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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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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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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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착오

DUMMY

“우리가 이번 사건의 주범들을 잡았습니다!”


온몸에 힘을 준 채, 무대 위에 서 있는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 그들의 발밑에는 속옷만 입은 아담과 켄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미 대회장은 어느 정도 사건처리가 끝난 상황. 하지만 꽤 많은 인원들이 대회장을 떠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이번 폭발에 날아간 축제가 무척이나 아쉬운 듯이.


“주범이라고?”

“정말요? 정말?”

“어디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사람들은 웅성웅성 대며 현과장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인원의 규모는 약 1000명. 오늘 이 축제를 관람하러 온 인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자자, 여기입니다! 여기! 이 놈들이에요!”

“이 놈들이라능!”

“이놈! 나쁜 놈!”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들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아담과 켄지의 앞에 선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두 죄인을 노려보았다. 애당초 축제가 시작하기 전에 일이 터졌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너더랜드의 주민 대다수가 축제를 맛본 상황. 한껏 즐기고 있는 걸 이렇게 빼앗다니. 그것도 한입 크게 베어 물었을 뿐인데. 모두가 성내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 여러분들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던 놈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기름을 붓는 듯한 발언을 한 현과장. 사람들의 눈동자에서 이성이 사라지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자, 여러분 이런 인간들을 가만히 놔둘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던 사람들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겠지.


“그럼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까요? 이 사람들은 원더랜드의 사람도 아닌데?”


일반적인 군중이라면, 죄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걸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현과장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성난 군중. 그것도 이성의 끈을 겨우 간신히 잡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리 만무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군중의 대부분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분노한 눈동자로 두 죄인을 응시하면서.


“그렇습니다! 제가 그래서 여기로 데리고 왔습니다! 여러분 오늘의 메인 이벤트! 분노 발산 휴먼 샌드백!”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들은 아담과 켄지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더니, 나무 기둥을 가져와 그들을 나무 기둥에 꽁꽁 묶었다.


“이딴 걸로 우릴 속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어이가 없네. 날 물로 보는 거야?”


현과장의 이런 행동에 콧방귀를 뀌며 밧줄을 뜯어내려고 하는 두 죄인. 그러자, 현과장이 다가와 나직한 목소리로 경고를 남겼다.


“그 줄이 끊어지면 너희 목숨도 끊어지는 거야.”


묵직하면서 날카로운 현과장의 경고. 켄지와 아담은 반사적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자자! 모두 오세요! 분풀이는 해야죠!”


그러나 현과장의 외침에도, 어느 누구 선뜻 아담과 켄지를 향해 주먹을 뻗는 이가 없었다. 그래도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그들이었기에. 모두가 달려들어 때린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여러분들! 이것들 안 죽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현과장이 아무리 사람들을 설득하려해도, 사람들은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지만, 결코 잃지는 않았다. 그게 사람의 도리니까. 사람들은 두 죄인을 노려보기만 할뿐, 결코 손을 대지 않았다.


“난, 이렇게 하면 모두 나와서 주먹질을 할 줄 알았는데.”

“나도 그랬다능. 반성한다능”

“리코도, 반성.”


사람들의 행동에 큰 감명을 받은 건 오히려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 그랬기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이런 이들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니. 현과장은 아담과 켄지가 미워서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놈들을...!”

“현과장 참아야한다능! 안 참으면 우리도 같은 놈이 되는 거라능!”

“현과장! 인내!”


어느새 현과장의 손에 들린 은화. 은화의 칼날에서 독기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참으려고 해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축제를 망쳐서? 아니었다. 지난번 아담의 행패 때문에 수많은 원더랜드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어쩌면 아담이라는 존재는 당장 잘라 버려야 할 악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현과장의 마음을 지배했다. 가만히 놔두면, 또 원더랜드에 와서 못된 짓을 벌일 것이다. 현과장은 확신했다. 지금이 벌써 두 번째, 게다가 이번엔 동료까지 끌고 왔으니까.


“제정신이야? 뭘 멀뚱히 보고만 있어?”


바로 그때였다. 머리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하늘에서 유유히 내려오는 한 남자, 갓패치. 땅 위에 내려온 그는 얼굴 가득 거짓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붉은색의 주인이 말하잖아. 와서 때리라고. 그럼 때려야지.”


갓패치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씩, 두 죄인 앞에 서는 사람들. 그들은 다부진 눈빛으로 켄지와 아담을 응시했다. 이윽고 머리위로 힘차게 올라가는 주먹. 바로 그때였다.


“때리기 전에, 잠깐.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으니까.”


갑자기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의 행동을 말리는 갓패치. 이내 그는 몸을 돌려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현과장이 원한 그림이야? 모두가 죄인을 둘러싸고 주먹질을 하는 거?”


현과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려고 생각해낸 것이 이런 결과로 다가올 줄이야. 그는 지금 뭐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현과장이라면, 사람이 죽지 않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했을 텐데.”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뭐지?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걸까.


“내가... 왜... 이런...”

“봐봐.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하네. 모두들 주먹 내리고 해산! 오늘 다들 욕봤어!”


갓패치는 서둘러 대회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 그리고 두 죄인만 남은 대회장. 텅 빈 무대 위로 적막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 두 놈을 어떻게 할까.”


갓패치는 아담과 켄지를 바라보며 모래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점차 빛이 모이는 손 위의 모래시계. 그런 바로 그때였다.


“다시는 여기 못 오게 할 테니까, 날 믿어 줘.”


갓패치 앞으로 불쑥 나타난 라니. 그녀는 빠르게 아담과 켄지를 묶고 있는 밧줄을 끊어버렸다.


“그거 끊기면 현과장이 두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해해 줄 거야. 그렇지, 현과장?”


라니의 물음에, 대답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인 현과장. 그러자 라니는, 아담과 켄지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치 빛과 같이.


“그럼 이번엔 현과장 차례야.”

“나? 내가 왜?”

“제정신이야? 지금 제정신 아니잖아. 지금 현과장의 모습은 미래의 현과장과 다를 게 없다고.”


정신이 번뜩였다. 미래의 현과장과 다를 게 없다고? 모두를 골려 먹고 사건을 이토록 심각하게 만든 주범과 다를 게 없다고?


“아니!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하지! 안 그래, 리코 님, 키토님?”

“미래의 현과장도 현과장이라능!”

“과거! 미래! 현과장!”


맞는 말이다. 언젠간 지금의 현과장도 미래의 현과장이 될 운명. 타락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럼 어떻게...”

“제정신이야?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지금부터 알아가야지!”


얼굴에서 거짓 미소를 거둔 채, 현과장을 바라보는 갓패치. 그의 얼굴에 연민이 가득했다. 현과장은 그 연민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가 자신을 가족처럼 생가가하는 것만을 느낄 뿐이었다.


“이번엔 내가 고쳐주지. 당분간 집으로는 못 갈 거야.”


이내 현과장의 발밑에 차원문을 만들어 버리는 갓패치. 그렇게 현과장은 차원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나도 갈 거라능!”

“나도! 나도!”


두 귀염둥이들도 서둘러 차원문 안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그런 그때, 갑자기 둘의 몸을 덥썩 잡는 갓패치, 그는 둘을 차원문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데리고 가더니, 타이르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허! 어디서 앙탈이야! 제정신이야? 하긴 제정신이겠지. 하지만 둘은 집으로 간다.”

“갈 거라능!”

“나도! 나도!”


하지만, 여전히 떼를 쓰는 리코와 키토. 하지만 갓패치 또한 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제정신이야? 안 된다니까!”

“간다능!”

“리코! 키토! 간다!”

“간다! 멍!”


그런 그때, 세 사람의 대화에 은근슬쩍 끼어드는 루프. 그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 속,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목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갑작스런 루프의 등장에, 갓패치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작은 틈을 놓칠 리 없었던 리코와 키토. 그들은 갓패치가 방심한 틈을 타, 루프의 등에 재빠르게 올라탔다.


“루프 씨! 저 차원문이라능!”

“루프! 차원문!”

“저 차원문입니까, 멍?”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차원문 안으로 돌진하는 세 귀염둥이. 그 갑작스런 행동에, 기가 찬 듯한 갓패치의 얼굴은 점차 당혹감으로 도배가 되었다.


“제정신이야?! 가면 안 된다고!”


멀어지는 세 귀염둥이를 향해 다급하게 외치는 갓패치. 하지만 그들은 이내 차원문 안으로 쑥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그들이 들어가자, 갑자기 사라져 버린 차원문. 갓패치가 연신 공중에 가위질을 했지만, 차원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말썽꾸러기들! 그 차원문은 정원이 4명이란 말이야!”




한편, 아담과 켄지를 데리고 원더랜드를 빠져나온 라니는, 말없이 그들을 데리고 우주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침묵.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고요함은 맨 뒤에서 잠자코 따라가던 아담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건가, 라니?”


아담의 말에, 잠깐 뒤를 돌아본 라니였지만, 그녀는 묵묵부답.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의 얼굴에 뜻 모를 긴장감이 가득하다는 사실이었다.


“뭘 그렇게 심각해? 우리가 이런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게 아니야, 이 멍청한 인간아.”

“뭐? 멍청? 내가? 신의 활인 나 켄지가?”


라니의 말에 발끈한 켄지는 공허한 우주 한복판에 멈춰 서서 손가락으로 그녀를 겨냥했다. 그의 손끝에 모이는 푸른색 기운. 그 기운은 이내 화살 모양이 되어 켄지의 손가락 끝에 고정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해 봐! 내가 멍청해?!”

“그럼 멍청하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걸기나 하고!”


한 발작도 물러서지 않는 라니와 켄지. 두 사람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아담. 그는 둘 사이에 끼어 들더니, 차분하게 둘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만, 우리끼리 싸우는 건 그다지 보기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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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5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8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7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5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5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6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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