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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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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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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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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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청성산 혈투 (1)

DUMMY

一.




“고맙네.”


“······.”


“만월의 하늘에 별이 가득한 걸 보고 왔네. 내 사형제들. 내 사부들은 여전히 청성을 보고 계셨네. 마음이 아팠지만, 아프지 않았네. 나는 그들을 잃었지만, 그들은 나를 잃지 않았거든. 생각해보면 옳은 수순이었어. 장문의 자리에 앉아 달라고 부탁하신 사부의 말씀을 무시하고, 무를 쌓기 위해 심산유곡으로 도망쳤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네.”


“······.”


“청운과 적하를 대성하고 나만의 무공을 만들었네. 자하······. 화산의 자하신공과는 다르지. 그들의 자하는 하늘이지만, 나의 자하는 끊이지 않는 강이거든. 결국 흐르고 흘러 바다에 도달할 거대한 강. 장강보다도 큰 강.”


“······.”


“제자리로 돌려야겠네. 받아올 것을 받아와야겠어. 청성산을 좀먹은 마귀들을 베어내겠네. 그것을 위해서라도 조금의 굴욕은 감수하려고 하네.”


“······.”


“자네에게 부탁 하나만 하겠네. 혹여나 이 늙은이의 목을 베어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면.”


“······.”


“그때가 오면 주저하지 말고 베어주게. 그리고 청성을 구해주게.”


“······.”


“마교라는 악으로부터.”




二.





바람이 불어오는 밤. 조휘는 청성의 산문을 넘었다. 아주 몰래. 은밀하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깨워야 할 이가 두루 존재했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을 모아, 단전에 쌓아둔 조휘는 상단전을 침습한 마기의 잔재 정도는 콧방귀를 뀌며 지워버릴 수 있었다.


자하진인을 깨움과 동시에 그에게 도움을 줄 조력자가 필요했으니, 조휘는 곧바로 청운진인의 거처를 찾았다.


그 역시도 고뇌에 빠져 있었다. 달과 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을 걸으려면 달과 별이 필요한데, 보이지 않아서 걸을 수 없었다.


장님이 된 걸로도 모자라서 앉은뱅이가 된 것이다. 청운진인은 어둠이 주는 두려움에 처소 밖으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조휘가 들어갔다.


화들짝 놀란 청운은 조휘의 손에 붙잡힌 채로 얼었다. 아직 조화지경에 들지 못한 그의 수준으로는 조휘의 점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대로 멈춘 청운진인에게서도 마기의 잔재를 태웠다. 시야가 제대로 돌아온 청운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조휘는 그 길로 몇몇 장로들을 더 찾았다. 자하와 청운을 통해 들은 믿을만한 이들이었다.


그들 모두 반응이 비슷했다. 무언가에 홀렸음을 알게 되었고, 그 주체가 장문대리임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정종무공의 힘이었다. 섭혼술에 당했지만, 혼에 새겨진 도력은 당한 이후의 기억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주인이 깨어나는 순간 그대로 전달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겠소?”


“제자들······.”


“죽어야 한다면 우리가 죽어야 하오. 어린 제자들을 살리고 우리가 죽는다면 그것이 우리의 천명이라고 생각하오.”


“그렇습니다.”


“무림맹에 도움을 요청했소. 번사대주가 이끌고 온 번사대. 광화신검과 비류대주. 후개와 이름 모를 젊은 고수까지. 거기에 당가의 후발대가 합류할 것이오. 우리 청성은 죽지 않소. 끝나지 않을 것이오.”


“······.”


장로들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우리의 의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오. 제자들에게 이어진 의지와 꿈들은 모두 저마다의 강호에서 꽃피울 수 있을 것이외다. 그것을 도와준 이가 있소.”


“······.”


“잊지 맙시다. 청성을 악의 손아귀에서 구해줄 이는 광화신검이오. 조휘라는 사내외다.”





三.




번사대주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단독 행동을 하기 시작한 네 망나니 탓이다.


무엇이 되었든, 번사대주로서는 조휘의 뒤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여나 일이 생겼는데, 그보다 늦게 대처했다는 사실이 맹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 자체로 대주로서 실격이었기 때문이다.


검대의 대주라는 직위가 갖는 무게는 무척 무겁다. 그만큼 권한도 큰 직위라 시시틈틈 검대주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많았다.


‘미끄러져서는 안 된다.’


맹의 중추에 도달해야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그였기에, 조휘가 무엇을 하든 막을 생각으로 뒤를 따랐다.




아침부터 청성산을 오르는 조휘는 무척 개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간밤에 잠을 설쳤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운기행공을 하고 온 탓이다.


‘조용하군.’


시끄럽게 떠들던 세 사람이 없으니까 곁이 허전했다.


“아침부터 혼자군. 나머지 셋은 어디로 갔나?”


“저도 모릅니다.”


“이번 작전의 총책임자는 나다. 맹에서 아무리 너희들의 권한을 인정해줬다 하더라도, 단독행동을 할거면 내게 언질이라도 주어야하는 게 옳은 수순이 아닌가?”


“저희에게 권한을 주신 군사님께 따지십시오.”


“······.”


아무리 말해도 말싸움을 이길 수 없었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천에 돌입한 직후, 번사대가 해결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랬다.


아니, 사천에 도달한 지도 이제 사흘이 꼬박 지났건만, 저놈이 해결한 일이 많은 거다.


자하진인에, 청운진인까지.

뭔 놈의 어린놈이 무위가 저토록 뛰어난지.


번사대는 하나둘 숨이 가빠 오고 있었다. 청성산의 초입부터 도문의 산문까지 한 시도 쉬지 않고 경공을 펼쳤기 때문.


하물며 조화지경에 이른 무인이 앞서 달리고 있다. 그들이 청해와 감숙 일대를 종횡무진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조화지경의 무인이 펼치는 경공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


번사대가 꼬리라도 볼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조휘가 배려해준 것임을 알기에 당무치는 더 짜증이 났다.


“아침부터 왜 청성산을 오르는 건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거 물을 시간 있으면, 마음이나 다잡고 기감부터 넓혀서 주변이나 살펴보시오.”


조휘도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없었다. 검대주라는 놈이 뭔 말이 이렇게 많은지.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상황을 직시하고 해석해서 결단을 내리는 자리가 검대주란 자리가 아니었던가.


조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벌써 산문 저편에서부터 느껴지는 끔찍한 악의가 있었는데, 꼴에 검대주라는 놈은 제 반도 못산 놈한테 묻고 있으니.


‘속터지겠네.’


그러나 조휘의 생각과는 별개로, 당무치 역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순간부터 청성산의 분위기가 무척 험악해진 것이다.


-부관. 대원들에게 일러 전투를 준비하라고 하게,


-명을 받듭니다.


뒤편에서 순식간에 군기가 일어나자 조휘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당무치는 그것을 보며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전대 맹주님을 보는 것 같달까. 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선하며, 무언가 행동을 하면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반응까지. 모두 그가 만난 어른들이 보여줬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전날 청성의 장로들을 만났습니다. 자하진인과 청운진인.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지금 청성의 장문대리를 맡은 자죽진인이 마교의 사람이라는 것을.”


“······!”


당무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믿거나 말거나.”


조휘가 콧방귀를 뀌고는 속도를 높였다. 신형이 주욱─ 늘어지며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 목소리 역시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번사대원들의 귓가에 맴돌았다.


“청성의 장로들은 어린 제자들을 피신시킬 겁니다.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죽진인의 경지로 그 움직임을 모를 리 없기에 자하진인과 청운진인을 비롯한 장로들이 그의 발을 묶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죽만이 마교의 사람일 리는 없을 터. 청성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먼저 떠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음이 울려 퍼졌다. 대기가 출렁이더니 일행으로부터 오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하얀 불꽃이 작렬했다. 불꽃의 높이가 어찌나 높던지, 경공술의 추진 경파만으로 청성산 일대가 후끈해지는 것 같았다.


휘이이이익─.


번사대주의 눈에, 기다란 휘파람 소리를 내며 하늘로 치솟는 조휘가 담겼다.


“어찌합니까?”


“뭘 어찌해!”


당무치의 몸도 녹색의 운무로 휩싸였다.


“전력으로 달린다. 산문까지!”







四.




“장문대리.”


“허허허.”


“결단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무림맹의 사람들과 일전을 벌이실 겁니까? 고작 일각 전에 제자들로부터 번사대가 산의 초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머지 않아 산문을 돌파할 터. 그전에 나서서 막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자하진인의 목소리였다. 자죽의 눍스그레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전에.”


“······.”


“깨어나셨구려.”


“무슨 말씀이신지?”


“눈을 가리는 어둠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하진인. 광명을 되찾으신 겁니까?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어찌 탈출하신 겁니까. 제게도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


“흐음······.”


자죽진인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깨어날 수가 없는데? 이상하다. 뭔가 이상해. 분명 술법은 완벽하게 들어갔는데?”


“장문대리.”


“아직도 저자를 장문대리로 부르는 것인가!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게!”


자하진인이 거칠게 일갈하며 자리를 박찼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다. 전날 자하진인의 방에 모여서 청성의 미래를 건 대담을 나눴던 이들이 모두 자리를 박찼다.


일제히 개방한 청성의 신공에 장문인의 처소가 흔들렸다. 쿠구구궁. 요동치는 기파, 쇄도하는 신형.


일제히 처소 밖으로 뛰쳐나간 이들은 벽에 기대어 둔 검을 챙겼다.


“청성을 배반한 자죽은 내 검을 받으라!”


청운과 적하.

두 신공을 모두 대성하고 스스로의 무공을 창안한 일대 종사가 완전히 기세를 드러냈다.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청성산 일대가 노을로 물드는 듯한 광경. 자줏빛 운무가 넘실넘실 흐르고, 바람결에 나부끼는 청운과 적하의 기세가 불꽃이 되어 휘날렸다.


그 속에서.


“크흐흐흐.”


자죽진인의 얼굴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우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어딘가 이상한 얼굴.


“조심!”


이상을 감지한 자하가 검을 세웠다. 자줏빛 검강이 휘몰아침과 동시에 자죽을 중심으로 검은색 기파가 터져 나왔다.


‘이럴 수가!’


자하가 검을 세우지 않았다면, 필히 흑색의 기파에 모두 쓸려 나갔으리라.


그것을 정면으로 막아낸 자하진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내가 막아설 수 없는 자다.’


스스로를 청성 제일 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비록 일전에 쏘아낸 기파가 청성의 것이 아니었지만, 자하진인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청성의 신공을 개방하는 순간, 그들에게 승산은 없으리라는 것을. 상대는 자신보다 수십 년은 먼저 청운과 적하를 깨달은 자였으므로.


“모두 공격하시오!”


“하아아압!”


가장 먼저 신형을 쇄도한 것은 청운이었다. 자하진인은 생각했다.


‘사제······.’


어느덧 조화지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청성의 검수. 때로는 구름처럼. 때로는 바람처럼. 면면부절 끊이지 않는 푸른 검기가 파도처럼 너울거렸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것은 그의 또 다른 사제였다. 청운검을 보조하기 위해 펼친 적하검이지만, 적색의 검기에 깃든 힘또한 거대했다.


푸르고 붉은 검기가 날아가면서 뒤섞인다. 섞일 수 없는 색이지만, 청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두 사제는 검을 섞었다. 한 대 소용돌이치며 완전한 자줏빛을 발하는 검기가 자죽을 강타했다.


그 뒤를 청성의 다섯 검이 뒤따랐다. 청운과 적하를 비롯한 청성의 신공 비기들을 극성으로 펼쳤다.


가장 빛나는 것은 자하진인이었다. 좌수에는 청운을 우수에는 적하를 휘감은 그가 하단전 앞으로 쌍수를 모았다. 쿠구구구─ 따위의 소리가 울려퍼지며 거대한 기운이 일렁였다.


강대한 기운을 일점에 모은다. 태양처럼 거대했던 기운이 압축되고 압축된다. 전사경의 중첩과 기운의 압축. 엄지손톱 반만 한 크기의 구체 위로 여덟 개의 고리가 휘몰아친다.


분절자광팔환(分節紫光八環).


자하진인.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절기. 온 내공을 담아서 제대로 펼치면 산봉우리 하나를 날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절기였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


“하아아아!”


완성된 분절자광팔환 위로 거대한 고리가 씌워진다. ‘乂’자로 덧씌워진 고리가 굉음을 토해내며 회전했다.


키이이이잉─.


그로서도 처음 다뤄보는 내공력에, 팔이 덜덜 떨려왔다. 사제들이 열어준 틈을 놓칠 수 없음에 힘들게 팔을 들어올렸다.


마치 허공에 점혈을 하듯, 분절자광환이 맺힌 손끝이 허공을 두들겼다.


그 순간.


번쩍! 콰과과과과과.


빛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일직선상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사형이 절기를 준비하는 것을 알고 있던 사제들은 모두 뒤로 빠진 지 오래. 자죽진인을 그대로 직격했다.


‘됐나······!’


모두의 기대와는 반대로.


“크흐흐흐. 이런 무서운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니. 의외였습니다. 사질.”


피부는 다 녹아내리고, 팔 한쪽도 사라졌다. 눈 주변의 피부가 모조리 사라져 눈의 흰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완전한 원을 그리는 흰자에 핏줄이 서 있다.


그러한 몰골임에도 자죽진인은 무너지지 않았다.


“만일 삼 년 뒤에 이걸 맞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오히려 일찍 사질들이 눈치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죽이 웃었다. 폐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였다.


“나를 잡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 텐데요.”


그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청성의 어린 것들. 그들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뒷문으로 몰래 빼돌리신 겁니까.”


“······.”


“크흐흡. 크히히히힛.”


자죽진인이 허리를 숙이며 웃었다.


“흐하하하하하하하!”


“······.”


“나를 너무 쉽게 본 것이 아닙니까. 내가 설마 여러분의 생각도 못 읽었을까요. 크흐흐흐흐.”


자죽진인의 잘려나간 팔에서 무언가가 꿈틀 거렸다. 츄드드드드득. 기다란 벌레를 닮은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저들끼리 얽히고 섥혀 팔을 만들었다.


“본디 희망을 맛본 뒤의 절망이 더 감미로운 법. 여러분의 절망을 보여주십시오.”


스르르릉.


그가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얼핏 보아도 심상치 않은 검이었다. 자줏빛으로 물든 검은 수십 년이 넘는 세월 간 자죽진인의 진기로 제련된 검. 그것 위로 불길한 검강이 타올랐다.


“제자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팔다리를 다 잘라서 제 ‘아이들’의 먹이가 될 겁니다. 쉽게 죽을 수는 없지요. 그들은 농장이 될 겁니다. 인간 비료 농장이 되는 겁니다!”


“이 어찌······!”


“이노오오오오오옴!”


그때였다.


휘이이─.


어디선가 가냘픈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음공의 묘리가 담긴 기묘한 파공음. 구름 저편에서 까만 점 같은 것이 보였다.


피잇─.


그런 소리와 함께 점이 점차 가까워졌다. 쿠궁. 쿠구구궁. 가속이라도 하는 듯, 폭발음이 수차례 들려왔다.


“······?”


여전히 팔은 꿈틀거리는 채로, 자죽진인이 허공을 바라봤다. 청성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 모두를 다 합친 것보다 강대하고 위험한 적이 저기서 다가온다.


휘이이이이이이─.


그게 시작이었다. 숲 전체에서 가공할 군기가 일어나더니 일제히 한 점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군기는 번사대. 가장 가까이서 짓쳐 들어오는 점은 조휘.


허공에 점이 찍혔다. 하얀 불꽃이 점이 됐다. 방향을 알리듯, 퉁─ 퉁─.


마치 유등이 점멸하듯, 쇄도하는 신형이 깜빡인다. 인간 시각의 인지를 아득히 벗어난 속도로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피이이이이이─.


자죽진인의 귓가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있었다. 가공할 진기가 담긴 음공. 경공술의 추진 경파로 말미암은 조휘의 한 수였다.


이미 그들의 싸움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자죽진인의 탈을 쓴 마귀만 모른 채로.


번쩍!


하는 빛과 함께 한 사내가 공터의 한가운데에서 나타났다.


분절자광팔환의 여파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먼지.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 여파로 허공에 피어난 불의 꽃.


사방으로 비산했다 떨어지는 부스러기들과, 청성산 정수리에 걸린 햇빛. 그것이 아롱지는 구름.


언제 그랬냐는 듯, 끼기 시작하는 먹구름. 스산한 독기를 잔뜩 머금은 채로 사위를 좁혀오는 바람.


그 모든 것이 시야에 느리게 들어온 순간이었다.


후욱!


바람이 젓쳐 들며 장포가 펄럭였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선, 조휘는 청성의 도사들에게 말을 건넸다. 밤부터 아침까지.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 반나절 지난 셈이지만, 그들이 보낸 시간이 고작 반나절일 리가 없었기에.



“제가 왔습니다.”


스르릉.


그런 소리와 함께.

조휘의 검이 자죽진인의 몸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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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4) +3 23.11.20 85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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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청성산 혈투 (5) +2 23.11.09 1,058 20 16쪽
86 청성산 혈투 (4) +2 23.11.08 1,025 21 16쪽
85 청성산 혈투 (3) +2 23.11.07 1,063 24 14쪽
84 청성산 혈투 (2) +2 23.11.06 1,104 23 15쪽
» 청성산 혈투 (1) +2 23.11.05 1,202 20 17쪽
82 악인의 면모 (3) +2 23.11.04 1,210 22 16쪽
81 악인의 면모 (2) +3 23.11.03 1,262 21 16쪽
80 악인의 면모 (1) +2 23.11.02 1,344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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