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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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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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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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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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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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76화. 동상이몽

DUMMY

“이런 곳까지 나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좋네요. 앞으로 종종 불러 주세요.”


“좋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여기에 앉으시죠.”


마약 쿠키를 수사하는 데 있어 그들이 어떤 의중을 가졌는지 떠볼 생각으로 도월제약회사 이태은 신임 회장을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한 그룹의 오너를 경찰서로 와 달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녀가 있는 회장실은 내가 답답해 못 견딜 거 같아 마땅한 곳을 찾던 도중 예전에 태은이와 데이트하러 가끔 왔었던 호수로 그녀를 불러냈다.


티끌만 한 증거라도 찾기 위해 내 몸 구석구석에 도청기를 덕지덕지 붙여놨다.


상황이 매우 급한 만큼 우리 팀원들과 비밀 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호수 곳곳에 미리 와서 잠복하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그녀를 만날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우식이 오함마와 잠수 장비를 들고 나타났다.


증거 확보를 위해 추운 겨울 날씨에 얼음을 깨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걸 억지로 뜯어말렸다.


“제 죽은 아내와 데이트하러 가끔씩 오던 곳이었어요.”


그놈의 증거가 뭐라고 태은이까지 팔아먹는다.


“태은이었어요.”


태은이한테 미안하지만, 자기도 죽지 않고선 죽은 거처럼 나를 속였으니 피차 셈셈인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네?”


그녀의 눈동자가 요동치는 게 보였다.


“제 죽은 아내 이름도.. 채태은.. 회장님을 처음 뵀을 때 사실 저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 태은이랑 눈매나 스타일이나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요.”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게임 오버! 여기에 흔들리지 않을 여자가 누가 있으랴.


내 옆에 나란히 앉아 미리 준비한 커피를 마시며, 꽁꽁 언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이 여자도 벌써 나한테 넘어온 분위기다.


“넌 여기 뭔 여자 꼬시러 왔냐? 지 살겠다고 마누라를 팔아먹네.”


인이어를 통해 낄낄대는 서 반장의 웃음소리와 함께 채 형사의 거침 없는 쌍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팔남!”


한순간 정적이 흘렸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제가 마팔남이라고 했습니다. 회장님의 환심을 얻기 위해 죽은 마누라까지 팔아먹는 마팔남이라고요.”


“풉!”


그녀가 다행히 아무 의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 되시는 분을 많이 사랑하셨나 봐요.”


“태은이 또한 저를 많이 사랑해 줬습니다. 못난 남편 때문에 억울하게 죽고. 왜 그때 용기를 내어 잡지 못했나 많이 후회도 하고, 번번이 실패했지만, 태은이를 따라가려고 시도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이건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지금도 그 태은 씨란 분을 사랑하세요?”


호수를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나를 향해 있었고, 그 커다랗고 둥근 눈망울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고 사랑할 거 같습니다.”


나의 러브스토리가 슬펐는지,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회장님께 괜한 소릴 한 거 같습니다.”


“아니에요. 저 역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고,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사람마저 잃었어요.”


내 얘기가 통한 것인지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이와 저는 처음부터 만날 운명이었나 봐요. 제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나타나 도와줬어요.”


나 같은 놈이 또 있었다니 놀라웠다.


“남들한테는 무뚝뚝하고 괴팍한 성격 탓에 인정을 못 받았지만, 제 눈엔 그이가 마치 백마 탄 왕자님처럼 보였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와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갈 때마다 무척 설레고 좋았어요. 어쩔 땐 아무 볼 일이 없는데도 보고 싶은 마음에 그이의 직장을 찾아간 적도 종종 있었어요.”


난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욱 집중했다.


“무턱대고 찾아갔지만, 그 사람은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싫은 내색 없이 오히려 웃으며 저를 대해 줬어요. 마치 지금의 형사님처럼요.”


왠지 모르게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태은이가 그리웠고,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정을 꾸리고, 우리를 닮은 예쁜 딸도 하나 낳아서 참 화목했어요.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나 또한 태은이와 연서가 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제 욕심으로 인해 그 두 사람을 모두 잃었어요.”


마침내 그녀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을 잃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회장님,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비서의 말에 시계를 보니 많은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못다 한 얘기는 다음에 또 만나서 해요. 우리.”


자신의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비서를 피해 눈물을 닦았다.


“오늘 참 즐거웠습니다. 제 무례한 요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팔남 형사님, 한번 안아 봐도 될까요?”


말을 끝낸 그녀가 내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내 목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태혁 씨, 이제 그만 태은이란 여자 놓아 주세요. 그녀도 그걸 바라고 있을 거예요.”


나에게 하는 그녀의 말이 곧 그녀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문득 아까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듯이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회장님을 처음 뵀을 때.. 우리 태은이랑 눈매나 스타일이나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요.’


내 옆에 머물다간 그녀는, 내 맘속에 머물고 있는 그녀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잠복하고 있던 차로 돌아오니, 분위기가 숙연해 있었다.


“이거 알아낸 것도 없이, 헛고생만 한 거 같다. 애들 추울 텐데 그만 철수시키자.”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고자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채 형사도 언니 생각이 난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지갑 속에 있던 언니와 찍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이제 더는 채 형사에게 언니가 살아있단 사실을 숨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야! 채 형사. 오랜만에 나왔는데, 가서 둘이 커피나 한잔할까? 너한테 신세 진 것도 있고 말이야.”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채 형사와 함께 근처 카페로 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내가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네.”


“됐어요. 뭐 새삼스럽게 그러세요.”


채 형사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저기.. 지은아.. 사실은 말이야. 언니가 있잖아..”


“여! 이거. 아리따운 우리 채 형사님 아니십니까.”


채 형사를 카페로 따로 부른 이유를 말하려는데, 뒤쪽에서 껄렁해 보이는 놈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소리 나던 쪽을 쓱 보던 채 형사가 인상을 잔뜩 구겼다.


“뭐 하는 놈들이야?”


“깡패, 양아치들인데, 전에 제가 잡아넣은 놈들이에요. 신경 쓸 거 없으세요.”


“어라. 이거 봐라. 내가 빵에 있는 사이에 더 예뻐졌네. 서방님도 하나 생기고.”


“카페에 왔으면 커피나 처마시고 가라! 민폐 끼치지 말고!”


채 형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놈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야! 채 형사. 나 버리고 바람피우는 거 들켜서 지금 짜증 내는 거야! 이거 안 되겠어. 채 형사. 좀 맞아야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날 감방 보내 놓고 바람이나 피우고.”


“이 새끼들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썩 안 꺼질래!”


이번에는 참다못한 내가 놈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이년 때문에 내가 징역을 살았는데, 너 같으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이번에는 놈이 큰 소리를 냈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겁을 먹고 모두 나가 버렸다.


“거기 신고했다간 죽여 버릴 테니까 너도 꺼져!”


“사장님, 우리가 경찰이니까 신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게는 이놈들이 물어 줄 거니까 잠시 나가 계세요. 다치세요.”


너무나도 태연한 우리의 모습에 놈들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냥 앉아 계세요. 제가 처리할 테니까.”


채 형사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얼굴로 놈들을 향해 일어섰다.


“야. 두 사람 유리 조심해.”


아까 깜박하고 빼지 않은 인이어에서 서 반장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카페의 유리가 큰 소리를 내며 깨지고는 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카페 안으로 들이닥쳤다.


잠시 후, 카페 문을 열고 서 반장이 들어와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근데 너 어떻게 알고 왔냐?”


궁금해 서 반장에게 물어보니 내 가슴팍을 쳤다.


그제야 난 내 몸에 붙어 있던 도청 장치를 제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카페에서 채 형사에게 하려고 했던 말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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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0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8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2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6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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