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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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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 한 달 뒤 관성 고등학교


학교 교문에서 어떤 여학생이 들어서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후아아아... 드디어 돌아왔네..."


그녀의 명찰에는 오승희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한 달 만인가...?"


시간은 한 달이었지만 그녀가 느끼기에는 몇 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야! 승희야!"


그녀가 감격하고 있는 사이 그녀의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혜정아!"


그녀는 혜정을 향해 달려가 안긴다.


"뭐... 뭐야 얘가 갑자기 왜 이래?"


갑작스러운 친구의 반응에 혜정은 살짝 당황했지만 자신에게 안긴 승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이 언니가 보고 싶었어?"


그리고 혜정과 재회를 즐기는 도중에 또 다른 반가운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뭐야 둘이 왜 이렇게 친해?"


"아침부터 화끈한데."


유진, 연수, 은정 세 친구가 승희에게 걸어왔다.


승희는 그 모습을 보고 울먹거리며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얘들아!"


"오구오구 우리 승희."


승희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았다.


실제로는 고작 한 달 정도 보지 못했을 뿐이었지만 휴일도 없이 제대로 쉬는 시간도 없이 천령에게 시달리며 지냈더니 체감상으로는 거의 이년 정도 보지 못한 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그녀를 구박하던 천령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했다.


'힘을 숨기란 말이야! 눈에서부터 나오는 힘을 천천히 단전까지 옮겨! 알려줬잖아!'


'그... 그치만 자꾸 여기저기로 퍼진단 말이에요!"


'그건 네가 기를 혈관을 통해서 움직이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심장이 뛸 때마다 혈액이랑 같이 온몸을 돌다가 열처럼 몸 밖으로 방출되지!'


잠시 그때의 기억이 생각난 승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너무 끔찍했어.'


그녀는 끔찍했던 일을 떨쳐내려 고개를 한번 세차게 흔들었다.


"교실로 가자!"


그리고 당당하게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지루한 수업, 정신없는 쉬는 시간, 맛없는 점심까지 이 평화로운 일상이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하굣길


"얘들아 내일 봐!"


승희는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위이이잉


골목길에 들어서자 갑자기 커다란 벌레가 승희에게 달려든다.


"꺄악!"


콰아앙!


놀란 승희가 벌레를 향해 손바닥을 휘두르자 아스팔트 바닥에 손바닥 자국이 생겨났다.


"헙... 큰일 났다..."


온몸에는 기가 돌고 단전에 내공이 쌓이며 그녀의 육체능력은 이미 평범한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섰다.


"힘을 뺏어야 됐는데..."


그녀는 발로 손바닥 자국을 지그시 밟았다.


그리고 발을 떼자 손바닥 자국대신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아... 아무도 못 봤겠지?"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골목길을 벗어났다.


다행히 그녀가 바란대로 그녀의 모습을 본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허... 오랜만에 나오니 별 희한한 것도 다 보네."


하지만 아쉽게 인간 이외의 존재는 하나 있었다.


이매망량의 옛 주인인 두억이 건물 입구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공도 아닌 듯한데 이렇게 이질적이면서 강한 기운이라..."


그는 승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다.


두억은 그녀가 걸아간 방향을 쫓아갔다.


"어디... 이야기만 하는 정도라면 금백이도 잔소리하지는 않겠지."


두억은 그녀의 뒤를 따라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파트의 밖에서 그녀의 기를 눈여겨본다.


'1층... 2층.... 3층....... 12층에서 1202호'


그녀가 들어간 집을 확인한 후


쿵!


살짝 뛰어준다.


12층까지 뛰어오른 그는 벽을 잡고 창문의 내부를 확인했다.


"우선 문부터 두들기라고 했나?"


똑똑똑...


승희를 발견한 그는 창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이게 무슨 소리... 어?"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드는 남자


'요괴?'


놀라기는 했으나 천령의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타인의 기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승희는 앞에 남자가 요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똑똑


그는 창문을 열어달라는 듯이 웃으며 창문으로 손을 가리켰다.


'어... 어.... 어떡하지...'


눈앞의 요괴는 승희보다 확실히 강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적의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증거로 승기에게서 받은 염호와 그림 리퍼가 반응이 없다.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창 밖 남자는 멀뚱히 승희만 바라보았다.


'이게 아닌가?'


금백이가 알려준 대로 문을 두들겼다.


혹시라도 겁먹을까 기도 최대한 감추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당황하지?'


드르르륵


승희는 고민 끝에 결국 창문을 열었다.


아무리 기와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고는 하나 저런 식으로 밖에 매달려있다면 누군가의 눈에 띌게 분명했다.


"오 역시 이게 맞구나!"


'뭐가 맞다는 거야...?'


"나는 두억이라고 하네."


그는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한다.


"저는 오승희라고 합니다..."


승희 역시 손을 뻗어 두억의 손을 잡았다.


'호... 상반되는 두 힘과 이질적인 힘까지 총 세 개를 가지고 있나?'


손을 잡자 그녀의 몸속에 숨어있는 힘들이 느껴진다.


'다른 하나가 워낙 크니 나머지 두 개를 못 봤구나.'


"저... 근데 저는 왜 찾아오셨나요?"


"아... 자네가 다루는 힘이 신기해서 이렇게 찾아왔네."


"제 힘이요?"


"그래, 강하면서 아주 이질적인 힘이 느껴져."


"힘이라면... 이거 말인가요?"


그녀는 양팔에 힘을 주며 승기가 준 기를 발산시켰다.


"이것도 신기하지만 이것들은 자네의 힘이 아니지 않은가?"


두억은 승희의 눈을 가리켰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자네 본연의 힘이야."


지옥과 신계 또는 마계 이곳들이 인간 혹은 인외의 존재들이 가장 흔하게 힘을 받아오는 세계이다.


다른 이계도 몇 군데 있지만 승희에게서 느껴지는 곳과 비슷한 기운을 뿜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숨이 막힐 듯 세계 가득 찬 생명의 기


그리고 생명이 있는 곳에는 항상 존재하는 것


죽음의 기 역시 가득 차있는 세계


느껴지는 기로 예상한 세계는 온갖 종류의 생명체들이 서로 죽고 태어나는 세계였다.


하지만 그 예상과 반대로 아무런 생명체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 황망한 세계


생명체가 태어날 준비만 되어있는 세계처럼 보였다.


"그 힘 한 번만 보여줄 수 있나?"


새로운 힘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


두억은 그것의 능력을 보고 싶어 승희를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승희는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없었다.


"어.... 어떻게요?"


그녀가 천령에게 배운 것은 철저하게 힘을 통제해 숨기는 것뿐


그것을 방출하는 것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알리 없는 두억은 얼빠진 얼굴로 승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라니? 자네 힘이지 않은가?"


"그치만 그런 건 안 배웠는걸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정말 당황한 표정


거짓말은 아닌 듯 보였다.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무작정 제자를 하산시키다니... 재능이 두려웠나?'


그는 어쩔 줄 몰라하는 승희를 향해 물었다.


"혹시 자네를 가르친 스승이 누군가?"


"어... 천령이라는 분이 알려주셨어요."


"천령?"


옛날 두억시니로서 활동하기 전부터 알았던 인물이다.


"천령이라면 제자의 재능 때문에 가르침을 그만두지는 않았을 텐데?"


"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나?"


"그게..."


승희는 두억에게 자신이 힘을 얻게 된 경위와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그렇군... 원해서 얻은 힘이 아니라... 그러면 그럴 수 있지."


두억은 왜 승희가 힘을 쓸 수 없는지 이해하기는 했지만 약간 아쉬운지 그녀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군..."


"어... 그런데 두억님은 왜 이 힘을 보고 싶어 하시는 거예요?"


풀이 죽어있던 두억의 눈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호기심, 내가 인간이던 시절부터 신기한 힘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렸지."


"인간이셨어요?"


"그래, 인간이기도 요괴이기도 그리고 신으로도 살아봤지."


"헐... 그러면 지금 신이신 거예요? 요괴인 줄 알았는데..."


"응? 지금은 요괴 맞아."


"왜요? 이왕이면 신이 더 좋지 않나?"


승희의 질문에 두억이 흥미로운 듯 물었다.


"호오... 왜 신이 더 좋다고 생각해?"


"그야.... 제일 세니까?"


"신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요? 막 신화나 그런 거 보면 그런 식으로 나오잖아요."


두억은 승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긴 나도 인간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신화란 신이 자신들의 신도들을 늘리기 위해 인계에 퍼뜨린 이야기


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으니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신화는 결국 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야. 아무리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과장이 조금 섞여있을 뿐이야."


"정말요?"


"정말이지, 신격 중에서 자네보다 약한 이들도 한가득 있어."


"엥? 저 보다요?"


두억은 고개를 끄덕인다.


"격의 차이... 그것은 권능의 차이이지 힘의 차이가 아니야."


"권능의 차이라뇨?"


"음... 간단해 벼슬 같은 거지."


그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한다.


"감투 쓴 놈들은 큰 권력을 지니고 있잖아?"


"그렇죠?"


"그러면 그 사람은 강한 걸까?"


"그렇지 않을까요? 그 밑에 있는 사람들만 해도 수백 명은 넘을 테니까요."


"그렇지 강하지 하지만 단지 사회적으로 강한 것뿐이야."


그는 승희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 그들이 감투를 내려놓는다면 그들은 강할까?"


승희는 티비에서 보아왔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평범한 사람일 거 같아요."


"그렇지! 신격도 똑같아 그 감투에 속고 있는 거야."


두억은 자신의 팔에 힘을 주며 근육을 승희에게 보여준다.


"만약 그 감투를 무시하는 존재가 압도적인 무력까지 있다면 벼슬아치도 신도 똑같이 무너질 뿐이야."


"아.... 네 어느 정도 이해했어요. 힘이랑 격은 별개라는 뜻이죠?"


두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똑똑하네... 아!"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금 몇 시지?"


"어... 6시 30분이요."


"이런... 백금이 녀석한테 잔소리 좀 듣겠네.."


드르륵


두억은 창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뺀다.


그리고 승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중에 또 놀러 올게!"


"잠.... 잠깐...!"


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이미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쿵!


"그냥... 문으로 나가면 되는데."


두억이 밖으로 나가고 그녀도 잊고 있던 것이 하나 생각난다.


"헙! 나도 학원 가야 되는데!"


승희는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나갈 채비를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괜히 창문을 열고 밑을 확인해 보았다.


".... 에이 안 되겠지?"


12층


사람의 얼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높이


지금이라면 뛰어내려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현관으로 달려간다.


"늦겠다..."


너무 당황스러운 만남이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처음 두억과 만나고 며칠이 흘렀다.


띵동!


그 뒤로 그는 가끔씩 승희의 집을 찾아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간다.


"아저씨는 그러면 죽었다 살아나신 거예요? 신기하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은 꽤 많아 그리고 불사를 이룬 사람들도 많지."


그는 찾아올 때마다 능력자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 하는 것처럼 단전에 기만 꾸준히 쌓기만 해도 불사까지는 안 돼도 불노까지는 가능해."


차락


"그런데 이거는 뭐냐?"


두억은 읽고 있던 책의 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대신 나는 그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거는 총이라는 무기예요."


"총?"


"네, 옛날에 활이랑 비슷한데 훨씬 빠르고 강해요."


"그렇군 신기하네 나중에 백금한테 구해달라 해볼까..."


"총을요? 여기서는 개인이 소지하는 게 불법이라 안 될걸요?"


"흐음... 그래?"


그는 책을 덮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우리 집을 왔다 갔다 하게 된 거지?'


기가 요괴라고는 해도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생겼고 그의 행동이


"삼촌 같아..."


두억이 나가고 집을 정리한 승희도 나갈 채비를 한다.


"이제 나도 출발해 볼까."


드르륵


승희는 창문을 연다.


그리고 그녀는 두억이 알려준 방식으로 기를 둘러싼다.


"이 정도면 안 보이겠지?"


준비를 마친 승희는 망설임 없이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쿵!


순식간에 1층에 도착한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기를 없애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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