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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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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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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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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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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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화 DS 엔터의 위촉의가 되다.

DUMMY

아버지는 선물 받은 전자제품들을 주욱 둘러보시면서 말씀하셨다.


“저것들이 집에 들어왔으면 뭔가 좀 편해져야하는데, 어째 좀 이상하네. 아니, 당신은 무지 한가해진 것 같은데 난 더 바빠진 것 같은 느낌이야.”

“그냥 느낌이 그런 거죠. 당신도 많이 편해졌지 뭘 그래요?”

“그런가?”


가끔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냥 느낌이겠지?


“너무 너무 좋아. 아들아. 난 요즘 너무 좋아서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호호호.”


그렇다고 어머니가 정말 밥을 안 드시는 건 아니다.


전보다 더 많이 드신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5킬로나 쪘다며 며칠 전 운동기구를 들여놓으셨다.


어쨌든 두 분이 행복해하시니까 그도 덩달아 행복했다.


두 분의 행복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은행 대출금을 갚는 일.


열심히 일해야 한다.


돈도 더 많이 벌어야했다.


#


이번 주 토요일은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그는 지현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한가했다.


드라마 출연제의가 몇 개 들어왔지만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광고만 몇 개 찍었을 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냥 택시타고 가면 된다는 데 굳이 데리러 오겠다고, 참. 이러다 스캔들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스캔들? 무슨 스캔들?”


그녀가 그를 보며 물었다.


“아니, 톱스타 윤지현, 꽃미남 한의사와 열애중! 뭐, 이런 기사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택도 없는 소리. 아니, 기자들은 눈도 없대요? 우리가 발가벗고 목욕을 같이 해봐요. 스캔들이 나는가? 아, 저 두 사람 뭔가 있어! 이런 느낌이 팍 와야 취재도 하고, 스캔들도 나고 그러는 거지.”

“뭐? 가, 같이 목욕을?”


그의 얼굴이 발그스레해진다.


“어머! 지금 무슨 상상하는 거야?”

“상상은 무슨 상상?”

“지금 그 눈빛 뭐예요?”

“내, 눈빛이 뭐? 뭐? 사슴처럼 영롱하기만 하구먼.”

“얼굴은 또 왜 빨개져요?”

“갱년기라서 그래요.”

“무슨 갱년기가 삼십대 초반에······, 치료 도구들은 다 챙겨왔죠?”


그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가방을 들어보였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DS 엔터 소속의 아이돌 그룹 <키즈 인 타운>의 안무연습실이었다.


그는 얼마 전 DS엔터의 위촉의(委囑醫)가 되었다.


윤지현과 <키즈 인 타운>을 포함한 소속 연예인과 회사직원들의 건강관리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당장은 <키즈 인 타운>에 집중해야한다.


그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댄스 음악을 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부상이 많다.


멤버들이 부상당했을 때 치료는 물론, 예방관리도 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준영씨. 위촉의 급여를 마 대표님께 현금대신 DS엔터의 주식으로 달라고 했다면서요?”


그녀는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한 후 그렇게 물었다.


“마 대표님께 들었어요?”

“예. 왜 그랬어요. 현금이 낫지 않나? 난 주식은 무섭던데.”

“지현씨도 DS 엔터 주식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가끔 한번 씩 보는데, 이건 무슨 청룡열차도 아닌 게, 확 올라갔다가, 확 내려갔다가······. 오, 난 멀미나서 못 보겠더라고요.”

“하하하. 그런 경우가 종종 있죠.”

“난, 준영씨가 주식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지금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려고요.”


그가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받으려고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주식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몇 개 있다.

도박. 투기. 쪽박. 작전. 주가 조작.


전부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물론 이런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도박하듯이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건전한 투자자도 많다.


주식시장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왜 주식으로 받으려고 해요. 불안하지 않아요?”


그녀는 한 번 더 그렇게 물었다.


“칼을 요리하는데 쓰면 이기(利器)가 되지만, 사람을 해치는데 악용하면 흉기(凶器)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칼은 잘못이 없어요.”

“그렇죠.”

“칼을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듯이, 주식시장 역시 도박하듯 하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 거지, 주식시장은 잘못이 없어요. 얼마든지 건전한 투자를 할 수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한의원에서 보내잖아요. 그러다보니, 세상의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살게 될지, 지현 씨는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하죠.”

“미래 세상을 미리 읽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난 주식시장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저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통로가 된다고 봐요.”

“아, 그렇군요. 난 주식하면 되게 무서운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연예인들 중에 주식으로 돈 날린 사람들도 여럿 있어서 더 그래요.”

“저도 알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키즈 인 타운>의 성공적 데뷔!


그는 이를 믿고 있었다.


원래 다섯 명으로 구성됐던 팀은 네 명으로 재정비했다.


은우는 솔로가수로 데뷔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하지무력은 완치 상태이지만 춤을 출 경우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에디, 라이언, 주노, 혜민,


결국 <키즈 인 타운>은 이렇게 네 명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데뷔앨범에 수록될 곡의 녹음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


데뷔앨범에는 자폐가 있는 천재작곡가 예찬이 작곡한 곡이 두 곡이나 들어간다.


그 중 한 곡은 팀의 리더 에디가 작사한 곡이다.


다른 한 곡은 준영이 쓴 가사에 예찬이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Fever>


그런데 이 곡이 죽인다.


차마 양심상, 자신이 쓴 가사가 죽인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아무튼

죽인다.


이 곡이 엄청난 대박이 터지면 다 같이 터지는 것이다.


<키즈 인 타운>도, 마 대표도, 예찬이도, 그리고 그도 대박이 터지는 것이다.


당연히 DS엔터 주가는 초대박.


그러니 그는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일 그의 예상이 빗나가면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제 가치를 찾아가게 된다.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2022년 말 기준으로 매출이 1조 7000억이고, 영업이익이 2400억이에요. 영업 이익률이 14% 정도, ROE(자기자본 이익률)가 9%가 채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PER(주가수익비율)이 30배 정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2.4 배 정도예요. 그런데 시가 총액이 7조 근처에서 오르내리고 있거든요.”

“아아, 머리 아파. 아니, 준영 씨는 여자하고 데이트할 때 이런 얘기해요? 이러니까 여자들이 싫어하지.”

“우리가 지금 데이트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주식 투자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그런 재미없는 얘기를······. 아우, 정말 비호감이야.”

“처음 들어서 그렇지 자꾸 들으면 재미있어요. 좀 더 들어봐요. 그런데 DS엔터의 매출이 600억, 영업이익이 120억, 영업이익률이 20%예요. ROE도 14% 정도, PER도 18 배, PBR도 1.6 배 정도. 그러니 DS엔터의 현 주가는 비싸지 않아 보이거든요. 물론 두 회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요.”

“DS엔터는 윤지현이 다 먹여 살리고 있다, 뭐 그런 건 자료에 안 나와요?”

“그런 건 안 나와요.”

“제일 중요한 게 안 나오네.”


그녀는 입을 삐죽였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몇 달만 지나면 DS 엔터의 주가는 제 자리를 찾아서 회복이 될 거고요. 만약? 만약 <키즈 인 타운>이 큰 성공을 하면 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 몰라요. 세 배? 다섯 배? 어쩌면 그 이상! 그러니 성공 못해도 리스크는 크지 않아요.”

“아아! 지루하다. 졸음운전하면 안되는데 왜 이렇게 졸리지?”


그는 그녀를 째려보았다.


지현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주식으로 받겠다는 거군요?”


그녀는 기지개를 켜면서 하품하듯 말했다.


“만일 대박이 나면 대출 받은 돈은 한 방에 다 갚고, 잘 하면 20평짜리 아파트 전세 얻을 돈도 생길지 모르고요.”

“그러네. 정말. 그러면 결혼하면 되겠네.”

“못 생겨서 결혼은 포기하라면서요?”

“아유, 남자가 속이 밴댕이 보다 더 좁아서, 농담 한마디 한 걸 여태 꽁해서······.”“내가 그 말에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알아요?”

“준영씨 자알∼ 생겼어요. 자아알∼ 생겼습니다아아아∼.”

“말투가 어째! 옜다 엿 먹어라. 이런 느낌인데!”

“아, 아니에요. 그런 거.”

“그러면 현빈이 잘 생겼어요? 내가 잘 생겼어요?”

“에이 정말. 욕 나오려고 하네.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현빈이 얼마나 잘 생겼는데!”


그녀는 눈을 부라리며 삿대질을 했다.


‘내가 너무 많이 나갔나? 적당한 선에서 멈췄어야 하는데······.’


#


두 사람은 안무실로 들어갔다.


마침 준영이 작사하고, 예찬이 작곡한 <Fever>의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정지 동작을 하고 있다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쪽 구석의 의자에 앉아 있던 예찬도 못 참고 일어나더니 따라 추었다.


“이거 내가 만든 곡이야. 피버.”


물론 예찬의 춤솜씨는 멤버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막춤이다.


그와 지현은 나란히 앉아서 그들의 춤과 노래를 듣고 있었다.


“우와. 이 노래 좋은데요?”


지현이 환호했다.


“그렇죠? 잘 만든 곡이에요. 안무하고도 매치가 잘 되고요.”


춤과 노래가 끝났다.


이 곡이 오늘의 마지막 연습곡이었다.


멤버들 두 사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나.”


멤버들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무실 한 쪽에 진료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치료베드도 있었다.


원적외선 치료기와 간섭파 치료기도 비치되어 있었다.


회사에서 사 준 치료기들이었다.


그는 이런 치료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멤버들은 자주 활용하는 것 같았다.


팀의 리더인 에디가 제일 먼저 그의 앞에 앉았다.


“에디! 불편한데는 없니?”

“예. 지난번에 선생님께 침 맞고 발목이 깨끗하게 나았어요. 지금은 춤춰도 안 아파요.”

“다행이구나.”


에디는 리드 보컬이다.


<Fever>에서도 전체 노래의 반 정도를 에디가 부른다.


그래서 그는 에디의 목 상태를 꼭 체크한다.


아이돌 그룹은 거의 대부분 립싱크를 한다.


격렬한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라이브 공연 일정도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목 상태가 아주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체크해야한다.


“자! 입 벌려볼래? 아아!”


그는 에디의 목 안을 후두 내시경으로 들여다보았다.


“자. 됐다.”

“혀 내밀어봐라.”


에디는 혀를 내밀었다.


“혀도 됐다.”


그런 다음 그는 양 손의 맥을 짚었다.


진맥을 마친 그는 에디를 보면서 말했다.


“너, 어제 노래방 갔구나!”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님?”


에디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놀라긴. 촌스럽게. 목이 좀 부어 있어.”

“안 그래도 오늘은 목이 좀 답답해요.”

“넌 연습하는 것도 모자라 노래방까지 가서 노랠 부르냐?”

“아니, 그래도 명색이 노래 부르는 가순데 맨날 입만 뻥끗뻥끗하니까 목구멍이 간질간질해서요.”

“그래.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그렇지, 무슨 노래를 열다섯 곡이나 불러?”

“우와! 소름. 우와! 소름 돋았어. 아니 몇 곡 불렀는지도 아세요? 맥 짚으면 그런 게 나와요?”

“짜식. 놀라기는.”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


이 대목에서는 약간 거만해 보여도 괜찮지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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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방송 출연 23.06.16 1,730 24 12쪽
» 61화 DS 엔터의 위촉의가 되다. 23.06.15 1,754 25 12쪽
60 60화 비둘기 날다 23.06.14 1,762 25 12쪽
59 59화 화해 23.06.13 1,760 24 12쪽
58 58화 마음의 평화 23.06.12 1,771 25 12쪽
57 57화 아! 어머니! 23.06.11 1,819 27 12쪽
56 56화 감동쇼! 23.06.10 1,803 23 12쪽
55 55화 낡은 사진 속 남자 23.06.09 1,794 24 12쪽
54 54화 죽여 버리겠어! 23.06.08 1,826 24 12쪽
53 53화 개그 콘서트가 폐지된 이유! 23.06.07 1,865 23 12쪽
52 52화 고물장수의 아들 23.06.06 1,851 28 12쪽
51 51화 고물장수 23.06.05 1,852 29 12쪽
50 50화 건물주 디스카운트 23.06.04 1,904 29 12쪽
49 49화 건물주 +1 23.06.03 1,905 28 12쪽
48 48화 Black Patient 23.06.02 1,882 28 12쪽
47 47화 의료사고 23.06.02 1,913 28 12쪽
46 46화 은교 애인 +1 23.06.01 1,925 31 12쪽
45 45화 실험 정신! 돈도 좋지만 23.06.01 1,902 30 12쪽
44 44화 아이돌 그룹 멤버 은우! 23.05.31 1,948 31 12쪽
43 43화 하지무력 23.05.31 1,944 31 12쪽
42 42화 백댄서 출신 마동수! 23.05.30 1,997 30 12쪽
41 41화 사기꾼! 23.05.30 1,950 31 12쪽
40 40화 돌대X리! 23.05.29 2,008 29 12쪽
39 39화 올라도 괴롭고 내려도 괴롭다! +1 23.05.29 2,123 26 12쪽
38 38화 전세 사기 23.05.28 2,154 32 12쪽
37 37화 응징 23.05.28 2,145 34 12쪽
36 36화 돈이 되는 음악 23.05.27 2,124 34 12쪽
35 35화 나쁜 놈! 23.05.26 2,156 33 12쪽
34 34화 드라마 OST 23.05.25 2,247 37 12쪽
33 33화 기적! +1 23.05.24 2,241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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