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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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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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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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DUMMY

기마대 사백 기와 궁수부대 이백여 명을 잃은 데다가 놈들의 불화살에 투석기의 중요 부품이 불에 타버렸다.


혁밀지는 잔뜩 기대했던 투석기를 써먹지 못하자 부화가 치밀어 솟구치는 분노를 풀 길이 없었다.


그러나 대마혈궁의 비약이 백여 개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날이 밝는 대로 마인 백여 명을 앞세우고 기마대를 좌우로 협공하게 하여 놈들을 초전에 박살낼 것이다.


놈들의 진영을 살펴보니 흙으로 높은 방벽을 쳐놓고, 화살을 쏘며 방어를 위주로 하는 전법을 쓸 것 같았다. 까짓것 힘으로 몰아붙이면 될 것이다.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아침 해가 밝아왔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친 혁밀지는 마령영주에게 명령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마인부대와 기마대를 돌격시킬 것이다.

마령영주는 직속부대를 이끌고 그림자처럼 적진에 잠입하여 놈들의 수뇌부를 전멸시켜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부복해 있던 마령영주가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놈들의 부대는 오백 명, 모두 은신술을 쓰는 일류무사들이었다.


대마혈궁의 진지에서 요란한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막을 주름잡던 기마대가 지축을 울리며 적진을 향하여 좌우에서 달려들었고,


정면에서는 비약을 먹고 이미 마인이 되어 이성을 잃은 놈들이 시뻘건 눈을 번득이며 쳐들어갔다.


드디어 무림맹에서도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천여 명의 궁수대가 화살을 공중으로 쏘았다. 천여 개의 화살들이 공기를 가르며 벌떼처럼 허공을 날아갔다.


앞에서 기세 좋게 달려오던 기마대가 화살받이가 되어 속절없이 땅바닥에 뒹굴렀다.


뒤를 이어 눈알이 빨갛게 변한 마인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흉악한 기세로 달려왔다. 그들을 향해 무림맹의 병사들이 해독탄이 장착된 화살을 연달아 쏘았다.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퍼펑!!!”


해독탄이 마인들의 앞에 연달아 터지며 짙은 연기를 뿜어내어 마인들의 앞을 가렸다. 그러나 마인들은 속도를 유지한 채로 계속 달려왔다.


“펑, 펑, 펑, 펑, 펑퍼퍼펑!!!”


짙은 연기를 무시하고 방벽을 뛰어넘은 마인들은 방벽 밑에 파놓은 일 장이 넘는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


마인들은 해독연기를 맡고 약효가 떨어져 점차 평범한 병사로 변하고 있었다.


이미 높은 방벽 뒤에 웅크리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무림맹의 병사들이 그들을 노리며 창으로 찌르고 활을 쏘았다.


최전선에는 높은 방벽이 세워져 있었고, 그 뒤에는 일 장 깊이의 구덩이가 넓고 깊게 파져 있었고, 그 뒤에는 지휘본부를 비롯한 막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또 그 뒤엔 넓고 깊은 구덩이가 검은 아가릴 벌리고 있었고, 그 뒤엔 창수부대와 궁수부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뒤로 이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선 전열을 갖춘 보병부대와 지휘본부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높은 방벽 뒤로 길게 늘어서있는 지휘본부의 막사를 향해 좌우에서 기마병들이 칼을 휘두르며 공격해오자, 불화살들이 날아와 막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미리 기름을 뿌려놨는지 불은 순식간에 타올라 검은 연기를 뿜으며 세찬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막사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뜨거운 열기에 기마대의 말들이 놀라서 중구난방으로 뛰었다. 제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막사 뒤로도 깊고 넓은 구덩이가 있어서 놈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결국 들어왔던 좌우측으로 빠져나가야 했는데 말들이 서로 엉켜서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혈궁의 기마대가 서로 엉켜서 우왕좌왕할 때, 이미 전열을 뒤로 물렸던 궁수부대가 빗발치듯 화살을 날렸다.


혈궁의 기매대가 화살의 공격을 받고 픽픽 쓰러져 나갈 때, 무림맹 본진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동시에 대마혈궁의 군사들도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마침내 쌍방 간의 백병전이 벌어진 것이다.


후미에서 깃발을 세우고 북을 울리며 군사들을 지휘하던 제갈 군사가 두성이에게 말했다.


“맹주님,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적의 후미에 있는 특별기동대와 협력하여 혁밀지의 숨통을 끊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서로 혼전을 벌리는 와중에 혁밀지를 노린다면 승산이 있었다.


마동탁을 비롯한 맹주호위대와 함께 전장으로 향하려던 두성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곁에 있던 깔끔이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주의해라! 요사스런 기운이 흐르고 있다.”

“한두 놈이 아니다. 제갈 군사를 보호해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성이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창창창!”

“싸악!”


흐릿한 신형으로 불쑥 나타나 제갈 군사를 노리던 마령영주의 날카로운 검을 두성이가 막아냈다. 불꽃이 튀기며 검과 검이 스치는 소리가 사악하게 들렸다.


이어서 기척을 숨기고 있다가 곳곳에서 튀어나온 오백여 명, 영주의 부하들이 지휘부의 인원들과 목숨을 내놓고 싸우고 있었다.


제갈 군사의 옆에 있던 타불대사 나직이 말했다.


“모두 귀를 막으시오.”


“으아아아아!”


말을 마치자마자 타불대사의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사자후의 음공에 주위에서 혼전 중이던 무림맹의 군사들과 적들이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져 비틀거렸다.


아군과 적군이 섞여서 혼전 중이라 타불대사 전력으로 사자후를 터뜨린 게 아니었다. 전력을 다했다면 모두 칠공에 피를 흘리며 죽었을 것이다.


타불대사는 몰아치는 광풍처럼, 적들을 스쳐 지나며 소림의 절기인 항마십삼장과 항마연환퇴로 추풍낙엽처럼 휩쓸어 버렸다.


“쿵, 쿵, 쿵, 쿵!!!!”


타불대사의 손과 발에 맞고 채인 적들이 끽소리도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당가의 가주 당치황은 독문절기로 검게 물든 손가락을 벌리며 독을 튕겨 적들의 심장을 터뜨렸고, 극독을 묻힌 암기가 목을 파고들어 적들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거꾸러졌다.


오독교주 사명명은 무림맹의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이쪽으로 모이시오!”


무림맹의 무사들이 싸움을 멈추고 뒤로 잽싸게 물러나자, 사명명과 네 명의 제자들은 바구니의 뚜껑을 열고 적들을 향해 던졌다.


다섯 개의 바구니가 적들의 앞에 떨어지며 뒹굴었다.


바구니에서 튀어나온 붉고 검은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마령부대원들을 향하여 기어갔다.


이어 맹독을 품은 왕벌, 붉은 독거미, 붉은 반점 독개구리, 파리만큼 큰 독모기, 노랑무니 독거머리, 흰점박이 왕지네 등등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독물들이 바구니에서 쏟아져 나오며 적들을 공격했다.


마령부대원들은 놀란 가운데도 정신을 집중하여 칼을 휘두르며 독물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기어오고 날아오며 몸에 붙어 살을 물어뜯는 독물의 공격에 당황하여 모두 뒷걸음질 치며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두성이와 마주한 마령영주의 검에선 마력의 검은 기운이 뭉클뭉클 흘러왔다.


그 검은 사기는 거대한 야차의 형상을 이루며 두성이를 옭아매려고 두 손을 벌리며 다가왔다.


사룡검에서 내뿜는 용의 기운이 네 마리의 용으로 바뀌었다.


검푸른 용은 사악한 마력이 담긴 야차의 거대한 손을 덥석 물더니 급기야 몸체를 찢어발기곤 조각들을 삼켜버렸다.


그러자 그 검고 사악한 빛을 잃어버린 마령영주의 검은 원래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화들짝 놀란 마령영주가 전광석화와 같이 뒤로 몸을 날렸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두성이가 검을 횡으로 그었다.


마령영주가 잽싸게 검을 들어 막았지만 신병이기인 사령검은 영주의 검을 반토막내며 그의 가슴을 깊고 길게 베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어찌 이런 일이...?)


마령영주는 새파란 애송이에게 당하자 어처구니없었고 참으로 어이없었다.


여태껏 적수가 없었던 마령영주는 허탈한 심정에 그나마 지혈할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두성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가슴에서 흐른 피가 발밑을 흥건히 적셨다.


마령영주는 끝내 한마디 말도 못하고 가물가물해 가는 의식 속에 아스라이 지나간 삶이 어른거렸다.


사령영주는 결국 눈을 감지 못하고 뒤로 넘어져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대장을 잃었어도 적들은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엔 하나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사태를 수습한 제갈 군사가 허공을 향해 신호탄을 발사했다. 후미에 있던 특별기동대에게 적의 수뇌를 공격하라는 신호였다.


“슈우욱!”

“펑!”


신호탄이 터지며 푸르른 창공에 수를 놓았다. 두성이는 호위대를 거느리고 아수라장이 된 전장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두성이와 호위대는 오직 혈궁의 궁주 혁밀지를 목표로 혼전중인 적들의 틈을 비집고 달렸다.


무량진인이 이끄는 특별기동대와 목불견이 이끄는 기동대는 말발굽소리를 울리며 적의 후미를 뚫고 오직 혁밀지를 향해 달렸다.


앞에선 두성이가 호위대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고, 뒤에선 무량진인과 목불견이 기마대를 이끌고 파죽지세로 달려왔다.



잔뜩 기대했던 마인들이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고, 마령영주와 부하들마저 불귀의 객이 되자 모든 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비교적 후미에 있던 혁밀지는 자신의 생각대로 싸움이 흘러가지 않자 울화가 치밀어 인상을 찌푸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궁주의 호위대 오십여 명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앞뒤로 달려오는 놈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의자에 앉아있던 혁밀지가 이를 갈며 일어나 장검을 뽑아들었다.


뒤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무량진인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내력을 이끌어 검에 불어넣자 검에서 시뻘건 불길이 일더니 검의 길이만큼 뻗어 나왔다.


“화르륵!”


검이 화염에 쌓여 세찬 불길이 넘실거리자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불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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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9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9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4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4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1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6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5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2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0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6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6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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