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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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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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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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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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DUMMY

“도대체 우리 몇 시간 째 헤매고 있냐?”


산에 오를 때는 분명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어느새 저 너머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우리가 우식이처럼 인조인간 로봇도 아니고, 놈이 우리까지 해킹했을 리는 없잖아.”


“아이, 형님. 강화 인간이라니까요. 저 그리고 로봇 아닙니다!”


인이어 너머로 우식이의 깊은 빡침이 들려 왔다.


완만한 쪽으로 간 팀원들도 헤매고 있긴 우리와 마찬가지인 거 같았다.


“야. 우식아. 니 노트북 진짜 해킹당한 거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야 이 아담한 산을 이렇게까지 헤맬 리 없을 거 아냐.”


“제 노트북은 절대 해킹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우리가 단체로 귀신에라도 홀린 거냐. 여기 해병대 출신 없냐? 와서 귀신 좀 잡아라.”


말이 끝나자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 씨. 뭐예요.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오실 거면 기척이라도 좀 주시던가!”


소리의 주범은 서장님이셨다.


“아니, 종일 차에서 혼자 있으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우리 서장님, 무서우시구나. 우리나라에서 용하기로 소문 난 무녀님의 아드님께서 그깟 잡신이 뭐가 무섭다고 그러세요.”


“아니야. 정말 심심해서 따라 왔다고.”


“네. 네. 잘 알겠습니다. 근데 어깨에 그 손은 누구 건가요?”


내 말에 화들짝 놀란 서장님이 괜히 설치다가 발을 헛디뎌 계곡물에 빠지셨다.


자꾸 개그 캐가 되시는 우리 서장님이 참 좋다.


“여기서 자꾸 농담 따먹기나 하고 계실 거에요!”


우리가 쉬는 동안 정찰하러 갔던 채 형사의 불호령에 우린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한참을 더 헤맨 끝에 우리는 외딴곳에 있는 집을 한 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평범한 자연인 집 같은데요.”


해가 저문 지 꽤 지난 탓에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그 집 주변으로는 인기척이 없었다.


“무작정 쳐들어갔다간 놈들이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없앨 수 있으니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될 거 같아.”


“뭔 또 헛소리세요. 서장님. 놈들을 빨리 덮쳐서 체포하는 게 우선이죠.”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이야. 형사 짬밥을 20년이나 먹은 놈이 아직 그것도 모르냐. 근데, 뭐 또 헛소리? 이게 나랑 아주 맞먹으려고 하네!”


“서장님, 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던진 한마디에 서장님이 나에게 살포시 안기셨다.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


우리를 지켜보던 채 형사가 도저히 못 참겠던지 우리 둘의 등짝을 휘둘러 팼다.


예상치 못한 하극상에 서장님이 많이 의기소침해지셨다. 나야 뭐 늘상 있는 일이니 뭐..


“이제부턴 제가 지휘합니다.”


채 형사에게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일단 우식씨와 제가 등산객으로 위장해 하룻밤만 신세 진다고 하고 들어가 증거를 확보한 후, 체포하죠.”


꽤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근데, 왜 우식이와 들어가. 나랑 가지. 헉! 채 형사, 우리 사랑이 벌써 식은 거야?”


준비를 마친 채 형사가 날 아주 같잖은 듯이 째려봤다.


“강 선배, 컴퓨터 잘 다루세요?”


채 형사의 말 한마디에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식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신호 보내고, 혹여 채 형사한테 흑심 품지 말고.”


“왜? 제가 지은 씨 덮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세요?”


“그럼 되지 안 되냐? 혹여 어떻게 해볼까 하다가 채 형사한테 너 맞아 죽을까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만큼 멍청하진 않습니다.”


미리 준비해 온 배낭을 메고 두 사람은 앞에 보이는 자연인의 집으로 갔다.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세요?”


“누구요?”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방문을 열고 중년의 남자가 나왔다.


“저희가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었는데, 하룻밤 신세 좀 질 수 있을까요?”


나에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아주 다정하고, 상냥한 채 형사의 목소리가 인이어를 통해 전해졌다.


그나저나 언제적 수법을 쓰는지. 산이 완만하고 송신탑이 세워져 있어서 핸드폰이 아주 빵빵하게 잘 터진다. 그러니 길을 잃었다는 핑계는 얼토당토않다.


“새끼들, 핑계를 대려면 좀 그럴듯하게 대던가 해야지.”


다정해 보이는 둘의 모습에 질투가 나 괜히 투덜거렸다.


“부부 시유? 내, 방을 내어 줄 테니 따라오시오.”


채 형사의 미인계가 통한 것인지, 아니면 종일토록 산을 헤맨 둘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던 탓인지, 집주인은 순순히 그 둘에게 방 하나를 내어주었다.


셋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우리는 집 주변으로 적외선을 쏘아 CCTV가 없음을 확인한 후, 근처로 접근했다.


문을 열고 남자가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재빨리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그 순간, 인이어를 통해 서장님의 나지막한 신음이 들려 왔다.


남자가 볼일을 보고 들어간 것을 확인한 우리는 신음이 들리던 곳으로 갔는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서장님이 수십 마리의 뱀과 함께 뒹굴고 계셨다. 급한 나머지 뱀 밭으로 몸을 숨기신 듯하다.


혹여, 들키기라도 할까 봐 소리도 못 지르고, 혀를 날름거리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뱀들과 오롯이 마주해야만 했다.


“놈들이 절대 옷 못 뚫고 들어오니까 고추 또 물리실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겁에 질려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서장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농담을 했지만, 지금 서장님의 귀에 내 농담이 들릴 리 만무했다.


우리는 먼저 서장님부터 피신시키기로 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서장님을 동만이가 어깨에 들춰 메고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거 뱀 PTSD가 크게 올 거 같은데요.”


“누가 청심환 같은 거 가진 사람 없어?”


당연히 그딴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덩치가 산만 한 양반이 그깟 뱀 몇 마리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게 우습기도 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소리라도 있는 힘껏 지르면 좀 나을 수도 있는데, 지르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니 무척이나 우려스러웠다.


안 되겠다 싶어 상태를 살피기 위해 얼굴을 보니 눈에 초점이 없었다.


심각함을 감지한 내가 충격요법으로 따귀를 때리려는데, 서장님이 내 팔을 잡았다.


“이 새끼가 이참에 내 죽빵을 때리려고!”


“서장님, 괜찮으세요?”


“아니. 안 괜찮아.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접근한다.”


뱀에 대한 공포를 굳은 정신력으로 이겨내신 듯하다.


많이 아쉽다. 근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작은 소동이 있고 나서, 그 집으로 다시 접근을 시도했다.


우리가 뱀들과 난리 블루스를 칠 동안 집안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우식아, 형님들은 밖에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너는 따뜻한 방안에서 자빠져 자냐?”


우식에게 인이어에 달린 무전기로 무전을 쳤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이 새끼, 아무 대답도 없는 걸 보니, 완전히 곯아떨어진 모양인데요.”


“저 안 곯아떨어졌고요. 집 전체를 스캔해 보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느샌가 우식이 내 옆으로 와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어디 가셨다 오셨어요? 우리만 빼놓고 전부 철수하신 줄 알았습니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었다. 넌 몰라도 돼. 채 형사는 안에 있나?”


“저 여기 있어요.”


내 바로 등 뒤에서 채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없다니?”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해킹하려면 하다못해 저처럼 노트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집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니 노트북은 확실한 거야?”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게 최첨단 기능들이 탑재된 겁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소리 때문인지 남자가 있던 방문이 열리고, 그가 밖으로 나왔다. 난 또 아차 싶었다.


몸을 숨기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니 다행히 내 소리를 듣고 나온 거 같지는 않았다.


남자는 밖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더니 집 뒤쪽으로 돌아서 헛간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야심한 밤에 화장실이라도 가는 건가?”


“화장실은 반대쪽에 있습니다.”


그가 들어간 곳으로 천천히 접근하는데, 내 핸드폰에서 위치추적기 알림음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전원을 끄고, 동태를 살피니 미동도 없었다.


너무 의심스러워 헛간의 문을 여니,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야?”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깔린 짚을 치우자 작은 문고리가 보였다.


그걸 힘껏 잡아당기니 바닥에 있던 뚜껑이 열리고 땅밑으로 토굴이 나왔다.


“자다가 야식이 땡겨 저장해 둔 음식을 가지러 가진 않았겠지.”


조심스레 밑으로 내려가니 통로가 길게 나 있었다.


“이거 파려고 애 좀 먹었겠는데.”


우린 통로를 따라 더 깊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엄청난데요. 이러니 아무리 스캔해도 잡히지 않았지.”


노트북을 보니 토굴을 스캔한 화면에는 수많은 전선과 라인이 깔려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막고 있는 문을 천천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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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0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9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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