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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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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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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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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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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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제72화. 악귀

DUMMY

“이것 좀 보세요.”


영상을 확인하던 채 형사가 날 불렀다.


“뭐 좋은 거라고 불러.”


그녀의 압력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두 모니터 앞에 모였다.


“채 형사님은 이런 거 계속보셔도 괜찮으세요?”


동만이의 말대로 채 형사는 그녀가 목을 긋는 구간을 계속 돌려 보고 있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얼굴을 보면 용의자는 무서운 걸 본 것 마냥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이 봐. 채 형사, 누구 눈에는 콩깍지가 씌어서 원빈이나 차은우처럼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 눈엔 절대 그렇게 안 보여.”


서 반장의 말에 모두 빵하고 터졌다. 정 형사와 동만이도 이번만큼은 도저히 안 되겠던지, 웃참에 실패했다.


그런 서 반장이 너무 얄미워 뒤통수를 한 대 갈겼다.


나의 신경질에도 당최 웃음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화목한 우리 팀이다.


그러다 채 형사의 한마디에 웃음이 뚝 끊겼다.


“이거 보세요. 사망한 용의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강 선배가 아닌 허공을 바라보고 있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돌발상황이라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는 미처 몰랐는데, 오늘 영상을 확인하니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시선이 향한 곳은 아무도 없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데요.”


정 형사의 말에 우리는 모두 현장으로 출동했다.


“자신의 아이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고, 자기도 뛰어 내렸답니다.”


“생존자는?”


침통한 얼굴을 한 정 형사가 말없이 고개만 좌우로 저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사건 발생! 사건 발생! 도로에서 차가 전복되어 일가족이 사망하였습니다. 인근에 계신 분은 현장으로 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현장으로 가고 있는데, 무전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무전이 왔다.


“무전을 보낸 놈이 누군지 띨빵하게 사건 사고도 구분 못 하나.”


“강태혁이 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서장님이셨다. 무전기가 꺼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내가 띨빵하게 사건과 사고도 구분 못 하는 줄 아나? 차가 뒤집히기 전 사건이 하나 접수된 게 있었네. 남편이 갑자기 뭐에 겁을 먹은 것인지 갑자기 차를 난폭하게 운전한다는 신고였네.”


사건이 일어난 곳이 우리가 가려던 곳과 멀지 않은 곳이어서 나머지 세 명을 목적지에 내려 주고 서 반장과 내가 현장으로 갔다.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후 난간 아래로 떨어져 가족 모두가 사망했다.


스키드마크가 나 있는 상태로 봐선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그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거 같았다.


교통사고를 담당하는 경찰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하다.


“이쪽은 대충 정리가 된 거 같은데 빨리 애들한테 가 보자.”


정 형사 쪽도 별다른 건 없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이혼 후,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자신의 아이를 아파트 아래로 던지고 자신도 투신한 사건이었다.


“옆집에 물어보니 사건이 일어나기 전, 누군가와 심하게 다투는 듯한 소리가 났었데요.”


“무슨 소리?”


“오지 말라고도 하고 물건 던지는 소리며, 막 고함치는 소리도 들렸다고 하더라고요. 심각한 거 같아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 순간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아이와 엄마가 아파트 밑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같이 있던 사람은?”


“엄마와 아이 둘뿐이었다고 합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그 집에서 들어오고 나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경찰서로 돌아오는 길에 사건에 대해 채 형사와 동만이에게 전해 듣는 내내 뭔가 찜찜했지만, 뭣 때문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서로 들어오다가 입구에서 서장님과 마주쳤다.


“서장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니들 잘 만났다. 모두 날 따라서 와!”


“이번엔 또 무슨 일입니까?”


“고시원에 불이 났대. 투숙객 중 한 명이 그랬다는데, 이유가 귀신을 잡으려고 그랬다고 하네.”


“네? 귀신이요?”


“그래.”


현장에는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가 먼저 와 있었다.


앞에 사건들과 달리 이번에는 사건의 범인이 살아 있었다.


우린 서둘러 범인이 이송된 병원으로 갔는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의식을 잃었던 범인이 깨어나 창밖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소란을 피운 것이다.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면 뛰어내려 죽어 버릴 거야!”


오늘 무슨 마가 낀 것인지, 아침부터 온종일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 목격한다.


사주니 팔자니 하는 것들은 잘 믿지는 않지만,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서장님 어머니한테 한번 여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뛰어내려! 죄 많은 인생 더 살아서 뭐해! 그냥 여기서 그만 끝내!”


이런 포스를 내뿜을 수 있는 건, 세상에 딱 한 분뿐이다.


“어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서장님의 어머니셨다. 어머니의 등장에 왠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아는 사람이 입원해 병문안 왔다.”


“병문안 오셨으면 그냥 가시지..”


“지금 저놈은 우리 눈에 뵈지 않는 게 보여. 맞지?”


녀석도 어머니의 포스에 눌린 것인지. 쭈뼛대고 있었다.


“얼른 안 뛰어내리고 뭣혀!”


어머니의 우레와 같은 고함에 녀석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 틈에 놈을 체포했다.


그 광경을 보신 어머니는 그대로 쿨하게 가버리신다.


“전 정말 귀신을 태워 죽이려고 불을 낸 거뿐이에요.”


“지금은 안 보이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0분째 저 말만 하고 있는데, 사람 환장하겠다.”


머리를 식히고 다시 조사실로 들어가려는데, 최 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 최 형사 무슨 일이야?”


“형님, 요즘 마약 쿠키 조사하신다 그러셨죠.”


“어. 혹시 뭐 나온 거라도 있어?”


“사건 현장을 수색하던 도중 사망한 범인의 소지품에서 그 마약 쿠키가 나왔습니다.”


“뭐!”


“제가 사진 찍은 거 보내드릴 테니 한 번 보십시오.”


전화를 끊고 사진을 보니 그 마약 쿠키가 맞다.


잠시 후, 교통과에 갔던 동만이가 손에 무언갈 들고 왔다.


“사고 낸 차주 소지품에서 나왔다는데요.”


마약 쿠키였다.


“니들도 마약 쿠키냐?”


각각의 현장에 갔었던 채 형사와 정 형사도 도착했다.


“투신한 사람 방에서 찾은 거예요.”


“이건 고시원 범인의 방에서 나온 겁니다.”


정 형사가 타다만 쿠키 봉지를 내밀었다.


난 그것들을 가지고 조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너 바른대로 말해라. 너 혹시 이거 먹은 뒤, 뭐가 보이고 그러냐?”


그가 갑자기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저리 가. 오지마! 살려 줘 제발. 물러나!”


“도대체 뭐가 보이는 거야?”


“악귀야! 저리 가! 저리 가라고!”


“뭐. 악귀?”


자세히 물어보려고 다가가는 순간, 놈이 소리를 지르며, 앞에 있던 볼펜으로 내 머리를 찍어 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의무실이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냐?”


“녀석은?”


“너 기억 안 나냐? 너 머리 찍고 나서 녀석이 자해하려는 거 니가 못 하게 손으로 잡았잖아.”


“난 괜찮다냐? 위험했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머리에 빵꾸가 났을 건데. 워낙 돌머리라서 애석하게 기스만 조금 나고 말았댄다.”


내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을 서 반장의 대가리에 꽂아 주고 싶었다.


우리는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듣기 위해 회의실로 모였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죽은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 형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하나는 그들이 죽기 전 모두 다른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공포를 느끼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다음으로 채 형사와 동만이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곁에 있던 사람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럼,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그 공포의 대상이 뭘까요?”


리듬을 살짝 실은 나의 질문에 모두 칠색 팔색한다.


특히 채 형사는 혐오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너. 머리를 아주 크게 다친 거야? 당장 병원부터 가 보자.”


“이것들이 단체로 뭐 하자는 거야!”


사람들의 반응에 화가 나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제 장난 그만 치고. 고시원 방화범의 진술에 따르면 귀신이 보여 불을 질렀다고 했고, 나중엔 악귀가 있다고도 했네.”


“서장님, 그럼 그들 눈에 정말 악귀가 보였던 것일까요?”


서장님과 서 반장의 대화에 회의실을 또 한 번의 중압감이 엄습했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머리 풀어헤친 그 악귀는 아니라는 것일세.”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실 수 있으세요?”


“어제 병원. 기억 안 나나. 진짜 악귀였다면 우리 어머니가 먼저 반응하지 않으셨을까.”


말도 안 되는 얘기에 피식했다가 서장님한테 한 대 맞았다.


“그럼 먹어 보면 알겠네요. 진짜 악귀가 있는지 없는지.”


난 말릴 새도 없이 증거물로 가져다 놓은 마약 쿠키를 하나 꺼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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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0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8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2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6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49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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