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부다페스트의 악몽-
64화-부다페스트의 악몽-
타들어가던 흑마법사의 몸이 폭발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흑마법사의 검은 피를 뒤집어쓴 에드안은 뒤를 돌아봤다.
아직 많은 흑마법사와 네크로맨서들이 남은 상황.
검은 연기 안에서 언데드와 치열하게 싸우는 진우가 위태해 보였지만 우선 민간인 대피가 우선이었다.
“타락자들이 정말 작정하고 일을 벌였네. 조금만 버텨라 진우야.”
뒤늦게 정신이 든 하연과 함께 횃불의 영역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에드안.
검은 연기는 횃불의 영역에 닿자 힘을 잃고 소멸되었다.
반대로 위험이 가득한 검은 연기 안 언데드 무리.
처음에 진우를 괴롭힌 것은 네크로맨서의 저주였다.
손발을 묶어버리고 달팽이관을 흔들어 중심을 잃게 만드는 저주들.
위기의 순간 반지 속 아피가 저주 포식을 펼치자 저주 면역이 되었고 일부러 저주에 당한 척 연기를 하며 상대방의 마력 고갈을 유도했다.
계속해서 휘청거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진우의 모습에 적들은 저주를 거두고 듀라한을 비롯한 고위 언데드를 출동시켰다.
방패 삼아 자신의 머리를 내미는 듀라한을 사령 폭파시키고 사령 방패로 몸을 방어하며 후퇴하는 진우.
그의 전투는 네크로맨서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울 익스플로젼까지? 볼수록 신기하군. 마검사가 마법과 검을 동시에 다룬다고 들었지만 사령술과 검을 동시에 쓰다니.”
“사령술의 수준도 나쁘진 않아. 저 정도 숫자의 언데드를 부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통제력이라니.”
“그 녀석이다. 마법사가 아닌데 사령학파에 새로 들어왔다고 하는 신입.”
수군대던 네크로맨서들은 진우를 생포해 비밀을 파헤쳐 볼 셈이었다.
흘깃 쳐다본 횃불의 영역.
하연과 에드안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피시킨 모습에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도망치는 진우를 보고 한 네크로맨서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생포하러 나섰다.
“그만, 제이콥님 명령없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라.”
다른 동료의 만류에도 녀석은 자신의 듀라한과 함께 진우를 뒤쫓았다.
금방 따라잡힌 진우의 뒷모습.
“말해라. 위업을 쌓았나? 아니면 너도 우리처럼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이냐?”
네크로맨서의 눈에 서린 질투.
대답 없이 도망치는 진우를 보고 녀석은 주변에 있던 사람을 인질로 삼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언데드의 칼질에 죽어버린 민간인 남자.
죽어버린 사내는 네크로맨서의 마법에 되살아나 좀비가 되어 자신의 가족을 먹으려 했다.
“아빠.. 정신 차려요.”
“여보 제발...”
도덕의 선을 넘는 행동에 멈춰진 발걸음.
좀비로 변해 자신을 물려는 가장의 모습에 가족들은 패닉에 빠졌다.
주위를 훑자 보이는 적은 고작 한 녀석.
결심을 마치고 몇 안 남은 사령을 보내어 가족들을 보호하는 사이 듀라한에게 따라잡혔다.
하연처럼 양손에 검을 들고 자신의 머리를 허리춤에 차고 있는 특이한 듀라한.
듀라한은 생전의 검술을 기억하는지 뒤로 빠지는 진우의 퇴로를 압박하며 검을 그었다.
몇 번의 회피 끝, 어느새 뒤는 건물의 벽으로 막다른 길.
듀라한의 주위로 다른 언데드가 모여들며 퇴로가 막혔다.
“이제 비밀을 얘기할 마음이 생겼나?”
“별거 없지. 네가 부족하고 내가 잘난 거지 다른 이유가 있나?”
“후배의 버르장머리 없는 입을 꼬메주마.”
네크로맨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주문에 언데드들이 변해갔다.
장송곡.
죽은 자들을 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언데드의 신체능력이 상승하며 죽음의 기운이 진해졌다.
‘저건 내가 배우지 못 한 기술이네.’
고작 몇 달간의 수업만으로는 익힐 수 없었던 스킬.
“네게 사령학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 지 보여주마.”
진우보다 사령술을 잘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네크로맨서.
어이가 없었다.
사령술 대회가 아닌 목숨 걸고 싸우는 판국에는 이기는 놈이 장땡이지.
“그래서 뭐, 선배 대우라도 해달라고?”
버릇없는 진우의 태도에 네크로맨서가 해골ㅍ지팡이를 휘둘렀고 고스트가 소환되어 상공을 점유했다.
하늘을 날아 공격해오는 고스트를 마검으로 자르자 소멸되며 지르는 귀곡성.
진우는 귀를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그 틈에 언데드 부대를 진군시킨 네크로맨서는 검은 번개를 손에 쥐었다.
“선배로서 가르침을 주마.”
검은 번개가 사령 언데드 사이를 누비자 일제히 쓰러진 진우의 언데드들.
듀라한이 이끄는 언데드는 쓰러진 적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남은 언데드를 구하기 위해 듀라한과 마주한 진우.
옆구리에 달린 머리를 공격하러 쓸어 내려치는 마검.
듀라한은 유려하게 팔을 돌려 막아낸 뒤 검기를 쏘아 올렸다.
단숨에 갑옷의 일부가 찢어지며 피가 터져나갔고 순간 재생을 발휘했다.
상처가 회복되기 전 이어지는 듀라한의 공격.
장송곡 버프를 받은 듀라한은 쌍검을 마구잡이로 흔들어댔다.
마검의 이능을 발휘하려다 문득 든 위험하다는 감각.
사령 폭파를 사용해 거리를 벌린 후 네크로맨서에게 사자 원혼을 날렸다.
장송곡에 이어 다른 주문을 외우던 네크로맨서의 인상기 구겨졌고 스켈레톤 한 마리가 앞을 막아서며 부서졌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위력이 높은 긴 주문은 포기한 네크로맨서는 마기를 담은 검은 화살을 생성해 날렸다.
듀라한의 쌍검에 신경이 팔렸던 진우는 급히 팔찌의 아이기스 방패를 전개했다.
펼쳐진 4장의 꽃잎에 막혀진 마기의 화살
꽃잎 너머 듀라한이 스킬을 사용했다.
죽음의 기운과 마기가 뒤섞여 발현된 공격.
강렬한 일격에 4장의 꽃잎 중 2장이 날아가 버렸다.
반만 남은 방패를 거둔 뒤 오른쪽을 파고들어 사령검막을 펼친 채 달라붙었다.
급작스레 전개된 검막에 듀라한의 검 하나가 튕겨나갔고 더욱 달라붙어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검을 움직이기도 힘든 거리에서 벌어지는 난투.
고집스레 듀라한의 머리를 노리자 듀라한은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머리가 잡히지 않게 춤을 추듯 움직였다.
그런 둘의 사이로 검은 번개가 내려쳤고 듀라한과 진우는 감전되어 굳어버렸다.
“이제 잡았다.”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마기의 창을 만들어 낸 네크로맨서.
앞서 날린 마기의 화살보다 더욱 짙고 크기도 컸다.
쏘아진 다크 스피어는 순식간에 갑옷을 뚫었고 진우를 지나쳐 뒤에 있는 듀라한의 복부에까지 박혔다.
동시에 쓰러지는 진우와 듀라한의 귓가에 들려오는 네크로맨서의 웃음.
“듀라한이 망가져서 아깝긴 하지만 B급에 달하는 헌터를 잡았으니 나쁘지 않네.”
괜찮은 거래라며 만족해하는 네크로맨서였지만
계산이 잘 못 되었다.
녀석은 자신의 부하를 잃었을 뿐 얻은 게 없으니까.
바닥에 뒹굴고 있는 듀라한의 머리를 잡고 생기를 강탈했다.
몸에 비해 작은 머리에 불과했지만 듀라한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은 머리.
많은 양의 마력이 담겨있었고 그대로 진우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동시에 발동되는 순간 재생으로 몸의 구멍이 매워져갔고 몸을 돌려 네크로맨서를 바라봤다.
짙은 녹색으로 빛나는 눈은 네크로맨서로 하여금 악마를 처음 봤을 때처럼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네 영혼은 쓸만하겠네.”
공포를 떨치기 위해 네크로맨서가 날린 검은 벼락이 사령검막에 부딪쳐 튕겨나갔다.
다급하게 쏘아지는 저주들이 흑기사의 반지에서 나온 검은 뱀에게 먹히는 광경.
네크로맨서는 남은 언데드를 방패 삼고 뒤로 뛰었다.
저 자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 아니었다.
악마 그 자체인 존재.
언데드를 분쇄시키고 달려온 진우가 네크로맨서를 자빠뜨린 뒤 마검을 높이 올렸다.
“살려줘. 난 악마들과 손을 잡으려 한 게 아냐 그저 더 높은 사령술을 펼치기 위해..”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마검이 목을 잘랐고 네크로맨서의 영혼이 강탈당했다.
“시간 없으니 남은 이야기는 감옥에서 듣자.”
[악마를 숭배하여 인류를 팔아넘기려는 이를 처단했습니다. 이러한 업적이 쌓인다면 세계의 평화를 지킬 수도 있습니다.]
[업적 악마 숭배자 살해를 획득하였습니다.]
네크로맨서가 죽자 언데드는 통제력을 상실하고 본능에 따랐다.
산자를 죽이고자 하는 본능.
가장 가까이 있는 진우에게 언데드들이 몰려왔고 녀석들을 정리하던 중 새하얀 빛이 전장에 쏟아졌다.
새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가 투구를 걷고 말 걸었다.
“언데드를 소환한 네크로맨서가 당신입니까?”
백색 기사의 냉혹한 목소리는 대답 여하 따라 공격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일부는 제가 소환했지만 시민들을 공격하는 언데드는 저기 네크로맨서가 했습니다.”
영혼이 강탈되는 공포감에 부릅뜬 눈으로 죽은 네크로맨서의 시체.
반대편 찢어져 버린 진우의 로브에 박힌 마탑의 배지.
백색 기사는 의심을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요즘엔 타락자가 아닌 네크로맨서를 보기 힘든지라 오해했습니다. 저희가 타락자들을 처리할 동안 시민 구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색 기사는 구조를 부탁 후 제이콥이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백마를 타고 질풍처럼 달리는 그의 뒤로 같은 백색의 갑옷을 입은 이들이 줄을 지어 따라갔다.
뒤편에 있는 기사들과 전사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신성력.
바티칸의 성기사와 성전사들이 늦지 않게 도착한 것.
주변을 둘려보자 남은 언데드는 구울을 비롯한 하급 언데드뿐.
사람들도 대피했겠다 굳이 남을 필요 없었다.
사령들의 통제를 스펙터 위치에게 넘기고 시민 구하라 한 뒤 성전사들을 뒤따라갔다.
바티칸의 사람들을 따라 들어선 광장.
먼저 도착한 헌터들이 하나 둘 모여 있었고 저 멀리 에드안과 하연도 합류하고 있었다.
빌런의 테러에 도망치지 않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모인 30명의 인원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느끼는 와중 중앙에서 빛이 번쩍였다.
“방금 빛은 글로리 나이트인가?”
“A급 괴물끼리 싸우는데 우리가 끼어도 되나?”
“일단은 도우러 가볼까? 다른 성기사들도 있으니 목숨까지 위험하진 않을 거니까.”
“그럴까? 빌런들도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인데.”
두 A급 괴물들의 전투에 주저하는 헌터들.
“모두 닥치고. 우리랑 같이 앞으로 갈 놈들만 나와. 단 C급 이상부터.”
빗자루를 타고 허공에 떠 있는 여자 마법사 여덟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 일갈했다.
유럽의 여자 마법사 단체하면 생각나는 그곳.
마녀의 등장에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런 마녀들 중 익숙한 얼굴 하나와 기억에 남는 얼굴 하나.
“엘리스? 그리고 대지학파 마법사?”
두 마녀는 고개만 움직여 인사했고 진중한 분위기에 더는 입을 열지 않고 마녀들 옆에 섰다.
“그럼 출발하자. 유럽의 하늘을 지배하는 마녀의 능력을 보여주자.”
빗자루를 타고 동시에 하늘로 날아간 마녀들은 각자의 궤도를 그리모 하늘을 비행했고 대장으로 보이는 마녀가 비속어를 내뱉었다.
“이런 멍청한 곰들아! 마법사가 탱킹 할까? 전사들이 뭐 하냐?”
마녀의 일침에 전열로 나선 방패 전사들.
그 뒤로 다른 전사들과 도적들이 함께했다.
C급 이상의 실력자들이 무리 지어 돌진하고 상공에서 지원하는 마법들.
언데드들이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렸고 광장의 한편에서 고위 언데드가 성기사와 성전사를 상대로 싸우는 곳까지 도착했다.
바티칸을 도우러 가려는 그들의 앞, 검은 로브의 흑마법사 열 명이 막아섰다.
순식간에 나타난 언데드 부대와 함께 검은 마기가 치솟아 벼락처럼 떨어졌다.
전열에 있던 탱커가 하얀 김을 뿜으며 기절해 뒤로 이송하자 수군거리는 헌터들.
“쫄지마. 너희들 C급 이상아냐? 저 타락자들 중 A급은 제이콥밖에 없어.”
빗자루가 진동하며 펼쳐진 푸른 마법진.
블리자드 마법진이 완성되자 근방에 몰아치는 눈보라에 온도가 급랭되었고 직격으로 냉기에 노출된 언데드는 얼음 동상이 되었다.
얼어붙은 언데드에게 화살이 박히자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방금 블리자드도 불꽃놀이랑 비슷한 수준인가?”
“맞아. 하지만 완성도는 저쪽이 더 뛰어나네. 나보다 몇 수는 위야.”
에드안의 불꽃놀이는 횃불에 수천만 원의 마석을 소모해야 가능한 기술.
반면 마녀의 블리자드는 아무런 준비 없이 펼쳐도 이 정도 위력이라면 완성도의 차이가 나는 건 극명했다.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니까.”
에드안의 격려하며 여명의 횃불을 재조명했다.
처음에 E 급 던전에 들고 왔을 때만 해도 단순히 화염을 증폭시키는 마도구라 생각했지만 마석을 태우는 양과 효율을 보면 초보자가 사용할 게 아니었다.
블리자드의 영역, 얼어붙은 언데드 사이 듀라한과 스켈레톤 나이트가 눈보라를 뚫었고 사람들과 맞부딪쳤다.
마력이 눈에 보이게 일렁이는 일격들.
도로에 정체되어 있는 차들이 헌터와 언데드의 전투에 다 마신 음료 캔 마냥 찌그러졌고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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