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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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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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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이예찬

DUMMY

승용차 안에서 여러 명의 남자가 내렸다.


김재문의 부하들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들이 공격해 온 지점은 민박집을 몇 킬로 앞둔 지점이었고, 준영이 지현의 차에 탄 지 오 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마 대표가 짚었던 두 군데 중 한 군데였다.


김재문일당은 그녀의 차 유리창을 박살냈다.


그런 다음 차에서 그녀를 강제로 끌어냈다.


차에서 빠져나온 준영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어 이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이거 놔요. 왜 이래요?”

“가만있어. 죽고 싶어?”


그녀의 절규와 그들의 협박도 휴대폰에 다 녹음되고 있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마 대표는 오히려 안도했다.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김재문과 그의 부하들은 전부 넷. 마동수와 그의 얼라들은 일곱.


게임 끝이다.


사실은 마동수 혼자서도 그 정도는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코피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로서는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마동수가 준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재문 일당의 행패를 잘 찍고 있다는 사인이었다.


이때다!


마동수는 그렇게 판단했다.


마동수는 그녀을 향해 달렸다.


마동수만 급했다.


그의 뒤를 따르는 각종 얼라들은 급할 게 하나도 없다는 듯 양반걸음이다.


저 정도면 마 대표 혼자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얼라들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들아! 쳐라.”


마동수가 자신의 얼라들은 향해 공격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각종 얼라들은 양반걸음이다.


마동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다보았다.


“에이, 저것들이! 빠져서.”


마동수는 혼자서 김재문 일당을 향해 부웅 날았다.


끝났다.


5초?


마동수는 자신의 손을 툭툭, 털었다.


“코피만 안 터지면 이 까짓 것들이야, 뭐.”


#


휴대폰의 촬영 동영상은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것만 달랑 제출하기 허전해 두 가지 더 제출했다.


최인혁이 김재문 앞에 내밀었던 양주 밀수 자료.


그리고 그의 술집에서 이 양주를 팔았다는 자료와 탈세 자료들도······.


물론 최인혁이 마동수에게 전해준 것은 아니었다.


마동수가 직접 찾아낸 자료였다.


마동수는 김재문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 때는 자신의 밑에 두면서 아끼던 동생인데 말이다.


김재문이 윤지현을 괴롭히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을 반값이 아니라 10만원만 깎아달라고 했더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맞짱을 뜰 때, 코피 흘리는 자신을 보며 비웃지만 않았다면?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짜식이!


평생 코피 한 번 안 흘린 사람처럼 말이야.


#


윤지현은 변호사를 통해 최인혁의 소문을 들었다.


-준영씨. 다 끝났어요. 최인혁이 곧 들어가나봐요.-

-그래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고마워요.-

-내가 한 일이 뭐 있다고요. 마 대표가 다 했죠.-

-아무것도 안 하기는요. 휴대폰으로 찍어 증거를 남겼잖아요.-

-그거야, 뭐. 그나저나 마 대표 원래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에요?-

-왜요?-

-아니, 어제 밥 사준다고 한의원에 와서는 자기가 지현 씨를 어떻게 구했는지 자랑하는데······. 세상에! 아니, 1분도 안 걸린 일을 무려 세 시간동안 떠들어대는데······. 와! 귀에 피나는 줄 알았어요.-

-나도 그거 당해봐서 알아요. 힘들었겠다. 고문도 그런 고문 없는데.-

-아무튼 다 해결 됐으니 다행이에요. 이젠 발 뻗고 자도 되겠는걸요?-

-언제 봐서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됐거든요.-

-아니! 내가 산다고요.-

-아니, 됐다고요.-

-뭔 남자가 이렇게 비싸게 굴어요? 못 생긴 주제에.-

-뭐라고요?-

-내가 밥 같이 먹자고하면 남자들이 줄 서는 거 몰라서 그래요?-

-그러면 줄 선 남자 중에 하나 골라서 밥 같이 먹으면 되겠네.-

-알았어요. 치사해서 밥 같이 안 먹는다. 다신 나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전화하기만 해봐라.-


딸깍.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도 휴대폰을 껐다.


“하아! 성질하고는, 참”


그는 빙그레 웃었다.


#


평소보다 출근이 5분 늦었다.


그는 계단을 뛰어 오른 다음 한의원 문을 열었다.


신신애의 노래 <세상은 요지경>.


차 선생과 조 선생이 춤을 추면서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오셨어요, 원장님.”


두 사람은 인사는 하면서도 춤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또 이 노래에요? 도대체 며칠 째에요? 지겹지도 않아요?”

“지겹긴요. 이 노래 얼마나 좋은데요.”


조 선생이 대답했다.


“이 춤. 중독성이 또 얼마나 강한데요? 이히.”


차 선생이 맞받아쳤다.


“노래도 좋지만 난 이 춤이 더 재밌어. 우후.”


두 사람은 그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계속 춤을 추었다.


“원장님은 이 노래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기는? 이 노래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그도 두 사람을 따라 춘다.


“그런데 우린 왜 몰랐을까?”

“자, 이젠 그만. 워워.”


그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진료가운으로 갈아입을 때까지도 노래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인터폰이 울렸다.


-원장님. 오늘 첫 환자 분 오셨습니다.-


그는 모니터에 뜬 진료차트를 보았다.


이예찬. 16세. 남자.


원장실로 들어온 사람은 중년 여성뿐이었다.


그런데 여자의 낯이 익다.


그는 곧바로 그녀를 떠올렸다.


“아! 일층 백반 집에서 일하시는 분. 맞죠?”

“예. 맞아요. 백반 집에 몇 번 오셨죠? 저 그 식당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해요.”

“낯이 익다했어요. 그런데 예찬군은?”

“아!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 전에 제가 먼저 원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요. 사실은 예찬이가 자폐증이에요.”

“아 예. 자폐증이요?”

“몸은 16세지만, 지능은 6세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그렇습니까?”

“하지만 오늘은 자폐증 때문에 온 건 아니고, 우리 예찬이가 아토피가 심해서 온 거예요. 어릴 때부터 약간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더 심해졌어요. 제일 문제가 자꾸 긁는다는 거예요. 긁지 말라고 아무리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네요. 아무래도 지능이 6살 수준이라 자제력이 없어서 더 긁는 것 같아요.”

“하하하. 가려운 건 어른도 참기 힘든 법이죠.”

“애가 긁는 걸 보면 꼭 제 심장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아서 아주 미치겠어요.”

“아토피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검사는 해보셨나요?”

“물론 입니다. 양방 병원에서도 치료 받아봤고, 유명하다는 한의원에서도 치료 해봤지만 그 때 뿐이더라고요.”


아토피는 일반적으로 소아청년기에 빈발하고, 중장년기가 되면 빈도가 줄어든다.


하지만 요즘은 어른이 되어서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토피를 유발하는 인자(因子)는 수도 없이 많다.


“혹시 부모님 중에 아토피가 있는 분이 계시나요?”

“남편이 어릴 때 아토피가 심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밖에 남편 분도 같이 오셨나요?”

“이혼한지 오래 됐어요. 저 혼자 예찬이 키워요.”

“아 예. 그러시군요.”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봤지만 신통한 대답은 못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 자식이고, 제가 예찬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제일 많지 않겠어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치료는 잘 모르겠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의사 선생님들보다 제가 더 잘아요. 제가 보기엔 예찬이는 공해 때문인 거 같거든요.”

“공해요?”

“공기가 나쁘면 더 심해지고, 맑으면 좀 덜하거든요. 서울 공기가 얼마나 나쁜지는 다 아는 거고요.”

“음식은요?”

“간혹 음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는 해요. 특히 새우나 게 같은 거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공기에 훨씬 더 민감해요. 그건 확실해요.”


맞을 거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그 어떤 의사보다도 엄마가 제일 잘 알거다.


“우리 예찬이가 다니는 특수학교가 서울에 있어서 시골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예찬이 아토피 고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천하의 명의라도 서울 공기야 어쩌겠어요. 그저 반만 좋아져도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예. 그러면 이젠 예찬이 들어오라고 해도 되겠네요. 직접 보고 싶네요.”


그 순간 노래 소리가 들렸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산다.


신신애가 부르는 게 아니었다.


두 선생이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


남자 목소리인 걸 보니 예찬이가 부르는 모양이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아유. 쟤가 왜 저래? 시끄럽게.”

“아니, 그런데 예찬이가 저 노래를 어떻게 알죠? 모르긴 해도 저 노래 예찬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나온 노래일 텐데요?”

“아는 노래라서 따라 부르는 건 아닐 거예요. 쟤는 한 번만 들어도 다 알거든요.”

“아! 서번트 신드롬이요.”


서번트 신드롬 <Savant Syndrome>.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 일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좌뇌의 손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좌뇌는 언어와 논리를 담담하고, 우뇌는 직관과 감성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서번트 신드롬은 좌뇌가 손상된 사람들에게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자폐증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한 의사는 이를 보상작용으로 설명한다.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좌뇌를 대신해 우뇌의 기능이 훨씬 더 활성화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스티븐 윌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화가.


그는 도쿄 타워에 올라가 도쿄 전경을 37분 동안 관찰했다.


다음날부터 7일에 걸쳐 자신이 37분 동안 바라본 도쿄 전경을 캔버스 위에 그대로 그렸다.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정교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말이다.


20분이 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단 한 번 듣고, 그 자리에서 연주한 자폐증 연주자도 있다.


“죄송합니다, 원장님.”


그녀는 진료실을 나갔다.


“예찬아. 여기서는 노래 부르면 안 돼.”

“왜? 누나들도 불러떠.”


한의원에 들어오다가 밖에서 들은 모양이다.


두 선생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진료실로 들어온 예찬의 아토피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긁어서 더 심해진 것이다.


피선이 나 있었고, 딱지가 앉아 있었다.


진물도 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아토피는 피부병이 아니다.


면역기능 이상 질환이다.


즉 우리 인체 내의 면역기능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정상 작동하지 못하면 아토피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이 주로 피부에 나타나기 때문에 피부질환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는 병원에 근무할 때 아토피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이 진료하는 광경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더구나 예찬이처럼 심한 경우에는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


예찬이가 씨익 웃었다.


천사의 미소가 이런 건가 싶었다.


“갈근, 인삼, 백출, 백복, 당귀, 천궁, 백작······.”


예찬이는 갑자기 한약 이름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감초, 진피, 황기, 목향, 빈랑······.”

‘이건 뭐지?’


그런 의문이 드는 순간, 그는 뭔가를 떠올렸다.


그렇다.


이건 대기실에 있는 한약장의 한약 이름들이다.


예찬이는 그의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다.


그는 그런 예찬이 귀여워 피식 웃었다.


예찬이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300개가 넘는 한약의 이름들을 다 외워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약장의 순서대로······.


“황금, 길경, 나복자, 백지, 의이인, 고본······.”


예찬이의 시선은 허공에서 불안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그 불안한 예찬이의 시선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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