단순한 통과의례. 소위 말하는 공무원식 절차일 뿐이었다.


“그럼 만장일치로 원더랜드 제거를 실시한다. 별 하나를 사라지게 만드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어. 원더랜드는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별이니까.”


모두의 눈빛에 서린 비장감. 그렇게 원더랜드를 향해 전쟁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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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5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5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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