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조회수 :
305,408
추천수 :
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3.11.08 22:05
조회
1,024
추천
21
글자
16쪽

청성산 혈투 (4)

DUMMY

一.




극성으로 펼치는 경공술. 은밀한 움직임이었기에, 추진경파를 최소화했다. 대신, 바깥으로 나가야 할 것을 내부로 돌렸다. 용천혈에서 출발한 기운이 우웅─ 소리를 내며 맴돌았다. 그곳에서 퍼지기 시작하는 묘한 파동. 지면에서 느껴져 오는 진동을 감지한다.


개미가 기어 다니는 소리. 불어오는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쪼르르. 맺힌 물 따위가 굴러떨어지는 소리. 따악. 나무의 뿌리를 타고 전해지는 새의 부리 소리.


우웅.


육중한 진동이 느껴짐과 동시에 지휘를 내린다.


-번사대주. 북서쪽에 셋입니다.


그와 동시에 당무치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둠 속에 녹아든 그가 경계를 서던 세 사람 뒤에서 나타났다. 소의 털만큼이나 얇은 침이라는 우모침이 달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


빛을 본 순간 이미 늦었다. 쏘아진 우모침이 사혈에 꽂혔으니.


투둑. 투두두둑.


다시 대열로 돌아온 당무치가 묵묵히 조휘의 뒤를 따랐다. 길잡이이자, 경계병. 침투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두 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 당무치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만약 저놈을 마찰 없이 번사대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계획이 오 년은 더 당겨졌을 진데.


조휘가 손짓했다. 방향을 알리는 수화였다. 그길로 당무치는 방향을 틀었다. 사전에 짜둔 작전대로, 청성파 근처의 적들을 죽이러 간 것이다.


삼십여장이 넘게 멀어지자, 이번에는 비류대주가 방향을 틀었다. 이리저리 휘어져 숲길을 달렸지만, 결국 향하는 곳은 번사대주가 맡으러 간 곳이었다.


비류대주는 기분이 좋았다. 처음부터 조휘는 번사대주를 믿지 않았지만, 자신은 믿어주는 것 같았으니까.


‘어디······ 실력 좀 볼까.’


어둠에 스며들어 목숨을 앗아가는 당무치의 모습을 보며 영이 미소를 지었다.





二.




후우우욱!


영도 떨어진 순간, 조휘는 속도를 올렸다. 이전과 두 배는 더 빨라진 속도였다. 발을 한 번 박찰 때마다 허공에 잠시간 떠 있었다. 내공 조예가 조금만 더 받쳐주면, 허공답보도 도전해볼 법했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


어둠에 최대한 동화할 수 있었던 것은, 마기의 덕분이었다. 그의 백색 불꽃은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발했기에, 마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고독을 흡수한 뒤로 마기의 양이 꽤 늘었음을 느꼈는데, 상상 이상으로 불어나 있었다.


적절한 마공을 하나 익히든, 마공을 하나 새로 만들어보든. 이 마기를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구해야겠다.


‘어쩌면 사공도 괜찮을지도.’


흑제의 무공 정도면 마기를 담아낼 그릇이 되기엔 충분할 터. 극에 이른 사공은 마공과 다를 바 없다고 했으니, 정 방법이 없으면 그 편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조휘는 어느새 청성산을 넘었다. 내리막길을 달리며 지평선을 바라보니, 시야 한쪽에 백(白)자가 적힌 커다란 깃발이 들어왔다.


백련교의 깃발. 번을 서는 듯, 횃불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목책을 세우고 그 밖에서 경계를 서는 모습. 가까이 다가간 조휘는 은신을 풀었다.


스르륵. 풀숲에서 남자가 나타나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차앙! 급하게 발검한 두 명이 조휘에게 물었다.


“뭐하러 왔소.”


“하늘을 밝히러.”


명천끼리의 암호였다. 두 사람은 조휘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용도 없고, 이상한 점도 없군. 동지를 환영하오.”


가까이서 바라보니 한 사람은 서글서글 웃고 있었고, 한 사람은 딱딱한 표정이었다. 서글서글한 쪽은 나이가 젊어 보였고, 딱딱한 쪽은 중년으로 보였다.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청성산.”


“예에?!”


사내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중년인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거의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이 조휘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천한 종들이 하늘의 대리인을 뵙습니다.”


“이곳의 총책임자에게 안내해라. 청성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러 왔다.”


“예, 예! 명을 받듭니다!”


두 사람은 말이 없어졌다. 조휘의 눈치를 살피면서, 묵묵히 앞으로 걸었다. 진형 중심부에 설치된 막사로 안내한 둘이 고개를 숙였다.


“칠무장님.”


“······.”


“칠무장님. 본단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들으시라고 해라.”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쇳소리가 조금 섞인 목소리는 전형적인 장수의 목소리였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셔야합니다. 저희는 허락되지 않은 곳이라서요.”


조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막사 안으로 들어 섰다.


“······.”


칠무장을 처음 본게 언제더라. 조휘는 생각했다.


‘아. 그랬지. 그때가 아마 북문이 뚫렸을 때······.’


회귀 전, 무림맹 초토화의 시작을 알린 장수가 바로 그였다. 단독으로 북문을 뚫고 검대주 셋을 처죽인 뒤, 본진으로 유유히 돌아간 그를 봤던 기억이 있다.


“누구시오.”


“······.”


“본단에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것 같소만. 교주님이 숨겨둔 자식이라도 되는 것이오?”


“호전적인 성격은 여전하군.”


“날 본 적이 있나?”


조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칠무장 앞에 앉았다.


“청성산에서 마교가 나타났다. 충왕종이라는 녀석들이더군. 혹시 아는 바가 있는가?”


“거······ 참. 이상하군. 마교라.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칠무장이 조휘를 바라봤다. 약간의 권태로움이 묻은 눈동자. 그러나 조휘는 그 속에 고이 숨겨둔 포악함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범보다도 강렬한 안광은 안법의 일종이었다.


칠무장은 조휘를. 조휘는 칠무장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본단에서 오셨으면 표식이 있으실 건데, 한 번 보여주시오. 본단에서 오신 분이 맞다면 깔끔하게 사과하리다.”


조휘가 피식 웃었다. 그와 동시에 조휘의 손이 뻗어졌다. 호흡과 호흡 사이를 가르는 절묘한 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주먹을 지르기 위해선 필요한 동작이 존재한다. 진각을 밟아 지력을 끌어 올리고, 허리의 회전력을 빌려 어깨, 팔, 주먹 순으로 힘을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


그러나 좀전의 주먹은 그런 것이 없었다. 모든 단계를 생략이라도 한 듯, 팔을 책상 위에 올려둔 자세에서 주먹이 뻗어진 것이다.


명천의 모든 무공의 시발점. 상승무공의 기반이 되어주는 핵심이 바로 저것이었다.


“······통천경(洞舛勁).”


모든 과정이 생략된 대신, 그에 준하는 발경력을 거는 것. 특유의 진기 도인과 구결이 없으면 구현이 불가능한 기예였기에, 칠무장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만하면 됐나?”


“실례를 범했습니다.”


칠무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체를 밝힐 수는 없으나, 우리 모두 같은 대의를 갖고 숨쉬고 있으니 쓸 데 없는 의심은 거둬줬으면 좋겠군.”


“죄송합니다.”


조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천의 무공은 질리도록 봤다.’


조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청성이 망했다.”


“아까 말 한 마교의 짓입니까?”


“그렇다. 장문대리였던 자죽이 마교의 사람이었고, 장로 중에도 몇몇이 있었다. 뒤늦게 찾아온 무림맹이 가까스로 죽인 것 같지만, 청성의 어린 제자들이 어디로 빠졌는 지는 알 길이 없었다.”


“무림맹······.”


“해서, 책임자를 만나려고 왔다. 곧바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칠무장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의 책임자는 제가 아닙니다.”


“뭐?”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교주님의 셋째 아드님과 그분의 호위단이 이곳에 와 계십니다. 그분께서 청성을 살피러 떠나셨고, 호위단 중에서 저만 이곳에 남았습니다.”


“······!”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혹시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는 겁니까?”


“무림맹······. 위험하다.”


“예?”


“젠장.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조휘가 한숨을 쉬었다. 신경질이 나는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되도 않는 짓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좀 쉽게 가려고 수를 뒀건만, 악수였단 말인가.”


이상함을 느낀 칠무장이 곁에 기대어둔 검으로 천천히 손을 뻗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지 오래였다.


화르르륵.


막사를 하얀 불꽃이 휘감았다. 눈앞의 사내에게서 가공할 공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내력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다.


“누구냐!”


재빨리 발검해 사내를 향해 겨누고자 했다. 시야가 흔들리지만 않았다면.


“······?”


스르륵.


그것이 칠무장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심상구현의 축소 전개와 동시에 발검으로 칠무장의 머리를 베었다. 물 흐르듯이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절세 고수의 한 호흡.


두 번째 호흡이 시작되기도 전에 막사를 박찼고, 작게 축소해뒀던 심상을 전 범위로 확대했다.


번쩍!


조휘를 중심으로 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목책 내부가 모두 하얀빛으로 물들었다. 너무나도 환한 빛이라 잠에 들었던 이들이 모두 눈을 떴다. 혹시 벌써 해가 뜬 것인가 싶어 모두 하늘을 바라봤다.


이상하기도 했다. 해도 떠 있고, 달도 떠 있고, 별도 떠 있다.


그러길 잠시. 밤의 푸름. 여명의 붉음이 공존하는 하늘 가운데의 사내가 움직인다.


우수로 검을 들어 올렸다. 좌수로 만든 검결지를 검면에 붙인다.


검신이 점차 창백한 빛을 뿜었다. 의념으로 피워낸 강기가 검 위에서 빛을 발한다. 알알이 흩어져 진동하던 검강이 움직임을 멈춘 그 순간.


카아─.


검결지가 검면을 훑었다. 검이 울음을 토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한편, 조휘를 올려다보던 이들은 모두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아······.”


빛이 세상을 뒤덮었고.

검이 울음을 토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앙!!




三.




비류대주는 몸이 덜덜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백련교도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순간, 여섯의 신형이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과 함께 내리친 거대한 장력이 번사대주를 전장에서 이탈시켰다. 산 봉우리가 무너져 내리며 당무치가 돌무더기 아래로 사라졌다.


‘둘은 못 이긴다. 셋은 비슷한 수준. 나머지 하나는······.’


감히 항거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이 부셔왔다. 존재 자체가 아득했다. 화경의 무인 따위는 개미처럼 볼 정도로. 그것이 꼭 무공의 강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금호.”


“예. 공자님.”


“이게 무슨 일이지.”


“알아보겠습니다.”


저벅.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땅이 쿵쿵 울려왔다. 마치 태산이 움직이는 듯한 광경. 거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등의 창이 어느새 손에 들려 있었다.


‘오늘이 제삿날인가.’


초조한 마음과는 다르게, 영은 태연하게 물었다.


“아는 분들인가요?”


“질문은 내가 한다. 너는 누구지?”


“이름은 없습니다. 번호로 불린지 오래라서요. 영번이라고 불립니다.”


“소속은 어디냐.”


“마교입니다.”


“마교?”


금호의 눈이 번뜩였다.


“그것이 사실이냐?”


“예. 천악의 사도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죽였지?”


“청성에 숨어 있던 저희 교도들에게서 도움 요청을 받아서요. 청성파로 향하던 길에, 눈에 거슬리는 놈들이 있어서 죽여버렸습니다.”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는 영을 보며 금호가 학을 뗐다.


“공자님. 미친놈 같습니다.”


“그래 보이는구나.”


영이 공자라고 불린 사내를 바라봤다. 무척이나 선이 고운 미공자였다. 무공을 제대로 익힌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왜 일까. 저자에게 다가가면 잡아 먹힐 것만 같았다.


“감이 좋은 아이구나.”


“어떻게 할까요.”


“동지들의 복수는 해줘야지. 별로 쓸모 있어 보이지도 않으니 죽여라.”


“예.”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고의도 아니고 실수 였는데······.”


“미친놈.”


“실제로 그렇습니다. 반쪽짜리 마공을 익혀서 정신이 오락가락해요.”


“그런 놈이 벽을 돌파했다고?”


“마공이 그렇죠, 뭐.”


금호가 영을 노려봤다.


“개소리.”


“아······. 진짠데.”


영의 입에서 안개가 뿜어졌다. 순식간에 주변이 자욱해지더니 영의 신형이 사라졌다.


“마공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보이는구나. 확실히 마공은 이상한 부분이 있으니,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거라.”


“명을 받듭니다.”


금호의 창 위로. 금빛의 강기가 타올랐다.


“이리오너라. 쥐새끼야.”


“찍. 찍찍.”


안개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청성산의 높은 봉우리. 여섯의 사내들과 한 사람이 대치중인 광경을 보는 이들이 있었다.


“미치겠네. 저새끼들은 또 누구야?”


“······.”


천랑은 여섯 사내를 보자마자 전신 감각이 경종을 울리는 것을 느꼈다.


“위험하다.”


“그건 나도 알고 있수.”


홍무기가 침을 뱉었다.


“씨이벌. 운수도 더럽게 없지. 그 양반은 또 어디로 간 거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등성이 저편에서 하얀빛이 번쩍였다. 높은 봉우리라서 가까스로 볼 수 있었다.


“워매.”


“저 정도 거리면······ 그가 전력으로 달려도 이각은 걸린다.”


“이각이면 대주님 피떡 되고도 남는 시간인데.”


천랑이 한숨을 쉬었다. 원래 이런 일에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자의 심상구현. 저기에 갇힌 이들의 감각이 정상일 리가 없다. 나는 저자를 돕겠다. 거지새끼는 청성으로 뛰어가서 퇴각을 명해라.”


“뭐?”


“말 들어라. 시간이 없다. 내가 가는 것보다 네가 가는 게 훨씬 잘 먹힐 거다. 전력으로 뛰어서 산을 내려가라. 그리고 당가에 도움을 요청해라.”


“너······.”


“가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랑이 절벽 아래로 신형을 날렸다.


“이 시발! 다 지들 멋대로지. 개새끼들.”


홍무기도 쌍소리를 토하며 신형을 쇄도했다.






四.




안개 속에서.

비류대주는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느꼈다. 한랭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사천 여정을 함께 했던 잘생긴 청년인 듯했다.


‘이름이 천랑이었나.’


그가 안개로 뛰어들자, 영이 전음을 보냈다.


-도와주러 오셨습니까?


-아무래도.


-계획은 있고요?


-하나보단 둘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아닌가?


-······.


천랑이 피식 웃었다.


-계획은 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군.


-일단 들어나 봅시다.


-심월무.


-예?


-저기 덩치한테 내 심월무를 제대로 처박은 뒤, 도망친다.


-오······. 심월무라. 아니, 그것보다 이 안개 속에서 뭐가 보이십니까? 생각보다도 더 뛰어나신 분이셨네. 그러면 말이 달라지죠.


-······?


-제가 틈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가능한 크고 강한 필살기 한 방. 빈틈을 노려서 쏘아주십시오.


-신호는?


-보면 아실겁니다.


-알겠다.


말이 끊어짐과 동시에 영이 신형을 쇄도했다. 안개 속에서 끊임없이 금호를 자극하는 것이다.


아무리 거세게 발광해도 흩어지지 않는 안개를 보며 금호는 흥분했다. 잔뜩 화난 표정으로 창을 휘두르던 금호의 뒤에서 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


서걱!


마치 뱀이 휘감듯이, 영의 팔이 기묘한 각도로 휘어지며 금호의 얼굴을 베었다.


‘피가!’


단검 끝에 묻은 피가 눈에 튀어서 금호의 시야를 가린 그 순간. 모습을 실체화한 영이 금호의 창을 붙잡았다.


‘지금!‘


휘이이이이잉─.


한기가 휘몰아치는 거대한 구체를 손에 들고 있던 천랑이 류한보를 밟았다. 빙판 위를 달리는 귀신 같은 움직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천랑이 금호의 복부로 얼음의 구체를 박아 넣었다.


“하아─.”


기척을 죽였던 천랑이 숨을 쉬었다. 뜨거운 숨결이 연기처럼 길게 뿜어졌다. 명징하게 보이는 입김.


그리고.


콰드드드드드드득!


순식간에 금호가 얼어붙으며 하늘 위로 얼음 산이 치솟았다.


심월무, 음령.


한계까지 기를 응축해 일제히 터트린 절초였다. 천랑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일격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끌기엔 충분했다.


-도망칩시다.


심상구현을 회수한 영이 천랑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

.

.

.

.



“따라가거라.”


대답도 없이 몸을 날렸다.


공터에 남은 것은 얼음산에 갇힌 금호와 고운 선의 미청년 둘뿐.


얼음 위로 장심을 올린 그의 몸에서 금빛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누굴꼬······.”


마교는 아니다. 그렇다면 청성인 것인가? 청성일 리도 없다. 빙공을 사용하는 곳이 아니었으므로.


금빛의 불꽃이 얼음에 옮겨붙은 것을 확인한 뒤 걸음을 옮겼다.


향하는 곳은 청성산의 어느 봉우리.

어느 도인들의 보금자리인 청성파.


후욱!


사내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작가의말

예약 시간이 잘못 되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5 스승의 은혜 (3) +1 23.11.27 816 20 16쪽
104 스승의 은혜 (2) +1 23.11.26 822 17 13쪽
103 스승의 은혜 (1) +1 23.11.25 904 16 13쪽
102 천씨세가 (2) +1 23.11.24 851 18 13쪽
101 천씨세가 (1) +1 23.11.23 894 19 15쪽
100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6) (4권 完) +3 23.11.22 887 19 15쪽
99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5) +1 23.11.21 837 19 13쪽
98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4) +3 23.11.20 858 17 13쪽
97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3) +2 23.11.19 905 19 14쪽
96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2) +1 23.11.18 937 17 14쪽
95 전해지는 것, 이어지는 것. (1) +1 23.11.17 950 17 14쪽
94 사천제 (2) +1 23.11.16 926 18 16쪽
93 사천제 (1) +2 23.11.15 940 17 17쪽
92 사천성 (5) +1 23.11.14 942 17 16쪽
91 사천성 (4) +1 23.11.13 948 18 15쪽
90 사천성 (3) +1 23.11.13 921 19 14쪽
89 사천성 (2) +2 23.11.11 1,016 22 14쪽
88 사천성 (1) +2 23.11.10 1,040 20 15쪽
87 청성산 혈투 (5) +2 23.11.09 1,058 20 16쪽
» 청성산 혈투 (4) +2 23.11.08 1,025 21 16쪽
85 청성산 혈투 (3) +2 23.11.07 1,063 24 14쪽
84 청성산 혈투 (2) +2 23.11.06 1,104 23 15쪽
83 청성산 혈투 (1) +2 23.11.05 1,201 20 17쪽
82 악인의 면모 (3) +2 23.11.04 1,209 22 16쪽
81 악인의 면모 (2) +3 23.11.03 1,261 21 16쪽
80 악인의 면모 (1) +2 23.11.02 1,344 23 14쪽
79 아무 일도 없었다. (3) +2 23.11.01 1,358 22 17쪽
78 아무 일도 없었다. (2) +2 23.10.31 1,361 23 14쪽
77 아무 일도 없었다. (1) +3 23.10.30 1,378 24 16쪽
76 물유본말(物有本末) (6) +2 23.10.29 1,331 2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