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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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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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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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DUMMY

순간 마동탁이 육중한 도를 뽑아 들이닥친 쇠공을 도의 옆면으로 막자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쇠공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뒤이어 도를 한 바퀴 휘두르며 내려치자 쇠사슬이 끊어지며 쇠공은 엉뚱하게 옆에 있는 패거리를 향해 날아갔다.


새로 얻은 도가 손에 익자 마동탁은 도를 방패로 삼아 좌충우돌, 다리를 살짝 굽히며 도를 넓게 휘둘렀다.


마동탁의 신력이 깃든 묵중한 도는 허공을 가르는 파공성을 울리며 무서운 기세로 패거리들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병기가 잘려나가고 휘어지는 소리, 팔다리가 부러지고 떨어져나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마동탁은 패거리들을 모두 때려눕혔다.


땅바닥에 뒹굴며 신음소리를 내는 패거리들을 향해 마동탁의 경고가 떨어졌다.


“앞으로 내 눈에 다시 띈다면, 그땐 팔다리가 아니라 목이 떨어질 거다. 냉큼 사라져라!”


놈들은 풀죽은 개처럼 뒤뚱거리며 일어나 서로를 부축하며 꽁지를 내리고 도망쳤다.


가게마다 문틈으로 내다보던 점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와 마동탁을 칭찬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동안 놈들의 행패에 속을 끓이고 있던 상인들과 점원들은 막혔던 체증이 가신 듯 모두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 대협, 도가 손에 익었나 봅니다. 행운유수와 같은 신형에 눈이 호강했습니다.”

“주공, 과찬이십니다. 이제 시작이죠, 더 갈고 닦겠습니다.”


두성이는 도망간 대마혈궁의 패거리들은 잔챙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놈들의 정예부대가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조사방의 정보에 의하면 대마혈궁의 궁주 밑에는 세 명의 령주(令主)가 있다고 했다.


그 중 환영령주는 서역에서 전파된 환술을 부리는 자로 주문과 진언으로 사람들을 미혹하고, 환상에 빠지게 하여 혼을 빼놓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전에 준비가 없다면 상대하기에 제일 껄끄러운 놈일 것이다.


한동안 궁리하던 두성이는 악마의 무리가 태동하기 전에 싹을 자르기로 작정하고 지필묵을 가져다가 방을 여러 장 썼다.


‘해룡방과 대마혈궁이 손잡고 사천성으로 쳐들어올 것이니 모두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이었다.


추명성에게 성도를 비롯해 중경 등 큰 도시에 방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한 밤, 찻집 뒤꼍에 모닥불을 피운 두성이는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언제 왔는지 깔끔이도 멍때리고 있었다.


일렁이는 불꽃 속에 갑자기 동생 취영이의 얼굴이 떠올라 잠시 서글픔에 젖어든 두성이가 마음을 풀어내듯 조용히 읊조렸다.


여기저기 떠도는 인생은 무엇을 닮았는가

눈 녹은 진땅을 기러기가 밟는 것 같네.

눈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기지만

날아간 기러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네.

늙은 스님은 이미 죽어 새로운 사리탑 세워지고

허물어진 벽에는 예전에 쓴 글을 찾을 수 없네.

지난날의 기구한 여행길 아직 기억하는가,

먼 길에 사람은 지치고 나귀는 절뚝거리며 울었지.

.

.

다음날 아침, 성도에 갔던 추명성이 말에서 내려 헐레벌떡 달려왔다.


“공자님, 어제 방을 붙이러 갔던 부하가 외진 곳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방도 사라졌는데 아무리 탐문해 봐도 범인을 봤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두성이는 손짓으로 추명성을 가까이 불러 귓속말을 하였다.


“아무래도 우리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말조심해야겠습니다.”

“그래요? 특히 의심 가는 사람은 없는데, 이상하네요.”


추명성은 말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부 인원이라야 차를 우리는 점원과 손님을 접대하는 점원 다섯,


주방에서 일하는 숙수와 아주머니들 셋, 노래하는 여인과 악공 셋, 이야기꾼인 설삼분(說三分)과 설화인(說話人) 둘로 열네 명이 전부였다.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 두성이의 정체를 알거나 거동을 예의 주시하는 자가 있다는 것이다. 짐작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추 대협, 내가 직접 성도에 다녀오리다.”


생각에 잠겨 있던 두성이가 말에 올라타자 마동탁과 초대봉도 뛰어나왔다. 두성이가 조그맣게 말했다.


“이번엔 따로 갑시다. 성도에 도착해서도 멀리서 지켜봐 주시오.”


두성이를 태운 말은 쏜살같이 달려갔다.


두성이의 말뜻을 알아들은 마동탁과 초대봉은 일다경 후에 천천히 말에 올라타더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두성이는 성도 내에 있는 조서방의 분타에 들러 방을 한 장 썼다. 조직원인 나소일에게 방을 붙여달라고 부탁하고는 멀리서 그의 뒤를 쫓았다.


나소일은 번화한 시장 입구에 방을 붙이고 돌아갔다. 두성이는 맞은편 국수집에서 매운 국수를 한 그릇 시켜 천천히 먹으며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소식일까 궁금해 하는 행인들이 방을 읽어보고 있었다.


막내딸을 시집보낸다고 친척들에게 빨리 모아라는 방문(榜文)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웃으면서 덕담을 늘어놓았다.


“막내딸을 시집보낸다면 부모로서 할 일은 다한 셈이네.”

“혼례를 치르기도 전에 복덩이 같은 손주를 기다리는 심정을 알만하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백년해로하길 빌어 주자고.”

“난 손주가 없는데 부럽네. 쩝쩝!”


그때 낡은 삿갓을 깊숙이 눌러쓴 낭인이 사람들을 헤치고 방문을 읽어보더니 죽 찢어버렸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나무랐다.


“아니 남의 집 잔치에 재를 뿌리다니 당신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거요?”

“꼬락서니하곤 심보가 못돼먹었구나.”

“얼른 도로 붙여 놔라, 자라새끼야.”


낭인이 삿갓을 약간 위로 쳐들며 사람들을 노려보자 그 섬뜩한 눈빛에 주위 사람들이 모두 한 발 물러나며 몸서리쳤다.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었고, 피눈물이 곧 흘러내릴 것 같았다.


“내 나이 삼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가고 풍찬노숙을 하고 다니는데,

이런 걸 보면 눈이 뒤집히고 배알이 꼴린단 말이야.

제미랄, 퉤!”


낭인은 방문을 찢은 것도 모자라 그나마 반쪽만 붙어있는 방문에 가래침까지 뱉었다. 낭인의 기세가 워낙 험악하여 사람들은 슬금슬금 그 자리를 피했다.


낭인은 화가 안 풀렸는지 궁시렁대며 그 자리를 떠났다.


두성이는 천천히 그자의 뒤를 쫓았다. 한동안 저잣거리를 걷던 낭인이 골목길로 꺾어들었다.


그자의 뒤를 쫓아 골목길 어귀로 들어섰을 때, 짙은 살기를 느낀 두성이가 한 발작 옆으로 비켜섰다.


빛살처럼 다가오는 비수가 두성이 얼굴을 스칠 듯 지나 뒤쪽 상점에 늘어진 등롱을 뚫고 벽에 박혔다.


이어서 삿갓을 쓴 괴한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게 세 개의 투골정을 던졌다.


이번에는 암기에 내력을 실었는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귀속을 파고들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왔다.


더 이상 괴한의 수작을 받아줄 수 없었다. 두성이가 앞으로 훌쩍 솟구치더니 몸을 수평으로 누이며 괴한을 향해 날아갔다.


괴한은 생각지도 못한 두성이의 공격에 일순 낯빛이 변하더니 뒤로 몸을 날리며 담벼락을 차고 건너편 지붕위로 몸을 날렸다.


괴한의 경신법도 무척이나 뛰어나 두성이가 땅을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갔을 땐, 괴한은 벌써 서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두성이는 괴한과 끝장을 보려고 내력을 끌어올리고 발에 힘을 불어넣었다.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른 두성이는 헤엄을 치듯 양팔을 넓게 벌리고 뒤로 저었다.


그야말로 창공의 푸른 매가 먹이를 노리고 하강하듯 사선으로 내리꽂히며 괴한의 등 뒤로 다가갔다.


나름대로 경공술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괴한은 두성이가 바짝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 등허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것 같았다.


괴한은 품속에서 계란만 한 연막탄을 꺼내 발밑에 터뜨리자 짙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주위로 퍼져나갔다.


괴한은 옆으로 뛰어오르더니 벽을 발로 차며 건너편 지붕 처마에 매달렸다가 창문을 뚫고 집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은 유명한 음식점 이층이었다.


갑자기 창문을 뚫고 들어온 괴한 때문에 식사하던 객들이 놀라자, 괴한은 식탁들을 뒤엎으며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두 눈에 붉은 마기를 흘리며 설치는 괴한은 흡사 지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아래층으로 피했다.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며 뛰어내려오자 일층의 객들도 덩달아 그들 뒤를 쫓아 밖으로 피했다.


괴한은 삿갓을 집어던지고 그들 틈에 끼어 음식점을 나왔다. 밖에는 사람들이 많아 매우 혼잡했다.


괴한이 허리를 숙이고 사람들 틈에 섞여 시장을 빠져나와 빈민촌으로 들어갔을 때, 산처럼 커다란 마동탁이 그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마동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곳은 마을 끝으로 산속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있었다.


괴한이 잽싸게 암기를 연달아 던지자 모두 여섯 개의 암기가 마동탁의 전신을 향해 날아갔다.


마동탁은 콧방귀를 뀌며 도를 방패삼아 몸을 가볍게 흔들거리며 날아오는 암기를 도면(刀面)으로 튕겨내었다.


그 사이에 괴한은 날쌔게 옆 골목으로 몸을 날려 미로와 같은 빈민가를 빠져나와 산속으로 몸을 감췄다.


고목 뒤에서 빈민가를 내려다보니 덩치가 커다란 놈이 이 골목 저 골목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덩치가 큰 놈들은 미련하다고 하더니···., 괴한은 입을 삐죽이며 입가에 잔뜩 비웃음을 발랐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동정을 살폈지만 녀석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첩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찻집을 차린 놈들이 수상하다더니 젊은 놈이나 덩치가 큰 놈의 무공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앞일에 뭔가 커다란 위험이 될 것 같았다. 일단 본부에 돌아가 보고하는 게 우선이었다.


괴한은 낭인곡의 탐색조의 조장 십자검(十字劍) 채이평이었다.


실력은 초고수라고 알려졌고, 십자검은 죽은 자의 몸에 십자(十)의 표식이 남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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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9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4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4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1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5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4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1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2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0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6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6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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