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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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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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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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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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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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74화. 술래잡기

DUMMY

“연서야 그동안 잘 지냈어. 우리 연서 보러 자주 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아빠가 우리 연서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봉안당 유리 너머로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자 연서가 금방이라도 아빠하고 뛰어와 안길 거 같았다.


평소 연서가 좋아하던 카스테라를 봉안당 안쪽에 넣어 두었다.


빵을 놔두려는데, 한쪽에 장미꽃 한 송이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처제가 먼저 왔다 갔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봉안당의 문을 닫으려는데,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실루엣이 유리에 반사되어 보였다.


“태은아!”


고개를 돌리자 실루엣은 자취를 감췄다. 얼굴은 안 보였지만,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분명히 태은이었다.


실루엣이 있던 자리로 가 보니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만약 만나게 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허탈한 마음으로 봉안당 쪽을 올려다보는데, 그 실루엣이 다시 보였다.


이번에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실루엣을 쫓기 시작했다. 아니. 실루엣의 주인을 쫓았다.


실루엣에 거의 다다랐을 때, 단검 하나가 내 앞을 지나쳐 벽에 꽂혔다.


칼이 날아온 쪽을 보니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한 사내 다섯 명이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니 이번이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지금까진 경험할 수 없었던 살기를 띠고 있었다.


나 역시 몸을 풀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10분? 5분? 아니, 그거보다 훨씬 더 빨리 끝나 버릴 것 같았다.


나도 어디 가서 꿇리는 실력은 아닌데, 그런 나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저들은 어마무시한 살기를 내 뿜으며 나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다 왔을 때쯤, 난관을 딛고 밑으로 뛰어내렸다.


이 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니 발끝에서부터 통증이 올라왔다.


밑으로 뛰어내리려는 그들이 보였고, 그들의 모습을 본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살기 위해 달렸다.


차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절뚝거리며 힘겹게 납골당을 벗어났다.


연서에게 다시 온다는 인사도 못 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나와 놈들 간의 목숨을 건 추격전이 벌어졌다.


그러다 어릴 적 동네에서 하던 술래잡기가 떠올랐다.


술래에게 잡히면 진짜 죽기라도 하는 것 마냥 죽기 살기로 달아났는데, 지금 내 뒤를 따라오고 있는 술래들에게 잡히면 진짜 죽을 거 같았다.


놈들은 무림의 고수들처럼 축지법이라도 쓰는지, 발도 나보다 훨씬 빨랐다.


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숨은 벌써 턱까지 차올랐고, 놈들은 바로 코앞까지 쫓아왔다.


이제 놈들에게 잡히려던 순간, 우식이 나타났다.


“엎드리세요. 형님.”


그 말을 듣고는 그대로 상체를 숙였다.


엎드려진 내 등을 발판삼아 앞에서 달려오던 우식이 도움닫기를 해 내 뒤에 따라오던 녀석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우식이 어떻게 알고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든든한 아군이 생긴 거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나 혼자로선 무리였겠지만, 우식과 함께라면 승산이 좀 있을 거 같았다.


“형님. 괜찮으세요.”


“너 아니었으면, 놈들 손에 진짜 죽었을 텐데. 너 때문에 살았다. 고맙다. 내 생명의 은인.”


“감사 인사는 지은 씨한테 하세요. 도로 CCTV를 보고 있다가 형님 쫓기는 걸 발견하고, 저한테 연락한 거니까. 마침 제가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참.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우식의 말에 놈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결심한 듯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형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내 걱정하지 말고, 우식이 너 마음껏 싸워. 나도 한 놈 정도는 저승길 동무로 데려갈 수 있으니까.”


“그럼, 힘드시겠지만, 사람들 올 때까지만 좀 버텨 주십시오.”


나를 향해 달려드는 놈을 향해 가지고 있던 총을 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놈에게 총을 쏘는 내가 비겁하다 욕할 수 있겠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따질 처지가 아니다.


놈들은 전문적으로 사람 죽이는 킬러 훈련을 받은 실전 경험도 숱하게 있는 말 그대로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나 같은 평균 이하인 아재가 이런 놈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난 이렇게 또 자기 합리화를 늘어놓는다.


나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 놈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아마도 속에 방탄복을 입은 모양이었다.


난 이번에는 놈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놈은 재빨리 내 앞으로 와 총을 쥔 내 손을 자신의 몸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수차례 놈을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보통은 영화에서 보면 아무리 방탄복이라 해도 여러 번 총을 맞으면 악당이 죽던데, 이건 실탄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역시 현실과 영화는 달랐다.


“아직 한발 남았다.”


영화에서처럼 한발 남은 총알을 놈의 얼굴을 향해 쐈는데, 정말 영화처럼 놈이 그것을 가뿐히 피했다.


나에게 남은 총알이 없단 걸 확인한 놈이 날 제거하기 위해 단검을 꺼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죽기 살기로 놈에게 먼저 몸을 날렸다.


넘어진 놈에게 올라타 주먹을 휘둘렀다.


“윽!”


그가 가지고 있던 칼로 내 허벅지를 찔렀다.


서걱거리고 살을 뚫고 들어오는 소리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많이 아팠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놈에게 주먹세례를 멈추지 않았다.


주먹을 멈추었다간 진짜 죽을 것만 같았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죽는다는 게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태은이의 얼굴이 아닌 채 형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태은이의 얼굴이 아닌 채 형사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난 그게 싫었다.


사랑은 변하는 거라지만 이건 절대로 변하여서는 안 되는 절대불변의 법칙인 것이다.


이 상황에 화가 난 나는 분에 못 이겨 놈의 귀를 물어뜯었다.


자신의 귀가 떨어져 나간 것을 확인한 놈이 열을 받아 칼로 날 찌르려는 순간, 내가 먼저 옆에 있던 돌을 들어 놈의 뚝배기를 깨버렸다.


아무리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킬러라 하더라도 자연 앞에서는 나약한 법, 놈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확인해 보니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 놈을 처리하고 나니 온몸에 진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지금 나 역시 죽을 것 같았지만, 이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우식이도 혼자서 한꺼번에 넷을 상대하기가 벅찬 듯 보였다.

바닥에 널브려져 있는 놈의 손에서 단검을 빼낸 다음, 그걸 들고 피가 흐르는 다리를 질질 끌고 가서 놈들의 옆구리에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쑤셔 박아 넣었다.


놈들이 속에 입고 있던 게 방탄복이지 방검복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몸속으로 느닷없이 들어오는 칼날에 놈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놈들도 자기가 때리기만 했지, 이렇게 지들이 당하는 건 처음일 것이다.


그 틈을 타 우식이 일격필살로 놈들을 항거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놈들을 처리한 우식과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그 자리에 그대로 뻗어 버렸다.


어렴풋이 저 멀리서 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잠깐 사이였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우식과 놈들은 온데간데없고, 처절했던 그 사투의 흔적들만이 남아 있었다.


“넌 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치고 그러냐? 내가 정만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서 반장의 잔소리를 들으니 이제야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야, 자꾸 그러지 마. 나 다쳐서 아프단 말이야. 피도 많이 흘리고.”


“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그리고 니가 무슨 흡혈귀도 아니고, 다치고 피 흘릴 때마다 채 형사가 왜 너한테 수혈을 해 줘야 하는데?”


옆을 보니 채 형사가 단단히 삐졌는지 수혈 바늘을 팔에 꽂은 채 등을 돌리고 누워 있었다.


그런 채 형사를 보니 괜히 미안해 졌다.


그나저나 서 반장의 계속된 잔소리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식이 놈들한테 죽게 생겼는데, 의리 없게 그걸 보고만 있으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는데, 옆에서 베개가 날아와 내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우식이한텐 미안하지만, 의리 없게 그냥 놔둘 걸 그랬다.


그날 밤, 우리 둘은 같은 침대는 아니지만, 같은 병실에서 같이 밤을 보내야만 했다.


“채 형사, 옥상에서 떨어지던 날, 나한테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형부까지 잃을 것 같아 겁이 나서 그랬어요.”


깜깜해서 볼 수는 없지만, 그녀가 흐느끼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언니에 이어 형부까지 잃으면 참 슬플 거 같아요.”


그녀의 말을 끝으로 병실에는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차마 채 형사에게 언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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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0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8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2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6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49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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