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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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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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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올라도 괴롭고 내려도 괴롭다!

DUMMY

엄마의 울부짖음은 쉽게 멈출 줄 몰랐다.


그는 그런 엄마를 위로해야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떤 말로 위로해야할지 몰랐다.


“한 사람이 250채를 갖고 있다니! 이게 말이 돼!”


아버지는 울분을 토했다.


“내가 한 평생 허튼 짓 한 번 안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이 나이 먹도록 집 한 채 없이 평생 남의 집 신세로 살고 있는데, 누구는 250 채라니!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되는 거 아냐?”


아버지는 그가 한쪽에 치워둔 술병과 술잔을 뺏어 다시 마셨다.


이번에는 그도 말리지 않았다.


아버지 앞만 아니라면 자신도 마시고 싶었다.


“예? 아, 아니 서너 채도 아니고 250 채라니요.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아파트를 250채나 갖고 있을 수가 있어요? 아버지, 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아냐, 인마. 그게 어디 제 돈으로 샀겠냐? 제 돈으로 산거면 또 몰라도 전부 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으로 아파트사고, 그 아파트 전세 놓은 보증금으로 또 아파트 사고, 또 사고, 또 사고······. 그렇게 해서 250채 된 거지. 제 돈으로 250채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


몇 년 전부터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었다.


이자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 있던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돈에 목말라 있던 시장에 돈을 뿌려주자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은 것이다.


그럴 즈음에 지구촌을 뒤흔드는 재앙이 발생했다.


코로나!


2020년 초로 기억 된다.


코로나 발생 초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깐 그러다 말거라고 생각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말이다.


사스나 메르스도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박제화 된지 오래됐다.


그러나 코로나는 달랐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빠른 시일 내에 박제화 되기를 거부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코로나로 인해 경기침체가 올 것을 염려했다.


그러자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연준)은 단호한 조치를 내렸다.


2020년 3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25%로 내리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0.25%로 내렸다.


그리고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매달 120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시장에 공급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양적 완화>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수는 없었다.


기준금리를 내렸고, 시중에 돈을 풀었다.


그러자 M2(총통화량)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런 조치는 그러지 않아도 꿈틀대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해야 하나?


부동산 시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한동안 굶었던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늦다고 생각될 때가 제일 빠른 겁니다. 지금 당장 아파트를 사십시오. 안사면 평생 후회할 겁니다.”


몇 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소통매체를 통해서, 그들은 강력매수를 외쳤다.


그들의 강력매수 추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동산은 올랐다.


오르고 또 올랐다.


아버지는 그런 방송을 볼 때마다 분통을 터트렸다.


“저, 나쁜 놈들. 저 놈들이 방송에 나와 부추기고 있는 거야. 저러니 집값이 오르지.”


아버지는 괜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셨다.


“내가 두 채를 갖고 싶다니, 세 채를 갖고 싶다니? 이렇게 열심히 살았으면 작으나마 내 집 한 채는 지니고 살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이게 뭐야? 자고 일어나면 오르고, 자고 일어나면 또 오르고,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겁나. 뉴스 보기가 겁난다고.”


불과 일 년 전까지,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셨다.


집값이 오르면서 아버지께서 술을 찾는 경우도 그만큼 늘어났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정부는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다.


집값은 정부의 규제책을 비웃듯이 올랐다.


인기지역, 비인기지역 구분도 없었고, 아파트 빌라, 단독주책 구분도 없이 올랐다.


“부동산아! 이래도 안 꺾일래? 이래도? 정부하고 한 번 붙어보겠다는 거야, 이것들이 정부를 우습게 봐? 에이, 엿 먹어라.”


약이 바짝 오른 정부는 부동산 규제책을 또 내놓았다.


정부는 이래도 소용없다는 걸 몰랐는지, 알면서도 그랬는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가만있기가 미안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동산 규제책을 한 달이 멀다하고 쏟아냈다.


부동산 규제책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 터지게 드시라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놓더니, 이번에는 그 음식을 배 터지게 먹고 살쪘다며 다이어트 하라고 다그친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경우를 병 주고 약주고, 라고 하던가!


“다이어트 하라고 다그칠 게 아니라 소박한 밥상을 차려줬어야 하는 거 아냐? 시중에 돈을 저렇게 많이 풀어놓으면 집 값 오르는 거 당연한 거 아냐!”


이런 주장은 힘을 받지 못했다.


과거의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부동산가격의 상승기에 있을 때는 그 어떤 규제책도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렇듯이 하락기의 부양책 역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당연하지만 초 저금리와 총통화량 증가는 물가도 자극했다.


공짜인 줄 알았던 재난 지원금도 물가를 자극하는데 한 몫 했다.


우리나라는 덜해도, 미국의 재난 지원금은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다.


예를 들자면, 일하면 100만원을 벌수 있는 근로자가 집에서 놀면 8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일부의 근로자들은 쉬면서 80만원을 받는 쪽을 선택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20만원 더 벌자고 일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멕시코를 포함한 불법노동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이들의 이주를 차단한 미 정부의 조치도 값싼 노동력 공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인건비가 올랐다.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운송에 차질이 생기니 물가가 오른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역시 물가상승을 부추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가루 생산에 큰 몫을 차지하는 나라였다.


유럽은 러시아와 연결된 가스관을 통해 값싼 가스를 공급받고 있었다.


전쟁이 터지자 밀가루 값이 폭등했고, 가스 값도 폭등했다.


국제 유가 또한 한 때 백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의 가장 핵심요인은 초저금리와 총통화량의 급증이었다.


2021년 초.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되었다.


몇 달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롬 파월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가 상승 추세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2022년 초.


연준은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달려야했다.


연준은 기준 금리를 미친 듯이 올렸다.


불과 2 년 전, 기준 금리를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미친 듯이 돈을 뿌려대던 바로 그 연준이었고, 바로 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었다.


한국은행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발 맞춰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금리보다 더 높으면 국내에 들어온 해외자금들이 빠져나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많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슈를 만들어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일부 사람들이 이런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1%이내에서는 자금의 해외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이상 벌어진다면?


그 때도 괜찮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금리가 오르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신기한 일, 어쩌면 당연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책을 미친 듯이 내놔도 비웃듯이 오르기만 했던 부동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미친 듯이 내렸다.


부동산 가격이 고점 근처에 있을 때 판 사람은 세상 경험이 많은 60, 70대가 가장 많았다.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세상 경험이 적은 20, 30 대가 주를 이뤘다.


젊은 세대들은 공포감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집값의 꼭대기 근처에서, 부모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초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저금리시대와 중금리시대를 쏜살처럼 지나 고금리시대로 접어드는 데는 일 년도 걸리지 않았다.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벌어진 이 폭력적인 통화정책은 많은 사람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었다.


우선 집값 상승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 장만을 한 사람들의 행복은 일장춘몽이었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집값에 절망하고, 끝도 없이 커지는 대출이자 부담에 죽음과 같은 고통을 받아야했다.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준영의 부모님처럼 깡통전세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더 컸다.


집값이 오를 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서 괴로웠고, 떨어질 때는 깡통전세로 더 괴로웠다.


그들은 이런 고통을 마치 숙명처럼 끌어안고 살아야만했다.


단지 내 집 장만을 할 돈이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말이다.


#


“아버지. 이 아파트 처음 전세 계약 하실 때도 모르셨죠? 주인이 250채나 갖고 있다는 거요?”


중간에 전세 재계약을 한 번 했으니 4년 전의 일이다.


재계약할 때도 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그 돈 마련하느라 부모님이 진땀 흘렸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몰랐지. 주인이 말 안하면 그걸 어떻게 알아? 등기부등본에도 안 나타나고 말이야.”

“그러네요.”

“그리고 너, 등기부등본, 그거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거 아니? 나도 이번에 알았어.”

“말도 안돼요. 아니, 그러면 어떡해요? 다들 등기부등본보고 부동산 거래하는 거 아니에요? 도대체 정부와 국회는 그동안 이런 것도 법제화 안 하고 뭐했대요?”

“내 말이 그 말 아니냐! 그 인간들 유치한 말싸움이나 할 줄 알았지, 서민들이야 이렇게 억울한 일을 겪어도 관심도 없어.”


어머니까지 거들고 나섰다.


“아니, 평생 죽어라 일해도 내 집 한 채 장만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250채라니! 이게 정의로운 세상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아버지는 울분을 토했다.


“에휴. 이놈의 세상은 왜 이렇대요?”

“아! 신신애가 오죽하면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했겠어? 에휴, 모르겠다. 난, 술이나 마셔야겠다. 속이 상해서 맨 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어.”


아버지는 단숨에 두 병 째 소주를 다 비우셨다.


#


아버지는 퇴직 후 가장 바쁜 나날들을 보내셨다.


소일거리가 생겼으니 활기가 넘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 아파트 주인이 소유하고 있는 250채의 아파트 중 한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라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우리가 힘을 합쳐 이 주인 놈을 찾아내야하지 않겠습니까? 내 재산, 내 가족 내가 지켜야지, 정부가 지켜주겠습니까?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맞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 당장 만납시다.”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 사람을 만나러 나갔다.


250채의 집을 소유한 집 주인이 잠적함으로써 발생한 깡통전세 피해자들의 모임이 결성되었다.


우울하고 슬픈 이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아버지는 하루 종일 분주히 뛰어 다니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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