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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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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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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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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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DUMMY

첫번째 기억의 빛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본 모습은, 아주 어린 시절의 토레아가 어머니, 그리고 자기보다 키가 비슷한 형제처럼 보이는 아이와 함께 거대한 드래곤이 불을 뿜고, 멋진 기사와 마법사들이 그걸 막고 있는 크고 멋진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어? 이거 왠지 나도 본 것 같은데?


[V 어? 이거 우리 중학교 3학년때 수학여행 가서 본 거다! 맞지? 애들아?]


[B 아아.. 이거, 모스토크의 테마파크에 있던 거네. 나틸리, 너도 기억나지?]


아아. 맞아! 중학교 3학년때 갔던, 테마파크에 있던 조형물이었다. 무슨 마법을 부려놨는지 정말 드래곤과 전사들이 싸우는 것처럼 움직이기도 하며 정말 생동감 있었는데! 사도의 기억을 통해서 이곳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N 아.. 저기 완전 추억이다, 진짜. 야, 우리 다음에 시간이 비면 저기로 놀러갈까?]


[V 응, 그러자. 오랜만에 가면 참 재밌을 것 같은데?]


기억 속 토레아는 가족들과 함께 아주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여기는 역사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라, 남부 지역의 역사속 다양한 멋진 장면들이 작게 축소되어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바로 성 엘지야가 모스토크를 덮친 최악의 해일을 자신의 마법으로 막고 있는 장면이었다. 부둣가에서 고독히 서서 거대한 파도를 막으며, 예정된 자신의 죽음보단 뒤에서 도망치고 있을 시민들의 생존을 염려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곳을 온 사람들에게 아무래도 가장 크게 인상이 남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 성 엘지야의 저런 애민정신을 존경해왔었지만, 난 저런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지, 이제 내가 성 엘지야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참 세상사 알수가 없다니까?


기억을 좀 더 읽어본 나는 토레아의 이름은 레빈 산도스키이며, 키가 비슷한 형제는 이란성 쌍둥이인 레노 산도스키이며, 어머니는 헬겐 알렉세이란 사실까지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았다.


어릴적 두 아들들에게 좋은 추억들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지, 레빈의 어머니는 휴일이면 모스토크에서 유명한 장소란 장소는 모두 데려간 것 같았다. 성 엘지야 성당, 북부 해변 근처의 있는 사랑의 전각, 가장 큰 공원인 발로냐 공원까지..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공원을 돌아다니는 레빈의 모습은 누가 봐도 행복해 보였다.


모스토크 북쪽 구원의 공원에서 높은 절벽 위, 앞으로 넓게 바다가 보이는 부분에서, 어머님은 바다를 바라보는 레빈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이런 말을 해주셨다.


[H 레빈.. 아버지가 없어서.. 많이 외롭지 않니?]


[R 아뇨, 엄마. 기억도 전혀 나지 않는걸요.]


[H 지금은 빈 자리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레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빈자리를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아버지가 없는 걸까라는 생각, 왜 아버지는 우릴 일찍 버려두고 떠났는지 괜히 원망스러워질 수도 있을 거야.]


[R ..]


[H 하지만 말이야.. 레빈, 레노. 너희 아버지는 태어났을 때부터 예기치 않게 마이더리스님의 법정으로 올라가게 될 때까지.. 너희들을 사랑했어. 너희들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같이 세계여행을 하려고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웠을 정도로 너희들을 너무 아끼고 사랑했어. 내가 주말만 되면 너희들에게 좋은 걸 보여주고, 좋은 경험을 해주려는 이유가 뭔지 아니? 그건 바로, 너희 아버지가 해주고 싶었던 걸 내가 대신 해주고 싶어서야.]


[R 엄마..]


[H 너희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 몫까지 해줄게.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노력할테니 너희들도 각자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해. 애들아, 우리, 10년 후 너희들이 각자 직장도 얻고 충분히 돈도 벌면, 그땐 그렇게 원하는 마이더리스의 멋진 마법사들이 지은 100층으로 된 성을 보러 여행을 떠나자, 알겠지?]


[R 네, 엄마..]


아아.. 우리 엄마도, 어릴적 나를 데리고 참 많은 유적지랑 관광지를 돌아다녔었는데! 물론 사정상 아주 먼 곳은 가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릴적 엄마랑 다닌 그 많은 멋진 장소에서 느꼈던 느낌과 추억들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버티게 만드는 소중한 요소들이 된 것 같았다. 노랗게 해가 지며, 두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레빈의 어머님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나를 짠하게 만들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V 휴.. 아버님이 아무래도 무슨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나봐.]


[B 그러게.. 무슨 사고로 돌아가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딱하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다니.. 아버지 얼굴 기억도 제대로 못하겠네.]


그렇게 첫번째 기억이 끝났다. 그리고 두번째 기억은 공부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중학교 2학년, 전교 20등을 받고 기뻐하며 어머니한테 자랑하는 모습, 그리고 한번씩 외로울때마다 어머니 방 침대에 가서 어머니 옆에서 자는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B 음.. 마마보이인가? 애? 왜 중학생이 다 됐는데도 굳이 엄마 방에서 자려고 하냐?]


[V 보리스, 너도 중학교 3학년때까지 내내 엄마랑 같은 방에서 잤잖아.]


[B 야, 그건 우리집 방이 ○나 작아서 별 수 없이 그렇게 잔 거잖아! 내가 같이 자고 싶어서 잤냐? 쟤랑 나는 완전히 다르지, 인마! 내가 쟤처럼 자기 방 있었으면 절대 우리 엄마랑 같이 안잤지! 맨날 조금만 잘못해도 때리고, 욕하는데 같이 자고 싶을 리가 있겠냐?]


[N 어휴.. 이 불효자 자식! 엄마가 널 얼마나 아끼시는데! 보리스, 아끼고 관심이 있으니까 너한테 그렇게 구박도 하시는 거야! 포기한 자식이었으면 니가 뭘 하든 될대로 되라고 하시고 고등학교도 대충 공업고등학교 보내셨을걸?]


[B 글쎄.. 어머니니까 당연히 아끼시는 건 있겠지! 나도 그건 잘 알아. 그런데.. 좀 고마워질라하면 내가 왜 널 낳았는지 모르겠다느니 왜 다른 애들처럼 못하냐느니 이딴식으로 살려면 똥이나 쳐먹으며 살라느니 별의별 막말을 다 하시는데, 이러니 고마운 마음이 조금 들다가도 싹 사라져 버리는 걸 어떡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깨닫게 될 거야, 보리스.. 어머니가 널 얼마나 아끼셨는지 말이야. 나를 만나면 너 학교 잘다니는지, 고민거리 말한 건 없는지 늘 물어보셨단 말이야. 당장 니가 배타기 이틀 전에도 너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주겠다고 나한테 음식 만드는 법 배워 가신 분이, 널 싫어할 리가 없잖아.


어쨌든, 이렇게 중학교 2학년때까지 레빈의 기억을 다 읽어봤는데, 아무리 봐도 인생에서 그늘이 질 만한 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좋은 집에서 조부모님과 어머님, 그리고 쌍둥이 형제와 함께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인생의 기억의 줄기의 마지막, 딱 봐도 중학교 3학년인 이 시기의 기억이 아주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까지 검붉게 기억의 빛무리가 칠해진 것은 처음 봤다. 도대체 중학교 3학년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남은 기억의 무리가 죄다 어둠과 증오로 물들어 있는 걸까?


[N 아버지가 없어서 재정적으로 궁핍하게 살까 싶어서 너무 염려스러웠는데, 친가에 돈이 많아서 충분한 돈을 주고 있나봐. 좋은 집에서, 좋은 조부모님이랑 잘 살고 있네?]


[E 그러게요. 친가와 상당히 사이가 좋은 것 같네요. 아무리 봐도, 중학교 2학년때까지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머니뿐만 아니라 조부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으며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쌍둥이 동생과도 치고박고 싸우긴 하지만.. 뭐, 나이가 비슷한 남자형제끼리 저정도 싸우는 건 정상적이죠.]


[B 맞아요, 에르제. 형제 사이도 저정도면 엄청 사이가 좋은 거죠. 맨날 학교에서 싸움이나 하고 사고나 치고 다니는 내 망할 남동생에 비교한다면야 저 쌍둥이 형제는 완전 천사 그자체네!]


[V 하하, 보리스. 니 동생, 엄청 장난꾸러기지?]


[B 장난꾸러기 정도면 다행이지! 학교에서 애들 패고 다니고 벌써 담배 피려고 하고 아주 막장이야! 망할놈의 새끼! 중학교때부터 담배를 피려고 해? 어이가 없어서 정말..]


[V 어? 그래도 요즘은 별로 사고 치고 다니지 않던 것 같던데?]


[B 한번만 더 사고치면 퇴학시켜버릴 거라고 선생님이 으름장을 놓은 데다가, 퇴학당하면 엄마가 학교 다시는 안 보내고 배타러 보내버릴 거라고 협박하고, 나랑 내 여동생도 죽여버릴거라고 협박을 해놔서 잠자코 조용히 있는 거야. 저 자식, 한번이라도 사고쳐서 퇴학이라도 당해봐!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곧바로 몽둥이로 볼기짝을 100대 넘게 때려버릴거야!]


[N 자, 자, 자! 우리 왜이렇게 기억을 읽기만 하면 꼭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는 거야? 제발 기억 좀 빨리 읽고 밖에 좀 나가자, 응? 그런 이야기는 밖에 나가서 해도 되잖아.]


[B 알겠어, 나틸리! 빨리빨리 마지막 기억이나 읽어봐. 아.. 정말 두렵네. 왜 갑자기 기억이 저렇게 시뻘건 빛으로 물든 거야? 저렇게 행복하게 잘 살다가 인생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만한 일이 뭐가 있지? 학교에서 질 나쁜 놈들한테 찍혀 1년 내내 괴롭힘 당하는 것 외엔 없을텐데?]


[V 에이.. 그럴 리가. 질 나쁜 애들도 저런 애들은 잘 안 건드려. 재미없어서.]


[N 뭐? 빅토르, 너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V 아,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괴롭혀본적은 없어!]


[N 하하하! 알겠어. 믿어줄게.]


나도 빅토르의 말대로 설마 따돌림을 당했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의 기억을 읽어보니, 말이 없고 친구도 없는 편이긴 했지만, 비호감을 살만한 요소가 있는 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약간 신경질적인 면이 있기도 했고, 예민하게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지도 않고 조용하게 학교 잘 다니는 스타일의 친구였다. 선생님들이 지나가는 그에게 이런저런 격려의 말을 해주는 걸 보니, 선생님들의 평판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 친구였다. 그렇게 착실히 미래를 준비해나가던 아이가, 어째서 중학교3학년때, 최악의 시기를 겪은 후 사도가 되어버린 걸까?


두려운 마음으로 드디어 마지막 기억의 빛무리로 뛰어들어갔다. 3학년 첫번째 등교일인 것 같았다. 1,2학년때 그나마 있던 몇몇의 친구들도 다른 반으로 배정이 되었는지, 레빈은 외로이 구석에 앉아 주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유독 덩치가 큰 한 학생이 저편에 앉아 있었다. 와.. 빅토르도 한 덩치 하지만, 그 남자애는 정말 덩치가 컸다. 키부터 185는 되어 보였고, 덩치는 마치.. 그래! 무슨 대형 고릴라 같은 느낌을 주었다. 큰 장딴지, 빅토르의 굵은 목보다도 1.5배 굵어 보이는 목까지.. 보자마자 대단한 위압감을 주는 학생이었다.


[B 와.. 저 새끼 덩치 좀 봐! 무슨 대형 고릴라 한마리 보는 줄 알았네.]


[N 와.. 종아리 두께좀 봐! 빅토르 너처럼 운동부 학생인 걸까? 어때, 어느 운동부 학생 같애? 빅토르?]


[V 역도쪽 운동 같은데?]


[B 야, 너 저 애랑 싸우면 이길 자신 있어?


[V 오우.. 덩치가 진짜 커서 확신할 수가 없겠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약한 척을 하긴 했지만, 난 내 명예를 걸고 장담할 수 있다. 아무리 저놈이 빅토르보다도 훨씬 덩치가 크고 흉악한 느낌을 준다고 해도 정작 싸우게 되면 30초 안에 빅토르의 주먹 몇방에 제대로 얻어터지고 기절하게 거라는 걸. 그만큼 빅토르는 일반인 그 이상의 규격 외의 존재였다. 하지만, 빅토르에 비교한다면야 30초 안에 나가떨어지게 될 거란 거지, 일반인 기준으로만 본다면.. 저런 덩치의 남자애라면 분명 학교에서 대적할 학생이 아무도 없는 수준일 것이다.


[B ..왠지 불안한데? 찢어진 눈, 괴물같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느낌까지.. 설마, 저 새끼 때문인 건가?]


찢어진 눈에 사나운 얼굴이면 너도 그래! 보리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농담으로 상처받을까봐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만 살펴봐도, 보리스는 저런 애들과는 꽤 많이 느낌이 달랐다. 바로 눈에 가득한 활력과 총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많이 한 데다가 본성이 다혈질일 뿐이지 매우 착했기 때문에, 저런 아이와는 직접 만나보면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뭐 어쨌든, 너도 첫인상은 그런 느낌인 판에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선 안되지, 보리스!


[N 보리스, 외모로 사람 평가좀 하지 마.. 너도 날카롭게 생겼는데 사람 한명 안 괴롭히며 살잖아.]


[V 그래, 보리스. 쟤가 외모가 좀 트롤같긴 해도, 레빈이 무슨 죄가 있다고 쟤가 레빈을 건들겠어.]


[B 아니야.. 기억 시작부터 저놈의 ○같은 면상을 보여주는 게 왠지 쎄해.. 그냥 넘어가려 해도, 관상이 아주 ○같애! 저놈! 내가 살면서 ○같은 놈들을 한두번 만난 줄 알아? 인상이 더러워서 그런지 인생 막사는 ○같은 새끼들이 동족인 줄 알고 나한테 몰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데! 저놈이 괴롭힌 걸거야, 분명해!]


[E 그래요.. 기억 시작부터 저 남자아이를 보여주는 게 뭔가가 있나보네요. 그리고 꼭 이유가 있어서 남을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사악하면 사악할수록, 그 악마들은 아무 이유없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아요.]


맞아.. 남을 괴롭히는 놈들이 꼭 이유가 있어서 괴롭히는 게 아니더라구. 그 소대가리만 해도 그랬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한동안은 아무 문제 없이 학교를 다닌 것 같았다. 학교에서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동안 모리슨은, 맘에 맞는 친구들이 없는 건지 1,2학년때와는 다르게 혼자서 조용히 창가 근처에서 공부만 열심히 했고, 점심시간엔 밥을 먹자마자 쭉 잠을 잤다. 그러다가, 갑자기 빠르게 지나가던 기억이 감속되더니, 현실 시간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삶이 불행으로 뒤틀려버린 뭔가 큰 분기점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이날도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자던 레빈의 머리을 뭔가가 때리고 스쳐 지나갔다. 레빈은 잠에 깼지만, 이내 무시하고 다시 잠을 잤다. 하지만, 다시, 그의 머리에 갑자기 머리에 큰 충격이 스쳐 지나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화가 치밀어 오른 레빈이 욕을 하며 일어났을 때, 그의 앞에는 축구공을 든 거구의 그 남자아이가 맨앞에서 그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아..


[R 야, 이 새끼들아! 축구를 하려면 바깥에 나가서 해!]


[? 뭐? 뭐라고? 이 개새끼야? 너 나한테 새끼라고 한 거냐?]


[R ..미안. 너인 줄 몰랐어. 하지만.. 너 굳이 공놀이를 반 안에서 해야 돼? 공놀이는 운동장에서 하면 되잖아. 이 좁은 반 안에서 공을 차면 나처럼 반 안에서 누가 맞을 지도 모르잖아. 안 하면 안될까?]


[? 싫은데?]


[R 너, 아주 이기적인 놈이구나? 이 반을 너 혼자 써? 고작 너 하나 놀려고 점심때 편하게 쉬려는 친구들을 맞추겠다는 거야?]


[? 내가 여기서 뭘 하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이 땅딸보 새끼야!]


그렇게 말하며 그 아이가 레빈의 멱살을 잡았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대롱대롱 매달린 레빈의 모습을 보니, 보는 내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니, 저 고릴라 새끼가 자기가 잔뜩 잘못해 놓고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저 죄없고 연약한 친구의 목을 졸라? 아, 나도 며칠 전 안톤의 멱살을 기침이 나올 정도로 잡긴 했지만.. 난 사랑의 멱살이었다! 저 악마가 괴롭히려고 잡은 거랑은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


[N 아.. 저걸 보니, 며칠전에 안톤한테 멱살 좀 살살 잡을걸 그랬어! 괜히 미안해 죽겠네?]


[B 안톤한테 다 들었어, 임마. 거의 목 졸라 죽일듯이 멱살을 잡았다며? 아무리 놀라도 그렇지 그 연약한 안톤을 그렇게 죽일듯이 멱살을 잡냐? 진짜 정신을 잃으면 어떡하려고?]


[N 그게.. 중퇴했을까봐 너무 무서워서.. 안톤이 너무 걱정되서 그런 거야! 나 그때 진짜 울뻔하기까지 했다고!]


[B 하긴! 나도 그땐 이 미친놈이 진짜 그 좋은 대학교를 중퇴했나 싶어서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으니까.. 그래도 난 덩치 생각해서 약하게 잡았는데. 야, 아무리 니가 여자라도 안톤과 비교하면 니가 남자힘이고 걔가 여자힘이야. 힘 조절을 좀 했었어야지!]


[N 아, 알겠어! 임마!]


[V 애들아, 아무래도 저때부터 저 고릴라같은 놈한테 괴롭힘을 당했나보다. 그치?]


우리 둘끼리 쓸데없는 걸로 말싸움 하는 걸 주제를 돌리고 싶은지 빅토르가 우리들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B 내 말이 맞지? 저 고릴라새끼 눈빛도 탁하고 인상이 너무 ○같잖아! 그럴 줄 알았지! 와.. 멱살잡은 걸 보니 레빈이 무슨 유치원생처럼 보일 정도네! 저렇게 착하고 약한 친구 괴롭혀서 무슨 재미가 있다고 괴롭히기 시작한 거야? 저 고릴라 새끼는!]


[N 아.. 앞으로 쭉 괴롭힘 당하는 장면만 나올 것 같은데.. 얼마나 애를 괴롭힌 거야? 저 새끼? 진짜 심하게 괴롭혔겠죠?]


[E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요.]


[N 아.. 남의 어두운 기억을 이렇게 읽는 게 너무 미안해져.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은 기억들일 텐데.. 보는 우리들도 너무 고통스럽고..]


[E 이 아이의 기억을 읽고 교감해야 저 아이를 깨울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죠. 다시 재생시켜봐요, 나틸리.]


[B 야, 어차피 저 놈 머지않아 뒤질테니까 그냥 틀어!]


[V 응? 저 고릴라가 죽어? 왜?]


[B 야, 딱보면 모르겠냐? 레빈이 죽일만한 사람이 딱봐도 저놈밖에 없잖아.]


[V 아아.. 그렇겠구나!]


한숨을 푹 쉰 나는, 1학기 중간이후부터 2학기 말미, 그러니까 밝던 인생에 순식간에 어둠으로 가득차기 시작한 시점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그 이후부터, 점심때 잘때마다 그의 머리통으로 축구공이 스치고 지나갔다. 레빈은 반항하지 못하고, 점심때부터 도서관에 가서 자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점심시간은 넘겼지만 반에 있을 때마다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잠시 쉬는 시간 5분이라도 자기 위해 고개를 숙이면, 여지없이 그의 머리위로 축구공이 떨어졌다. 화를 내며 일어서지만, 그 고릴라는 물론이고 눈앞의 모든 친구들마저도 모른 척을 했다. 수업시간에 한번씩 그의 등 뒤로 날카로운 물건이 날라왔고, 화를 내며 뒤를 돌려보면 여지없이 맨 뒤에서 그 고릴라같은 남학생이 뻔뻔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짓도 안한 척 웃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 몇몇도 비웃으며 레빈을 바라보았다. 그 외의 친구들마저도 모두 분명히 봤을텐데도 애써 모른척 했다. 고작 하루만에, 반 학생들 모두가 레빈의 적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저 고릴라의 힘과 악의가 반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B 반 분위기 아주 ○같네.]


[V 반 친구들은 왜 친구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모른척하는 걸까?]


[B 어쩔 수 없지, 빅토르. 저렇게 어마어마한 덩치가 반에 있으면, 저 놈 눈치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잖아. 괜히 레빈 편 들었다가, 자기도 괴롭힘의 대상이 될까봐 어쩔수 없이 침묵하는 거야.]


[V 아니, 그러면 선생님한테라도 좀 말해보지.. 레빈한텐 좀 미안한 말인데, 계속 보고 있기가 많이 답답해.]


[N 그러게.. 선생님한테 좀 말해보는 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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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071: 010510 경찰서안의 대소동 24.06.13 8 0 20쪽
71 1-070: 010505 레냐의 마지막 인사 24.06.13 9 0 17쪽
70 1-069: 010505 샤노브의 기억 B 24.06.12 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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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1-062: 010501 레냐의 고백 24.06.04 9 0 37쪽
62 1-061: 010501 부둣가에서 작별 인사 24.06.04 5 0 31쪽
61 1-060: 010429 이공간 방문 24.05.29 9 0 29쪽
60 1-059: 010428 제미크와 대화/작전 회의 24.05.29 10 0 35쪽
59 1-058: 010427 작별 통보 24.05.27 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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