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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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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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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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모홍강의 말로

DUMMY

“못 물러간다면 어찌할 생각이오?

공연히 분란만 일으키지 말고 좋게 말로 합시다.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는 걸 사부님도 바라실 거요.”

“그 더러운 입으로 사부님을 말하지 말라.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니 시험하지 말고 물러나게.”

“그럼 오늘은 이쯤하고 물러가오, 사형!”


모홍강은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태연하게 걸어 나갔다. 괴한들도 낄낄 웃으며 그 뒤를 쫓아갔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르고 있던 여무진은 겨우 심신을 안정시키고 말없이 서있는 두성이를 쳐다보았다.


“부끄러운 꼴을 보여 면목이 없습니다.”

“심기가 불편하실 텐데 저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두성이와 마동탁이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데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돌아온 외당 당주 주유와 모홍강 패거리들이 시비가 붙은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주유가 이들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쏘아보며 지나치자 온몸에 문신을 한 자가 일부로 어깨를 부딪쳐 시비를 유발한 것이 발단이었다.


성질이 불같은 주유가 그대로 지나칠 리가 없었다.


그것도 제집 안방에서 거들먹거리며 다가와 싸움을 걸어온 괴한들을 좋게 보내줄 수가 없었다.


주유는 얼굴을 구기며 양미간을 좁히더니 섬전처럼 몸을 돌리며 발을 뻗어 상대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질렀다.


문신을 한 자는 그대로 이 장 정도 옆으로 날아가 굵은 나무에 부딪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주위에 있던 패거리들은 모두 병장기를 뽑아들며 주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을 경계하며 뒤를 따라가던 청성파의 제자들이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며 그들과 격전을 벌였다.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나뒹구는 소리와 피가 튀고 살점이 뜯겨나가는 혼전이 계속되는데, 여무진과 일대 제자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모두 손을 멈춰라!”


장문인 여무진의 입에서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후와 같은 고함이 터져 나오자 모두 귀가 먹먹하고 어지러워 비틀거렸다.


모홍강은 장문인의 위세에 깜짝 놀랐지만, 얼른 핼쑥한 낯빛을 고치며 일부러 어깃장을 놓았다.


“청성파는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거요?

차라도 한 잔 대접하진 못하더라도 손님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정파를 자처하는 청성파가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지하에 계신 사부님을 뵐 낯이 없구나!”


모홍강은 허공을 바라보며 일부러 눈물을 닦아내는 시늉까지 하였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내 불찰이니 미안하네. 모두 물러서서 길을 내주어라.”


여무진이 차갑게 명령했다. 다행이도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었기에 사건을 일단락되었다.


흉흉한 눈길로 노려보며 빠져나가는 모홍강과 패거리들을 바라보며 여무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앞일이 걱정이 되는구나, 저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것은 필시 뒷배가 든든하단 얘긴데···.)


여무진의 걱정을 눈치 챈 두성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외람되지만 방비를 튼튼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뒤에서 돕고 싶습니다만···.”


불새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얼핏 봐도 무예가 출중한 두 장한을 거느린 두성이가 도와준다면, 어쩌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여무진의 주름진 얼굴이 활짝 피었다.


“말씀만 들어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 나름대로 저들에 대해 알아보고 방책을 의논드리지요.”


두성이가 주유의 곁을 지나치면서 살짝 눈인사를 하자 주유는 얼굴이 벌게졌다.


일개 백면서생으로 찻집이나 열고 유유자적하는 청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문인이 깍듯이 대접하는 걸 보고 벌레 씹은 표정이 되었다.


뇌물을 받아먹은 죄가 있어서 어디다 말도 못하고 혼자 애만 태웠다.




찻집으로 돌아와 보니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추명성은 장사수완이 좋았다.


차를 훌쩍이며 이야기꾼의 구수한 입담에 귀를 기우리는 사람들과 반주에 맞춰 조용히 흘러나오는 구슬픈 노랫가락에 젖어 깊은 상념에 빠진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행들이 별실로 들어가자 추명성이 따라왔다.


“청성파에 갔더니 모홍강이란 자와 그의 패거리들이 시비를 걸던데 그들에 대해 정보가 있습니까?”

“네, 그들은 청해호 북쪽에 있는 기련산, 흔히 천산이라는 곳에 복마전을 지어놓고 활동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산을 내려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놈들은 저 앞의 만객영래(萬客迎來)란 객잔에서 묵고 있습니다. 일단 요기부터 하시지요.”


식사를 마친 두성이와 마동탁과 초대봉은 한밤중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잖아도 새로 구입한 도를 시험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던 마동탁은 커다란 도를 양손으로 가슴에 껴안고 만객영래로 향했다.


모홍강의 패거리들은 이층에서 묵고 있었다. 하오문의 조직원들이 그들의 동태를 유심히 관찰하였기에 모홍강의 방을 알아낼 수 있었다.


두성이와 초대봉은 벽을 타고 기어올라 창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기척도 없이 스며들었다.


모홍강은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온 방안이 술 냄새로 절어 있었다.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코까지 고는 모홍강의 입을 막자 놈은 숨이 막혀 놀란 눈으로 두성이를 쳐다봤다.


초대봉은 방문 옆의 벽에 몸을 기대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대로 황천길로 가고 싶지 않다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해라.”


자다가 벼락을 맞는다고 술이 덜 깬 모홍강은 눈이 튀어나오도록 놀라 온몸을 뒤척였지만,


한손으로 배를 누르고 한손으로 입을 막은 두성이의 힘에 눌려 꼼짝달싹도 못하고 간신히 눈만 깜박였다.


“너희들이 속한 방파는 어디냐?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네 목숨을 끊어버리고 다른 놈에게 물어볼 것이다.”


술과 잠이 동시에 깬 모홍강은 남이야 죽든 말든 우선 자신의 목숨이 귀중하여 술술 불었다.


놈들이 속한 곳은 대마혈궁(大魔血宮)으로 기련산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추명성이 말한 대로 마교와 혈궁의 잔존 세력과 서쪽지역에서 약탈을 일삼는 무리들이 대거 모여들어 서녕과 사천지역을 넘보고 있었다.


“대마혈궁의 궁주는 누구냐?”

“듣고 놀라지나 마라, 아수라혈검(阿修羅血劍) 혁밀지님이시다.

우린 오는 사람은 누구든지 막지 않는다.

너희들도 가입하려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거다.”


모홍강이 순순히 모든 걸 털어놓자 두성이는 그를 풀어주었다.


모홍강은 두성이가 궁주의 대명을 듣고 겁이 나서 자신을 풀어준 줄 알고 의기양양해서 지껄였다.


“머지않아 이곳은 우리 혈궁의 수중에 들어올 거다.

이곳에서 정파라고 거들먹거리는 방파들은 모두 우리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흐흐흐!”


말없이 듣고 있던 두성이가 느닷없이 모홍강의 관자놀이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초대봉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자 두성이가 모홍강을 아래로 던졌다. 밑에서 모홍강을 받은 마동탁이 몸을 날렸고 그 뒤를 두성이와 초대봉이 따라갔다.


청성산에 동녘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을 때, 두성이와 모홍강을 둘러멘 마동탁은 청성파 장문인과 마주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이 자를 장문인께 맡깁니다.”


마동탁이 모홍강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툭 찼다.


기절했던 모홍강이 부스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여무진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엉금엉금 뒤로 기었다.


여무진이 제자들에게 모홍강을 일단 옥에 가두라고 지시하자 모홍강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끌려갔다.


“저희가 알아본 바는 모홍강은 천산에 있는 대마혈궁에 몸을 의탁한 자입니다. 궁주는 아수라혈검 혁밀지라고 하던데 혹시 아는 자 입니까?”

“음......”

“그자는 과거 혈궁의 부궁주였습니다. 정파와 싸움이 한창일 때 살그머니 사라져 그동안 코빼기도 안 보였는데···,

이들이 다시 설치는 것을 보면 무림에 한바탕 혈겁을 일으키려는 모양입니다.”

“자세한 것은 모홍강에게 직접 들으십시오.

머지않아 놈들이 이곳으로 올 것 같습니다.”

“공자님, 청성파의 배반자까지 직접 잡아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만객영래의 객잔(客棧)에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모홍강은 대마혈궁 사천담당관이었다.


물론 무공보다는 재력으로 얻은 직책이었지만, 이 지방에서 세력을 떨치는 가문이라 중용한 것이다.


하룻밤사이에 모홍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하들은 날이 밝자마자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모홍강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이들 중에 대장격인 혈무검 설한철은 상점들을 하나하나 뒤지면서 탐문했지만 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자 식식거리며 찻집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밖에서 돌아오던 두성이를 보며 대뜸 눈알을 부라렸다.


“이봐! 너희들은 어제 청성파에 있던 자들인데 어디서 오는 길인가?”


찻집에 자리 잡고 있는 패거리들을 믿고 그러는지 건방진 수탉처럼 머리를 건듯 쳐들면서 상대를 노려보았다. 건방진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두성이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손으로 설한철을 옆으로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던 초대봉과 마동탁도 어깨로 설한철을 밀치고 두성이의 뒤를 쫓았다.


분노와 수치로 얼굴이 벌겋게 달은 설한철은 마동탁의 허리를 노리고 발을 힘차게 뻗었다.


덩치만 컸지 몸은 둔하리라고 생각했던 마동탁이 발길질 소리에 몸을 돌리자 두 손으로 안고 있던 대도에 발길질이 막혔다.


바위를 찬 것처럼 마동탁은 꿈쩍을 않는데 설한철은 발이 아파 잠시 주춤거렸다. 대장이 낭패를 당하자 패거리들이 차탁을 뒤로 밀치며 마동탁을 에워쌌다.


그러던가 말든가 두성이는 무심한 얼굴로 탁자에 앉아 찻물을 따르고 있었다.


마동탁은 놈들을 쓰윽 훑어보더니 점잖게 말하며 걸어 나갔다.


“이곳은 좁으니 밖으로 나가자.”


찻집 앞, 스무여 명이나 되는 각양각색의 옷과 무기를 든 대마혈궁의 부하들이 둥글게 마동탁을 에워쌌다. 순간적으로 저마다의 무기를 빼어들어 공격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쇠사슬에 달린 쇠공을 빙빙 돌리던 자가 마동탁의 허리를 노리며 철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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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9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4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4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1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5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5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2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0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6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6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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