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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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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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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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97화. 탈북

DUMMY

“정말 이리로 가는 게 맞아?”


“글쎄, 맞다니까요! 제발 저 좀 믿고 따라서 오세요!”


“근데, 이 새끼는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왜 처마신 거야!”


내 등에는 인사불성이 된 서 반장이 업혀 있었고, 우리 뒤로는 무장한 북의 군인들이 우릴 죽이려 쫓아오고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은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지금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몇 시간 전, 우리는 놈들의 아지트에서 북의 최고 존엄에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


“모두 물러가라! 어디 손님들 계시는데,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


그의 호통에 무장한 군인들과 춤을 추던 무리들이 밖으로 사라졌다.


“우리 권 서장 동무께서 왜 화가 나셨는지 말씀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네까.”


지금껏 표준어만 쓰던 녀석도 당황하니 사투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피죽도 못 얻어먹은 주민들은 굶어 죽어나고 사람대접도 못 받는데, 부모 잘 만난 너는 으리으리한 집에서 누구는 평생 구경도 못 해본 최고급 음식을 처먹으면서 인간 이하의 짓을 하고 있냐! 이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야!”


“이거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 한 거 아닙네까!”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새끼야! 너는 지금 니가 하는 짓거리가 정상이라 생각하냐! 이 짐승만도 못한 변태 사이코 새끼야!”


이번엔 내가 놈의 뒤통수를 깠다.


“니가 지금 입고 누리는 게 다 누구 덕이라 생각하냐? 이게 다 니가 벌레 취급하는 사람들 덕분이야! 이 시벌 놈아! 니가 재미로 쏘는 미사일 하나만 덜 쏴도 그 사람들 평생 배불리 먹고도 남아! 이 독재자 새끼야!”


“이런 새끼는 죽어야 돼.”


서 반장이 총을 꺼내더니 휘청거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그 총에서 나간 총알 한발로 현재 쉬고 있는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총알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 처박혔지만, 그 총소리를 듣고 무장한 군인들이 다시 나타났다.


“이 종간나 새끼들 다 쏴 죽이라우!”


열을 받을 대로 받은 북쪽의 최고 존엄의 명령이 떨어지자 총부리를 위쪽으로 돌렸다.


“이제 진짜 끝인가보다 한주야. 그동안 즐거웠다.”


옆을 보니 서 반장은 벌써 곯아떨어졌다.


“새끼, 그래도 고통 없이 가겠네. 그것도 복이다.”


모든 것을 단념한 채 눈을 감고 내 최후를 맞으려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하다하다 서서 주무세요.”


눈을 떠보니 우리를 죽이려던 놈들이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고, 내 옆에는 총을 든 채 형사가 서 있었다.


“너 설마 저 놈도 죽인거야?”


“미쳤어요! 그랬다간 전쟁 나게. 그냥 잠깐 기절시킨 거뿐이에요.”


“그렇지. 우리 채 형사가 누구처럼 생각없이 행동하고 그런 스타일은 또 아니지.”


난 그제서야 안심했다.


“뭐 하세요? 놈들이 오기 전에 달아나지 않고!”


채 형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서 반장을 둘러업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두발로 달아나는데, 놈들은 차로 쫓아온다.


“산은 딱 질색인데.”


“그럼, 놈들한테 잡혀 죽던가요!”


난 마지 못해 채 형사를 따라 산을 타기 시작했고, 내 등에는 여전히 서 반장이 업혀 있었다.


이 망할 놈이 자면서 침을 흘리는지 어깨 한쪽에 뭔가 축축함이 느껴진다.


위치로 봐서는 오줌은 절대 아닌데, 혹여라도 이게 오줌이라면, 녀석을 요절낼 생각이다.


산은 권 선배 살해범으로 누명을 쓰고 경찰의 눈을 피해 산으로 도망칠 때, 생각하기도 싫은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딱 질색이다.


죽지도 않았으면서, 일부로 날 개고생 시킨 권 선배의 얄미운 얼굴이 생각나 그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내 등에 업혀 꿀잠을 자고 있는 서 반장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북쪽의 산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산에 비하면 내가 개고생 한 그 산은 산이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 험준한 산을 우리는 슈트에 구두를 신고 타고 있다.


왜 나에게만 이런 고난이 닥치는지.


“여기서부터는 비무장지대예요. 매설되거나 유실된 지뢰 밟지 않게 조심하세요.”


“야. 채 형사 너는 가기도 전에 겁부터 주고 그러냐?”


우리 뒤쪽으로 총을 쏘며 놈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주저하거나 망설일 시간 없이 우리는 곧장 지뢰가 묻힌 곳으로 달려 갔다.


발을 떼는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묻혀 있던 지뢰가 터졌다.


하마터면 폭발과 함께 내 발목이 날아갈 뻔 했다.


그 이후로도 발을 떼는 족족 폭발음이 들려왔다.


운이 좋게도 우리 세 명 다 무사하다.


정말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제 다 왔으니 조금만 더 견디세요.”


채 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발음과 함께 우리 세 사람 모두 공중에 붕 떠올랐다.


그 충격이 너무 커 떨어지면서 업고 있던 서 반장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서장님과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고생들 많았네.”


서장님이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니까 놈들도 더 쫓아오지 않았고, 채 형사도 무사했다.


“저기 서장님, 반장님이 안 깨어나시는데요.”


정 형사가 불안한 얼굴로 서 반장을 깨우고 있었다.


“그 새끼. 술 처먹고 뻗은 거니까 걱정할 거 없어. 망할 놈의 새끼. 술은 왜 처마셔서 사람 뺑이 치게 만들어.”


한참 만에야 깨어난 서 반장은 북에서 지가 뭔 개진상을 떨고 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북에서 술을 마시고 눈을 떠보니 우리나라에 와 있었다고 한다.


그래, 차라리 기억 못 하는 게 니 신상에 좋을 거야.


베를린으로 거쳐 시베리아를 건너 중국으로 해서 북으로 딱 한 달이나 걸렸는데, 북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참 깊은 꿈을 꾼 거 같은 한 달이었다.


***


러시아의 한 병원에서 깨어난 태은은 그곳에서 이틀을 더 머물고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서둘러야 할 거 같습니다.”


러시아에서부터 중국국경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올 수 있었다.


문제는 중국에 발을 들어 놓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공안에게 아무리 사정을 해보아도 들어갈 수 없으니 다시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다.


결국, 평소보다 곱절이 넘는 돈을 뇌물로 주고 나서야 그들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쪽도 참 뻔뻔하오. 그 난리를 쳐놓고 죽으러 가는 것이오?”


최 부장 일행은 조선족 출신의 공안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압록강에 도착한 세 사람은 비싼 뱃삯을 지불하고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들을 마중 나온 것인지 부부장 직급을 가진 간부가 나와 있었다.


배에서 내려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의 부하로 보이는 무장한 군인들이 세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눴다.


“부부장동지.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퍽!


그때야 예삿일이 아니라 직감한 최 부장이 나서려 할 때, 부하 중 한 명이 개머리판으로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쳤다.


그 충격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최 부장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머지 두 명의 머리에는 사방이 꽉 막힌 복면이 쓰여 어딘가로 끌려갔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권 사장은 두 팔이 묶인 채 매달려 몸에는 심하게 맞은 흔적이 선명했고, 채태은은 전기고문이라도 당한 것인지 의자에 묶여 정신을 잃고 있었다.


최 부장이 몸을 일으키려 해봤지만, 손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제 정신이 드나.”


그의 앞에는 최고 존엄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네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로 다시 기어들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두 발로 살아나가지는 못할 것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한 매질이 시작되었고, 그들이 맞는 장면을 흐뭇해하는 얼굴로 보고 있는 북의 최고 존엄이었다.


“아이씨. 간지럽잖아. 좀 더 세게 때려봐.”


최 부장의 도발에 매질의 강도는 더 거세졌고, 그걸 지켜 보던 최고 존엄은 못마땅한 듯 나가버렸다.


놈들이 때리는 건 얼마든지 맞고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한참을 때리던 놈들이 지쳤는지, 그들도 자리를 떴다.


“다들 괜찮으세요?”


두 사람이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우리 강 형사님이 먼저 선수를 치신 거 같은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런 거 같습니다.”


“두 분은 참 좋으시겠어요. 똑똑한 남편과 후배분을 두셔서요.”


두 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우리도 여기를 빠져나가야 되겠죠.”


최 부장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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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1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40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3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2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1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3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7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3 6 9쪽
» 제97화. 탈북 24.02.20 45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6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8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2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6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9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8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1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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