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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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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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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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실험 정신! 돈도 좋지만

DUMMY

다음날 진료를 마감한 준영은 한 손에는 왕진가방을, 또 다른 한손에는 한약 가방을 들고 한의원을 나섰다.


“원장님. 어제도 왕진 가시더니 오늘도 가세요?”


차 선생이 물었다.


“예. 오늘도 갑니다.”

“아니, 하루 종일 환자 진료 하시고 힘 드셔서 어떡해요? 퇴근 후라도 좀 쉬셔야 할 텐데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환자 사정이 딱하니 안 갈수도 없고요.”

“그 무거운 걸 직접 들고 가세요? 환자 분한테 찾아가시라고 하시던가, 택배로 보내시던가 하시지.”


이번에는 조 선생이 물었다.


“환자 사정이 좀 급해요. 택시타고 가면 돼요. 나, 갑니다.”


그는 양 손에 가방을 들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섰다.


태음조위탕(太陰調胃湯)!


그가 한 손에 들고 있는 한약가방 안에는 태음조위탕을 달인 약물이 파우치 팩에 담겨있었다.


“야! 허준영. 너 미쳤냐? 제 정신이야? 우와! 이런 돌팔이를 봤나!”


그가 은우에게 태음조위탕을 처방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모르긴 해도 선배들이나 동료 한의사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음조위탕은 위완수한표한병(胃脘受寒表寒病)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비만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어이없는 건, 한성 태음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비만 치료제로 활용하는 것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비만 체형은커녕 다이어트로 몸이 상한 은우에게 태음조위탕을 투약 하다니!


조롱거리가 될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확신했다.


‘한사와 습사의 침범으로 인해 유발된 한성 태음인에게는 태음조위탕이 가장 적합한 처방이야.’


그는 비만 치료가 이 처방의 기본 정신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다만 그는 양을 조절했다.


태음조위탕


의이인 건율 나복자 오미자


맥문동 석창포 길경 마황


이 본방(本方)에서 의이인과 나복자의 양을 늘리고, 마황을 1/3로 줄였다.


그는 지금까지 사상체질처방을 활용할 때, 가감도 하지 않았고, 양도 조절하지 않았다.


이제마 선생이 제시한 본방 그대로 처방했다.


자신 없으면 본방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한약의 양을 조절하려는 것이다.


그는 야릇한 흥분을 느꼈다.


그의 이런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


그가 양손 가득 가방을 들고 은우 집 현관에 서 있는데. 노랫소리가 들렸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이다.


은우가 부르는 노랫소리라고 짐작했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현관문 앞에서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Stevie Wonder의 <Lately>.


그도 좋아하는 노래이다.


‘은우가 이 오래된 노래를 어떻게 알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발표된 노래 아닌가?’


하긴 뮤지션이 꿈인 은우니까. 오래된 노래도 아는가보다.


연습생에게 이런 표현은 예의가 아니지만, 노래를 꽤 잘한다.


고음이 아주 자연스럽고, R&B특유의 밴딩이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다.


일부 R&B 가수들은 밴딩을 지나치게 구사하기도 하는데, 그는 이런 스타일을 몹시 거북해하는 편이다.


그는 은우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오빠.”


돌아보니 은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은교야.”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안 들어가고?”

“은우가 노래 부르나보네. 끝나면 들어가려고.”

“아아. 그랬구나.”


두 사람은 현관 앞에 서서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복도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 를 반복했다.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 노래가 이렇게 긴 노래였나? 베토벤의 <합창고향곡>보다 더 긴 것 같다.”


그의 말에 은교는 약간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않더니, 도어 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노래는 아직 덜 끝났는데도 말이다.


“들어가자, 오빠.”


은우는 거실에 있었다.


자기 방에 누워 있어야할 은우였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서 있었다.


거실 한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가 그를 보고는 인사했다.


“오셨어요, 선생님.”


표정이 아주 밝다.


은우의 목발은 거실 한 쪽에 세워져 있었다.


은우 어머니는 곁에 서서 넘어질지 모를 은우를 에스코트하고 있다가 소리쳤다.


“선생님. 은우가 걸어요. 보세요. 우리 은우가 걸어요. 조금 전부터요.”


은우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걸음걸이는 아직 불안했다.


그러나 며칠 전 입원실에서의 걸음걸이보다는 훨씬 반듯했다.


“은우야.”


은교가 울먹이며 동생에게 달려갔다.


“누나!”


그는 직감했다.


부항!


습부항의 위력이다.


은우의 다리에 있던 악혈을 뽑아주자, 그 자리를 맑은 피가 재빨리 채워준 것이다.


결국 악혈이 혈액순환을 방해해서 또 다른 악혈을 만들던 악순환의 상황을 선순환으로 바꾼 것이다.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정도인가? 부항의 위력이 이 정도인가!’


그 역시 부항치료를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다이내믹한 효과를 발휘한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그는 단 한 번의 치료로 얻은 결과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한약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아아! 이 한약 괜히 지어왔나?’


무거워 죽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부항하고 뜸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할 것 같은데? 상황을 봐서 침을 놓던가하고 말이야.’


은우어머니가 다가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허리를 완전히 꺾어 고마움을 표했다.


“아유, 아닙니다, 어머님.”


그도 고개를 숙여 맞인사를 했다.


“그거 은우 한약이죠? 저 주세요. 무거우실 텐데요.”

“아, 아닙니다. 이건 제가 먹을 한약입니다.”

“그러면 은우 한약은?”


그녀는 준영을 살폈다.


다른 한약 가방이 보이지 않자 약간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실은 제가 오늘 한의원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부항하고 뜸, 그리고 침으로만 치료해보고 한약을 쓸지 말지는 그 때가서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은우 한약을 안 지어왔습니다.”

“아 예. 그러셨군요.”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은우어머니는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우리 은우, 하루라도 빨리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한약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는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약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뭐.”


그가 한약을 보류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부항, 뜸, 침, 한약!


이렇게 네 가지 치료를 병행해서 은우를 고치면 어떤 치료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한 건지 확인하기가 조금 어려워진다.


한약 치료를 배제시키면 세 가지 치료법이 남는다.


그러면 판단하기가 덜 힘들다.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침 치료도 제외시키자.’


그러면 습부항, 뜸. 두 가지가 남는다.


확인이 훨씬 쉬워질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습부항 치료만으로도 놀라운 효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그의 자신감을 부추겼다.


이제 겨우 삼십 대 초반.


돈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공부할 때고, 도전할 때다.


그는 그렇게 작심한 것이다.


“은우야. 오늘 치료 시작하자.”


은우는 어제처럼 엎드렸다.


사혈한 후 붙여줬던 밴드를 뗐다.


사혈했던 자국이 여러 군데 남아있었다.


뒤탈은 없었다.


“오늘은 어제 사혈했던 부위 말고, 다른 부위에 한 번 더 습부항을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선생님.”


어머니의 말투는 한결 더 부드럽다.


“그런 다음 뜸을 뜰 겁니다. 사혈한 부위는 피해서 뜰 거고요. 마늘 위에 쑥뜸을 올려놓는 간접 뜸을 뜰 생각이에요.”

“어머? 어떡해요, 선생님. 마침 집에 간 마늘은 있지만 통마늘은 없는데요. 사와야겠네요.”

“엄마. 내가 마트 가서 사올게.”


은교가 일어섰다.


“아냐. 괜찮아. 내가 준비해왔어.”


그는 왕진가방에서 부항기 세트와 쑥뜸통, 그리고 얇게 썬 마늘이 담긴 비닐봉지를 꺼냈다.


그는 습부항시술을 할 해당부위를 마음으로 이미 정했다.


오금의 중앙에 위치한 위중혈의 위쪽 7센티 지점이다.


그는 그 부위를 소독하고 은우에게 소리쳤다.


“자, 사혈한다.”


타타타닥!


은우는 어제보다 잘 참았다.


이런 순간을 참으면 머지않아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봤기 때문 일 것이다.


치료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그를 은교가 뒤따라 나왔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거렸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말을 막을 심산으로 먼저 말을 했다.


“갈게. 오늘 따라 피곤하네.”


그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화살표는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았다.


길게만 느껴지는 그 짧은 시간을, 그는 견디기 힘들어 같았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더 낫겠다.”


그는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서운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고마워, 오빠. 수고 했어.”


그는 손만 잠깐 들었을 뿐이었다.


#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다.


오랜 만에 일층 백반 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일어서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마 대표다.


마 대표는 시원하게 웃음부터 터트렸다.


얼마나 실감나게 웃는지!


마 대표의 침이 그의 입에 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역시 허원장님이셔. 역시. 아니, 그렇게 안 낫고 속을 썩였는데, 어떻게 부항 두 방으로 은우 병을 고칠 수가 있어요?-

-나을 때가 되서 나은 것뿐입니다.-

-또, 겸손. 또 또 겸손. 하하하. 조금 전에 은우하고 통화했는데, 부항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좋아진다고 신기해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아무튼 다행이네요. 오늘은 저도 아직 확인 안 해봤네요. 저녁에 왕진 가서 보려고요.-

-아니! 부항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어떤 치료법이든 다 그렇지만, 부항도 딱 들어맞으면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요, 원장님. 그 부항을 제 얼굴에 붙이면 현빈 얼굴로 만들 수 있나요?-

-예?-

-아니, 부항으로 은우 병도 고칠 정도면 제 얼굴을 현빈 얼굴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요?-

-펄펄 끓는 죽 먹는 것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그는 단호했다.


-아, 그래요!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현빈하고 또오∼옥 같지는 않더라도 비스므리하게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하하.-

-안됩니다. 안된다니까요.-

-아니, 그렇게 안 된다고만 하시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보시죠. 원장님은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안된다니까 자꾸 그러시네요.-

-저만 현빈 얼굴로 만들어주시면 원장님 떼돈 버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요. 제 주변에도 지금 자기 얼굴로 백 살까지 사느니, 현빈 얼굴로 일주일만 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남자들 수두룩하거든요.-

-안된다고요. 안된다고요. 아, 정말! 택도 없는 소리 하실 거면 그만 끊으세요.-

-아니, 원장님.-


그는 휴대폰을 끊어버렸다.


“바랄 걸 바라야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말이야”


그는 휴대폰은 내려다보면서 으르렁댔다.


“아아, 배고파 죽겠는데, 밥 먹으러가는 사람 붙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아니. 그게 되면, 내가 지현 씨한테 못 생겼다는 소리 듣고 살겠느냐고! 평생 얼굴에 부항 붙이고 살지.”


오늘은 진혜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희진도 보이지 않는다.


주문한 콩나물 해장국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지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마대표님 지금 울고 있어요. 준영 씨한테 상처 받았다면서요! 불쌍할 줄 알았는데, 전혀 불쌍하지가 않네요. 그냥 웃음만 나와요. 큭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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