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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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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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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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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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DUMMY

“해킹을 당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뿐 아니라 크고 작은 관공서 및 주요 시설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난 추적기가 다시 움직인다고 알려주려 왔을 뿐인데, 정 형사로부터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


“이거 혹시 놈들 짓 아니야?”


난 최 부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뭘 도와주고 싶은데, 컴맹 수준인 나는 인터넷으로 하는 고스톱과 독수리가 되어 타이핑 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뭘 도와주면 돼?”


“일단. 가만히 계십시오. 그게 도와주시는 겁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는 거냐며 뒤통수를 후려갈겼을 것인데,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 형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옆을 보니 나처럼 육체파일 거 같은 동만이도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고 있었다.


화면에는 검은색 바탕에 알 수 없는 영어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고, 파이선이니 하는 알 수 없는 말들로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처음에 파이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또 내가 외로울 때마다 애용하는 사이트를 말하는 줄 알고 흠칫 놀랐다.


“혼자 뭘 그렇게 놀라세요?”


채 형사였다.


“아니.. 그.. 뭐.. 저..”


“여기 있으면 걸리적거리기만 하니까 서장님 방에 가 계세요.”


채 형사의 명령에 조용히 서장실 문을 여니 서장님과 서 반장이 먼저 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지금 해킹을 당해 다들 바쁜데, 두 사람은 한가하게 여기서 장기나 두고 있습니까.”


“와 앉아.”


서 반장이 자리를 내게 권했다.


“차는 셀프니까 니가 알아서 따라 마셔.”


서장님의 말에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차를 따라 마셨다.


차를 마시며 장기를 두고 있는 우리가 마치 신선이 된 거 같기도 하고, 다들 바쁜데 우리만 외딴 섬에 낙오된 거 같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우리도 컴퓨터를 새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서장님, 강 형사 얘, 드디어 미쳤나 봅니다.”


“그러게 말이야.”


장기를 두던 두 사람이 내 말에 어이가 없던지 껄껄대고 웃기 시작했다.


“근데 넌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서장님의 책상 위 큰 모니터로 가려진 곳에서 킥킥거리는 우식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지마. 쪽팔리니까.”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나는 괜히 우식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렸다.


그가 있는 쪽으로 가 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게 화면에 보이고 있었다.


“난 이거 암만봐도 모르겠던데, 니들 참 대단 해.”


“솔직히 저도 이거 전부는 몰라요. 그저 배우고 익힌 매뉴얼대로 하는 거 뿐이에요.”


“그래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따라 하든가 말든가 하지.”


우식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하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걸려라. 제발.. 걸려라.. 걸려.”


“뭘 하는데, 그렇게 간절하게 비냐?”


“낚시를 하고 있어요.” 피싱이요.“


“낚시?”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해킹하기 위해 접속하면 바로 게임 끝이에요.”


“그게 가능해?”


“놈들은 지금 무차별적으로 해킹을 하고 있어요.”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형님, 혹시 파이어 세일이라고 아세요?”


“바겐세일도 아니고, 뭐 불티나게 팔린다는 신조어냐?”


“형님!”


“나도 알아. 파이어 세일. 니가 너무 진지를 드시는 거 같아서.”


내 농담에 우식이 주먹을 살짝 쥐었다 폈다.


“근데 그거 영화이야기 아니냐? 내 우상인 브루스 형님이 나오신 영화에서 나온 내용.”


“영화라면 좋겠지만,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설명 드리기 전에 또 한 번 시답지 않은 농담 하시면 저한테 뒤질 줄 아십시오. 형님.”


“잘 알겠습니다. 인조인간 로보트씨.”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식이 풀파워로 내 등짝에 스매싱을 날리곤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세일이란 게 일종의 사이버 테러에요. 처음에는 교통, 두 번째는 금융과 통신, 마지막으로 가스, 수도, 전기, 원자력 시스템에 침투해 시스템을 마비시켜 통제권을 획득해 국가 기반 체계를 무너지게 하죠.”


“그래서 놈들이 얻는 거는?”


“이제 그걸 알아보기 위해 제가 덫을 놓고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놈은 우리가 파놓은 덫에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인조인간씨. 어떻게 된거야. 아까는 그렇게 자신만만 하더니.”


“낚시는 기다림입니다. 물고기가 와 찌를 물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지요. 그리고 강화 인간이라니까요.”


“인조인간이나 강화 인간이나. 우리는 담배나 한 대 빨고 오자.”


“물었다!”


서 반장과 담배를 피우러 나가려 할 때, 우식이 큰소리로 외쳤다.


“정말이야. 어디 봐.”


내가 보기에는 아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우식이의 눈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뭘 해야 돼?”


“제가 지금 놈을 역추적하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리셨다가 가서 잡아 오시면 됩니다.”


우식이 펼쳐 든 노트북에는 세계지도가 나와 있었다.


“여기에 무수히 찍힌 빨간 점들이 놈이 있는 곳이에요.”


“우리나라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해외에 있는 건 현실적으로 잡기가 불가능하잖아. 이제 드디어 서장님이 나설 때인 거 갔습니다.”


병든 닭마냥 끔뻑끔뻑 졸다가 내 말에 주변을 두리번거리신다.


“해외에 있는 건 아무래도 형님 같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가짜가 많겠죠.”


우식이 명령 창에 무어라 입력을 하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빨간 점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점들이 사라지고 나자 새롭게 점이 하나 생겼다.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다.


“반갑습니다. 이 새끼야.”


“이제 형님이 나설 때입니다.”


우린 기동타격대와 경찰 특공대를 이끌고 놈이 있는 곳으로 갔다.


놈이 피싱에 낚였을 때, 정보국에서 키우는 화이트 해커 집단이 몰래 시스템을 복구하고는 있지만, 여기저기 사고도 많이 나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거니와 도로는 아수라장이었다.


한참을 헤맨 후에야 서울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해킹을 당한 건 한 시간 남짓이라는데, 그 피해는 엄청났다.


경찰서에서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깜깜한 새벽이었는데, 서울을 벗어날 때쯤에는 미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 달려 포인트가 가리키는 곳으로 갔다.


“우식아. 그거 위치가 확실한 거냐?”


“네, 맞습니다. 아닐 확률이 0.1%도 되지 않습니다.”


“아닐 경우, 넌 정말 나한테 맞습니다.”


현장을 본 우리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꼴을 보아하니, 이거 강제로 자연인이다. 찍게 생겼구만.”


산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숲이 빼곡히 들어선 게 헤쳐나가는데 고생을 좀 할 거 같았다.


더군다나 입구에는 뱀이 많은 곳이니 물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문구가 적힌 푯말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오늘이 하필 뱀이 제일 좋아한다는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우리 좀 추운 날 다시 오면 안 될까요?”


“그래. 다른 날 다시 오자.”


서장님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다시 오긴 뭘 다시 와! 하고 제 쪼인트라도 까셔야 정상 아닌가요. 서장님 어디 아프세요?”


“좀 아프고 싶다.”


“서장님, 혹시 뱀 때문에 그러세요?”


서장님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신다.


“시골에 사셔서 뱀 많이 보셨을 거 아닙니까. 집 뒤로 뱀사골도 있는 양반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띠도 뱀띠면서.”


“집이 아무리 시골이어도 싫은 거는 싫은 거야.”


“그러지 마시고, 저한테만 살짝 알려 주십시오.”


서장님을 따로 불러내 살살 달래며 물었다.


“실은.. 어릴 적에 뱀한테 거기를 물렸어.”


“대체 어디를 물리셨길래. 맨손으로 뱀 가죽도 벗겨서 생으로 씹어 잡수실 거 같은 우리 서장님이 벌벌 떠시나요?”


“고..추..”


그 말을 듣는 순간 현장에 있던 우리는 전부 뒤집어졌다.


서로 소통을 위해 현장에 있는 모두가 무전용 인이어를 끼고 있었기에 서장님의 웃픈 과거 얘기를 전부가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도 못 드는 서장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서 반장 오늘은 니가 지휘해야 되겠다.”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아 서장님은 차에 남겨 둔 채 우린 산을 올랐다.


우리를 발견하고 놈이 도주할 걸 우려해 팀을 나눠 한팀은 완만한 입구로 진입을 하고, 다른 팀은 좀 험한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당연히 난 험한 쪽 팀으로 갔다.


산을 타다가 뱀 밭을 밟았는지 뱀들이 워커를 신고 있는 발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게 참 싫었다.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올라오는 뱀들을 떼어내는데, 채 형사가 한마디 툭 던지고 간다.


“조심하세요. 고추 안 물리게.”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


상처 난 마음을 부여잡은 채 놈을 향해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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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39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8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1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1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6 5 9쪽
»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2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6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7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5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49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6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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