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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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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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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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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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81화. 새로운 시작

DUMMY

조촐하게나마 동료들의 장례를 치러주고는 어질러진 것들을 치우러 경찰서로 돌아왔다.


난장판이 되어 있는 경찰서를 보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고, 여기가 20년 가까이 근무 한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이것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울 것인지 난감해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는 전화를 겨우 찾아내 받을 수 있었다.


어렵사리 받은 전화는 공터에 사람 사체가 널려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권 선배 가족부터 먼저 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건 현장으로 가는 도중 서장님으로부터 권 서장이 최 부장과 같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제수씨와 애들은 우리가 이미 보호 중이네.”


“그럼 굳이 한국으로 오지 않았어도 되셨잖아요.”


“그 이유는 놈들 다 처리하고 나중에 직접 보고 물어봐.”


“참! 권 선배 이렇게 대놓고 다녀도 괜찮습니까?”


“그 친구 가짜로 죽은 거 신경 쓰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괜찮지 않을까.”


“그럼 전에는 왜 숨어다니셨대요?”


“자네들, 특히 강 형사 자네에게 비밀로 하기 위해서였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정말 여러 구의 시체가 임시로 만들어 놓은 기둥에 두 손이 뒤로 묶긴 상태에서 목을 매단 채 달려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옛날 서부 영화에서 보던 처형장 같았다.


“사람들, 특히, 기자들이 접근 못 하게 폴리스 라인부터 치고, 시신 수습하면서 신분증 같은 거 없나 잘 찾아봐!”


예전 같았으면 서 반장과 난 먼 발취에서 팀원들이 현장 정리하는 모습을 그저 담배나 피우면서 구경만 했을 텐데, 이번 경찰서 테러 사건으로 많은 동료를 잃은 탓에 일손이 부족해 우리도 관망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타 경찰서에 요청은 했지만,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집에도 제때 들어가지 못할 만큼 바쁘다 보니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장님이 팔에 깁스하고 사건 현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시니, 우리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한쪽 팔로 낑낑대며 손 수치고 있던 폴리스 라인을 뺏어 들었다.


“야, 그쪽에 잘 잡아당겨. 또 끊어지지 않게. 아, 그 노친네. 서장님은 제발 좀 차에 가 계세요. 방해만 되니까.”


평소에 이랬으면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는데, 벌써 노인 취급을 하냐며 노발대발하셨을 텐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아무 말 없이 차로 가신다.


“내가 너무 했나?”


축 처진 어깨로 차로 가는 서장님을 보니 괜히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서장님, 이리로 와 보세요.”


내가 부르는 소리에 아까완 달리 댕댕이 마냥 뛰어오신다.


“조금 있으면 냄새 맡고 좀비 떼, 아니.. 기자들이 몰려올 텐데, 서장님의 그 화려한 언변으로 기자들 좀 상대해 주십시오.”


뜻밖의 제안에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몹시 기뻐하시는 게 느껴졌다.


“잘했어.”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던 서 반장이 내 어깨를 두들겼다.


“야, 뭣 좀 나온 거 있냐?”


우리는 매달려 있던 시체를 내리고 있는 팀원들에게로 갔다.


“나오나 마나 얼굴 보면 금방 알겠는데요.”


“채 형사, 요원인 거 너무 티 내는 거 아냐?”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모두 유명인들이잖아요.”


채 형사의 말을 듣고 나서 그제야 시체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만아. 서장님 좀 모셔 와라!”


기둥의 매달려 있던 시체들의 정체는 바로 모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기업의 오너들이었다.


“이거 파장이 꽤 크겠는데.”


자기에게 또 일을 주는가 싶어 오는 서장님만 신이 나셨다.


“이거 아무래도 놈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장 같은데요.”


내 말에 밝기만 하던 서장님의 얼굴이 진지해지셨다.


어딘가로 전화를 하던 서장님이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보안상 이곳을 폐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장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기자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그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에이, 참. 진짜 좀 봐줘.”


“이봐. 강 형사 우리 사이에 진짜 이러기야.”


“말단인 내가 뭐 별수 있나.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난 아무것도 몰라. 자기들끼리만 쑥덕대.”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시체가 누구야?”


“글쎄, 난 모른다니까. 나 따인 거 잘 알잖아. 내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


차라리 깍두기와 맞짱을 뜨는 게 낫지, 기자를 상대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좀비처럼 끈질기게 달라붙는 기자 하나를 겨우 떼어냈다.


팀원을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과 기자들을 전부 돌려보내고 숨을 돌리는데, 기다리고 있던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중 앞면이 있는 자와 반갑게 인사했다.


“야 이 새끼야. 왜 이제 와 얼른얼른 안 나타나고, 너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잘 아시잖아요. 우리도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우리 경찰서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 테러를 당한 블루하우스에 파견 나가 있던 정보국 소속 일부와 함께 온 우식이었다.


“VIP는 잘 계시지.”


“엔젤도 잘 있다고 전해 달랍니다.”


경찰서보다 피해가 컸던 블루하우스는 VIP와 영애, 그리고 경호 실장 말고는 생존자가 없었다.


그로 인해 그들이 적에게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기에 놈들이나 또 다른 세력이 다시 한번 그곳을 습격한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무너진 시스템이 복구될 때까지 비밀 정보국에서 VIP 일행의 안전을 책임지기로 했다.


보안상 VIP에게 거처를 정보국 본부로 옮길 것을 요청했지만, 블루하우스에 남아 있기를 원했기에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는 시체들을 정보국 본부로 옮겼다.


“파리가 한 마리 따라붙었는데요.”


본부로 가는 길에 시체를 싣고 뒤따르는 차에서 들려오는 우식의 무전에 백미러를 보니 차 한 대가 따라서 오고 있었다.


“우리 앞질러 가. 우리가 어떻게든 해 볼게.”


서 반장이 길을 터 주자 우식이 엄청난 속도로 우리 차를 앞질러 갔다.


미행하던 차도 속도를 올리려고 할 때, 그 앞을 가로막았다.


우린 재빨리 내려 그 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위를 에워쌌다.


굉음을 내며 우리를 위협하던 차가 이내 포기를 하고 시동을 껐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운전석 문을 열어 타고 있던 놈을 끌어내니 현장에서 나와 실랑이를 하던 그 기자였다.


“아니. 김 기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난.. 그냥.. 특종이 잡고 싶어서 따라서 온 거뿐인데..”


그의 바지를 보니 우리의 위협적인 모습에 놀라 오줌을 지렸는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아까 서장님이 말씀하신 거 들었잖아. 근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따라오고 그래.”


“특종 물어 오라고 위에서는 자꾸 쪼지, 밑에 애들은 치고 올라 오지. 어쩔 수 없었다고.”


어느 직업이나 힘들기는 매한가지구나 생각했다.


그도 자기 일을 한 것뿐인데, 너무 몰아세운 거 같아서 괜히 미안했다.


“오늘 일은 미안하게 됐어. 특종도 좋지만, 당신 몸도 생각해 가며 하라고, 그러다 큰일 날 수 있어.”


“알았어. 나도 미안해. 강 형사.”


“그만 가지.”


나쁜 의도로 따라온 것도 아니고, 카메라도 확인하니 특이하다고 할 만한 걸 찍은 것도 없고 해서 그를 돌려보냈다.


형사 무리와 헤어진 김 기자는 차를 몰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래, 어떻게 되었나요?”


“끝까지 따라붙으려고 했는데, 발각됐습니다.”


“그만하면 됐어요. 그냥 돌아오세요.”


“네. 빨리 복귀하겠습니다. 부장님.”


최 부장과의 통화를 마친 그는 바지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그들의 아지트로 차를 몰았다.


“놈들에게 안 들키려고 별 지랄을 다 해 보네.”


그는 어둠의 사도 조직원 중 한 명인 K였다.


“어. 똥파리가 따라붙었네.”


아까 김 기자가 가는 걸 지켜보던 우리는 그의 뒤를 밟았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


“걱정하지마. 나만 믿어.”


조금 전, 그의 카메라를 확인했을 때,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의례 기자라면 특종을 잡기 위해 사소한 것이라도 카메라로 찍고 담겨 있어야 하는데, 기자치고는 이상하다 할 정도로 카메라가 깨끗했다.


심지어는 현장에서 서장님이 기자들을 돌려보낼 때 찍은 사진도 없었다.


그가 연신 셔터를 누르던 걸 목격했기에 누구보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정체가 뭘까? 정말 그의 말대로 단순 특종 거리를 쫓아 온 것일까. 아니면..”


“아니면?”


“놈들이 보낸 조직원 중 하나겠죠.”


채 형사의 말대로 그는 진짜 기자이기보다는 기자인 척하는 어둠의 사도의 조직원일 가능성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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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50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1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40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3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2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1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3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7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3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5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6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8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2 5 9쪽
»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9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6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9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8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1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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