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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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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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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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4. 신과 함께 - 2

DUMMY

“당신이 무슨 일이야? 바쁘다면서?”

“바쁜 게 아니야. 할 일이 빽빽하게 있었을 뿐.”


그녀의 바깥양반. ‘음’이라는 여신의 남편, ‘아’. 지금 그 여신의 남편이 날 노려보고 있다. 이거 완전히 불륜현장 급습당한 거 아니야?


“뭐? 불륜? 이게 정말 미쳤나?”

“그만. 변태에게 더는 먹이를 주지 마.”


그는 그녀의 발길질을 막더니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어두운 공간에 겹겹이 쌓이는 긴장감. 그 긴장감의 뒤로 두려움이 함께 찾아들었다.


“너 때문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게 둘 순 없어. 그러니 선택해라.”


그리고 내려진 두 가지 선택지. 난 순간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극한의 형벌을 내리시다니. 난 죽음을 택하...


“쓸데없는 말로 글자 수를 늘리지 마라. 어떻게 할 거냐. 너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할 거냐, 아니면 대머리가 될 거냐?”




“미안해요. 또 자리를 비워서.”

“아니다능! 괜찮다능!”

“리코! 참을 수 있음!”


그녀의 재등장에 격한 미소로 반기는 두 귀염둥이. 그런 둘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그녀 역시 밝은 미소를 지었다.


“급하신 일이면 굳이 안 돌아오셔도...”


자주 자리를 비운 그녀가 걱정이라도 되는 것일까. 현과장은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현과장. 이제 다 해결했으니까.”

“그래, 해결했다. 전부 내가.”


그녀의 온화한 목소리가 회색 허공을 가르던 그때, 갑자기 들려온 묵직한 목소리. 그래, 그녀의 바깥양반, ‘아’의 등장이었다.


“아님, 어서오시옵소서, 멍.”

아님, 어서오시옵소서, 컹.“


그의 등장에 더욱 정중히 예를 갖추는 두 늑대들. 그녀를 마주했을 때와 다르게, 그들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쉬어라. 너희가 고생이 많구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는 주변을 한번 바라보더니, 루프와 팽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자, 빠르게 빙글빙글 움직이는 두 늑대의 꼬리.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얼굴을 핥을 것만 같은 두 늑대였지만, 결코 그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무슨 일 때문에 여기에 온 거지?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그러게요... 제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정말 모르는 현과장은, 너무나 억울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억울하다라... 그럴 수도 있지.”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럼 당신이 책임져 주실 건가요? 현과장의 고민?”


마치 짐짝 넘기듯이 현과장을 넘기려는 그녀. 순간,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깃들었다.


“내가? 내 일도 아직 남았는데?”

“이 일을 맡으려고 온 거잖아요.”

“내가? 그런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그는, 두 눈을 껌뻑이며 머리를 긁었다. 아니, 날 제압한 그 카리스마는 어쩌시고 이런 나사 빠진 모습... 아니지, 아니지! 더 주둥이를 놀렸다간 대머리가 될 거니까, 이쯤 그만두자.


“그럼 내가 맡도록 하지. 당신은 당신 일 봐요.”

“네, 그럼 저는 사라질게요.”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드는 두 늑대. 그녀가 사라지자, 리코와 키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에 급급했다.


“왜 나로는 부족한가? 귀염둥이들?”

“멋있긴 하지만 안 예쁘다능.”

“안 예쁨. 하지만 멋있음.”


정말 솔직한 두 귀염둥이, 리코와 키토. 그 역시 이런 그들이 그다지 싫지 않은 눈치였다.


“두 시간의 늑대들과 다른 분위기군. 매력이 있어.”

“우린 매력이 철철 넘친다능!”

“매력! 넘침!”


두 귀염둥이는 그의 앞에서 온갖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했다. 눈앞의 존재가 엄청나게 무서운 신이라는 것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채.


“키토 님, 리코 님 그렇게 경거망동하면 안 돼. 실례라고, 실례.”

“아니다, 현과장. 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니까.”


그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두 귀염둥이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툴툴거렸던 표정은 온 데 간 데 없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리코와 키토. 그의 따사로운 손길에 편안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대는 다르다, 현과장. 난 그대를 만든 적이 없거든.”


하지만 현과장을 향한 눈빛은 얼음장 그 자체. 순간 현과장은 자신의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와 두려움을 단번에 느꼈다.


“질서를 위해서는, 그대가 사라지고 그대를 만든 그 철없는 인간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게 맞겠지.”


점점 더 강렬해지는 그의 눈빛. 현과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심장을 가슴을 움켜쥐었다.


“사라지고 싶나?”

“아, 아, 아닙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짧은 대화가 끝나자, 그의 차가운 눈빛은 온화하기 그지없는 따사롭고 순수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죽고 싶은 인간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물론 망가졌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의 따스한 눈빛에 차오르는 먹먹함. 그는 누가 볼세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망가지면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 가슴 아픈 일이야.”


그녀에 비해 무뚝뚝하지만 그녀보다 따스한 가슴을 지닌 신, 아. 그런데 이렇게 따스한 분이 그런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한단 말이야? 대머리? 대머리?! 대머리?!! 아! 잠깐! 잠깐! 잠깐! 말이 지나쳤습니다! 자중하겠습니다!


“그대도 망가진 거다, 현과장. 그대는 근래에 쉰 적이 있나?”


그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에 잠신 현과장은, 대답 대신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쫓기듯 사니까, 지금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는 거다. 돌아가서 지난날들을 돌아봐라. 그게 그대를 성장시키는 일이 될 거다.”

“성장이요?”

“그래, 성장. 모두들 그대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지. 그대가 구세주가 되어 주길 말이야.”


그의 말에 현과장은 몸서리를 쳤다. 마치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왜 그러지, 현과장?”

“저는 제 주변 챙기기도 힘든 사람인데요.”

“하하하! 그렇지! 그대는 주변 챙기기도 바쁘지! 나보다도 더!”


현과장의 말에 호탕하게 웃어 버린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대의 그런 모습 때문에 내가 그대를 지지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그의 말이 끝나자, 점점 밝아지는 주변. 잿빛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밝고 희망찬 빛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그대가 내 방패를 가진 이유다, 현과장. 다른 놈들에게 절대 지지 마라.”


앞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환해진 공간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 갑자기 차오르는 자신감. 현과장의 내면으로부터 정체 모를 힘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응원하겠다, 현과장.”




“아니, 그래서 응원만 받고 돌아왔다? 제정신이야? 그곳 한 번 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아? 단 한 번뿐이었다고! 단 한 번!!”


갓패치는 멀뚱히 서 있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우레와 같은 고함을 내쳤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비난을 해와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현과장. 그는 신들이 지었던 온화한 미소를 머금더니, 이내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갓패치, 그렇게 화내봤자 변하는 건 없어.”

“그렇다능! 없다능!”

“갓패치! 침착!”


두 귀염둥이까지 현과장에게 합세해 갓패치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갓패치가 따스한 말 몇 마디에 마음을 가라앉힐 위인이 아닌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갓패치는 오히려 이마에 핏대를 더욱 세우고 현과장을 몰아세웠다.


“신을 만났으면 뭐라도 배워 와야 했을 거 아니야! 제정신이야? 이런 기회가 날마다 있는 줄 알아? 다른 존재도 아닌 신을 만났잖아! 신을!!”


거실 구석구석으로 울려 퍼지는 갓패치의 고함소리.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어흥선생과 채야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다냥. 정말 어려운 기회였는데 그렇게 날려버린 건 좀 아깝다냥.”

“그렇다랄까나. 사인이라도 받았으면 좋았을까나.”


응? 갑자기 사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두는 일제히 자신들의 두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사인이라니. 채야가 가진 백치미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답답함을 넘어선 궁금증이 발생하고 말았다.


“시끄럽고! 그래, 그럼 미래의 화근은 확실히 정리하고 온 거지?”

“미래의 화근? 그게 뭐야?”


현과장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갓패치는 그만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마치 고장 난 안드로이드 마냥 미동도 없는 갓패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당혹스러운 것일까. 그의 얼굴에 번져 있는 표정 또한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성질이 난 그 상태 그대로.


“요즘 현과장이 좀 이상했다냥. 그거 고치러 간 거 아니었냥?”

“아, 그거? 신께서 그냥 좀 쉬라던데.”

“뭐? 쉬라고? 그냥 쉬라고? 제정신이야?!!”


어흥선생과 현과장의 대화를 듣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갓패치. 그는 노발대발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덕분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거실 한복판. 우유나와 밀크나는 갓패치가 벌려놓은 난장판을 치우느라 애를 썼다.


“그만 하랄까나!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건 아니랄까나!”

“제정신이야? 내가 지금 가만히 있게 생겼어? 이건 수 억 들어서 해외 유학을 보내놨더니 해외 나가서 자국 역사 배워온 거랑 다름이 없잖아! 그럴 거면 왜 갔어?! 어? 왜 갔냐고!”


갓패치는 울분을 토하다 못해 광기까지 섞어가며 현과장을 다그쳤다. 그러자,


“나? 갓패치가 가라고 했잖아.”


정확히 사실로 갓패치를 묵살시킨 현과장. 덕분에 갓패치의 마음만 더욱 썩어 문드러졌다.


“현과장, 이럴 땐 그냥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다냥.”

“난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팩트로 때린 건 거짓말로 때린 것보다 더 질이 안 좋은 거다냥. 봐라냥.”


어흥선생은 손가락을 들어 갓패치를 가리켰다.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증오가 가득한 그의 얼굴이었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그는 화를 참고 있었다.


“현과장이 팩트로 때리니까 화를 참을 수밖에 없다냥. 저러다 속병 난다냥. 사과해라냥.”

“아, 그래? 미안, 갓패치.”


어흥선생의 말에 따라 미안함을 표하는 현과장. 하지만 둘은 몰랐다. 이런 이야기는 본인이 없는 장소에서 나눴어야 했다는 사실을.


“제정신이야? 사과를 하라는 놈은 또 뭐고, 그말 따라 사과를 하는 놈은 또 뭐야?! 날 물로 아는 거야?!”

“아니, 사과를 했잖아! 어흥선생, 사과를 해도 진정하질 않는데?”

“그렇다냥. 정중한 사과에도 화를 내다니, 이건 논문감이다냥.”


아직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두 사람. 그들은 톡까지 괴며 갓패치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건 그렇고, 사과를 해도 안 받아 주는 경우도 있다고. 그리고 정중하 사과도 아니었잖아. 그냥 툭 던진 진심 없고 영혼 없는 사과지.


그때였다. 갓패치가 두 얼간이를 보며 분노를 내뿜으려던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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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5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8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7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5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6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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