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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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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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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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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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DUMMY

한참을 달리다 두성이가 소홍석에게 물었다.


“운남으로 가는 길에 칼의 도시에 잠깐 들를 수 있겠습니까?”

“네, 조금 돌기는 하지만 별 지장은 없습니다.”

“그럼 먼저 그곳을 들릅시다.”

“네, 절 따라오십시오.”


소홍석이 말에 박차를 가하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두성이가 말을 몰아 마동탁 옆으로 다가서더니 슬며시 말했다.


“참, 마 대협! 제가 좀 주제넘은지는 모르겠으나 무기로 쇠방망이를 쓰는 것보다 날이 넓은 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가 쇠방망이를 쓰는 것은 아무데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섭니다. 이젠 저한테 맞는 무기를 갖출 때가 되었군요.”


지난번 소청천의 보검에 잘려나간 쇠방망이를 보고 두성이는 마동탁에게 맞는 대도를 구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칼의 도시라고 이름난 대족(大足)으로 말을 달렸다. 멀리서 보면 부처님의 큰 발자국을 닮았다는 대장간마을, 삼국시대부터 대족에서 만드는 도검은 모두 명검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특별히 이곳 대족에 병기제조의 임무를 맡겼다.


대장간마을은 곳곳이 대장간이라 망치질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여러 대장간을 찾아가 무겁고 날이 넓은 도를 봤지만 마동탁의 마음에 드는 도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소리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묘한 울림을 주는 망치질 소리가 두성이의 발걸음을 잡아끌었다.


오랜 세월동안 집 전체가 화염에 검게 그을려 낡고 초라한 대장간.


늙은 영감이 불 속에서 빨갛게 단 쇠를 집게로 집어내어 모루 위에 놓고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망치질 한 번에 메질 한 번, 쌍메가 번갈아 날아들었다. 영감과 젊은 청년은 서로 박자를 맞춰가며 쌍메질을 하고 있었다.


옷도 태울 것 같은 열기에 마동탁은 눈살을 찌푸리고 내력을 일으켜 열기를 차단하고 있었으나 두성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땀이 배여 번질번질한, 군더더기 없는 팔뚝은 강철처럼 단단해 보였고 망치질을 하는 영감의 눈은 한시도 모루에서 비켜나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의 기척이 들려도 온 정신은 모루 위에 있는 시뻘건 쇳덩이에 쏠려 있었다.


비록 작은 쇳덩이에 불과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망치질하는 영감을 두성이는 존경스런 눈초리로 지그시 바라볼 뿐, 숨소리조차 아끼고 있었다.


다듬어진 쇳덩이를 물속에 담가 식힌 후, 다시 용광로 속에 넣고서야 영감은 땀을 훔치며 두성이 일행을 돌아봤다.


“가격은 불문하고 좋은 도(刀)를 구하려 왔습니다.”


영감은 두성이의 검과 마동탁의 쇠방망이를 눈여겨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기대에 미칠 만한 물건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영감은 다시 몸을 돌려 용광로를 바라보았다. 젊은 청년은 풀무질을 하여 용광로의 온도를 높이고 있었다.


다시 묘한 박자를 맞추는 쌍메질이 시작되었다.


“주공, 다른 곳으로 가봅시다.”


또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이르자 갑갑증이 난 마동탁이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두성이는 주위에 있던 의자를 당겨 앉으며 쌍메질 소리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갑갑해진 마동탁은 결국 밖으로 나가 초대봉과 얘기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땀을 훔친 영감이 머리를 조악거리며 두성이를 보며 웃었다.


“공자, 인내심이 대단하구려. 명품은 아니지만 내 맘에 드는 도가 있긴 한데, 밖에 있는 대한이 사용할 거지요?”

“네, 잘 보셨습니다.”

“얘, 완돌아! 안에 보자기로 싸놓은 대도(大刀)를 내오너라.”


멋을 내지 않은 도집에서 꺼낸 도는 길이가 약 넉 자, 두께가 한 치, 도 옆면이 여섯 치 정도의 육중한 대도였다.


도에 어떤 문양도 새기지 않아 투박하고 묵중해 보였지만 아무나 쓸 수 있는 도가 아닌 것 같았다.


마동탁은 도를 가볍게 쥐고 허공을 향해 한 바퀴 휘둘러보더니 이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진정한 친구를 만난 듯.


은자 다섯 냥을 달라는 영감의 말에 두성이는 선뜻 열 냥을 주었다.


“이건 너무 과분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무기인데 그것도 적다고 생각하지만 받아주십시오.”


영감의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하고 대장간을 나온 두성이와 일행들은 다시 말을 몰아 쉬지 않고 운남으로 향했다.




운남은 구할 이상이 고원, 구릉, 산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의 지형은 북쪽의 지형이 높고 남쪽이 낮다.


대체로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라 대부분의 지역이 고산 및 고원지대에 해당되어 덥지 않은 편이나 남쪽은 열대성기후라 매우 습하고 더웠다.


특히 독을 품은 각종 동식물이 잘 자라 사람들이 살기엔 적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곳 남쪽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 있었다.


집은 오육십 호, 인구는 이백여 명이 넘는데 이곳 사람들은 모두 오독교(五毒敎)를 믿는다. 물론 촌장은 오독교주 사명명이다.


별호가 오독선자인 사명명은 이십대 후반의 나이로 선녀와 같은 미모를 자랑하였으나,


온몸이 독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별호가 오독선자(五毒仙子)가 된 것이다. 성격은 항상 쾌활했고 독물을 다루는 사람치고는 마음이 따듯했다.


그러나 외부의 적이 침범하거나, 마을 사람을 해치는 자들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무자비하게 보복하는 냉혹함도 갖추고 있었다.


이 마을 주위에는 갖가지 크고 작은 독충과 독물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매우 위험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독극물과 같이 자랐기에 모두 독에는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독사나 독개구리, 독지네, 독거미를 애완용처럼 갖고 놀기도 했다.


이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사천성과 경계에 있는 깎아지른 벼랑에 걸쳐있는 출렁다리가 유일한 입구였다.


두성이 일행이 말을 메어놓고 다리를 건너려는데 건너편에서 다리를 지키던 청년들이 활을 겨누고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다리를 건너와도 좋다!”


눈빛을 번득이며 노려보고 있는 그들의 기세가 녹록하지 않았다.


“우린 불새단이다. 오독교주를 만나러 왔다.”

“잠간 기다려라!”


“삑, 삑, 삑!”


한 청년이 짧은 피리를 꺼내 세 차례 힘껏 불었다. 멀리서 한차례 긴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경장차림의 오독교주 사명명이 어린 소녀들과 나타났다. 그러자 탁일문이 웃으며 인사했다.


“사 교주,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죠?”

“아, 탁 대협. 반갑습니다. 어서 건너오십시오.”


출렁다리를 건너오는 사람들의 거동이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젊은 공자의 몸에 드리운 기도가 타인을 압도하고 있었다.


사명명은 앞장서서 그들을 마을로 데려갔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촌장의 집으로 들어가자 오독교의 늙은 원로들이 탁일문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탁일문이 그들에게 두성이를 소개했다.


“사 교주님, 불새단의 신임단장, 장두성 단장님이십니다.”


사명명은 두성이를 보고 의외인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오랜 경험과 무위가 출중한 원로들을 제치고 서생처럼 곱상한 청년이 불새단의 단장이라니....


분명 기도가 남달랐지만, 오랫동안 비워져있던 단장자리를 아직 앳돼 보이는 젊은 공자가 이어받았다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탐탁하지 않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법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불새단의 단장님을 뵙습니다.”

“사 교주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일어나십시오.”


두성이는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가볍게 팔목을 잡았다.


오독교주 사명명은 내력을 일으켜 짐짓 몸에 힘을 주고 버티려고 했으나 부드러운 힘이 사명명을 감싸서 일으켜주었다.


어느 정도 무공의 실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무공의 실력자였다. 역시 불새단의 단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약간 얼굴이 붉어진 사명명이 진심으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단장님, 감사합니다.”


두성이는 독수방과 해룡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독수방이 이곳 운남에 비밀 분타를 세우고 온갖 독을 채취하여 연구하는데 그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 그들이구나. 이곳에서 북쪽으로 반나절 거리에 새로운 집단이 들어섰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서로 부딪칠 일이 없어 무시했죠.”


“지금 당장 안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사명명은 어린 소녀들을 데리고 앞장섰고 두성이 일행이 그 뒤를 쫓아갔다.



울창한 숲속, 나무를 타고 오르는 넝쿨들이 제멋대로 늘어져 있는데 굵은 대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커다란 집이 보였다. 기둥은 굵은 나무기둥이었지만 지붕과 벽은 대나무로 엮어져 있었다.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내고 조성한 마당엔 각종 독초와 약초를 십여 명의 장정들과 여인들이 말리고 있었다.


사명명이 매혹적인 웃음을 머금고 소녀들을 데리고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마당으로 들어갔다.


귀주쌍살의 하나인 애꾸는 거한 풍도철이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낭자는 무슨 일로 오신 거.... 죠가 아니라, 웬 연놈들이냐!?”


헤실헤실 웃던 풍도철이 뒤따라오는 두성이 일행을 보고 벌레 씹은 표정으로 소릴 질렀다.


오독선자 사명명이 방긋이 웃는 얼굴로 풍도철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었다.


“으으윽....!!”


풍도철이 갑자기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놈의 입술이 푸른색을 띠며 갑자기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입술만 퉁퉁 부어올라 얼굴의 반을 자치할 정도가 되었다.


“으으으으....”

“감히 단장님한테 욕을 하다니, 죄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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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9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4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4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1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5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2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0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6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6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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