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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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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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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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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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DUMMY

그래서일까 장례식장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분위기에 취해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매섭게 몰아붙였다.


나란히 놓인 영정사진 앞에 헌화하고 묵념을 했다.


눈을 감으면 영정사진 속 주인들의 생전모습이 떠오를 것 같아 눈은 감지 않았다.


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나오는데, 옆에 VIP가 보내온 화환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쪽은 상황이 우리보다 더 안 좋다 들었는데, 마음 써 주는 게 고마웠다.


입구에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모여 있는데, 저 멀리 테러에서 다치긴 했어도 살아남은 이들이 먼저 간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오는 것이 보였다.


“몸도 성치 않은데, 뭐하러 왔어. 나중에 찾아가서 인사하면 되지.”


그들의 얼굴에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자기들만 살아남았다는 미안함이 먼저 보였다.


“그래도 지금 인사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우린 손을 맞잡은 채 한참이나 흐느꼈다.


“우리라도 기운을 차려야 하지 않겠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


서 반장의 제안에 식당으로 갔다.


밥을 며칠 굶었지만, 왠지 입맛이 없었다.


아니 입맛이 없다기보다는 밥알이 마치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육개장을 한 숟갈 떠먹었는데, 역한 냄새가 나는 거 같아 한동안 마시지 않던 소주를 한잔 마셨다.


평소에는 달게만 느껴지던 소주가 쓴 가루약을 입에 넣은 것처럼 엄청나게 썼다.


그 쓰디쓴 소주를 삼키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억지로라도 먹어보려 했지만,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다.


소주가 가득 담긴 종이컵을 들고 일어나 내가 있던 테이블 건너 건너편으로 가 손에 들고 있던 소주를 확 뿌렸다.


“입구에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거 못 봤냐!”


내가 술을 뿌린 그곳에는 자기 앞에 놓인 음식에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최 부장이 앉아 있었다.


내 돌발 행동에도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제야 앞에 있던 음식들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어 먹고 있던 음식들을 모조리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넌 이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과격한 행동과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놈에게 물었다.


허나 대답을 들으려 한 물음은 아니었다.


놈의 얼굴을 확인한 팀원들도 그를 죽일 듯 노려보며 내 쪽으로 왔다.


“모두 오래간만이네요. 다들 잘 지내셨죠.”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새끼가 진짜!”


그에게 펀치를 날리려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채 형사를 나머지 팀원들이 겨우 말렸다.


“니가 죽인 사람들 잘 죽었나 못 죽었나 확인하러 온 거냐?”


“설마 그럴 리가요. 전 순수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려고 온 거뿐입니다. 믿진 않으시겠지만요.”


서 반장의 질문에 놈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이 또라이 싸이코 새끼야! 그게 정상적인 사람의 생각이냐!”


참다못한 내가 놈의 머리에다가 육개장을 쏟아부은 후, 그를 질질 끌고 영정 앞으로 가 패대기를 쳤다.


“그래. 니가 죽인 사람들 실컷 추모해! 이 새끼야!”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있던 그가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가다듬고는 일어나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와 90도로 인사를 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비록 제가 죽인 건 아니지만, 저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이 있기에 그걸 사죄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할 도리는 다한 거 같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는 나가려다가 몸을 돌려 우리 쪽을 쳐다보며 이렇게 얘기하곤 나가버렸다.


“제가 여기서 나가는 시간부터 우리는 다시 적이 되는 겁니다. 앞으로는 저도 전력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그를 쫓으려 했지만, 서 반장이 말렸다.


“지금은 아니다. 태혁아.”


***


“정말 전력을 다해 싸우실 수 있겠습니까?”


차로 돌아온 최 부장의 옆자리에는 도청기로 장례식장의 상황을 듣고 있던 권 서장이 타고 있었다.


“글쎄요.”


권 서장의 물음에 최 부장이 자기 옷에 묻은 것들을 닦아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최 부장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필리핀에서 들어오던 날, 권 서장은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자신을 최 부장이라 인사하던 그는 지금까지 봤던 최 부장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를 경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진짜 최 부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 부장과 도착한 아지트에서 그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조직의 수장인 채 태은의 존재와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지만, 그녀는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권 서장은 다행이라 안심하는 동시에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이기에 더 그랬다.


“언더커버라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조직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권 서장님의 손을 빌리는 것입니다. 저희만 잘 도와주신다면 가족분들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고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근데, 태혁이도 대표님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까?”


“편찮으신 건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후배를 진정 걱정하신다면 지금 대표님의 상태는 알리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권 서장 역시 그러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럼, 앞으로 전 무엇을 하면 됩니까?”


“와해된 조직이 재건되고, 대표님의 병세가 호전될 때까지 도월을 좀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권 서장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데, 부장님은 대표님의 병이 호전되리라 보십니까?”


“대표님은 보기완 달리 강인한 의지를 갖고 계십니다. 그러니 반드시 다시 돌아오십니다.”


그의 확고한 눈빛을 본 권 서장은 그 이후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한국으로 오기 전, 권 서장은 필리핀에 남아 있던 이 상무를 통해 이 사실을 장 서장에게 미리 알렸다.


소식을 전해 들은 장 서장은 지금이 놈들을 칠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만, 이쪽 상황도 여의치 않기에 잠자코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치료를 끝낸 장 서장도 서둘러 동료들이 있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어질러진 장례식장을 치우는 동료들 사이로 연거푸 깡소주만 들이키는 강 형사의 모습이 보였다.


“강태혁이 또 한 건 했던 모양이군.”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서 반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 부장이 왔다 갔습니다.”


강 형사가 있는 곳으로 가 그의 손에 있는 소주병을 낚아챘다.


“아니. 서장님, 상처 덧나면 어쩌시려고요.”


서장님이 나에게 오더니 내가 마시던 소주병을 빼앗아 병나발을 부셨다.


“오늘은 나도 안마시고는 못 버티겠어. 그러니 한번만 봐줘.”


손에 들리 술병을 다시 빼앗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조직 내에서 쿠데타가 있었던 모양이야.”


“그럼, 지금 쳐들어가죠!”


“지금 쳐들어가서 전부 몰살당하게.”


서 반장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권 서장 말에 따르면, 무슨 이유에선지 조직의 간부들이 리더와 최 부장을 제거하려 했다고 하더군. 우리를 공격한 쪽도 놈들이고.”


“최 부장이 여기 왔다는 건 반란 세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말이 되겠군요.”


“아마도 그렇지 않겠나. 와해된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최 부장은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감행하려 할 걸세.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리핀에 있던 권 서장도 국내로 부른 것이고.”


“그럼 저희는 뭘 해야 되는 겁니까?”


“애석하게도 현재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네. 요원들도 이번 일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고 수습하느라 바쁘고.”


“그놈의 진상! 진상! 진상!”


너무 화가나 괜히 투덜거렸다.


한편,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최 부장은 장 서장의 예상대로 대대적인 숙청을 통한 조직의 개혁을 계획 중이었다.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저들에게 기회를 줄 만큼 줬습니다. 그런데도 저들은 조직을 산산조각 내려 했습니다. 만약 저들이 조직을 장악했으면 지금 저기에 저와 서장님이 묶여 있을 겁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이른 새벽, 어느 한적한 공터에 두 손이 꽁꽁 묶인 어둠의 사도 간부 몇 명이 심판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 부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미리 만들어 놓은 처형대에 그들이 목이 매달려 발버둥 치다 이내 온몸을 힘없이 축 늘어트렸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저건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겠습니다. 저기에 손을 대는 조직원은 저들과 똑같은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최 부장의 카리스마에 그 누구도 반문을 하거나 토를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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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50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1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9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2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1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3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7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3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6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8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2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6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8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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