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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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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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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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DUMMY

유아독존.


다시 그림 같은 광경이 벌어지고 오직 움직이는 사람은 두성이 혼자였다.


내력이 많이 빠져나가 잠시 휘청거리던 두성이는 설중매를 살며시 안아 타불대사 옆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혁밀지를 향해 다가서는 순간,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혁밀지는 방금 앞에 있던 설중매가 사라지자 힐끗 주위를 둘러보다가 타불대사 옆에 다소곳이 서있는 설중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

“뭘 그리 놀라지?”

“이 이게 뭐야?”

“기적이랄까....”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혁밀지는 자신의 뒤에서 말해는 두성이의 존재에 화들짝 놀라 앞으로 몸을 숙이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어느새 뒤에 따라붙어 발을 거는 두성이,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이 오락가락한 혁밀지는 호미걸이에 걸려 그대로 땅에 엎어졌다.


혁밀지의 등을 밟은 두성이가 검으로 혁밀지의 목덜미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더 이상의 살생은 피하고 싶다.”

“으으윽!”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대결했던 두 사람, 지금 꼼짝달싹할 수 없는 혁밀지는 분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대마혈궁의 우두머리들과 병사들의 안색이 시꺼멓게 죽었다.


제갈 군사와 타불대사가 다가오며 조그맣게 말했다.


“맹주님, 혁밀지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궁주를 죽이면 놈들이 끝까지 반항할 것입니다.”

“음, 그렇게 하지요.”


두성이가 물러서자 타불대사가 혁밀지의 혈도를 세심하게 짚고 줄로 묶었다. 그리고 혈궁의 병사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다. 혈궁의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려라. 너희들의 목숨은 보장해 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고 있는 싸움이었다. 궁주가 사로잡히자 전의를 상실한 우두머리들이 먼저 무기를 던지자 부하들도 모두 무기를 던졌다.


살아남은 혈궁의 부하들은 부상자들을 포함해 모두 이천여 명. 두성이의 활약으로 피아를 불문하고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건진 것이다.


혈궁의 사망자는 모두 한곳에 모아 매장하였고, 무림맹의 사망자는 모두 화장하여 충분한 위로금과 함께 유골을 가족에게 보내기로 하였다.


혈궁의 부하들을 모두 포박하여 그들을 앞세우고 대마혈궁으로 진격하였다.


그들이 가는 길을 막는 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혈궁에 도착하자 남아있던 소수의 병사들은 이미 도망쳤고, 거리엔 사람들을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패전 소식이 알려지자 그곳에 거주하던 일반인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꼼짝도 안했다.


혈궁의 궁주가 있던 궁은 무림맹의 수뇌부가 차지하였다.


궁주 혁밀지와 전속 호위대, 환영영주와 삼대영주 밑에 소속된 대주들이 묶인 채로 바닥에 앉아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에선 보통은 패한 군사들을 모두 참수하였고, 악랄한 점령군들은 일반인들까지도 모두 죽여 씨를 말렸다.


그러나 두성이는 물론 소림의 타불대사 등 무림 정파의 수뇌들은 그런 잔악한 방법을 쓸 리가 없었다.


침중한 기색으로 앉아있던 제갈 군사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이곳에 있는 일반 백성들은 물론 항복한 병사들을 중원으로 옮길 수도 없습니다.

결국 이곳에서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무슨 좋은 방법은 없겠습니까?”

“....................”


곰곰이 생각하던 두성이가 소림의 타불대사를 보며 말했다.


“그것보다도 대마혈궁의 궁주를 비롯한 우두머리들에 대해서 먼저 의논해야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들을 그대로 풀어줄 수도 없고요.

대사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흐음....”

“이들의 악행을 생각하면 마땅히 죽여야 하지만,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목숨만은 살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무공을 폐지한 후,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두들 타불대사의 의견에 동의하자 두성이가 타불대사에게 부탁했다.


“대사님, 소림의 절기로 저들의 무공을 제거해 주십시오.”


무공을 폐지한다는 말은 쉽게 얘기해서 내력을 모을 수 있는 단전을 파괴한다는 말이다.


그 소리를 들은 혁밀지와 부하들은 안색이 변해 부들부들 떨었다.


“이 비겁한 놈들아!

무공을 폐한다고? 차라리 죽여라!”

“무인에게 무공이 없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정파라는 놈들이 더 악랄하구나, 시불!”

“그래, 죽여라, 죽여!”


놈들은 분노로 치를 떨면서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다. 그러자 마동탁이 앞으로 나섰다.


“정말로 죽기를 원한다면 한 놈씩 나와라, 그 소원을 들어주마!”


그러자 혁밀지의 호위무사 한 놈이 마동탁을 노려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스걱!”

“툭!”


마동탁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목을 베었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 뒹구는 놈의 모가지.


막상 바닥에 뒹구는 모가지를 보자 떠들던 놈들의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타불대사는 소림사 비전절기를 사용하여 혈밀지부터 시작하여 놈들의 무공을 제거하였다.


놈들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일반백성들 틈에 끼어 평범한 생을 마칠 것이다.


개방의 부방주 굴헌은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며 활동을 했기에 여러 가지 경험이 풍부한 협객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서역으로 가는 교역로를 확보한다면 훌륭한 상단을 꾸릴 수도 있고,

다른 상단들의 호위를 맡아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 무림맹 지부를 세워 이들을 도와주고 감독한다면 이들이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아,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그 역할을 부방주께서 맡아주십시오.”

“네에? 내가요?”


제갈 군사가 웃으며 부탁하자 굴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무림맹 수뇌들은 대마혈궁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재물 창고를 열었다. 막대한 금은보화와 귀중품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무기고에도 많은 장비들이 넘쳐났다.


이것들을 사등분하여 그동안 군비를 댄 불사단.

전쟁에 참여한 구파일방과 그 외 세가들.

자발적으로 참가한 무림협객들.

이곳에 새울 상단에 공정하게 분배하기로 결정했다.


생각보다 많은 재물을 얻은 구파일방과 세가, 그리고 협객들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서고에 쌓여있는 마교와 혈교의 무공비급들은 모두 꺼내서 불에 태워버렸다.


물론 연구용으로 보관하자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사파무공의 싹을 잘라버리자는 대다수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무공을 폐한 혁밀지와 부하들에게 삶을 꾸려갈 만한 돈을 주고 성 밖으로 쫓아버렸다. 그러고 나니 모든 게 일단락 된 기분이었다.


한편, 궁 안의 일반사람들은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몰라 모두 집안에서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붉은 달이 스산하게 떠있는 넓은 광장. 그곳에 묶여있는 혈궁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불안한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공포와 증오, 후회와 절망을 품은 탄식이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초상집 같이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만연할 때였다.


붉은 달을 배경으로 높게 서있는 혈궁의 탑에서 천상의 목소리가 울려나오고 있었다.


맑은 비파소리에 맞춰 영혼을 울리는 영롱한 노랫소리는 공포와 절망에 빠져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나그네 어찌 잠들 수 있으랴


긴 가을 밤 좀처럼 밝아오지 않은데


발을 걷어 올리니 희미한 달그림자


베개를 높이니 멀리 강물 소리


세상살이 서투르니 의식이 곤궁하고


궁하면 벗에게 의지함이 고작이니


늙은 아내에게 몇 번의 편지에는


응당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정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두보의 “객야 客夜|”란 시다.


달 밝은 밤, 객지에서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아 창가에 누워 주렴을 들썩거리면 주렴을 통해 달빛이 어른거린다.


베개를 돋아 고이면 아득한 강물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고향의 식구와 늙은 아내가 생각나 잠을 이룰 수 없다.


대마혈궁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이 고향이 아니다.


더구나 내일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전전반측하는 가운데, 한줄기 생명수처럼 들려오는 천상의 목소리.


그 영롱하면서도 달콤한 월하미인 설중매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지치고 피폐해진 영혼들을 포근히 감싸 자신도 모르게 꿈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설중매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몽환적인 목소리는 새벽녘까지 잔잔한 바람결을 타고 흐르고 흘렀다.


광장에 묶여있는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둘 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고 꿈길로 빠져들었다. 어쩌면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가 해맑게 뛰놀고 있지 않을까.



다음날 해가 떠오르자 마침내 넓은 광장 중앙에 커다란 방이 붙었다.


피아를 불문하고 모든 전사자들의 명복을 빈다.


이 시간 이후로 마교와 혈교를 금지한다.


이를 어기는 자들은 가차없이 참수한다.


혈궁의 부하들은 모두 천하상단에 가입해야 한다.


어기는 자는 즉시 무공을 폐하고 추방한다.


일반백성들에겐 어떤 죄도 묻지 않는다.


모두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천하상단의 단주이자 이곳의 치안을 담당할 감독관으로 개방의 부방주 굴헌을 임명한다.


무림맹 맹주 장두성.



이 방문을 보고 제일 먼저 기뻐한 것은 묶여 있던 병사들이었다. 게다가 상단의 호위무사로 받아들인다니 이보다 기쁜 소식은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었으니 앞으로 먹고살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사신의 칼날이 언제 목에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병사들은 묶여있다는 것도 잊고 방방 뛰며 환호작약하였다.


그 소식을 듣고, 집에만 박혀있던 사람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창문을 열고 빼곰히 얼굴을 내밀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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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20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9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5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4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5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1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6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3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5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6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2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0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6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6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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