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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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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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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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하지무력

DUMMY

마 대표는 신이 나서 <윈드밀>을 설명했다.


“<윈드밀!. 말 그대로 풍차 돌리기. 처음에 두 손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바닥에 대고 엎드려요. 이때. 배, 무릎은 바닥에 닿으면 안돼요.”


입원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했다.


이를 간파한 마 대표는 더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태에서 양 다리를 풍차 돌리듯이 돌려요.”


마 대표는 은우의 눈치를 힐끔 봤다.


맞나, 확인하려는 것 같은 표정.


은우가 맞아요, 라는 표정을 짓자 더욱 신난 마 대표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마아아구 돌리다가 어느 순간 몸을 돌려 등을 바닥에 대고 마구 돌리다가 일어나는 춤을 <윈드밀>이라고 하는 겁니다. 플로어면 직접 보여줄 텐데······. 아, 아깝네.”


그와 지현은 긴가민가했다.


“춤꾼들끼리는 굳이 이런 말이 없는데, 춤을 워낙 모르시니까. 말로 설명하기가 더 힘드네요. 하하하.”


조금 전 한식집에서 췄던 춤 실력으로 봐서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또 이럴 때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춤을 몸이 아닌 말로 배운 건가? 아니면 십 대 때는 펄펄 날았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가?’


준영이 마 대표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저기, 준영씨. 은우 진찰하는데, 윈드밀이 어떤 춤인지 알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지현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게요. 몰라도 되죠.”


그와 지현이 마 대표를 바라보았다.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난 또. 괜히 헛힘 썼네. 진찰 계속하세요.”


그는 다시 은우를 바라보았다.


“<윈드밀>! 그 동작이 난이도가 높은 춤이니? 부상이 많이 발생하는 춤이냐는 걸 묻는 거야.”

“그런 편이죠. 비보이들이 추는 춤들은 대개 난이도가 높아요.”

“그렇겠지!”


그도 방송을 통해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윈드밀>보다 더 어려운 춤도 많아요. 그래서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요. 하지만 그 정도 춤은 처음 추는 것도 아니고 수백 번도 더 춘 춤이라 괜찮겠지, 하고 췄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면서 서질 못 하겠더라고요.”

“으음. 아까 마 대표님 설명을 들어보니까 <윈드밀>은 다리보다 손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던데?”

“예. 처음 출 때 엎드린 상태에서 시작하니까요. 그 외 부분에서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춤은 힘이 많이 들어가면 안 되거든요. 최대한 힘을 빼고 부드럽게 춰야 해요. 그래야 춤선이 멋있게 나오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는 은우의 설명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윈드밀에 대한 마 대표의 설명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윈드밀은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춤이 아니다.


마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윈드밀은 다리가 허공에 떠있는 시간이 오히려 길다.


그런데 은우는 윈드밀을 추다가 다리에 힘이 빠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춤이 부상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이런 속담이 있듯이, 윈드밀을 추는 도중에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다.


‘윈드밀에 대한 대표님 설명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네요.’


이 말을 했다가는 마 대표는 다시 시끄러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간호사한테 발각되면 진찰을 끝내기도 전에 입원실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안돼요. 나가주세요.”


마 대표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그는 은우에게 계속 물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말이야?”


은우는 대답을 안 하고 준영의 뒷편에 서 있는 마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왜? 내가 뭐? 내 눈치 볼 것 없어. 은우야. 이렇게 된 마당에 다 이야기 해.”

“사실은 일 년 전부터요. 지금까지 서너 번 쯤 그랬어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마 대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은우는 고개만 끄덕였다.


은교 역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 그런 말을 왜 여태 안 했어?”


마 대표가 물었다.


“하면 팀에서 쫓겨날까봐 숨겼어요. 죄송해요, 대표님.”

“세상에!”

“하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이에요. 진짜에요.”

“지금 상태가 어떠니? 침대에서 내려 와서 한 번 걸어볼래.”

“못 걸어. 오빠. 목발을 의지해서는 겨우 걷는데 그냥은 못 걸어.”

“목발 짚고라도 한 번 걸어볼래?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


은교가 은우를 부축했다.


은우는 목발에 의지해 천천히 걸었다.


그러나 걷는다기보다는 다리로 질질, 바닥을 쓸었다,


그것도 무기력하게.


“수고했다. 다시 침대위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반드시 누워볼래.”


마 대표가 나서서 은우를 침대위에 눕혔다.


“상태가 좋을 때는 목발 없이 걷기는 해요. 하지만 아주 힘들어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고요.”


은우가 말했다.


“조금 전에는?”

“지금은 좀 심한 편이에요.”

“알았다.”


그는 은우의 맥을 짚었다.


침부(沈部)에서 세맥(細脈)과 완맥(緩脈)이 잡혔다.


그리고 허맥(虛脈)도 잡혔다.


‘허맥이라니!’


18살의 혈기 왕성한 나이의 남자아이에게서 허맥이 잡히다니!


“오빠!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중증근무력증도 아니고, 루게릭병하고도 양상이 다르다고 하셨어.”


은교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알고 있어. 그런 병은 아냐,”

“그러면서도 병명을 시원하게 말을 못하네.”

“중요한 건 병의 원인과 치료이지 병명이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어.”


은교는 무슨 뜻이야,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병명이라는 건 편의상의 분류일 뿐이지, 병의 본질은 아니잖아. 가령, 우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준영이라고 지어주셔서 준영이지, 진영이라고 지어주셨으면 진영인 거잖아. 내가 준영이든 진영이든 같은 사람이잖아? 이름이 본질을 규정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지.”


은교는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은교를 힐끔 쳐다본 후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은우는 원래 허약한 몸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는 좀 더 알아봐야하겠지만, 한사(寒邪)와 습사(濕邪)의 침범을 당했다.


찬 기운과 습한 기운은 무거운 성질이 있어 인체의 하부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 한사와 습사가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의문이 다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지를 못 쓰나? 증상이 이렇게 심할 수 있단 말인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 감을 느끼는 정도가 보통일 것이다.


심하면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


습도가 높거나 찬 기운에 노출되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은우처럼 이렇게 심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렇게 심한 상태가 된 데는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좀 더 찾아봐야한다.’


그는 눈을 감은 채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떴다.


그런 다음 마 대표를 쳐다보았다.


“대표님. 은우가 침대에 엎드릴 수 있게 도와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마 대표는 은우를 엎드릴 수 있게 했다.


그는 은우의 입원복 바지를 최대한 올렸다.


‘역시 그랬군!’


짐작대로였다.


은우의 허벅지에서부터 오금을 거쳐 종아리까지 가는 실핏줄이 드러나 있었다.


마치 거미줄처럼.


하지정맥류!


심한 경우는 아주 큰 지렁이 같은 혈관이 툭툭 불거진다.


그러나 은우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몇 개의 정맥이 심하게 불거진 게 아니라 모세혈관이 팽창된 것이다.


“모세혈관이 심하게 확장되어 있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하지정맥류가 아니다.


“의사선생님도 그러셨어.”


은교가 옆에서 말했다.


“이 정도면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서 지켜보자고 하지 않았어?”

“응, 맞아, 오빠.”

“잘은 모르겠지만, 이건 수술하기도 애매할 것 같네.”

“뭐라고, 오빠?”


그가 혼잣말처럼 하는 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은교의 두 눈이 반짝였다.


“아냐. 나 혼자 한 말이야.”


우리 사귈 때 이렇게 잘 하지. 그 때는 잡아서 소금에 절인 냉동 생선처럼 대하더니, 이제 와서······.


그는 은교에게 서운했던 감정을 삼키며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은우는 한사와 습사의 침범만 받은 게 아니라 어혈(瘀血: 죽은 피)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어혈 때문에 하지의 운동이 심하게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그의 머릿속으로 치료방침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그는 은우의 병이 왜 정밀검사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


한사, 습사는 물론 어혈은 어떤 검사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양방에서는 이런 논리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양방의학과 한의학은 이론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출발부터 다르다.


그러니 양방의학적인 관점에서는 한의학이 비과학적인 학문으로 보일 수도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학문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한사, 습사, 어혈은 순수 한의학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이해도, 인정도 하기 싫을 것이다.


그러니 양방의사들은 정밀검사를 통해 은우의 병명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고, 그러니 치료에 들어갈 수 없고, 재활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담당 의사의 유무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오히려 은우에 대한 치료의욕을 느꼈다.


양방의사도 모르는 병을 못 고쳤다고해서 비난 받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는 아니었다.


만일 고치면 찬사를 받을 테니, 그의 입장에서는 밑져봐야 본전이기 때문도 아니다.


묘하게도 양방의학이 강한 분야는 한방이 약한 경우가 많다.


수술 분야나 세균학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조선 시대의 명의 허준영이 세자의 장옹을 수술하는 것을, 그는 경험했다.


그리고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세균의 존재를 주장하다가 미친놈이라 매도당하고 죽을 뻔했다.


그러나 수술과 세균은 지금도 한의학에서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이 분야에서는 양방의학이 월등히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양방의학이 취약한 면에 한방의학의 강점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즉, 환자는 분명 증상이 있는데, 검사상 이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혜리의 안면신경마비나 마 대표의 코피도 그렇다.


뇌의 정밀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두통도 많다.


X- ray검사나 단층촬영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요통도 많다.


현대의학은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앞으로도 눈부신 발전을 하겠지만, 완벽한 학문은 아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한의학 역시 부족한 부분이 아주 많다.


그런 면에서 한의학과 양의학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다.


“은우야. 너 혹시 다이어트도 하니?”


그는 마 대표를 의식하지 않고 물었다.


그러나 은우는 마 대표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다.


“제가 강압적으로 시키는 건 아니지만 멤버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건 사실입니다. 원장님도 아시겠지만, 이 바닥 현실이 그렇잖습니까?”


마 대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거의 안 먹어요. 물만 마시고, 야채샐러드 먹고, 하루에 방울토마토 몇 개로 버틸 때도 있고 그래요.”

“그렇게 먹고 어떻게 버텨? 격렬한 춤을 추면서 말이야.”

“나만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 멤버들 다 그래요. 그런데 저 혼자만 어떻게 먹어요?”


그는 은우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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