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60,053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5.27 11:05
조회
2,124
추천
34
글자
12쪽

36화 돈이 되는 음악

DUMMY

성재철의 낡고 좁은 방!


재철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기분이 나빴다.


예찬이를 어렵게 차에 태운 그는 좁은 골목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높였다.


희진이 죽기 살기로 달려오는 것을 룸미러로 봤다.


그리고 좁은 길에서 튀어나오는 차에 부딪혀, 그녀가 쓰러지는 것도 봤다.


‘죽지는 않았겠지?’


그래도 한 때는 사랑했던 여자였고, 성격차이로 이혼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예찬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찬이 자폐아임을 확인하면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예찬이의 자폐만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도 결혼 생활을 유지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저 놈이 자폐아만 아니었다면!’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는 예찬이 미웠다.


그는 잠들어 있는 예찬을 흔들었다.


잠에서 깨면 또 엄마한테 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칠 게 분명하지만 시간이 없다.


‘이왕 벌어진 일. 끝은 봐야한다.’


예찬은 잠이 깨자 역시 엄마부터 찾았다.


그는 두 손으로 예찬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예찬아! 이제 아빠가 널 엄마한테 데려다 줄 거야.”

“엄마! 나, 엄마보고 싶어.”

“그래. 알아. 아는데.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뭔데?”

“너 작곡한 노래 많지?”

“응. 많아.”

“녹음해 둔 거 있어?”“없어. 난 내가 만든 노래 다 기억해.”


그의 두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래! 그러면 네가 작곡한 그 곡들을 지금부터 저기 있는 피아노로 연주하는 거야.”

“전부 다?”

“전부 다. 아, 아니 전부 다 연주하면 좋기는 하지만 스무 곡만. 그 많은 곡들 중에 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곡 스무 곡만 연주해보자. 할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쉬워. 그런데 엄마한테 가고 싶어.”

“그럼. 그럼 가야지. 그 전에 연주부터 하자. 그러면 아빠가 엄마한테 데려다줄게.”

“정말?”

“그럼. 정말이지. 너 아빠가 지금까지 너한테 거짓말하는 거 봤어?”

“응 봤어.”

“언제?”

“어제. 어제 갈비 사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햄버거 사줬잖아?”

“아, 그, 그건 아빠가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랬어.”

“거짓말 또 했잖아.”

“언제?”

“햄버거 큰 거 사준다고 해놓고 작은 거 사줬잖아!”

“아, 그거는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찌니까 그런 거지.”

“또 거짓말한다. 아빠 돈이 없어서 작은 거 사준 거잖아. 나도 알아.”

“그래. 그건 미안하다. 아빠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엄마도 같이 먹어. 나 혼자 먹는 건 싫어.”

“그럼 그럼. 당연하지. 엄마도 사줘야지. 자, 그러니까. 네가 만든 노래 연주해보자.”

“알았어.”


예찬이는 싸구려 디지털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침 6시.


재철은 시간을 확인한 후,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런 다음 휴대폰을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시작해.”


예찬이는 자신이 만든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발라드 스타일의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럴 수가!’


재철은 새삼 예찬이의 작곡 솜씨에 감탄했다.


‘내 아들이야! 넌 분명히 내 아들이야. 이런 음악적 재능만 봐도 내 아들이 틀림없어!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해?’


그는 새삼 벅차오르는 자부심을 느꼈다.


#


예찬이 작곡한 스무 곡을 다 녹음한 재철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예찬아. 이젠 집에 가자. 엄마한테 데려다 줄게.”

“정말?”


예찬은 활짝 웃었다.


그는 예찬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그는 예찬이를 차에 태운 후 다시 집으로 데려다줬다.


“엄마. 나 왔어. 예찬이 왔어.”


마당으로 들어선 예찬은 방문을 열었다.


“엄마. 없어. 할머니, 우리 엄마 어디 갔어요?”


주인 할머니는 희진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예찬이 엄마, 어젯밤에 그 쪽 따라 나간 뒤로 안 들어왔어요. 휴대폰도 방에 두고 갔더구먼.”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재철이 묻자 주인 할머니는 자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


“9시 조금 넘어 까지 기다리다 난 잤수. 초저녁잠이 많아서요.”


재철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대문도 잠겨있고, 방문을 열어보니 안 들어왔던데요.”

“예찬이 엄마, 간혹 외박 했나요?”

“예찬이 혼자 두고 외박은 무슨 외박.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재철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별 일 없을 거라 애써 믿었다.


그는 더 이상 이 집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예찬이가 작곡한 20곡 정도가 자신의 휴대폰에 녹음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의미 있는 일들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곡에 가사를 붙여야한다.’


자신이 해보다가 안 되면 작사가를 섭외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이 곡을 사줄 고객을 찾아야한다.


그는 스무 곡을 돈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했다.


이 낡고 비좁은 한옥에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재철은 예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찬아! 아빠는 바빠서 그만 가봐야 하거든.”

“엄마는?”

“방에서 기다리면 엄마는 곧 올 거야.”


그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예찬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엄마 기다리다 배고프면 이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어. 알았지?”

“응. 알았어.”


그는 주인 할머니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우리 예찬이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그는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


밤을 새워 빈소를 지킨 준영은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였다.


몸은 피곤했고, 정신은 몽롱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예찬이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출근하기 전, 경찰에 신고했다.


희진의 교통사고 사망은 이미 경찰에서도 알고 있었다.


현장 조사도 다 마친 상태였다.


“사고 당시 이희진 씨의 전 남편이 이예찬을 차에 태워 데리고 갔습니다. 이희진 씨는 그 차를 따라가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했던 거고요. 제가 그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경찰은 교통사고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성재철의 승용차는 교통사고 당시 그 주변을 운행하던 단순 차량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성재철에게 물을 수 있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준영은 이 부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친 아버지가 아들을 차에 태워 데리고 갔다. 이 경우도 납치라 할 수 있나?’


아닌 것 같았다.


“글쎄 이게 참 애매하긴 하네요. 아무튼 교통사고 담당자에게 민원 내용을 전달하겠습니다.”


민원 접수 담당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사우나에 들러 샤워만 대충하고 출근했다.


그러나 수면 부족만은 어쩌지 못했다.


두 선생이 한의원으로 들어오는 그를 의심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원장님. 잠을 잘 못 주무셨어요?”

“예. 티나요?”

“많이 나요. 아직 결혼도 안 하신 분이?”

“에이, 그런 거 아니거든요?”

“키킥! 그런 게 뭔데요?”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말 시키지 말아요.”


인터폰이 울렸다.


-원장님. 신환입니다.-


20대 중반의 여성 환자.


허리가 아파서 치료 받으러 왔다.


그러나 진료하는 동안 여자 환자 분의 표정이 영 안 좋다.


수면부족에 찌든 그의 모습에 불안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심하신 상태는 아니시네요. 뭐, 하루 이틀만 침 맞으시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그렇죠? 심하지 않죠?”

“예. 그냥 근육이 조금 뭉친 거니까요.”

“그러면 치료 안 받고 그냥 지내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녀는 휙, 나가버렸다.


‘에휴, 환자가 늘어도 시원찮을 판에 제 발로 온 환자도 내쫓다니!’


그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눈을 감았다.


#


그날 늦은 오후.


재철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간단한 조사를 받은 후 풀려났다.


희진을 치인 차량이 아니라는 점.


예찬의 친아버지라는 점.


그리고 하루 만에 다시 예찬을 집으로 데려다줬다는 점,


보복을 두려워한 주인 할머니의 우호적인 증언 등을 고려해볼 때,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희진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이희진의 장례식은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준영, 지현, 마 대표, 마 대표의 각종 얼라들이 전부였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이희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녀의 친정부모가 생존해 있는지?


생존해 있다면 어디서 사는지?


형제자매는 있는지?


장례 2일 째 되는 날 늦은 오후.


지현의 연락을 받은 진혜리가 빈소를 찾아왔다.


“나도 아는 게 없어. 그나저나 예찬이 불쌍해서 어떡하니?”


그녀 역시 그들이 아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늦은 밤.


준영은 고인의 집에 들러 예찬을 데리고 빈소로 왔다.


“엄마가 죽었어요?”


예찬은 울먹이면서 물었다.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왜요?”


그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예찬아.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작별 인사 드려야지.”


빈소로 들어오는 예찬을 본 지현은 눈물을 흘리며 다가갔다.


그런 다음 예찬을 안아주었다.


빈소에는 고인의 영정도 없었다.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 안 보이는데요?”


지현은 영정이 있어야할 자리 앞으로 예찬이를 이끌었다.


“예찬아. 엄마한테 인사 드려.”

“우리 엄마 없어요. 우리 엄마 없잖아요?”


예찬이는 엄마를 찾기 위해 빈소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끝도 없이.


그러나 그는 끝내 엄마를 찾지 못했다.


예찬이는 빈소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있었다.


두 시간 째다.


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 엄마.”


간혹 힘없는 소리로 희진을 찾을 뿐이었다.


지현이 밥 먹으라며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희진이 오기 전에는 꼼짝도 안 하겠다는 듯이 고집을 부렸다.


얼마 후, 성재철이 빈소를 찾았다.


그는 빈소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예찬을 힐끔 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헌화한 후 절을 올렸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준영이 그에게 다가왔다.


“성재철 씨.”

“누구시죠?”


준영은 잠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내가 누구지? 예찬 모자에게 나는 누군가?’


그는 할 말을 정리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희진 씨를 치료하던 한의사 허준영입니다.”


재철의 표정은 야릇했다.


치료하던 한의사!


‘그래서 뭐 어쩌라고?’


재철의 표정이 그랬다.


“예찬이엄마가 어디 아팠나요?”

“간암이었습니다.”

“간암이요?”


재철은 놀랐다.


“모르셨나요?”

“몰랐죠, 당연히.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재철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녀의 간암과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 때 윤지현과 마 대표가 그들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당신이 예찬이 엄마의 간암을 치료했단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하아! 이게 무슨 소리요. 아, 아니 간암을 병원에서 치료 안 하고 한의사한테 치료를 받았단 말입니까?”

“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면 예찬이 엄마 간암으로 죽은 거요? 당신이 죽인거란 말이네?”


준영의 턱 근육이 불쑥 솟아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당신이 방금 그랬잖아? 예찬이 엄마 간암을 치료했다고? 한의사가 무슨 간암을 치료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가 죽인 거잖아! 왜 이제 와서 딴 소리야?”


재철은 준영의 멱살을 잡았다.


“이거 놓으시죠?”


그가 말했다.


옆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마 대표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못 놓겠다, 이 자식아! 너, 책임 져. 우리 마누라 죽인 거 책임지라고, 이 자식아.”


재철은 그의 멱살을 더 강하게 틀어쥐었다.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재철의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재철은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랑의 한의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62화 방송 출연 23.06.16 1,731 24 12쪽
61 61화 DS 엔터의 위촉의가 되다. 23.06.15 1,754 25 12쪽
60 60화 비둘기 날다 23.06.14 1,762 25 12쪽
59 59화 화해 23.06.13 1,760 24 12쪽
58 58화 마음의 평화 23.06.12 1,771 25 12쪽
57 57화 아! 어머니! 23.06.11 1,819 27 12쪽
56 56화 감동쇼! 23.06.10 1,803 23 12쪽
55 55화 낡은 사진 속 남자 23.06.09 1,794 24 12쪽
54 54화 죽여 버리겠어! 23.06.08 1,826 24 12쪽
53 53화 개그 콘서트가 폐지된 이유! 23.06.07 1,865 23 12쪽
52 52화 고물장수의 아들 23.06.06 1,851 28 12쪽
51 51화 고물장수 23.06.05 1,853 29 12쪽
50 50화 건물주 디스카운트 23.06.04 1,905 29 12쪽
49 49화 건물주 +1 23.06.03 1,905 28 12쪽
48 48화 Black Patient 23.06.02 1,882 28 12쪽
47 47화 의료사고 23.06.02 1,913 28 12쪽
46 46화 은교 애인 +1 23.06.01 1,925 31 12쪽
45 45화 실험 정신! 돈도 좋지만 23.06.01 1,902 30 12쪽
44 44화 아이돌 그룹 멤버 은우! 23.05.31 1,948 31 12쪽
43 43화 하지무력 23.05.31 1,944 31 12쪽
42 42화 백댄서 출신 마동수! 23.05.30 1,997 30 12쪽
41 41화 사기꾼! 23.05.30 1,951 31 12쪽
40 40화 돌대X리! 23.05.29 2,008 29 12쪽
39 39화 올라도 괴롭고 내려도 괴롭다! +1 23.05.29 2,123 26 12쪽
38 38화 전세 사기 23.05.28 2,154 32 12쪽
37 37화 응징 23.05.28 2,145 34 12쪽
» 36화 돈이 되는 음악 23.05.27 2,125 34 12쪽
35 35화 나쁜 놈! 23.05.26 2,156 33 12쪽
34 34화 드라마 OST 23.05.25 2,247 37 12쪽
33 33화 기적! +1 23.05.24 2,241 3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