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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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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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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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코끼리

DUMMY

"흠···."


검은 청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희가 물었다.


"왜 그래요?"

"잠에서 깨어났군. 이 사내들에게는 청경의 힘을 쓰기 싫어서 말이오."

"그럼 이 은장도를 쓰시면 되잖아요?"


품에서 작은 은장도를 꺼내는 희에게 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너무 약하오."


창을 거둬들인 산적떼의 두목이 뒤에 있던 그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 자식이! 모두 둘러싸서 공격해!"


그리고 일단의 무리들이 검을 둘러쌌다.

검은 청경을 도로 집어넣고 맨손으로 서 있었다.


둘러선 남자들의 틈에서 두목이 창을 내찔러왔다. 검은 창을 피하며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해 창을 부수려 했다.

하지만 두목이 재빠르게 창을 회수했다.


"뭐 해! 전부 공격해!"


그제야 엉거주춤 그의 부하들이 칼과 괭이 등을 휘둘렀다. 검은 그 중에서 가장 앞에 있던, 천등이라는 남자의 단검을 빼앗았다.

그가 삽시간에 단검을 빼앗겨 어리둥절한 천등의 인중을 칼자루로 강하게 치자 그는 코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검은 남자들 사이를 헤집으며 긴 무기들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면서, 그들의 생명에 지장이 없을 만큼 단검을 휘둘렀다.

누군가는 관자놀이를 세게 찍혔고, 누군가는 복부를 강타당했으며, 누군가는 뒤통수를 강하게 맞았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산적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 서 있는 것은 창을 든 두목과 검뿐이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희가 말했다.


"와, 잘 싸우시네요."

"인질이 되지 않게 조심하시오."


희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전 매혹의 이능자라 그럴 일이 없지롱요."

"그 매혹의 이능, 이왕 써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당신 혼자서도 잘 하시네요 뭘."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두목이 들고 있던 창을 검에게 내던졌다. 검은 단검으로 창을 옆으로 쳐냈다.

그 틈을 이용해 두목은 등 뒤에서 칼을 꺼내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손엔 빈 칼자루만이 들려 있을 뿐, 칼날은 보이지 않았다.

희가 본능적으로 외쳤다.


"위험해요!"


수염 난 두목이 칼자루를 휘둘렀다. 검은 몸을 낮게 숙였다. 분명 칼날은 보이지 않았는데도 섬짓한 무언가가 그의 머리 위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두목은 가까이 접근하지 않은 채 멀리서 칼자루를 마구 휘둘렀다.

검은 단검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칼자루의 궤적만을 보고 피해야 했다.


검은 뒤로 계속 물러났고, 두목은 그가 물러나는 거리만큼 접근해서 칼을 휘둘렀다.

물러나던 검은 두목이 팔을 높이 치켜들었을 때 앞으로 돌진했다. 두목은 보이지 않는 칼을 그대로 내리쳤다.

검은 궤적을 예상하고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옆으로 칼자루를 휘둘렀고 검은 단검 대신 청경의 칼집을 들어 막았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청경의 칼집으로 막았는데도 검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검은 무언가가 그의 살을 가르는 느낌이 들자마자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피했기 때문에 상처는 깊지 않았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훔치며 검이 말했다.


"그거, 평범한 칼 모양이 아니었군."

"당연하지.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목숨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 지금이라도 칼을 거둔다면 죽이지 않겠다."

"닥쳐라!"


두목은 보이지 않는 무기를 거두고 다시 휘둘렀다. 검은 몸을 숙여 칼을 피한 후, 허리춤에서 수통을 꺼내 그에게 흩뿌렸다.

공중에서 물이 비산하며 허공에 물방울이 맺혔다. 두목이 들고 있던 무기는 중간중간에 요철이 있는 칼 모양이었다.


"이제 보이는군."


당황한 두목은 칼을 한번 허공에 흩뿌려 물방울을 털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칼을 털어내는 순간 검이 접근해 그의 목에 단검을 들이댔다.

두목은 칼을 떨어뜨리고 두 손을 들었다. 사납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저··· 제발 목숨만은···."


검은 한심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가 두목에게 물었다.


"호패를 가진 게 있느냐?"

"호패야 당연히 있습죠. 하지만 들고 다니지는 않고 저희 요새에 두고 다닙니다."

"너희 요새에 몇 명이나 있느냐?"

"여자가 여섯, 남자가 열다섯, 아이 하나가 있습니다."

"그 여자들도 부인 삼으려고 강제로 데려온 여자들이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희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쓰러진 산적들에게서 무기를 모아 한 켠에 쌓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는 자들도 몇 있었으나 희가 목을 손으로 내리치자 그들은 다시 기절해 버렸다.


"······."


두목은 말이 없었다. 검은 그런 두목의 팔을 뒤에서 옷자락으로 묶었다.


"안내해라."

"예? 왜 그러시는지···."

"우리는 호패가 필요하다. 네 요새에서 가져가겠다."

"······."


두목은 온 얼굴을 찡그렸다. 검이 그런 두목의 팔에 칼을 가져다댔다.


"팔 하나쯤 잘라야 말을 듣겠느냐?"

"아, 아닙니다. 따라오시지요."


그리고 앞장선 두목을 따라 그들은 산적의 소굴, 산채로 갔다.

목책을 간단하게 엮어 울타리를 만든 산채에는 움막을 지어 사람 여럿이 생활하고 있었다.

큰 설기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는 남자들도 있었고, 여자들은 밥을 짓거나 잡일을 하고 있었다.

갈대로 바구니를 엮고 있던 아낙이 검에게 끌려들어오는 두목을 보고 말했다.


"오셨···어라??"


두목은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검은 그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가 아낙에게 말했다.


"자신의 의지 없이 끌려온 사람들을 데리고 오시오. 당신들은 자유요."


여자는 바구니를 떨어뜨리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황급히 온 산채를 뛰어다니며 외쳤다.


"우리, 집에 돌아가도 된대!"


움막에서 여자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상황을 확인한 그녀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산으로 나물을 캐러 왔다가, 혹은 근처를 지나가다가 산적에게 잡힌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아낙네들과 함께 나머지 산적의 무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 중에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팔에 붕대를 감은 땅딸막한 사내가 나섰다. 산적떼의 부두목이었다.


"너흰 누구냐?"


검은 말없이 바닥에 무릎 꿇은 두목의 목에 칼을 가져다댔다.


"긴 말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여자들을 풀어줘라."


그러자 부두목은 단검을 뽑아 옆에 서 있던 여자의 목에 가져다댔다.

여자는 비명을 질렀으나 사내는 눈 깜짝하지 않았다. 그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이거 어떡하지? 곱게는 못 내줄 것 같은데? 두목! 이 쪽으로 오시오!"


두목은 검의 눈치를 보더니 비틀대며 그 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 순간, 여자의 목에 들이대고 있던 단검이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공중에서 단검이 멈추더니 그대로 방향을 돌려 부두목의 목에 꽂혔다.

팔이 부자유스러웠기 때문에 채 막지 못한 부두목은 그대로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이어 검과 부두목 사이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두목의 배에도 단검이 꽂혔다. 단검은 공중에 홀로 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두목과 부두목의 피가 튀며 단검을 쥐고 있는 자의 형태가 얼핏 드러났다.

두목이 목에서 피 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너 이 새끼··· 그 능력은 못 쓰는 거··· 커헉."


그리고 두목 역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버렸다.

나머지 산적들은 두목과 부두목이 연달아 당하는 것을 보고 도망가 버렸다.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한 소년이 나타났다.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이능을 쓴 모양이었다.


소년이 칼을 떨어뜨리고 아낙네 중 한 명에게 달려갔다.


"엄마!"


아낙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어린 소년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이제 다 끝났다, 무영아.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그 광경을 보며 아낙들이 저마다 눈물을 훔쳤다.

희는 움막을 하나하나 뒤져보다 호패를 찾아서 가지고 왔다.

아낙네들의 호패를 나눠준 후, 남은 호패를 살펴보다 그녀가 검에게 하나를 건넸다.


"이런, 남자들 것밖에 안 남았잖아? 남자 행세를 해야 하나?"

"저···."


아낙네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혹 어디까지 가시는지 알 수 있을지요···?"

"무엇 때문에 그러시오?"

"저··· 돌아갈 집은 있으나 가는 동안 또 산적을 만나지 않을까 염려되어···."

"우리는 매영강으로 가고 있소."


그녀는 반색하며 아낙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방해가 안 된다면 매영강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요? 저희 중엔 매영강이 고향인 사람도 있답니다."


검은 선선히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그렇게 검과 희는 아낙네 여섯 명, 그리고 무영이라는 소년과 길을 나섰다.

그리고 사흘이 채 되지 않아 검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아가씨는 어쩜 이렇게 피부도 매끈해? 꼭 나 처녀 시절을 보는 것 같네!"

"아하하! 그러는 아주머니도 지금도 한 미모 하시는데요 뭘! 이 무영이란 꼬마만 없었으면 처녀라 해도 믿겠어요!"

"꼬마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정말? 그래 보여?"

"아드님이 엄마 닮아서 인물이 아주 좋잖아요?"

"아이 참! 예쁜 처녀가 어찌 말도 잘해!"

"무영이가 어찌나 효자인지, 엄마 구하겠다고 이능을 써서 밤에 몰래 숨어들었지 뭐야!"

"어머 어머, 정말요?"

"그래! 그러다 잡혀 버렸지만, 쬐끄만 것이 얼마나 영특한지, 걸리자마자 혀를 빼물고는 침을 줄줄 흘리면서 기절하는 척을 했더래니까!"

"와아! 그럼 그게 부작용인 줄 알았겠네요?"

"그렇지!"

"쬐끄맣다고 하지 말라니까!"


희를 포함한 여자들 일곱 명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검은 한숨을 쉬었다.


"이토록 다음 행선지에 빠르게 도착하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군."


며칠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매영강에 도착했다. 멀리 산을 끼고 높게 선 도시가 보였다.

지대가 높고 들어가는 길이 좁아 그 자체로 천혜의 요새였다.

매영강에 집이 있는 아낙네 한 명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몇 달만에 돌아온 고향인지, 다들 내가 죽은 줄 알고 있었을 텐데···."


다른 아낙네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고생 많이 하셨소. 그래도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으니 된 거 아니우."

"그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살았으니 된 거지!"

"오랜만에 그리운 가족들 얼굴 보고 온천에 몸이나 푹 담궜으면 소원이 없겠구만."

"그렇지, 매영강이 집이 아닌 아낙네들은 먼 길 떠나기 전에 온천에 몸이나 풀고 가시게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희가 반색하며 말했다.


"온천? 온천이 있어요?"


아낙네 중 하나가 매영강 주위의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꼭대기가 평평한 화산이었다.

"매영강은 화산 옆에 있는 도시라, 온천이 유명하다우."

"와,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목욕할 수 있겠다!"

"안 그래도 매끈한 피부가 더 매끈해지겠구먼."


아낙네들은 다시 웃음꽃을 피웠다. 한 아낙네가 말했다.


"그런데 매영강은 폐쇄적인 도시라, 통행증 없이 들어갈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네."

"매영강 토박이가 둘인데, 설마 어떻게 안 되겠어?"


그들은 성벽 밑에 다다랐다. 요금소나 검문소는 보이지 않았다.

성벽의 한 구석이 빼꼼히 열렸다. 열린 틈으로는 누군가의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시를 지키는 병사인 듯했다. 그가 말했다.


"호패를 보여라."


일행은 각자 호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병사는 유심히 호패를 살피고는 말했다.


"통행증을 꺼내."


하지만 그들은 통행증이 없었기에, 검이 앞으로 나서서 은장도를 꺼내 보였다.


"휘의 손자를 만나러 왔소. 이 은장도를 보여주면 도와줄 거라 하던데."


"이리 줘 봐."


병사는 열린 틈 아래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은장도를 들고 틈을 닫은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부터 그들은 발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뭐지?"

"뭐가 이 쪽으로 오는 거 아녀?"


진동은 시시각각 커졌다. 성벽이 덜덜 떨릴 만큼 커다란 진동이었다.


"코끼리라도 뛰어오는 건가?"


매영강의 토박이 중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여뢰 님이다!"


동시에 크고 무거운 성문이 왈칵 열리며 누군가 뛰어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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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11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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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3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3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5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3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9 0 12쪽
36 위기···? 24.02.13 20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8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1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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