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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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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 관성 고등학교


아이들이 가득 차있는 평범한 학교


요즘 학교는 떠들썩해져 있었다.


"야야 저기 골목길에서 살인 사건 알지?"


"그걸 어떻게 모르냐 븅신아."


"닥치고 들어봐, 그거 범인은 누군지 알냐?"


"범인? 아직 안 잡혔잖아?"


처음 이야기를 꺼낸 아이가 고개를 낮추며 목소리를 낮추며 분위기를 잡았다.


"당연 못 잡지... 사람이 그런 게 아니니까."


"뭔 소리야 등신아?"


"아 좀 닥치고 들어보라니까."


그 아이는 자신의 손을 목에다 가져갔다.


"그 여자... 내장이 다 사라졌잖아?"


"그렇지."


"불법 장기 매매인가 싶어서 조사를 해봤데."


그는 자신의 배를 툭툭 건드린다..


"그런데 여자 몸에는 몸에 아무런 상처도 없네?"


"...."


이번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말을 이어갔다.


"혹시 무슨 약물로 내장이 녹았나 싶어서 경찰들이 약물 검사도 해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어."


"그러면 뭐 때문인데?"


"몰라... 나도 모르고 경찰들도 몰라 그래서 경찰들 사이에서는 그 여자 죽인 게 귀신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데..."


귀신이라는 단어에 아이들의 심각한 표정이 한순간에 풀린다.


"쟤 뭐라는 거야?"


"귀신?"


아이들의 표정이 조소로 바뀐다.


"그게 말이 되냐!"


아이들의 비웃음에 처음 이야기를 꺼낸 아이가 버럭 소리친다.


"진짜라니까! 우리 삼촌이 경찰인 거 모르냐?"


"아 하긴 쟤 삼촌 경찰인 거는 맞음."


"그래 삼촌이 전화하는 거 들었는데... 저항 흔적도 없다잖아 그리고 그 사람은 자기가 죽는지도 몰랐을거라더라."


"미친 그게 말이 되나?"


아이들이 다시 한번 술렁인다.


"그리고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니래."


학교라는 특성상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귀신?"


그리고 승희에게도 이 소문이 들려왔다.


얼마 전이었다면 손사래를 치며 질색했겠지만 지금은 호기심이 먼저 든다.


두억과 만나고 그가 힘을 응용하는 여러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기에 전투 이외 방법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두억은 슬쩍슬쩍 전투하는 방법도 같이 알려주었다.


'어지간한 잡귀들은 전부 잡을 수 있다고 했었지...'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참 이상하다.


힘을 쓰는 법을 배우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힘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따 가봐야지!'


그녀는 마음을 굳히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 그날 늦은 저녁


그녀는 승기가 만들어준 클론을 꺼내어 기를 주입했다.


'이 얘들이 먼저 나서면 안 되니까.'


승기가 빌려준 염호와 그림 리퍼를 클론의 팔로 옮겼다.


"오늘 저녁만 부탁할게."


승희의 클론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승희는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자신의 주변에 기를 퍼뜨렸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승희를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창문을 열어 몸을 날렸다.


"후.... 좋아 천천히."


후우우우웅


두억이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는 있어야 알려준 방법


쿵!


'너무 빨라!'


콰아아아앙!


생전 처음 겪어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진다.


"으... 아파라..."


승희는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힘을 더 빼고 해야 되겠다..."


쿵!


처음과 다르게 그녀의 몸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다 왔다...'


사람이 없는 골목, 늦은 저녁, 살인 사건 발생 장소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오싹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여기다.'


하얀 선으로 인간의 형태가 바닥에 그려져 있다.


그녀는 눈에 힘을 모았다.


모든 존재가 그러듯이 영적인 존재 역시 자신이 있던 곳에 흔적을 남긴다.


"보인다."


빨갛고 끈적해 보이는 기가 여자의 머리 부분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입에서 나온 건가..."


승희는 흔적을 따라간다.


'이 정도면 내가 잡을 수 있겠지?'


느껴지는 기는 별로 강하지 않았다.


두억이 보여주었던 자신이 감당가능한 기의 한계점


지금 느끼는 기는 그것에 한참 못 미치는 정도였다.


그녀는 흔적을 쫓아 동네 외곽 폐건물까지 왔다.


이곳은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던 도중 인부 몇 명이 사고를 당하며 방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세상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붉은 흔적이 먼저 보였고


그곳 앞에 서니 비릿한 피냄새가 승희의 코로 들어온다.


"윽... 감각이 예민해졌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더니..."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살짝 마음이 약해진 승희는 기를 양주먹에 집중시켰다.


터벅...


그리고 계단 한 칸을 내려갔을 때 두억의 말이 떠올랐다.


'어디 수상한데 들어갈 때는 미리 확인부터 하고 들어가.'


"맞다 깜박했네... 어디 기를 사방으로 퍼뜨린다 생각하고."


펑!


그녀의 기운을 담음 구슬이 계단실을 통해 지하 구서구석으로 퍼져나간다.


그러자 지하 공간의 구조가 느껴졌다.


복도와 여러 개의 작은 방들이 나열되어 있는 공간


"노래방이었던.... 어?"


지하에서 느껴지는 기


여러 개의 작은 기 그리고 하나의 거대한 기


작은 것들은 승희가 처리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거대한 기는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나가야 돼!'


그녀가 나가려 몸을 돌린다.


"..... 어?"


붉고 끈적이는 액체가 입구를 막고 있다.


"대체 언제?"


쾅!


그녀는 기를 실은 주먹으로 액체를 힘껏 내려쳤다.


"윽..."


내리친 주먹에 통증이 느껴진다.


끈적이게 보였던 액체가 승희의 주먹이 닿자 순식간에 딱딱하게 변한 것이었다.


충격이 사라지고 잠시뒤에 액체는 다시 끈적하게 변한다.


꾸르르르륵


그리고 밑에서 여러 개의 작은 기가 올라온다.


"당황하지 말자... 아저씨가 알려준 것만 생각하자."


두억이 이야기해 주었던 또 다른 이야기


'만약 내가 보여준 한계점을 뛰어넘은 상대를 만나게 되면 무조건 도망쳐.'


'만약 도망치지 못하는 순간이면요? 어디 갇혔거나 못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요?'


'음... 그렇지 그런 순간도 있을 수 있지... 우선 최고는 그런 상황을 안 만드는 거지. 어디 이상한데 안 들어가고 조금 수상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고... 만약 그래도 안된다면...'


두억이 기를 발산한다.


승희의 한계점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의 기였다.


'만약 그런 상황이면 기를 내뿜어. 죽지 않을 정도로 그냥 무조건 내뿜어 그러면 이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기를 내뿜으면 이길 수 있어요?'


'아니 못 이기지'


두억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대신 감각을 속일 수는 있을 거야. 지능이 낮은 하급 요괴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도망칠 거야.'


'아하... 지능이 높으면요?'


'.... 그러면 큰일 나는 거지.'


승희는 지금 저 밑에 있는 요괴가 지능이 낮기를 바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로 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


최소 중급 요괴가 내는 기


승희의 바람대로 그녀의 기에 반응해 요괴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됐어!'


일단 시간을 벌기는 했다.


하지만 무리해서 허세를 부리고 있는 만큼 오래 버틸 수는 없어기에 바로 다음 행동을 취해야 했다.


'그리고 딱 한 방을 보여줘. 내뿜던 기를 순간적으로 주먹에 담고 휘둘러 그러면 몸이 못 버티기는 해도 딱 한번 큰 힘을 낼 수 있을 거야.'


콰드드득


승희의 오른손에 기가 모인다.


몸의 한계를 넘은 힘이 주먹에 모이며 통증이 느껴졌다.


'흩어지기 전에!'


콰아아아아앙!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충격에 붉은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카가가가가가가


벽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거세게 흔들린다.


'끄윽...'


하지만 승희 역시 팔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았다.


캉!


맑고 경쾌한 소리


작게 뚫린 틈새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됐다!'


그녀는 나갈 수 있다는 희망감에 몸이 지르는 비명을 무시하고 한 번 더 힘을 쏟아부었다.


콰아아앙!


붉은 조각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진다.


그리고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승희는 망설임 없이 계단실을 뛰쳐나갔다.


퍽!


건물 밖으로 나가려던 승희가 누군가와 부딪힌다.


"아야...."


승희는 이마를 비비며 부딪힌 사람을 쳐다보니 경찰 제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죄송합니다!"


그녀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구... 아파라..."


승희와 부딪힌 경찰관은 명치 긁적이며 살짝 구부러졌던 허리를 폈다.


"조심히 다녀야지."


"네... 죄송합니다..."


안색이 좋지 않은 승희를 확인한 경찰관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에요. 갑자기 고양이가 튀어나와서 놀랐어요."


"그래?"


경찰관은 승희를 한번 살펴본다.


승희는 슬쩍 부어오른 팔을 숨겼다.


"그런데 여기서 뭐해?"


살짝 놀란 듯 보였으나 몸에 이상도 없어 보였다.


"위험하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


"네..."


승희가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 순간 경찰관이 그녀를 불러 세운다.


"어 잠시만 핸드폰 떨어졌다."


"어? 언제 떨어졌지?"


그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핸드폰을 줍는다.


그러자 그의 뒷목에 있던 문신이 승희의 눈에 들어왔다.


'개?'


크고 날카로운 이빨의 사나워 보이는 흑구 두 마리 경찰과는 어울리지 않는 문신이었다.


"여기요."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경찰관에게 핸드폰을 받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경찰관은 그런 승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왜 여기까지 온 거지?"


블러드 슬라임을 잡으러 왔다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이는 아이였고


홀려서 왔다기에는 블러드 슬라임에게 정신 지배를 할 만한 능력은 없었다.


"아직 어려서 판단을 잘 못한 건가?"


지지지직


그가 의아해하고 있는 사이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듣고 있어 말해."


"숙주는 찾았나?"


"지금 도착했어. 일 끝내고 다시 연락하지."


콰드드드득


그의 팔이 팽창한다.


그러면서 털도 자라나 짐승의 팔처럼 변했다.


"장난감 관리 좀 잘하지... 나만 이게 뭔 고생이야."


그는 입을 벌린다.


그러자 공기가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파사사사사


계단실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뿐이 아니라 계단실 여기저기 붙어있던 끈적이는 것들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졌다.


쩌적!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그는 입을 다물었다.


"처리 완료, 다시 회수해서 가겠다."


그는 벽에 붙어있던 것들을 떼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더 이상 살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휴.... 큰일 날 뻔했네."


집으로 돌아온 승희는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빨갛게 부어오른 팔


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욱신거렸다.


"후우...."


일단 승희는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기가 온몸을 돌며 승희의 망가졌던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렇게 삼십 분


팔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귀신 잡는 거는 좀 더 나중에 해봐야지..."


오늘의 경험을 토대로 그녀는 후에 온갖 요괴나 신화를 찾아 기록하는 탐험가가 되지만 이것은 좀 더 나중에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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