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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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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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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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7화 의료사고

DUMMY

-추상준. 그 사람 이름하고 은교 씨하고 사귄다는 거, 두 가지만 알고 어떻게 이틀 만에 알아냈느냐고요?-

-예.-

-그까짓 거 장난이죠. 뭐, 그런 걸로 다 놀라고 그러세요. 촌스럽게, 하하하.-


마 대표는 추상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는 듣고만 있었다.


#


그는 은우 집 거실로 들어섰다.


은우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아진 정도가 아니라 신기해요. 아니 무슨 마술을 보는 것 같아요. 호호호,”

“제가 우리 <키즈 인 타운> 멤버들에게 자랑했어요. 원장님이 해리포터 같다고요.”

“그래! 많이 좋아져서 나도 기분이 아주 좋다. 보람을 많이 느껴.”

“오늘은 낮에 은우가 집 근처를 산책도 했어요. 한 삼십 분 정도 걸었을 거예요, 아마. 이게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은우 어머니는 울먹이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내일 부터는 제가 한의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게요, 선생님.”

“그래. 그러자. 실은 나도 왕진 오는 게 좀 지치네.”


그는 마지막 왕진을 마무리하고 은우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


은교의 아파트 놀이터로 갔다.


은교와 사귈 때 자주 갔던 놀이터였다.


그는 은교와 그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십 분 후. 은교가 모습을 보였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


원장님에서 다시 오빠다!


아무튼 상관없다.


“아냐. 나도 금방 왔어.”

“왜? 무슨 일로? 나한테 할 말이 있어?”


은교는 궁금증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티끌 하나 없는 해맑은 눈이다.


그는 그런 은교의 눈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 망설이던 그는 뭔가를 결심한 듯 재킷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은교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은교는 봉투를 받아 앞뒷면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는 봉투였다.


“꺼내 봐.”


은교는 봉투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추상준의 주민등록등본.


은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그는 참았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넌 남자 보는 눈이 그렇게 없니? 추상준, 그 자식 애 딸린 유부남인줄도 모르고 만난 거야? 아니면 알고도 만난 거야?”


그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세상에!”


놀라는 걸보니 몰랐나보다.


“이 자식. 너만 만나고 있었던 거 아냐. 너 말고 여자가 또 있다고. 이 자식! 제 마누라까지 합치면 여자가 셋이라고.”


은교는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더 있을지도 몰라. 천하의 바람둥이야, 이 자식.”

“오, 오빠는 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어?”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는 말 몰라? 나, 다른 여자하고 바람 폈다고 걷어찼으면 좀 반듯한 남자하고 사귀면 안 되냐?”

“몰랐어. 난 전혀 몰랐어, 오빠.”

“난 한 눈에 알았는데, 넌 왜 몰라? 그렇게 많이 만나고도 왜 모르냐고?”


은교는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지나가던 중년의 남녀가 힐끔거리면서 보더니 사라졌다.


“다음엔 제발 제대로 된 남자 만나라. 그래야 내가 너한테 덜 미안할 거 아냐!”


그는 우는 은교를 혼자 내버려두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준영에게 치료 받은 지 2주 후, 은우는 다시 안무 연습실에 나타났다.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은 그를 환영했다.


은우의 건강이상으로 인해 팀의 데뷔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고, 어쩌면 데뷔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일거에 사라졌다.


그러나 은우는 멤버들의 춤을 지켜보고만 있어야했다.


마 대표는 은우를 따로 불렀다.


“너도 한의사 선생님한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 잘못하면 재발할 수 있어.”

“그러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팀에서 쫓겨나는 거예요?”

“왜 그걸 쫓겨난다고 생각하니? 은우야! 너, 솔로가수로 데뷔하는 건 어떠냐? 장르를 발라드로 바꿔서 말이야.”

“요즘 누가 발라드 들어요? 아이돌 그룹, 걸 그룹만 뜨는 걸요.”

“그렇지도 않아. 우리 솔직히 말해보자. 아이돌 그룹, 걸 그룹 수명이 얼마나 가냐? 정말 성공한 팀도 10 년 버티기 힘들어. 잘 해봐야 3년? 5년? 그 정도 아냐.”

“그렇기는 하죠.”

“그 다음엔 어떡할래? 한 때 잘 나가던 아이돌 그룹 선배들 지금 뭐하고 있는지, 너도 알잖아.”


은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가볍게 춤추는 건 몰라도 격렬한 춤은 힘들대. 그러니 <키즈 인 타운>은 4명으로 데뷔하고, 넌 발라드 가수로 데뷔하는 거다. 요즘은 발라드 가수는 크게 폭발적인 인기는 못 끌어도 온돌방처럼 은은하게 오래가잖아.”


은우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 부탁 한 가지 들어주시면 안돼요, 대표님?”

“말해봐.”

“제 데뷔 앨범에 제가 작곡한 곡 한 곡하고, 예찬이 곡 한 곡을 꼭 넣고 싶어요. 그것만 들어주시면 솔로로 데뷔할게요.”

“그래. 알았다. 그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자.”


#


전화가 왔다.


마 대표다.


-은우는 <키즈 인 타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아니 내가 DS 엔터의 임원이야, 프로듀서야. 회사 대표는 자긴데, 이런 거까지 나한테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 차암.’


인터폰이 울렸다


-원장님. 신환입니다.-


그는 전자차트를 보았다.


김인석 29세. 남자.


그는 선글라스를 쓴 채 진료실에 들어왔다.


의자에 앉을 때까지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그는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지만 참았다.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습니까?”

“제가 안구건조증이 심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그제야 알았다.


김인석이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이유를.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눈을 뜨고 있는 게 힘들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있는 게 오히려 편한 경우가 많은데, 사람 앞에서 눈 감고 있는 게 예의가 아니라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이다.


“눈이 뻑뻑하고, 가렵기도 하고, 어떨 땐 눈에서 열감도 느껴지고요. 낮에 햇살이 강하거나, 이렇게 조명 아래서는 눈이 부시기도 하고요. 아! 정말 불편해 죽겠습니다.”


김인석은 간절한 심정으로 호소했다.


“다른 질환은 없습니까, 가령 류마티스나 비타민 A가 부족하거나요?”

“그런 건 없고요. 만성 결막염이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치료하면 괜찮다가 또 그러고, 또 그러고, 그러네요.”

“혹시 술 담배를 하시나요?”

“예. 둘 다요. 술을 많이 마시면 그 다음날은 더 심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술 담배 때문인가요?”

“술 담배가 1차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끊는 게 좋지요.”

“아! 끊는다 끊는다하면서도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서요.”


김인석은 뒷머리를 긁었다.


“압니다. 그래도 노력은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우선 술부터 좀 줄여보시지요.”“노력해보겠습니다, 원장님.”


김인석은 아주 예의 바르게 말했다.


“그러면 진맥을 좀 하겠습니다.”


그는 진맥을 마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선글라스를 잠깐만 벗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예.”


김인석은 순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는 그의 눈 상태를 살핀 후 말했다.


“됐습니다. 다시 쓰셔도 됩니다.”

“선글라스를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안구건조증이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구차스러운 일이고요, 건방져 보인다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러시군요.”

“사실은 제가 중고차시장에서 세일즈 일을 하고 있는데, 선글라스 쓰고 고객을 맞이하기에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선글라스를 벗으면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질끈 감게 되고요. 사회 생활하기 참 힘들어요.”

“이해합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안 쓰는데, 오늘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요. 죄송합니다, 원장님.”


김인석의 말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괜찮습니다. 제 앞에서는 쓰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김인석은 아주 예의바르게 고개까지 숙였다.


“오늘은 침 치료를 받으시죠. 한약 치료도 같이 하시면 효과가 훨씬 좋아질 겁니다.”

“뭐든지 다 해주십시오. 나을 수만 있다면 원장님께서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눈 주위에 있는 혈자리에 침을 놓을 겁니다.”

“눈에 침을 찌른다고요?”


김인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 겁먹을 건 없습니다. 눈동자에 침을 찌르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직자(直刺)만 하는 게 아니라 사자(斜刺)합니다. 제 왼손 엄지와 검지로 눈 주위의 살을 집어 올린 다음 자침할겁니다. 약간 따끔하기는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아 예. 저는 눈에 침을 놓을 거라고 하시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도 미리 설명을 해주시니.”

“한 가지 더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눈 주위에는 아주 가느다란 혈관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제가 침을 놓을 때 최대한 혈관을 피해서 놓긴 하겠습니다. 하지만 가는 혈관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피해서 침을 놓는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 예!”

“그래서 침을 맞으신 후에 멍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멍드는 건 아니고, 쌀알만 하게 멍이 들 수 있습니다. 그 점은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쌀알만 하게요? 나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야 뭐.”

“그러면 침구실로 들어가시죠. 침을 놔 드리겠습니다.”


정명{睛明:눈 안쪽 끝의 함몰부위}에 비스듬히 자침했다.


찬죽(攢竹:눈썹 안쪽 끝의 약간 아래 오목한 곳)에 역시 비스듬히 자침했다.


사죽공(絲竹空:눈썹 외측의 함몰부위)에 1mm 깊이로 직자했다.


사죽공에 직자할 경우, 침이 쓰러지기 때문에 침병과 침체를 합해 2cm 길이의 수지침으로 자침했다.


승읍(承泣: 검은 눈동자의 아래눈꺼풀의 약 1cm 아래)은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살을 집어올린 다음 안쪽 방향으로 사자했다.


동자료(瞳子髎: 눈꼬리 바깥으로 약 1,5cm의 함몰부위)에 수지침으로 직자했다.


그리고 합곡(合谷)과 백회(百會)에도 자침했다.


한약도 처방했다.


그는 의서에 수록된 처방을 쓰지 않고 창방(創方)했다.


생지황 당귀 시호 전호

갈근 황금 형개 방풍

금은화 백복령 택사 백지

박하 용담초 선복화 그리고 감초


당연하지만, 이 처방은 안구건조증이 있는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처방은 절대 아니다.


오로지 김인석에게만 쓸 수 있는 맞춤처방이다.


#


나흘 후.


김인석은 다시 내원했다.


그는 이번에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벗지 않았다.


“며칠 만에 오셨네요. 침을 계속 맞으셔야 하는데, 며칠 쉬었다 오시면 치료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는 약간 나무라는 투로 말했는데, 김인석은 대답 대신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의 양쪽 눈 밑으로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된 거냐고요? 선생님이 제 눈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저한테 그걸 물으시면 어떡합니까?”


따지는 말투라기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말투였다.


침으로 인해 생긴 멍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그는 지금까지 눈 주위에 수백 번도 넘게 자침했고, 멍이 드는 경우도 여러 번 봤다.


그러나 계란만 하게 멍이 드는 건 처음 봤다.


눈썹 위에도 메추리알보다 큰 멍이 들어 있었다.


반대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마치 누군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멍이 들어 있었다.


“사람 눈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침을 계속 맞아야하는데 왜 안 왔냐고요?”


김인석은 조금 전보다 목소리를 약간 더 높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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