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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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1,082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8.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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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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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패기는 좋네

DUMMY

앨리온드 대륙의 남부의 도리엔 왕국.

바위 절벽에 가로막혀 탐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혈맹 길드원들은 별다를 일 없이 스펙업에 힘쓰고 있을 무렵.


북부의 소식을 발 빠르게 캐치한 부길드장, 고졸백수강태수가 주요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길드원들을 소집했다.

만석으로 자리가 가득 찬 회의실은 무척이나 부산스러웠다.


“아따, 드라곤 놈들 계 탔네.”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개인적으로 참가하고 싶은데.”


“오늘 방침이 정해지겠지. 일단 들어보자고.”


그들도 이미 이야기를 들은 상태.

커뮤니티에서 하고많은 날 글이 올라오고 수도 사람들이 떠드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태수는 탁상을 치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들 이걸 봐라.”


그가 보여준 건 커뮤니티의 있는 글이었다.


- 혈맹 드라곤 길드 따까리잖아ㅋ. 몰랐음?

- 금시초문인데 헛소문아니야?

- 저거 사실임. 북부에 먼저 찜한 건 혈맹이었는데, 드라곤 길드가 급속도로 치고 올라와서 남부로 선회했었음.

- 좀 오래된 이야기라 요즘 사람들은 모를만함.


“이 씨발 것들. 구라를 쳐도 정도껏 해야지. 한번 해보자는 건가?”


초창기부터 함께 게임을 지속해온 간부 하나가 거칠게 입을 열었다.


“태하 군대 가고 발려서 찌그러져 있던 것들이 간만에 시비를 거네.”


“인원수도 많아졌고, 신전하고 이야기도 되었으니 입털만하지 뭐.”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는 이가 있는 한편 납득하는 길드원이 있었다.

다양한 반응들이 공존했는데.

그중 공통적인 부분은 이 글의 내용이 심기를 자극했다는 점이었다.


“우리 왕따당한 건가?”


“상도덕도 없는 새끼들. 야 고졸백수놈아, 저거 냅둘 생각이야?”


“그럴 수 없지. 기고만장해진 놈들의 콧대를 한번 눌러줘야겠어.”


태수는 드라곤 길드가 하는 꼬라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번에 테러당한 게 불쌍해서 싹수없게 굴어도 용서해 줬는데, 이건 못 참겠네.”


범인을 숨겨주고 도와줬다는 죄책감이 있었기에 넘어갔지만.

커뮤니티를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펼치다니 선을 넘었다.


“가서 깽판 칠 생각이야. 준비해.”


원한처럼 설명하긴 했지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부길드장의 의견이었고.

길드원들도 마음에 들어 했는데.


“태수.”


상석에 자리한 길드장 키란이 나직이 그를 불렀다.


“이번엔 말리지 마라.”


“그게 아니라.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고.”


그녀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언제부터 그놈들이 우리 위에 있었다고. 안 그래?”


키란의 발언에 길드원들의 호승심이 샘솟았다.

자신 있게 호응했다.


“좋았어! 죽여버리자, 묵사발을 내버리자고.”

“예절주입 들어간다.”

“어차피 시비를 걸어온 건 저쪽이니까. 괜찮겠지.”


길드원 전원이 전쟁을 각오했다.


“오랜만에 길드 전쟁인가?”

“재밌겠네.”

“감히 우릴 빼놓고 놀아?”


한편 순수하게 의구심을 품고 질문한 이도 있었다.


“길드장님은 이런 일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네?”


키란은 호전적이진 않았지만, 승부를 피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조금 열 받아서.”


- 혈맹 길드는 드라곤 길드의 따까리였나?


그녀의 눈이 향한 곳에 일전에 리안이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


* * *


‘왜 답장이 없지?’


리안은 키란의 답장을 기다렸다.

평소라면 바로 답장이 왔을 텐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상당히 바쁜가 보군.’


그래서 대신 간다르프에게 연락해 보기로 결심했다.

매일 같이 정기보고를 한 키란 만큼은 아니지만, 그와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곤 했었는데.


- 리안 님은 보니까 게임을 너무 오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장시간 동안 캡슐에 누워 있으면 몸이 상할 수 있어요. 건강을 챙기면서 게임을 즐기는 게 어떨까요?


대개 이런 식의 간단하고 안부 인사였다.


‘삭제할까 고민했는데 남겨두길 잘했군.’


항상 걱정이 담긴 문구가 어쩐지 접속시간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친구 삭제를 할까 많이 고민했었다.


여튼 가벼운 인사를 포함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 회의 중입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회의 중이었나. 신경 쓰지 못할 만하네.’


그는 기다려줄 겸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자 어느샌가 간다르프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리안, 왜 그런 소릴 하신 겁니까? 나중에라도 길드장님께 사과하세요. 악의는 없었을 거로 생각하겠습니다.


“뭐지?”


간다르프의 메시지를 본 리안은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떠올리며.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고민했고.


‘아!’


이내 실수를 깨달았다.

본인이 질문을 들었을 때 기분을 상상한 것이다.

역지사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확실히 기분이 나쁠 만하군.’


면전에다가 심한 욕을 뱉어버린 셈.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그녀에게 곧바로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 내가 잘못 생각했다. 혈맹이 드라곤 길드보다 밑일 리가 없지.


따까리라는 표현도 지우고 언어를 순화했는데 정답으로 보였다.


- 그렇죠? 살짝 불쾌했어요.


금방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으니까.

하지만 말과는 달리 엄청 기분이 나빴는지 그녀의 말은 이어졌다.


- 혈맹을 고작 그 정도로 평가했다면 정말 크나큰 오산입니다.


‘잘못 건드렸나···.’


키란은 리더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외부인의 시각을 지닌 리안의 발언은 치욕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 혈맹의 힘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드리죠.


그걸 알아주길 바랐던 걸까.

드라곤 길드의 일에 훼방을 놓겠다는, 자칫 민감할 수 정보까지도 털어놓았는데.

물론 리안이 딱히 말할 상대도 없다는 신뢰가 은연중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그렇군. 내가 특별히 도와줄 일이 있을까?


- 도움이요? 흠,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요···?


이번에 그녀가 리안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친구 창은 접속 정보만 확인 가능했기에.

키란은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 전혀 문제없어. 강화 재료나 잘 가져오도록 해.


[리안] Lv.145

직업 : 도적

가호 : 거인의 주먹(B) 패싸움 달인(C) 수호자의 영역(C)

특성 : 컨디션관리(C) 피해보정(A) 강인한 육체(B) 눈썰미(C) 악의 씨앗(S)

능력치 : <상세히 보기>

종합 평가 : 골드 (Gold)

보유 스킬 : 베쉬, 광폭화, 쓰러스트, 그림자 밝기, 백스텝

숙련도 : 오브 컨트롤(Lv.1), 투척술(Lv.5)-ALL, 도끼술(Lv.5) 검술(Lv.3)

특이사항 : 성장의 비약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

.


* * *


북부에 세워진 마을.

아직 영주가 정해지지 않아 정식 명칭이 없었지만.

수만 명을 수용하는 어엿한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매우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모험가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이럴 수가!”

“허어.”

“엄청나군.”


성벽 위에 올라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탐사대의 수뇌부들이 연신 감탄을 토해냈다.

밑에서 바글바글한 모여있는 유저들이 떠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우, 존나 많이도 왔네.”


“설마 이게 다 레이드 참가자야?”


“대륙에 있는 골드 유저가 다 모인 것 같네.”


정확히 숫자를 따진다면 실제 유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였지만.

성문 앞 장면만 떼어놓고 본다면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갈 것이다.

검문을 통해 모험가들을 안으로 들이고 있지만 줄은 도저히 줄어들 기미가 없었으며.

날이 갈수록 그 수가 불어갔다.


‘신전이 유저를 동원하겠다고 주장한 이유가 있었군. 금역에서 잃었던 병력을 보충하고도 남겠어.’


탐사대의 총사령관 프란츠는 벌떼처럼 몰려든 유저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 기세라면 수천 명은 가볍게 넘어갈 터.

이런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했다.


‘이게 모험가의 저력인가.’


하지만 그들이 감탄하는 것도 잠시.

모험가의 단점이 시시각각 보이기 시작했다.


“야, 너 뭔데 새치기하냐?”


“뭔 개소리야. 잠시 로그아웃했다가 온 건데.”


“닥쳐!”


이들은 용병보다 더욱 자유분방한 인물들이다.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매력적인 전투 인원인 것도 맞았다.


한편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 앞.

유저들이 편을 갈라 대치 중이다.

그 수가 백을 넘어갔기에 경비병은 섣부르게 끼어들지 못했다.

그저 상부에 기별을 보내고 기사단이 올 때까지 지켜봐야 했다.


“오 이게 누구야? 남부의 혈맹 분들이잖아.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을까?”


한 유저가 적의 가득한 목소리로 상대편에게 말을 건넨다.

드래곤 머리 형상의 휘장을 단 그들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의 등장이 껄끄러웠다.


“멍청하긴 소식 못 들었냐? 신전에서 모험가를 모집하잖아.”


그런 그들의 물음에 반대편, 혈맹의 부길마 태수가 욕설로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히 알지. 남부로 밀려난 패배자 놈들이 여긴 왜 왔냐는 뜻이다.”


저급한 응수에 발끈한 남성이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설마 우리 자리를 빼앗으러 온 건 아니겠지?”


드라곤 길드는 북부를 거머쥔 길드답게 신전과 가장 먼저 접근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유저들이 북부에서 진행될 시나리오에 참여하기 위해선 그들을 통해야만 했다.

하지만 혈맹은 예고도 없이 이곳에 찾아왔다.


“지금 네꺼 내꺼가 어딨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마치 전면전을 각오한 것 같은 말투에 각 진영이 들끓었다.


“길드전이 성립되면 넌 내가 죽여주마.”


“거기까지 기다리게? 인내심 좋네? 지금 하자 결투 걸 테니 받아 새꺄.”


[상대가 결투를 거부했습니다.]


“쫄았냐?”


혈맹은 이전부터 소수 정예로 유명한 길드였다.

하물며 혈맹의 부길드 마스터, 고졸백수강태수는 앨리온드 서버에서 세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강자.

미치지 않은 이상 결투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애써 핑계를 중얼거리는 드라곤 길드 간부를 향해 태수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지랄하네,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다고 커뮤니티에서 신나게 호박씨 까던데. 지금도 한번 해봐.”


삼대 길드가 되기 전, 혈맹과 드라곤이 북부를 두고 경쟁한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혈맹이 북부를 내주고 남부에 간 것은 사실이나,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는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우리가 양보해줬으면 감사합니다 형님, 하면서 절이나 할 것이지. 어디서 헛소릴 지껄여대?”


밀려났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실은 혈맹이 양보해준 것에 불과했고.


“혹시 그때 너무 맞아서 정신착란이 왔나?”


이전하기 직전에 비밀리에 진행한 간부대결에서 그 혼자서 올 킬(ALL KILL)을 해버린 전적이 있었다.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저걸 그냥 봐주는 겁니까?”


모욕을 들은 사람은 따로 있건만 도발에 넘어간 자들.

드라곤 길드가 최강이라고 세뇌당한 몇몇 길드원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 멍청한 놈들, 뭔 짓이야 당장 돌아와!”


드라곤 길드의 간부가 당황하며 소리치는 사이, 태수는 두 명의 결투 신청을 동시에 받아들었다.


“패기는 좋네.”


태수는 결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달려드는 전사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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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4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6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 패기는 좋네 23.08.11 131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30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1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9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7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9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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