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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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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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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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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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체

DUMMY

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잡배에게 말했다.


"여긴 유곽이잖아요? 전 여자를 안는 취미는 없는데."


잡배는 계속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킬킬,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나를 따라와."


그리고 희는 잡배를 따라 유곽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등과 장식으로 꾸며진 유곽의 다른 건물과는 다르게, 크지만 별다른 장식 없는 단출한 집이었다.

희가 그곳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뒤에서 문이 닫혔다.

안에는 남자가 여섯 명,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그녀를 데리고 온 잡배가 비열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자아, 여기야. 어서 앉아. 돈을 많이 벌게 해 준다니까. 킬킬킬······."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등불에 드러난 그의 얼굴은 선이 얇은 미남자의 얼굴이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희에게 말했다.


"앉으시죠. 당신을 해하려 하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높임말을 쓰는 그를 무시한 채 희는 자리에 앉아 집의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런 데까지 의심 없이 덜컥 오는 사람들이 있구나? 더구나 난 돈이 급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순진무구했던 희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자 그녀를 데려온 잡배가 말했다.


"무, 무슨 소리냐? 돈을 벌게 해 준다는 말에 따라온 것은 너잖아?"


상석에 앉은 남자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오는 동안 따라붙은 사람이나 보는 눈은 없었겠지?"


잡배는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


"예, 한야 님."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남자, 한야는 희에게 말했다.


"나는 매영강의 유곽에서 진문이라는 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야라고 합니다. 당신은 희라는 이름을 쓴다고 하더군요."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걸 보니, 역시 그동안 여관에서 나를 지켜보던 사람이 너였구나? 쬐끄만 쥐새끼 같은 사람."


희는 잡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잡배는 순간 발끈했지만 한야를 보며 자제하는 눈치였다.


"듣던 대로 눈치가 빠르시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여자인데 왜 남자의 호패를 가지고 남자 행세를 하고 계신 거죠?"

"남자인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여자가 되는 이능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남사스러워서 이능자라는 건 밝히지 않았어."


희는 되는 대로 말했다. 한야가 씩 웃었다.


"서로간에 그런 말은 필요 없다는 걸 알 텐데요. 나는 꽤 오래 당신을 지켜봐 왔습니다."

"남이 목욕하는 걸 훔쳐봤다는 말을 그렇게 우아하게 해?"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여기 있는 이놈은 생각하신 대로 투명해지는 이능자입니다. 아름다운 여자분이 남자의 호패를 쓰는 것이 궁금하여 들여다본 거였다고 하더군요."

"그런 것치고는 꽤 오래, 자주 들여보던데?"


희에게서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가 껄껄 웃었다. 그는 맨들맨들한 민머리에 웃옷을 벗고 있었다.


"저놈이 투명해지면 우리도 알아채기 힘든데, 아주 감이 좋군. '그런 쪽'의 감도 좋을지 모르겠네?"


그는 음흉한 눈길로 희를 건너다보며 말했다.

희는 그런 사내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까 대충 뭘 원하는지 알겠네."


한야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날 위해 일해줬으면 합니다."

"이곳의 유곽에서 말이지?"

"그렇습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내가 남의 호패를 쓰는 수상한 놈이라는 걸 매영강의 경비대에 알릴 거고?"


한야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글쎄요, 두 사람이 알게 된 이후부터는 비밀이란 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소문이 샐지도 모르는 일이죠."

"정말 피곤하구나, 예쁘장하게 태어난 남자라는 건. 어딜 가나 여자로 오해를 받더니 이젠 같은 남자한테 몸을 파는 일까지 하라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대머리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 같은 남자끼리니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겠지?"


그리고 그는 손을 뻗어 희의 가슴께를 주물럭거렸다.


"근데 남자라면서 이건 뭐지? 대단한 걸 숨기고 있으신데."


탁자를 둘러싼 남자들은 왁자지껄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야만이 웃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 역시 웃으며 민머리 남자의 손을 어깨에서 떼어냈다. 그녀가 말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여자가 되는 이능이라고 하지 않았나? 부작용으로 이렇게 되던데."

"웃기지도 않는 소리군. 그딴 말을 믿을 것 같나?"

"그런가? 신이 어쩌고, 부아거가 어쩌고, 청경이 어쩌고 하는 말을 듣다 보니까 못 믿을 말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뭐? 이거 정신이 나간 여자로군. 같이 다니는 놈이 있다던데, 그 놈이 정신이 쏙 빠질 만큼 재미 좀 보게 해준 모양이지?"


그리고 한야를 제외한 남자 일동은 한참 그녀를 가지고 음담패설을 해댔다.

희는 그들의 저질스런 농담에 같이 웃으며 한야를 보고 말했다.


"어쨌든 난 남자니까, 이 제안은 못 들은 걸로 할게. 그 정도로 돈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말이야. 그럼 이제 가도 되지?"


한야는 턱짓으로 둘러앉은 남자들에게 신호했다. 그가 탁자 위로 손깍지를 끼고 말했다.


"물론 가도 좋습니다. 호패를 위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극형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응, 잘 알고 있어. 그럼 안녕."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을 가로막고 선 거한이 버티고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어 그녀는 나갈 수 없었다.

희는 한야에게 말했다.


"이 멧돼지한테 좀 비키라고 말해 줄래? 난 동물이랑 말하는 이능은 없어서 말이야."

"진문까지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란 말씀입니까? 그럴 순 없지요. 유곽이란 원래 차와 술을 마시는 곳입니다. 술 한 잔 대접하게 해 주시지요."


한야의 부하 중 하나가 잔에 담긴 술을 들고 왔다.


"쭉 들이키시고 나가시면 됩니다. 붙잡지 않겠습니다."


희는 술을 들고 냄새를 맡다가, 혀를 살짝 대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이거 쾌락제에 마취제까지 탔잖아? 한야 너 보기보다 더럽게 노는 놈이었구나."


한야가 덩치 큰 그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손님이 술 마시는 법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구나. 유곽의 주도라는 걸 알려드리는 게 좋겠다."


그의 부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희의 뒤에서 문을 지키고 섰던 거한이 뒤에서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팔로 움켜잡았다.

대머리인 부하가 손을 꺾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쾌락을 경험하게 해 주마. 내일쯤 되면 제발 여기서 일하게 해 달라고 빌게 될 거다."

"침을 줄줄 흘리면서 말이야!"

"하하하하!"


미소를 띠고 다가오는 남자들을 향해 희가 말했다.


"저 쥐새끼가 내 몸을 훔쳐보는 걸 한 번, 저 대머리가 내 몸을 만지는 걸 한 번 참았다. 지금 너희가 하려는 행동으로 세 번째가 됐고."


희는 품 속에 손을 넣었다. 그녀가 품 속에서 꺼낸 것은 끈적한 붉은 액체가 담긴 통이었다.


"그리고 난 세 번째에는 참지 않아."


희는 손가락에 붉은 액체를 묻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뚱뚱한 사내의 목에 둥글게 발랐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그의 목이 몸과 분리되며 바닥에 떨어졌다.


다가서던 사내들 모두 크게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희는 너무 순식간이라 그녀를 잡았던 팔도 풀지 못하고 죽은 사내의 몸을 치웠다.

그리고 그녀는 사내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내들의 목이 차례로 바닥에 떨어졌다.

피가 분수처럼 솟았고, 당황하여 칼을 뽑다가 목이 떨어져버린 사내를 마지막으로 방 안에는 희와 한야만이 남았다.

한야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며 자못 태연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 역시 생의 거대한 위협 앞에서 저절로 떨려나오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능력을 부작용도 없이 쓸 수 있지···?"


희는 대답하지 않고 시체들을 밟으며 한야에게 걸어왔다.

그녀가 어느 정도 가까이 왔을 때, 한야가 벌떡 일어나며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칼잡이가 아닌, 힘센 건달 패거리의 머리일 뿐이었다.

희는 그가 칼을 휘두르는 짧은 찰나, 그의 손목에 붉은색 원을 그려냈다. 그러자 그의 손목이 그대로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한야는 잘린 손목을 옷으로 틀어막으며 칼을 놓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그의 목에 손을 들이댔다.

그녀가 붉은 액체를 바른 손가락으로 천천히 그의 목을 쓰다듬자, 한야는 목이 졸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아니 너는, 대체 뭐냐···?"

"은랑이라고 들어 봤나?"


한야는 얼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그런 건 그냥 사람들 겁주려고 만들어낸 소문이잖아···?"

"네 앞에 있는 것이 그 소문이다."


시종 여유만만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한야의 입과 혀가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떨리고 있었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드릴 테니···."

"난 네가 한 말에 동의해."

"무, 무슨···?"

"두 명이 알게 된 이상, 비밀이란 건 없다는 말."


희가 천천히 한야의 목에 그리던 붉은 선이 한 바퀴 돌아 시작점에 도착했다. 그것이 곧 끝맺음이었다.

한야의 목이 깔끔하게 잘라낸 것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


검은 무영을 가르치고 나서 간단한 술상을 요청해 방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자 곧 수수한 칼 한 자루를 들고 희가 들어왔다. 그녀가 입고 나갔던 옷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나지막히 말했다.


"사람을 죽이셨군.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어머, 피 냄새가 그렇게 나요? 이거 돌려줘야 되는데."


희는 과장된 동작으로 옷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더 냄새가 배기 전에 얼른 벗어서 바람 좀 쐬어야겠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 의복을 훌훌 벗었다. 순식간에 벌거벗은 것이나 다를 것 없는 몸이 된 그녀에게서 습관처럼 눈을 돌리며 검이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예의를 지키는 만큼, 당신도 예의를 지켜 준다면 좋을 텐데."

"어머, 왜요? 지금 저흰 같은 남자잖아요?"


그녀는 검이 마시고 있는 술상에 다가와 앉았다. 검은 술이 찰랑거리며 들어찬 술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몰랐군. 당신이 남자였다는 것도, 사람 몇을 아무 상처 없이 태연하게 죽일 수 있다는 것도."


희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눈을 맞추지 않는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검의 앞에 놓여져 있던 술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청승맞게 달밤에 혼자 술잔 기울이는 남자와 술 상대를 해줄 줄 아는 여자였다는 것도요."


그녀는 더 이상 검을 괴롭히지 않고 긴장한 몸을 풀기 위해 온천에 들어갔다.


"당신 말이 맞네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가 온 사람은 생을 뜨겁게 원하게 된다는 것."


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단여의 각지에서 사형수들이 전부 모였다. 여뢰는 그들과 함께 하레로 출발할 것을 지시했고, 무영을 제외한 둘은 다시 하레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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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11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3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6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6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3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3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5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3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9 0 12쪽
36 위기···? 24.02.13 20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8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1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 정체 24.02.06 18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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