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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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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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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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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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면모 (3)

DUMMY

一.




‘광화신검이라고?’


청운진인은 생각했다.


‘분명 공명정대하고 협을 따르는 헌앙한 무인이라고 들었거늘······ 시정잡배가 따로 없지 않은가.’


역시 강호의 풍문이란 믿을 것이 못 된다. 어른 앞에서 침이나 찍찍 뱉는 놈이다. 발을 뻗을 곳, 안 뻗을 곳, 구분도 못 하는 놈이 아닌가. 당가의 이장로와 청성의 수호 장로의 대화에 고작 이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애송이가 낄 수는 없다. 청운진인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물론 청운의 생각과 조휘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발을 잘 뻗기만 한다면,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향하던, 무조건 생로만 밟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후욱!


짓쳐 드는 조휘의 신형에 청운진인이 뒤로 물러났다. 언제 보법을 밟았는지 알 수 없는 속도였다. 초절정의 극을 거니는 무인이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 그저 놈에게 숨겨진 한 수가 있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는데.


휘익!


‘이놈이!’


조휘의 손이 빛살처럼 쏘아졌다. 목을 향해 날아가는 수검(手劍). 청운은 다급히 손에 장력을 둘러서 쳐냈다. 카가가각! 순식간에 뽑아낸 장력이라 힘이 약했나? 수도는 흔들리지 않고 곧게 목을 향했다.


“어림 없다!”


청운의 몸에서 푸른 구름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청운이었다. 청성파가 자랑하는 청운검공의 발현. 푸르게 빛나는 호신강기다. 마치 구름을 몸에 두른 듯한 신선의 자태. 그러나 조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서거거걱.


검기가 맺힌 수검이 호신강기를 잘랐다. 그 순간만큼은 청운의 모골이 송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틈을 잘랐기 때문. 만약 청운의 경지가 조화지경에 이르렀으면, 호신강기에 틈 따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기의 집합체에서 완전한 강기로 넘어가는 경지. 여러 선들의 집합체가 아닌 완전한 면이 되는 순간, 그 위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그렇기에 청운은 광화신검의 경지를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조화지경이라니!’


아직 이립에도 이르지 못한 젊은이가 아닌가! 강호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을 때, 그의 무위가 고작 절정. 화종지회 때 패협을 상대하며 처음 두각을 드러냈다. 그 일이 고작 반년 정도 지났으니, 반년만에 절정의 경지에서 조화의 경지까지 올랐다는 것이 된다.


‘마공?’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수검 끝에서 명징하게 아롱지는 백색의 기운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어쩔 수 없는 일. 눈을 통해 머리까지 정화해주는 백색의 빛을 보고 어찌 마공이라 생각한단 말인가. 장문인을 잃은 슬픔과 분노가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청운의 본분은 도인이었다.


자연스레 얼굴에 묘한 미소가 걸리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도의 정종 심공을 진심을 다해 익힌 무인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청운 자신도 그런 모습이 신기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곁에서 보는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수도에 맺힌 검기는 이제 불꽃이 되었다. 도인의 눈에 비친 불꽃은 화려하게 타오르는 꽃이었다. 제 한몸을 불살라 어둠을 몰아내는 여명의 불꽃이었다.


그것을 보는데 눈물이 나는 것은 어인 이유일까. 청운은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마음가짐부터 패배한 것을 느꼈다.


사람이 발산한 기운을 보고 그 사람의 본질을 읽어내는 것. 백도의 정종 무공을 제대로 익혀낸 자라면 반드시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청운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난다.


하지만.


조휘가 두고 보지 않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면서 사혈을 향해 수검을 휘둘렀다. 객잔 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청운의 얼굴에 맺힌 짙은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이들은 조휘가 사술을 펼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의 영역이었다. 말로 내뱉는 순간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속으로 생각만 할 뿐이었다.


-진인.


손을 섞는 와중에 들려온 전음. 그러나 청운은 흔들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피어난 백색의 불꽃이 마음을 다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설명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우선 제 장단에 맞춰주십시오.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 맞추기라도 한 듯, 손속이 섞이기 시작했다. 서로 춤사위를 추는 듯한 광경. 사람들이 ‘이거 맞춘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기 직전.


퍼어어어억!


조휘의 쌍장이 청운의 복부를 파고 들었다.


푸화아아아악!


검은 피를 토하며 날아간 청운이 객잔 바닥에 처박혔다. 좌중이 침묵에 잠겼다.


“대주.”


비류대주가 아닌 번사대주가 답했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대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기에.


“말 하라.”


“아무래도 청성이 본 맹과 척을 지려나 봅니다. 맹에 지급으로 서신을 날리지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옳은 수순이군.”


“청성에서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 청성산 가까운 곳에 객잔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그러고는 돌아선 조휘가 당가의 이장로를 향해 포권했다.


“조휘입니다. 전검대 신입 조의 장을 맡고 있습니다. 신입 조의 당운비 대원에게 이장로님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허허. 운비 그녀석이······.”


“사안이 사안인지라, 당가에 들르는 것은 나중 일로 해도 괜찮겠습니까?”


이런 허락을 구하는 것은, 본디 일행을 이끄는 책임자가 해야 했다. 그러나 자하진인의 일과 청운진인의 일을 겪은 일행은 자연스레 조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전적으로 그가 의도한 결과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무치보다 조휘가 영향력이 컸다.


‘허허······ 영악한 놈이로고. 그러나 밉지는 않다.’


“그렇게 하시게.”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물론 대주님은 당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와 회포는 푸셔야지요.”


그리 말하며 조휘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입담도 있고. 무치 이놈이 관리하게 힘들겠는데.’


허허.


너털웃음을 터트린 이 장로가 조휘에게 포권했다.


“당가의 이 장로, 당진일세.”


“광화신검. 조휘입니다.”






二.




자하진인이 눈을 떴다. 자주 보았던 익숙한 천장이 반겼다. 육십이 넘는 세월 동안 청성 아래의 객잔에서 잠을 청한 적이 몇 번이었겠는가. 수도 없이 많이 본 천장에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어나셨습니까, 사형.”


한쪽 침상에는 가부좌를 틀고 허허롭게 웃고 있는 청운이 있었다. 사제가 무척 태연했기에 사형도 덩달아 태연해졌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큰일은 없었습니다.”


사제는 사형이 기절한 이후부터 있었던 일을 쭈욱 설명해줬다. 말주변이 많은 사제가 아니었기에 간단하고 담백한 설명이었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듣기는 편했다.


“······이렇게 된 겁니다.”


“허허······.”


더부룩했던 속이 거짓말처럼 편해진 것이 느껴졌다. 심마의 해소. 주화입마의 단계에서 마성이 드러난 것이 기억이 나며, 자하진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후배들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군······.”


“저도 그랬고. 그때는 다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홀렸다······.”


자하진인이 깊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래도 무사히 사제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두 도인은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큰 주제는 광화신검, 조휘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큰 은혜를 입었어.”


“아. 소협이 제게 이걸 전해줬습니다.”


청운이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서신인가?”


“예. 사형이 깨어나면 함께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어디 줘보게.”


내용물을 꺼내어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자하진인. 그의 얼굴이 점차 딱딱해졌다. 옆에서 기색을 살피던 청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말이 적혀 있습니까?”


“직접 읽어보게.”


“어디······.”


청운이 서신을 받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 역시 사형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게 정녕 사실이라면······.”


“큰 일이군요. 아니, 청성의 위기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래. 우리에게 믿을만한 아군이 있다는 거겠지.”


“일단 산을 장문 대리를 만나보세.”


“알겠습니다.”


두 도인이 창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휘이이익─!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며 바람이 불어왔다. 삼매진화로 타 들어가는 종이. 바닥에 떨어져 화르륵거리는 종이의 끝 부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청운과 적하를 대성한 도인이 입마에 든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장문인의 죽음이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나, 정종 무공을 깊이 익힌 사람에게 입마는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조화지경에 이르신 진인입니다. 도가의 신공으로 조화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화르르륵.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가 인간의 도로 하늘에 닿을 수는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자하진인의 입마는 어딘가 뒤틀려 있습니다. 그것이 어찌 가능했던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청성의 내부에 그 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억하십시오. 혹여나 속이 더부룩해지고 기분이 불쾌해지기 시작한다면. 명경지수가 깨지기 시작한 것 같다면. 도인의 눈이 흐려지기 시작한다면. 노소정(老霄頂)으로 오십시오.]


[도인의 눈이 흐려지면 달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빛에 휩싸여 있어도 어둡다고 느껴지면.]


화르르르륵!


편지가 재가 되어 사라졌다.





三.



[진인께서는 저를 찾아오게 될 겁니다.]




“장문 대리.”


청성의 산문. 자하진인과 청운진인을 마주한 것은 전전대의 장문이었다. 배분으로 따지자면 그들의 스승인 자죽진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오셨습니까.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것보다, 전해드릴 말이 있습니다. 어서 처소로 드시지요.”


“허허허. 급할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림맹의 사람들을 만나고 오신 여러분입니다. 그 노고가 대단한 탓에 피로할 터인데······ 급하게 움직이면 몸이 상합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제자들의 안전. 장로들 역시 제게는 제자와 같은 분들이 아닙니까. 부디 장문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허허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장문대리.안 그래도 조금 피곤한 참이었습니다.”


자하진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천천히 가면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자하가 자죽의 옆에 섰다. 청운은 자연스레 뒤로 빠졌다. 자죽과 자하는 보폭과 몸짓이 무척 닮았다. 청운과 적하를 대성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하는 가는 동안 장문 대리에게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광화신검과 관련된 이야기는 제외한 채로.


“무림맹에 제가 모르는 고수가 숨어 있었습니다. 식객인 것 같은데, 그 무위가 대단했습니다. 저를 거뜬히 제압할 정도였으니······.”


“허허. 장로를 거뜬히 제압했다는 말입니까? 무시무시한 분께서 사천에 방문해주셨군요.”


“다시 만난다면, 지지 않을 겁니다. 그쪽은 저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저는 그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지는 제가 명백히 위였으니, 설욕을 하고 싶습니다.”


“허허허.”


달이 명징하게 빛나는 밤이었다. 장문인의 처소로 향하는 어느 숲길에서 자죽이 말했다.


“장로 두 분께서 고생해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밤이 어둡습니다. 달이 뜨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아······ 어쩌면 나뭇잎이 달을 가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


“하하하. 왜 그러십니까. 농담입니다. 농담. 아, 장로의 눈에는 이 숲길이 밝습니까? 저는 좀 어두운 것 같은데. 제자들에게 일러서 불을 좀 밝히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자죽진인의 눈에 안광이 맺혔다.


“어우. 어두워. 어둡구먼. 왜 어둡지? 이상하기도 하지······.”


“······.”


둘은 이상함을 느꼈다.


“어둡다.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만? 왜. 그러면 안 되는데. 이상하기도 하지. 분명 눈을 멀게 했는데? 밤이면 어두운 것이 맞잖아. 어떻게 빛을 보는 거지? 이상한데?”


자죽이 자꾸 뒤를 흘끔흘끔 바라봤다. 마치 저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다는 식이었다.


“어둡지 아니한가? 소름끼치게 무서운데. 어우······ 소름. 소름. 어두운데? 나만 어두운가? 나 누구랑 대화하니. 대답이 없는데.”


덜컥.


자죽의 신형이 멈췄다.


“대답.”


“······!”


자하와 청운이 뒤로 풀쩍 뛰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의 착각이었다.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뒤로 뛴 것이 아니었다. 뒤로 뛴 줄 알았으나, 그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처음부터 어둠에 집어삼켜졌기 때문이다.


“왜 달이 안 뜨는 걸꼬······. 분명 뜬다고 약속했는데 말이지. 혹시 제자들은 알고 있습니까?”


자죽진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둡지 않습니까?”


“······.”


자하진인과 청운진인의 눈에 검은색 먹물이 차올랐다.




四.




무림맹에서 파견된 이들에게 사절로 갔다 온 뒤로,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제자들과 섞여 검을 휘둘렀고, 함께 밥을 먹으며 보냈다. 한가한 시간엔 차를 마시고, 밤이 되면 책을 조금 읽다가 잠에 들었다.


그러나 평소와 조금 다른 시간을 보냈다. 이상하게 사흘동안 달이 한 번도 뜨지 않은 것이다. 노오란 달을 보면서 이미 떠나고 없는 사형제들과 사부들을 떠올리곤 했는데, 달이 뜨지 않으니 그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속이 더부룩해지고 세상이 어두워진 것 같달까. 마음속의 이정표가 되어주던 이들이 사라져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불쑥 생각나는 기이한 생각도 있었다.


[도인의 눈이 흐려지면 달이 보이지 않을 겁니다.]



누구의 필체였지? 누가 저런 글귀를 썼던가. 도인의 눈이 흐려지면 달이 보이지 않을 거라니. 도인의 눈과 자연 현상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저 달이 뜨기 싫어서 뜨지 않은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자하진인이 숲길을 걸었다.


이상하게 어두운 것이다. 조화경의 경지에 오른 지도 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전부터 어둠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건만. 오늘따라 숲이 어두웠다.


장문대리의 처소로 향하는 길인데, 어두워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불을 밝히라고 하니 이상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 길은 이미 충분히 밝다고 그랬다. 한 걸음 앞에 유등이 하나씩 있다고 했다.


유등이라니?


이상하기도 하지.


한 걸음 마다 유등이 발화하고 있다면 나는 빛에 휘감긴 상황일진데. 내 시야는 왜 이리도 어둡단 말인가?


아. 답답했다.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더부룩한 것이 아니다. 더부룩한 것이 쑥 내려가고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솟았다.


하아. 머리가 너무 뜨겁다. 머리를 식혀야겠다. 뜨거운 속도 식히고, 탁한 머리를 맑은 공기로 씻어내야겠다.


어디가 좋을까.


아. 그래.


노소정이 제격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니까 달빛을 가릴 나뭇잎이 없겠지. 달이 너무 보고싶다.


아니, 사실 보고 싶은 건 달이 아니다.

사형제들. 사부들. 내 별들. 내 달들. 내 빛들이 보고 싶다.


그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가야지. 내 별들. 내 달들. 너희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를 찾아가는 것이 옳은 수순이겠지.


오르자.

오늘 밤이라도 오르는 거다.


.

.

.

.

.



노소정에 올랐지만, 달은 보이지 않았다. 그게 너무 서러웠다. 나만 당신들이 보고 싶었던 건가.


왜 내 앞에 나타나 주지 않으십니까.


스윽.

누군가가 어깨를 짚었다. 환한 불꽃이 눈앞에서 발광했다. 백색의 불꽃. 유성의 꼬리 같았다. 아. 빛이다. 빛이었다. 어둠이 물러가기 시작했다. 아침이 밝아왔다.


달인가?


잘 모르겠다.


저건 달인 것 같기도 하고 해인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별일지도 몰랐다. 그 모두인가?


눈앞이 밝아져 오며 하늘이 보였다. 탁 트인 가을 하늘. 구름보다 높은 봉우리 덕에 하늘이 맑았다.


보인다.


달이.

별이.


오늘 밤은 만월이었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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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청성산 혈투 (2) +2 23.11.06 1,104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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