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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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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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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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교입니다만? (4)

DUMMY

달달달달달


다리를 안 떨 수가 없다.

벌써 6일 차다.


“공자님. 좀.”


옆에 있는 이자벨라가 날 진정시켰는데


“이자벨라. 그러다 피난다.”


그녀도 손톱을 하도 물어뜯어 없어지다시피 했다.


“둘 다 애처럼 왜 그래? 기다려.”


베인.

너 시선이 창문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때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사악.


문틈으로 작은 편지지 하나가 들어왔다.


“공자님!”


이자벨라가 후다닥 뛰어가 편지를 가져왔다.


‘나인데일 백작이 소유한 별장에 주기적으로 식품을 실은 마차가 들어감.’

‘그 별장은 오래전 방치된 별장.’

‘스티븐 테일러로 추정되는 사내가 혼자 지내고 있는데 흡사 감금된 모습이었음.’


그들조차 스티븐 테일러의 정확한 신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어떡하죠? 추정인데.”


“가야죠.”


이제 내일이면 영지전이다.

뭐가 됐든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한다.


***


그렇게 말을 달리고 달려 편지에 적힌 백작가의 별장으로 도달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말 백작이 배후일까?”


풀숲에 몸을 숨긴 베인이 물었다.


“보면 알지 않을까요?”


옆에 따라온 조이가 대답했고


“조이님.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욘 없지 않았나요?”


릴리도 어쩔 수 없이 끌려왔다.

이자벨라는 가족 곁을 지키라 했다.

한사코 가겠다고 땡깡을 부렸지만, 너무 위험했다.

암흑가의 정보상이 찾는 데 애를 먹을 정도면 적도 상당한 인물일 테니까.


“나인데일이 스티븐을 납치할 이유가 있나?”


나도 베인과 마찬가지로 그 점이 의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인데일에게 돌아올 이득이 없다.


와장창.


그때 별장 2층 창문이 깨지며 신형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 하나가 추락하는데요?”


눈이 좋은 조이가 먼저 신형을 확인했고


“스티븐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면 알겠지. 가자!”


나의 신형이 쏘아졌다.


***


스티븐은 바닥에 추락하는 와중에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가 창문으로 다이빙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기 목은 바닥을 데구르 구르고 있을 테니까.


쿠당탕.


바닥에 떨어진 스티븐이 냅다 앞만 보고 뛰기 시작했다.


“백작님이? 도대체 왜?”


스티븐은 순례자가 백작이 보낸 암살자라 생각했다. 근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망종이라도 자식이 죽으면 아버지도 가만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이 죽으면 제일 먼저 의심의 화살이 돌아가는 곳은 공작성. 공작성에는 백작의 딸이 있지 않은가?


“브래넌인가?!”


만약 자신의 시신을 브래넌 영지에 버린다면? 이게 조금 더 타당해 보였다. 애초부터 자신은 브래넌을 얻기 위한 하나의 패였으니까.


결혼으로 가질 수 없다면 영지전을 통해서라도 땅을 얻는다.


이 가설이라면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씨발!!”


그렇다고 곱게 죽어줄 스티븐이 아니었다. 그때야 데이지라는 예쁜 여식이라도 얻지 이건 말 그대로 개죽음. 그래서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착.


순례자의 발이 땅에 살포시 닿았다.

그리고


팡!


그녀가 도약하자 순식간에 거리가 줄어들었다.


“씨발! 꺼져.”


“두려워하지 마세요. 고통은 찰나입니다.”


스티븐의 녹을 노리며 휘두르는 곡도.


‘죽는다.’


꼼짝없이 스티븐의 목이 베일뻔한 순간,


깡!!


검과 검이 부딪쳤다.


“조이, 릴리. 스티븐을 부탁합니다.”


카일이 순례자를 향해 검을 겨눴다.


꿀꺽.


이 한 합을 통해 느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강자다.

몇 분이나 시간을 끌지도 미지수.


“......”


순례자가 곡도를 내린 채 카일을 바라봤다.

안대로 눈을 가렸음에도 영혼까지 샅샅이 훑어지는 느낌을 받는 카일.


“왜 방해하시죠?”


“종교에 몸담은 분인 거 같은데 사람을 그리 쉽게 죽이면 되겠습니까?”


“죽여야 할 이유가 있는 남자입니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놈이라도 저놈이 죽으면 영지전이 발발하거든요. 그 영지는 제가 속한 자르온 영지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카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나오면 내가 뭐가 돼.’


묘하게 논리적이면서도 상황이 논리적이지 않아 카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종교가 어떻게 되십니까?”


‘뭐야? 갑자기 이 뜬금없는 질문은?’


“종교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무교입니다만?”


순례자가 움찔했다.

신성 왕국 헬리온에서 무교라 선언한다고?


“왜 거짓말을 합니까?”


“진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거짓말이길 바라는 거예요?”


“헬리온의 국민 아닙니까?”


“그게 중요한가요? 저는 종교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의라.”


“종교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순례자가 카일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척.


곡도를 내렸다.


“스티븐 테일러만 넘겨주면 살려드리겠습니다.”


“망종이 필요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말해줄 수 없습니다.”


“혹시 나인데일의 이득과 관련된 일입니까?”


핵심적인 질문.

카일이 순례자의 표정을 살폈다.


“......”


평화로운 표정의 순례자.


‘나인데일이 아니야? 그러면 누가?’


“비키지 않으면 다칩니다.”


“저도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카일이 검을 고쳐잡았다.


“부디 용서하시길.”


순례자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 벌써 이긴 것처럼···.’


촤아악.


“어?”


카일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순례자의 곡도가 카일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카일!!!”


그 사이, 주변에 추가 병력을 살펴보던 베인이 합류했다.


휙!


순례자를 향해 날아오는 붉은색 암기.


깡.


순례자가 단도를 쳐낸 사이 베인이 카일의 앞을 막았다.


“왜 제 일을 방해하는 겁니까?”


“내 남자 건드리는 거 싫어하거든. 특히 여자가.”


척.


단도를 역수로 잡으며 공격 자세를 취하는 베인.


“종교가 어떻게 되십니까?”


“뭐?”


“종교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베인은 그제야 순례자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사제복에 검은 안대.


“루나교가 왜 이름 없는 지방 영주의 망종을 노리는지 모르겠네.”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내 종교는···.”


베인이 단도에 오러를 씌웠다.


“이거다!”


달빛 아래 두 명의 여인이 칼춤을 춘다.

달빛을 닮은 파란 오러와 피를 머금은 듯 붉디붉은 오러.

두 오러가 허공에서 연신 충돌했다.


‘강하다.’


처음에는 베인이 밀어붙이는 형세였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베인의 검은 순례자의 몸에 닿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차례 검이 부딪친 뒤 탐색을 끝낸 순례자가 공격으로 전환했다.


깡! 깡! 깡! 깡!


철저하게 급소만 노리는 효율적인 검로.

다년간 전장에서 구른 경험과 강자를 상대로 키운 감각이 없었다면 지금쯤 베인조차 당했을 정도로 순례자의 공격은 매서웠다.


깡!!


한차례 공방전이 오간 후 베인이 거리를 벌렸다.


‘빨리 끝내야 한다.’


응급조치하지 않으면 카일이 위험해질 수 있다.

마음이 급해진 베인이 승부를 내기 위해 달려들려는 순간


“침착해라.”


뒤에서 카일의 것이나 카일의 것이라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피투성이 상태로 검을 바닥에 꽂은 채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카일.


“의식을 잃게 만드는 격통마저 그리워하는 때가 오다니.”


카일의 몸에 빙의한 다리아가 순례자를 살폈다.


“음?”


순례자도 카일의 기세가 변한 것을 느꼈는지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얘야. 지금의 우리론 저자를 이길 수 없다.”


“카일···. 이 아닌 거지?”


“말하자면 길다.”


“그럼 어떡해? 도망쳐?”


다리아가 순례자를 바라봤다.


“녹스의 일원아. 너희의 암살 대상은 우리가 아닐 터.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떻겠느냐?”


순례자가 녹스라는 단어를 듣고 일순 움찔한다.

처음 보이는 감정적 동요.


“우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문데?”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텐데? 임무에 실패해도 상관없다면 들어와라. 널 죽일 순 없지만 같이 죽는 건 할 수 있겠지.”


다리아가 발도 자세를 취했다.


고오오오오.


꿀꺽.


다리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순례자.


“암살 대상을 쫓겠다.”


말을 마친 순례자가 사라졌다.


“말이 통하는 녀석이라 다행이구나.”


순례자가 떠남과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는 다리아.


“얘야. 응급처치. 이러다 병신같은 제자 놈이 죽겠다.”


“제자?”


“말하자면 길다니까.”


카일이 눕자 베인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녀가 붕대를 감으며 카일의 얼굴을 살펴봤는데 다리아는 비명 한 번 안 지르고 베인의 처치를 받고 있었다.


“능숙하구나.”


“B급 심사를 받는 용병이라.”


“오러는 누구한테 배웠느냐.”


“스스로 터득했지.”


“체내에 쌓인 마나를 억지로 밀어 넣듯 검에 욱여넣고 있다. 효율이 좋지 않아.”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이렇게 해야만 오러가 맺히더라고.”


“체내에서 뽑은 마나를 100% 검에 담는 훈련을 하거라. 검은 그릇이고 마나는 물이다.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하면 도리어 접시에 담기지 않고 튕겨 나간다. 천천히, 조금씩 검에 담는 연습을 해라. 그다음 익숙해지면 양과 속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접시에 담는 물처럼.”


베인이 다리아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는 듯 한 번 더 곱씹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근데 이렇게 보내도 되겠습니까? 카일의 동료들인데?”


다리아의 지도와 함께 베인의 말이 순식간에 존대로 바뀌었다.


“쫓아도 죽고 막아도 죽었겠지.”


“저들이라고 막을 수 있을까요?”


다리아가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베인은 그저 치료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은 카일을 따라온 것이니 나머지 일은 나머지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그만이었다.


***


쿵. 쿵. 쿵. 쿵.


릴리 일행은 조이가 소환한 골렘에 올라탄 채 달리고 있었다.


“아이스 볼트!!!”


릴리는 굳어있는 조이의 표정을 보고 뒤에 쫓아오는 여인이 얼마나 괴물인지 알 수 있었다. 마나를 최고 출력으로 넣은 골렘의 달리기는 말보다 빨랐다. 하지만 순례자를 따돌릴 정도의 속도는 아니었다.


“머드!!”


중간중간 땅을 얼리고, 웅덩이를 만들고, 대지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었지만, 순례자에겐 그저 애들 장난이었다.


팡!!!


조이도 중간중간 오러가 실린 화살을 날려봤지만


깡.


오러를 머금은 순례자의 곡도가 조이의 화살을 너무나도 쉽게 쳐냈다.


“조금만!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테일러 자작령이오!”


스티븐은 아예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길잡이를 하는 게 최선.


“따라잡혀요!”


“모두 내려요!”


조이의 외침에 세 사람이 점프하듯 골렘에서 뛰어내렸고


서걱.


모두가 뛰어내린 순간, 골렘이 반으로 쪼개졌다.


쿵!!!


골렘이 쓰러지며 먼지가 인다.


저벅 저벅 저벅.


먼지를 뚫고 나오는 순례자.


“릴리. 스티븐이랑 먼저 도망쳐요.”


조이가 순례자 앞에 섰다.


“대인전이 특기는 아닌데.”


조이가 허벅지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대검 2개를 꺼냈다. 하지만 순례자는 관심이 없다는 듯


팡.


조이를 지나쳐 스티븐에게로 향했다.


‘늦었다···.’


조이가 화살로 순례자의 등을 조준했지만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보다 순례자가 스티븐의 목을 베는 게 더 빨랐다.


“루나 님. 이번에야말로.”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전력으로 곡도를 휘두르는 순례자.

하지만


깡!


이번에도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촤라락.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순례자가 힘에서 밀렸다는 것.


“그대인가?”


흰 머리에 흰 수염을 휘날리는 60대의 사내가 갑작스레 등장하며 순례자의 앞을 막았다.


“겁도 없이 내 영지에서 이런 일을 꾸민 게?”


헬리온 왕국의 소드 마스터 타르칸 나인데일이 순례자에게 질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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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누나! 진짜 이럴 거야? (3) 23.06.07 285 3 12쪽
56 누나! 진짜 이럴 거야? (2) 23.06.06 289 3 11쪽
55 누나! 진짜 이럴 거야? (1) 23.06.05 297 3 11쪽
54 엘프의 숲 (4) 23.06.04 300 3 12쪽
53 엘프의 숲 (3) 23.06.03 291 3 12쪽
52 엘프의 숲 (2) 23.06.02 285 3 13쪽
51 엘프의 숲 (1) 23.06.01 311 3 13쪽
50 검성 다리아 카르밀 23.05.31 297 3 12쪽
49 포이즌 슬레이어 (4) 23.05.30 287 3 13쪽
48 포이즌 슬레이어 (3) 23.05.29 298 3 12쪽
47 포이즌 슬레이어 (2) 23.05.28 303 4 12쪽
46 포이즌 슬레이어 (1) 23.05.27 302 3 12쪽
45 북부 원정 (4) 23.05.26 301 4 11쪽
44 북부 원정 (3) 23.05.25 297 3 12쪽
43 북부 원정 (2) 23.05.24 304 3 12쪽
42 북부 원정 (1) 23.05.23 312 3 13쪽
41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4) 23.05.22 308 2 11쪽
40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3) 23.05.21 313 2 11쪽
39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23.05.20 319 3 12쪽
38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1) 23.05.19 327 3 12쪽
37 서클 확장 (3) 23.05.18 333 3 12쪽
36 서클 확장 (2) 23.05.18 3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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