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9.20 07:2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595,413
추천수 :
9,730
글자수 :
1,392,165

작성
24.08.16 07:20
조회
259
추천
9
글자
13쪽

208화

DUMMY

잠에서 깨 눈을 깼다.

낯설지만 아늑한 천장.

그라고스가 마련해준 숙소의 방 안이었다.


- 꼬르륵.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배가 울렸다.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너무 싫었다.

누가 방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면 참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


창가 쪽 테이블 위에 놓인 바구니를 발견한 나는 곧장 안을 확인했다.

어제 그라고스가 뭘 갖다줬는데 너무 피곤해서 대충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곯아떨어졌는데 그게 이렇게 나를 살리는구나.


“⋯뭐야 이게?”

하지만 바구니 안의 내용물을 들여다본 나는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아마도⋯ 과일⋯ 종류인 것 같은데.


-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과일이 움직이고 있었다.

대충 야구공만 한 크기에 초록색 줄무늬가 새겨진 세 개의 과일은 꼭 안에서 뭐가 깨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격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거 먹으면 내 뱃속에서 무언가가 자라나다 충분히 성장하면 배를 뚫고 튀어나오는 그런 거 아니겠지?


어떻게 먹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생으로 먹을 수 없는 거라면 그라고스가 먹으라고 가져다주지도 않았겠지.

나는 무섭지만 생전 처음 보는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욕이 끓어올라 눈 딱 감고 과일을 입에 넣었다.


- 콰지지직!


그것을 크게 한입 베어 물자 육즙이⋯ 아니, 과즙이 줄줄 흘러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뭐, 뭐야 이거!”


그리고 환상적인 과즙의 환상적인 맛에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사과의 상큼함, 복숭아의 향기, 바나나의 달콤함, 멜론의 부드러움, 그 외에도 다양한 맛과 향과 식감의 조화가 모두 어우러진 이것은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과일의 장점만 뽑아 한 곳에 압축해놓은 것만 같았다.

거기다 어디 맛만 있을까, 영양가는 또 어찌나 풍부한지 과즙이 몸에 흡수됨과 동시에 무겁고 침침한 머리와 시야가 맑아지며 활력이 차올랐다.

순식간에 남은 두 개의 과일을 모두 입에 털어 넣고 잠에서 완전히 깬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여! 안녕!”

“이제 일어난 건가? 아무리 휴식 중이라지만 너무 게으르군.”


딱히 목적지 없이 그냥 발길 가는 대로 숙소를 거닐고 있는데 아이리와 미즈키를 만났다.

둘은 온천에서 목욕을 즐기고 왔는지 머리카락이 젖어있었고 아직도 몸에서 김이 후끈후끈 오르고 있었다.


“핸드폰 알람도 없는데 그냥 눈 떠지면 일어나는 거지 별 수 있나~ 불만 있으면 네가 모닝콜 해주던가.”

“음? 알았다, 그렇게 하지.”

“⋯아니, 미안 그냥 해본 말이야. 제발 깨우러 오지 마.”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일어나는 것과 남이 깨우는 것엔 심리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최소한 여기서 만큼은 외부요인에 의해 강제로 깨고 싶지 않았다.


“이거 다음 권은 없어?” “무, 무슨 책이죠? 아마 있을 겁니다!”

“저기, 이거 다음 권은요?”

“이거 번역 안 돼 있는데요?”

“제가 부탁드린 건 어떻게 됐죠? 찾으셨나요?”

“자, 자, 잠시만요! 잠시만요! 말씀을 한 번에 모아서 정리해주세요, 뭘 해달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한편, 서고 쪽이 뭔가 복작거리는 것 같아 한번 기웃거려보니 소은 누나와 하은이, 그리고 다른 마법사들까지 옹기종기 모여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읽고 있었고 무라고스는 마법사들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기 위해 바쁘게 서고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언니, 이게 무슨 뜻이었죠?” “음? 어디 보자⋯ 규율, 약속, 그런데 앞뒤 맥락을 생각하면 질서라고 번역하는 게 맞겠네.”

“아아~ 맞다.”

“둘이 뭐해요?”


엄청 열중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길래 나는 뒤로 불쑥 다가가 말을 걸었다.


“끼약!”

“꺅!”


그러자 소은 누나와 하은은 너무 집중하고 있어 내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는지 들고 있는 책을 떨어트릴 정도로 놀랐다.


“너 죽을래! 소리 내면서 다녀라?!”

“노, 놀라게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닌데⋯ 아무튼 지금 뭐 하고 계신 건데요?”


소은 누나가 떨어트린 낡은 책을 보자 무슨 문자인지 감도 오지 않는 꼬부랑글씨가 적혀 있었고 그 옆으로 한글로 작성 중인 깨끗한 책이 보였다.


“이, 이거 설마⋯ 다른 세계 책을 번역 중이신 거예요?”

“맞아, 그라고스가 번역해놓은 책은 이미 다 읽어서 내가 읽는 김에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번역 중이야.”


소은 누나가 번역 중인 책의 원본은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우리 세상엔 애초에 존재도 하지 않는 문자와 언어다.

그런데 그 책을 번역 중이라니?


“이, 이 글자 읽는 법을 아세요?”

“무라고스한테 배웠어.”

“저희 여기 온 지 이제 사흘 됐는데요?”

“응, 알아.”

“⋯너도 읽을 줄 알아?”

“응? 응, 대충.”


소은 누나야 그렇다 치고 나는 그 옆에 있는 하은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는데 하은이 역시 더듬더듬 책을 읽으며 번역본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하은에게 잊고 있던 벽이 확 느껴졌다.


“그런데 이거 무슨 내용이야?”


평생 공부와는 척지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작성된 서적이라니, 그건 흥미가 좀 생겼다.


“일종의 역사서야, 마법으로 융성했던 에펜 연합 왕국에 대한 역사서.”

“융성‘했던?’ 그럼 지금은 쇠퇴했다는 말이야?”

“아니, 아예 멸망했대, 한 1500년 전쯤에.”

“어쩌다가?”

“여기 때문에.”


내 물음에 하은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잠이 덜 깼나, 나는 순간 숙소가 왜? 라고 생각했지만 곧 하은이 가리킨 것은 숙소가 아니라 탑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 꼴 안 나려면 우린 잘해야겠네.” “잘해야지.”


하은은 적당히 대꾸하고 다시 책을 읽는데 다시 집중했다.

아무래도 이쪽은 바쁜 것 같으니 방해는 이쯤하고⋯ 나는 이제 숙소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나무 사이에 대롱대롱 묶어놓은 해먹에 느긋하게 누워 있는 아린이와 서연이가 보였다.

지난 열흘간 탑 안에서 해를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이참에 잔뜩 일광욕을 즐기려는 것이다.


“좋네, 좋아⋯.”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지는 벌써 3일이 지났다.

그리고 보다시피 우리는 이곳에서의 휴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100% 만끽하며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




“아, 그라고스. 마침 잘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뭐 필요한 거라도?”


한참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던 중 나는 잡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라고스와 마주칠 수 있었다.


“네가 어제 줬던 거 있잖아, 그거 뭐야? 엄청 맛있더라고.”

“어⋯ 그걸⋯ 드셨습니까?”


그런데 그라고스의 반응이 이상했다.


“⋯머, 먹는 거 아니었어?”

어쩐 지 생긴 게 이상하더라니, 난 대체 뭘 먹은⋯.


“하하! 농담입니다! 먹는 거 맞습니다!”


???

뭐야, 이 새끼.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확실히 여기서 생활하며 뭔가 변화가 있긴 있었나 보다.


“뭐⋯ 아무튼, 혹시 그것 좀 더 얻을 수 있나 해서.”

“물론입니다! 하지만 목란과는 얻기 매우 까다로워 좀 도와주시면 좋겠는데 괜찮겠습니까?”

“응, 알았어.” “그럼 제⋯ 이제 당신의 것인 메이스를 챙겨와 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무라고스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서고에 있던데.”

“아, 그럼 무라고스도 좀 불러주십시오. 목란과를 채집하러 갈 거라고 하면 알아서 준비할 겁니다.”


목란과라⋯ 대체 어떻게 얻는 과일이길래 이렇게 인원을 채워 데려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빨리 목란과를 더 먹고 싶었던 나는 군말 없이 그라고스가 시키는 대로 메이스를 챙기고 무라고스를 불러왔다.


- 서걱. 서걱.


그렇게 목란과를 채집하러 가기 전, 우린 먼저 황금빛으로 익은 밀 비슷한 곡식을 채집하기 위해 들판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나와 그라고스가 할 일은 딱히 없었고 무라고스가 자신의 데스 사이드를 이용해 익숙한 손놀림으로 곡식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이거 다 너희가 직접 재배하는 거야?” “네, 쌀과 같은 저희 세상의 주식입니다. 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고 빵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엄청 넓은데 이게 둘이서 감당이 돼?” “남아도는 게 힘과 시간이라 괜찮습니다.”


내가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밭을 보며 묻자 그라고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나 원 참, 한때 악마 군단의 고위 전사였던 그라고스가 지금은 탑에서 농사나 지으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니, 사람 인생이나 악마 마생이나 진짜 한 치 앞도 모르는 건 매한가지구나.


“그라고스 님!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구나.”


무라고스는 내가 한아름 가득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채집한 곡물을 그라고스에게 넘겨주었고 한 손에 곡물을 쥔 그라고스는 또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야, 무라고스.” “예?”


내가 무라고스를 부르자 그는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얘도 처음 봤을 땐 짜증과 분노로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는데 지금은 천진난만한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데 너 그 낫 다시 만든 거냐? 그거 내가 가져갔던 거 같은데?”


나는 그런 무라고스가 곡물을 벨 때 사용한 데스 사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분명 살려주는 대가로 내가 뺏어가 해인 길드에 팔았던 그 데스 사이드였다.


“군단장님께서 군단에 충성하는 인간을 이용해 되찾아 주셨습니다. 아무리 패배자의 무기라 한들 악마의 무기가 인간들 손에 오가는 것은 군단 전체의 수치라고⋯.”


그러고 보니 그때 악마의 아이템이라면 무조건 시세의 2배 가격으로 매입한다는 사람이 있어 무라고스의 데스 사이드를 20억 정도 더 비싼 값에 팔아넘긴 기억이 있었다.

그땐 단순 취미로 악마의 아이템을 수집한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 세상에 정우진 국장이나 마노세 레나처럼 몬스터와 깊숙하게 연관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숨어있는 건지 또 그들이 어떤 직위를 가지고 있는 건지, 조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목란과 과수원입니다.”

“여기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라고스가 안내한 장소는 아주아주 두껍고 높은 고목이 잔뜩 서 있는 숲이었다.

하지만 나뭇가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열매 같은 건 보이지 않았고 나는 목란과가 어디에 있다는 건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라고스는 다 방법이 있다는 듯 무라고스가 베어온 곡식을 가장 큰 나무 앞에 내려놓았다.


- 쩌저저저적!


그러자 갑자기 나무의 줄기가 갈라지며 입처럼 벌어지더니 안에서 덩굴이 꾸물꾸물 기어 나와 곡식을 휘감았다.


- 우적우적우적.


곡식을 집어삼킨 목란과 나무는 마치 살아있는⋯ 아니, 식물이 원래 살아있는 건 맞지만 정말 동물처럼 우적우적 곡식을 씹어삼켰다.


“지금입니다! 메이스로 저기를 힘껏 때리세요!”


그때, 옆에서 타이밍을 지켜보던 그라고스가 대뜸 나무의 불룩 튀어나온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어⋯?”

“이익!”


뜬금없이 나무를 때리라니 지금 이게 날 놀리는 건가, 그런 생각에 내가 조금 망설이며 움찔거리자 그라고스는 다급히 내 손에서 메이스를 낚아채 자신이 대신 나무를 때렸다.


- 콰드득! 콰득!

- 빠악!

- 꾸드드드득!


오래간만에 진짜 주인을 만난 메이스는 신이 난 듯 여의봉처럼 쭉 늘어나 거대해졌고 그라고스가 목란과 나무를 가격하자 나무는 구토라도 할 것처럼 울룩불룩 꿈틀거리더니.


- 후두두두둑!


“우왁!”


진짜로 곡식을 삼켰던 입에서 마치 알을 낳듯이 목란과를 와르르 뱉어냈다.

아니 잠깐만.

알⋯?

설마 나무가 낳는 알 같다고 해서 이름이 목란과인 거야?

상상도 못 했는데 진짜라면 참 직관적인 이름이다.


“후우, 다행히 성공했군요. 그럼 가지고 돌아가죠.”


무라고스는 이미 준비해온 바구니에 땅에 떨어진 목란과를 주워 담고 있었고 나는 기분 나쁘게 묘하게 뜨끈뜨끈한 목란과를 주워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 띠링!


“음?”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이번엔 또 무슨 일인고, 하며 메시지를 확인해봤는데.


특전 [데미지 뱅크 Lv.3] 으로의 설계변경을 완료했습니다!

- [데미지 뱅크] 가 Lv.3으로 레벨업 하였습니다!

특전 [체력은 국력 Lv.2] 로의 설계변경을 완료했습니다!

- [체력은 국력] 이 Lv.2로 레벨업 하였습니다!


그것은 잊고 있던 특전의 설계변경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무한재생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연휴 휴재공지 24.09.15 11 0 -
공지 휴재 공지 24.07.05 362 0 -
공지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24.02.13 392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2 24.02.02 265 0 -
공지 1월 13, 14일 휴재 공지 24.01.11 234 0 -
공지 연재시간은 AM 07:20입니다 23.12.16 7,271 0 -
231 230화 +1 24.09.20 78 3 12쪽
230 229화 +2 24.09.19 103 5 14쪽
229 228화 +1 24.09.13 145 7 13쪽
228 227화 24.09.12 138 7 14쪽
227 226화 +1 24.09.11 147 9 12쪽
226 225화 +1 24.09.10 147 9 12쪽
225 224화 +1 24.09.09 154 8 12쪽
224 223화 +1 24.09.06 175 8 13쪽
223 222화 +1 24.09.05 158 7 12쪽
222 221화 +1 24.09.04 175 8 12쪽
221 220화 +1 24.09.03 164 7 13쪽
220 219화 +1 24.09.02 183 9 12쪽
219 218화 +1 24.08.30 193 8 13쪽
218 217화 +1 24.08.29 176 8 12쪽
217 216화 +1 24.08.28 183 7 13쪽
216 215화 +1 24.08.27 192 7 14쪽
215 214화 +2 24.08.26 191 8 14쪽
214 213화 +1 24.08.23 213 7 12쪽
213 212화 +1 24.08.22 206 8 12쪽
212 211화 +1 24.08.21 212 9 14쪽
211 210화 +1 24.08.20 210 8 13쪽
210 209화 +1 24.08.19 215 8 13쪽
» 208화 +1 24.08.16 260 9 13쪽
208 207화 +1 24.08.15 213 1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