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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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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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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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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사해방 (3)

DUMMY

201화 사해방 (3)




아호파 두령 아호는 사해방 두령들을 만나고 돌아오며,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기면 배고프지 않게 해 주겠다는 사해방 두령들의 말에, 콧바람이 푸실거리며 빠져나오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진 않았다.


아호가 만나 본 사해방 두령들은 완력이나 휘두르는 각다귀들이 아니라 무공을 제대로 익힌 무인들이 분명했다. 머릿수에서 밀리지 않는 흑호파가 저항하지 못하고 당한 것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그나마 쪽팔리지 않게 조용히 꿇으라는 말이겠지.'


'이 아호의 인생이 오늘 종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굴리긴 굴려야 할 것 같은데.’


'막 총관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밀쳐 내는 것인가?'


'막 총관은 사해방 두령들을 만나 봤는지도 모르겠구나. 호장 무인들도 제법 강하긴 하지만 사해방 두령들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지.'


'사해방을 치는 데 도와 달라 할까 염려한 것인가?'


'하긴 멀리 떨어진 강물로는 불을 끄지 못하니 지켜보자는 것이겠지.'


'아귀 놈이 영파루에 든 것은 어찌 봐야 하는 것인가?'


'황보 세가 무인들이 영파루에 들었다 했는데, 아귀를 불렀다는 것은 아귀 놈을 앞세우려는 것인가?'


'이놈이나 저놈이나 힘이 없으니 제 놈들 마음대로 굴리려 드는구나.'


"잡새야."


"다 불러 모아도 스물도 되지 않을 것이오."


"오늘따라 네놈 머리가 쌩쌩 잘 돌아가는구나?"


"그래 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소?"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지 싶구나?"


"뭔 소리를 하시오? 제삿날이겠지."


"이놈아, 나도 생일상 한번 받아 보자는데 그게 그리 불만이더냐? 거하게 한 상 차려 내거라."


"알았수다. 거하게 한 상 차려 내지요."


아호파에서 느닷없는 잔치가 벌어졌다. 잡새가 머리를 굴려 졸개들에게 객잔에서 음식 한 가지씩 들고 오라 하고, 그렇게 들고 온 음식들을 탁자에 올리니 잔치 음식이 따로 없었다. 접시가 모두 비워지자 두령 아호는 모처럼 웃고 즐기는 졸개들을 돌아보고는 잡새에게 말했다.


"두령 생일인데 일 끝내서야 되겠느냐? 모두 능파수로로 가자."


잡새는 도망치자는 말로 들었다. 능파수로에는 혈묘파가 운영하는 매음굴이 있는 곳이니 그곳으로 도망치자는 줄로 알아들었다.


"하하하

좋습니다."


졸개들도 사타구니에 손을 가져가며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호가 미리 갖고 나왔는지 작은 상자 하나를 올려놓자 잡새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두령~!"


"이놈아 두령 생일에 안 쓰면 언제 쓰려느냐? 한 놈에 세 냥이면 내일 아침까지 즐기지 않겠느냐?"


잡새는 아호의 행동이 뭔가 의아했지만, 밤새 즐기려면 두세 냥 정도 은자가 필요한 것도 맞기는 했다.


아호는 졸개들 모두에게 은자를 내주고는 쫓아내듯이 밖으로 내몰았다.


"유시가 멀지 않았으니 성문이 닫히기 전에 어서들 가거라. 이 두령 체면이 있지 매음굴은 못 가겠다. 나는 영파루로 갈 것이니 네놈들은 능파수로에서 즐기거라."


졸개들은 두령 아호가 자신은 영파루로 간다 하고, 졸개들에게 북문 밖 매음굴로 가라 했지만, 그게 어디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졸개들이 다 나가도 잡새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네놈은 어찌 안 가는 것이냐?"


"소제도 영파루로 갈 것이오."


"이놈아 생일 잔칫상은 받았으니 되었고, 제삿밥도 먹어야 할 것 아니겠느냐? 네놈이 아니고서야 누가 내 무덤에 젯밥을 올리느냐?"


"굶지 않게 해 준다지 않았소?"


"이놈아 살아남았을 때 말이지. 내가 무슨 영웅호걸이라고 무릎 한 번 꿇는 것을 어려워하겠느냐? 무릎이야 열 번 백 번 얼마든지 꿇을 수 있지만, 그런들 살아남을지 알 수 없으니 피하라는데, 어찌 네놈이 거역하려 드느냐?"


"같이 가십시다. 두령이나 소제나 사고무친 아니오? 저승길도 함께 가면 덜 외로울 것 아니겠소?"


"빌어먹을 놈. 살아남으면 영파루로 갈 것이니,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나오지 말고 전낭이나 잘 지키거라."


"영파루보다는 아항루로 가십시다."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말이로구나. 그리할 것이니 잘 숨어 있거라."


정작 아호파 각다귀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아호파에는 사해방 두령 세 사람이 아호파 대전 지붕 위에 자리 잡고 있었고, 대전 건너 지붕에는 황보 세가 쾌활대 쾌활삼검이 마주 보고 있었다.


사해방 두령들은 사해방이 아호파를 거두려 한다는 말을 흘렸고, 그 말은 영파루를 운영하는 황보선로와 미곡상을 운영하는 남궁양영의 귀까지 들어갔다.


마침 쾌활삼검이 태주부로 들어와 있었기에, 태주의 상권을 양분하고 있던 두 세가는 사해방을 떠보고자, 아귀파를 움직여 사해방이 거두려 한다는 아호파를 치게 했던 것이다.


아호파 두령 아호가 모르는 사이에, 사해방 두령들과 쾌활삼검은 아호파 대전 지붕과 맞은편 지붕에서, 서로 견제하며 지켜본 시간이 벌써 이각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귀파가 아호파로 쳐들어와 치고받으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아호파 두령 아호라는 놈이 잔치를 벌이고는 졸개들을 모두 내보내는 것이었다.


사해방 두령들과 쾌활 삼검이 보고 있자 하니, 아호 놈이 졸개들을 피하게 하는 것과, 부두령 잡새 놈이 의리를 내세우는 것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경극 가운데서도 이런 신파극이 또 있을까 싶을 지경이었다.


열려진 대문으로 아귀파 두령 아귀가 앞서고 줄줄이 졸개들이 따라 들어섰다. 아귀파 두령 아귀는 영파루에서 듣기로 아호파가 준비를 마치고 기다릴 것이라 했는데, 아호파 두령 아호 혼자 잔칫상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아귀파 두령 아귀가 아호파 두령 아호가 하고 있는 꼴에 어이가 없었다면, 아호파 두령 아호는 올 것이라던 사해방 고수들이 아니라 아귀파가 쳐들어온 것이 어이없었다. 결국 아호파도 아귀파도 사해방과 세가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귀야,

네놈이 어찌 여길 온 것이더냐?"


"졸개들도 다 알고 달아났거늘, 두령이라는 놈이 몰라 묻는 것이냐?"


아귀파가 오면서 아호파 졸개들이 북문으로 나가는 것을 봤던 모양이었다. 아호파 두령 아호는 그제서야 사해방 두령들이 말한, 살아남으면 굶지 않게 해 준다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떠올렸다.


"아귀야,

아무리 네놈의 식탐이 크다 한들 서문 시전도 과하거늘, 남문 시전까지 넘보다니 가당키나 하겠느냐? 기왕 온 것이고 네놈이 물러가려 해도 저기 저기서 지켜보는 자들이 허락하지 않을 듯싶구나. 맞상대하려느냐 떼로 덤비겠느냐?"


"졸개들도 아는 것을 네놈만 모르는구나. 살아남아야 이기는 것 아니더냐?"


"네놈 말이 맞지. 들어오거라."


"쳐내거라."


아귀파 졸개들이 몰려들자 아귀는 졸개들 뒤로 섰다. 아귀가 말한 대로 살아남는 놈이 서남 시전 거리를 모두 지배할 것이니 우선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다. 졸개들이 손에 몽둥이며 대감도 철봉을 휘두르고 달려들자, 아호는 그런 졸개들의 공세를 어렵지 않게 피해 갔다.


아호가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어도, 태주부 각설이 네 문파 가운데 한 곳을 차지할 수 있었던 까닭이, 어려서 늙은 거지에게 맞아 가며 익힌 신법과 수법에 있었다.


아귀파 졸개들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졸개들의 옷깃과 손목을 잡아 이리저리 흔들며 졸개들의 공세를 피해 가고 있었다.


혈호자의 입에서 가벼운 감탄음이 나왔다.


"저놈 저거 연쌍비가 아니오?"


혈호자의 말에 백마의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받았다.


"연쌍비에 동추수라니, 저놈 개방 걸개가 아니오?"


백마의와 혈호자가 마왕충을 보며 어서 말해 보라는 듯 물었다. 아호파 두령 아호가 개방도라면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으니, 마음이 조급해져 물은 것인데 마왕충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어디서 개방 절기를 훔쳐 배웠는지 모르지만, 저놈이 이곳에서 어찌 살아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소이까? 그러니 절대 저놈은 개방 걸개일 수 없소이다."


쾌활 삼검도 동추수의 수법은 모르는 듯싶었지만, 개방의 절기인 연쌍비 신법은 바로 알아봤다. 각다귀 놈들의 마구잡이 공세라 해도 수가 많으니 모두 피하기 어려울 것인데도, 아호는 미꾸라지처럼 피하고 잡아 갔다.


특이한 것은 아호가 공세를 펼쳐 내도 아귀파 졸개들에게 이렇다 할 타격을 주지 못했고, 그렇다고 아귀파 졸개들의 공세에 아호가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귀도 아호의 움직임에 조금은 놀란 듯 보였지만, 아호는 혼자였고 피하는 것 말고는 공세를 펼치지 못하는 것에, 아귀가 대감도를 앞에 세우고 난장 가운데로 끼어들었다.


아귀가 휘두르는 대감도에는 힘이 실려 있는지 지나칠 때마다 바람 소리가 살벌하게 들려왔다. 아호는 아귀가 휘두는 대감도를 피해 몇 번이나 바닥을 굴러야 했다. 아호는 졸개들의 몽둥이질은 몇 번 맞아 주긴 했어도, 철봉이나 대감도는 철저히 피해 갔다.


아귀파 졸개들 사이로 도망 다니며 아귀파 졸개들을 방패로 쓰는 아호를 보고, 아귀는 졸개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물러서서 아호 놈이 달아나지 못하게 막거라."


아귀는 졸개들이 빙 둘러서자 대감도를 휘두르며 바로 달려들었다. 아호는 아귀가 휘두르는 대감도를 연쌍비의 신법으로 피하고는, 제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나치는 아귀의 어깨를 잡아 졸개들에게 밀어냈다.


중심을 잃고 밀려가 졸개들과 부딪힌 아귀가 졸개를 밀어내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아호는 달려드는 아귀를 상대하며 연신 지붕 위를 살피고 있었다. 일을 만든 자들이 그들이었으니 아귀를 물리친들 저들의 손에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었다.


아호는 나름 아귀를 물리칠 기회가 있었지만, 아귀를 죽인다 한들 지붕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해방 두령들이나 쾌활삼검이라는 무인들의 일초반식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호는 허리띠 속에 감춰 둔 비수를 아귀에게 써야 할지, 아니면 감춰 두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지켜보고 있는 무인들에게 써야 할지 연신 머리를 굴려야 했다. 아귀파 졸개들이 언제 다시 공세를 펼쳐 올지 모르니, 아귀가 휘두르는 대감도를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아호는 아귀를 죽이고 재빠르게 대전 안으로 달아날 계책을 세우고서야, 아귀를 죽일 기회를 노려 갔다. 아귀를 죽이고 나면 졸개들이야 알아서 달아날 것이고, 아호가 일단 대전 안으로 들어가면, 달아나지는 못해도 아호를 필요로 하는 쪽에서 막아 주리라고 생각했다.


달아나기만 하던 아호가 아귀의 주위를 빠르게 돌아 움직이다, 아귀가 아호의 그림자를 뒤쫓아 휘둘러 대는 대감도를 피하고는, 아귀의 다리를 걷어차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아귀의 등에 올라타 아귀의 목과 머리채를 잡아 돌렸다.


아귀의 목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나고 아귀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자, 아귀파 졸개들은 그대로 아호파 대문을 향해 달아났다. 달아나는 아귀파 졸개들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었는지 아귀 놈을 죽이고 나자, 잡새가 문을 열고 환호하며 다가오자, 아호는 잡새를 잡아끌며 대전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호파 대전 앞에 내려선 사해방 두령들과 쾌활 삼검은, 지붕에서 내려오며 각기 마주한 사람들과 일순간 수 초식을 주고받는 공방을 치렀지만, 사해방 두령들과 쾌활 삼검이 공방을 마치고 양편으로 내려선 순간 공방은 멈췄다.


쾌활 삼검은 황보 세가의 쾌활 검법을 평생 수련해 왔으니 초식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사해방 두령들은 쾌활 삼검보다 깊은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공방을 치르는 순간 서로를 알아볼 정도로 양편 무인들 모두 고수들이었다.


마왕충이 쾌활 삼검에게 죽은 아귀를 보며 말했다


"저놈은 우리가 처리할 것이니 돌아들 가시지요."


"아귀놈이 죽었어도 서문 시전은 넘기지 않을 것이오."


"뭐 어찌하시건 상관없소이다."


쾌활 삼검은 서문 시전을 그대로 받았으니 손해는 없다 여겼고, 사해방 두령들은 각다귀파들이야 있고 없고 상관할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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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화 사해방 (4) +1 24.07.31 58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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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8화 나가다 +2 24.07.27 736 14 13쪽
197 197화 소림 하산 (4) +2 24.07.26 756 13 13쪽
196 196화 소림 하산 (3) +2 24.07.25 744 13 13쪽
195 195화 소림 하산 (2) +2 24.07.24 749 12 12쪽
194 194화 소림 하산 (1) +2 24.07.23 801 14 13쪽
193 193화 투량환주(偸梁換柱) (7) +2 24.07.22 641 14 12쪽
192 192화 투량환주(偸梁換柱) (6) +1 24.07.21 621 11 12쪽
191 191화 투량환주(偸梁換柱) (5) +1 24.07.20 641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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