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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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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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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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DUMMY

‘황태자 전하의 말씀을 따르길 잘했군. 제국의 안녕을 위협하는 자가 저리도 떳떳이 돌아다니고 있다니,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고르텐은 황실이 법정에 입장하고 난 뒤부터, 밖으로 나와 재판을 보지 않았다. 그는 케레스의 부탁에 따라, 레지스탕스의 수장을 잡고자 대기하고 있었다.


‘공작님, 저 자입니다.’


케레스가 정보망을 동원해 그 자가 나타나면 언질을 주겠다 했기 때문에, 고르텐은 한나절을 밖에서 긴장을 곤두세워야 했다.


더운 날씨 속에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이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레지스탕스를 체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희열마저도 드는 것 같았다.


해가 느릿하게 질 때쯤이 되자 시종 하나가 와서 고르텐에게 리비티가 나타났음을 알렸고, 그는 기사단과 함께 그녀를 맞이했다.


“체포해라.”


고르텐은 여전히 총을 리비티에게 겨눈 채 기사단에게 눈짓했다. 이 명령에 따라 기사 중 한 명이 리비티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 다가갔다.


‘한 걸음정도, 조금만 더.... 지금!’


기사의 손이 리비티의 손목에 닿기 직전, 그녀는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역으로 그의 팔을 꺾은 뒤 정강이를 차 무릎을 꿇렸다. 이와 동시에 망토 안에서 꺼낸 작은 장치를 던져, 하얀 연기가 고르텐과 리비티 사이를 뒤덮었다.


이대로 리비티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으나, 고르텐이 순순히 그녀를 보낼 리 없었다.


티긱-


돌발 상황이 펼쳐지자, 고르텐은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어차피 공격용이 아닌 구속을 위한 용도로 제작된 총이라 들었기에, 그는 망설임조차 없었다. 하지만 후에 돌이켜볼 때,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느낀 것은 그때부터였다.


쿠웅-


단순히 그물이 펼쳐진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반동에 고르텐은 총을 놓치며 쓰러졌다. 군사 장관의 위치까지 올랐던 그는, 자신이 무기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으윽-”


뒤로 넘어진 그는 서둘러 일어서려 했지만, 어깨와 손을 다쳐 쉽지가 않았다. 고르텐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정면을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 문이 왜...?’


하얀 연기 사이로 기사와 리비티의 모습이 언뜻 보였으나, 아무리 봐도 그물이 튀어나온 같지는 않았다. 그럼 그 굉음은 어디서 발생된 것인지 의문을 품은 고르텐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 두꺼운 법정의 문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꺄아아악-!”


좀 더 그 구멍이 난 부분을 확인하려는 찰나, 법정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뿐일까 사람들이 패닉에 빠진 듯한 소음이 문 너머로 생생히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이에 고르텐은 황실에 대한 걱정으로,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반역자다-!”


문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던 고르텐은, 뒤에서 들린 외침에 발걸음을 멈췄다.


처음에는 고분고분하게 고르텐의 말만을 따르던 기사들이, 어느새 그를 무시하고 지나쳐 리비티에게 무기를 겨눴다. 고르텐은 연기 너머로 스치듯이 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마치 덫에 걸린 토끼와도 같았다.


타다닥-


서서히 연기가 가라앉고 나면, 기사들이 리비티를 과격하게 제압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 고르텐은 이상한 분위기를 인지하면서도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멀뚱히 서있었으나, 누군가 자신을 지나쳐 리비티에게 달려들었다.


“윽-.... 대표, 진정해. 나야.”


얼이 빠져 있었음에도 누군가 자신의 팔을 꺾어 구속하려 들자, 리비티는 반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나마 자유로운 다리로 상대방의 몸을 내리치던 그녀는, 익숙한 목소리에 공격을 멈췄다.


“탐정?”


리비티는 에드워드가 자신을 구하러 온 줄 알고, 약간의 희망이 담긴 목소리로 되물었다. 고개를 돌려 그와 눈동자를 맞추기 전까지는, 경고음을 울려대는 직감조차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 미안하다.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야.”


나지막이 들려온 선언과 함께, 리비티는 에드워드의 얼굴에 뚜렷한 후회가 서린 것을 보았다.


이는 얼마 전 자신이 지었던 표정과 비슷했다. 왜 적들의 공격에 더 대비하지 못했었는지, 어째서 이러한 가능성을 예측하지 않았는지. 실패로 인해 사람을 잃어 죄책감밖에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


‘... 아, 끝났군.’


여기서 도망칠 수 없다는 의미를 이해한 리비티는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가장 바라지 않았던 결말과 함께 무력함이 손 끝에 타고 올랐다. 찬란했던 미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남은 것이라고는 주변의 시퍼런 칼날과 예측되는 형벌뿐이었다.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으나, 끝내 그녀는 버티고 있던 힘을 풀었고 에드워드의 손에 순순히 체포당했다.




.

.

.




“.... 어디를 다녀왔니?”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진 것 같아서요, 어머니.”


리비티와 에디스, 두 사람과 함께 법원 안으로 들어온 포르테는, 이제는 안전해졌다고 판단해 먼저 법정으로 돌아왔다. 재판 중에 별 이유 없이 자리를 비웠기에 카린 황녀가 포르테에게 경고를 줄 법도 했으나, 그녀는 잠시 아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우연찮게 바람이 불었나 보구나.”


차림새를 점검하러 다녀왔다기에는, 포르테의 옷깃에 작은 나뭇잎이 붙어있음을 카린은 보았다. 그녀가 이를 넌지시 짚어주자, 포르테는 멋쩍게 웃으며 나뭇잎을 털어냈다.


거짓말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그의 행동에도, 카린은 더 이상 캐묻지 않은 채 재판으로 눈을 돌렸다.


끼이이익-


“-‘에디스’라고 합니다.”


그때 무사히 에디스와 리비티가 법원 안으로 들어왔고, 포르테는 조금 놀란 척을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안심했다.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긴 했으나 상황은 레지스탕스에 유리하게 흘러갔기에, 그는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증인의 발언이 끝나고 나면, 완전히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오겠어. 배심원단도 사람들의 공분을 무시한 채, 약한 처벌을 유렌 가문과 황태자에게 줄 수 없겠지.’


“저는 유렌 공작가에 납치되기 전까지, 수도의 빈민가에서 살아왔습니다.”


증인석에 올라섰을 때는 에디스가 몸을 떠는 듯해 걱정스러웠지만, 금세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탄히 흘러가는 것 같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쿠웅- 쨍그랑-


잠깐의 평화가 무색하도록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나더니, 곧이어 유리와 같은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포르테는 혹시나 유렌 가문이 에디스를 노렸나 싶어, 서둘러 아래를 살폈으나 그녀는 멀쩡해 보였다.


‘삐이이이-’


잘못된 곳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포르테가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황실의 일원들은 모두 몸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충격적인 광경에 그대로 굳었고, 포르테는 믿기지 않는 장면에 돌연 귀 한편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악-!”


포르테는 듣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지며, 어떤 이가 손가락으로 황실이 앉은 곳을 가리켰다. 무례는 물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행위였으나, 자연스럽게 손가락의 방향으로 시선이 따라간 사람들은 숨을 삼키거나 똑같이 비명을 질렀다.


“... 페투스, 페투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 속, 제대로 된 단어를 내뱉은 사람은 여왕뿐이었다. 그마저도 문장이라고는 볼 수 없는, 국서의 이름을 반복하는 정도였지만, 이보다도 더 현재의 상황을 명확히 사람들에게 인지시킬 수는 없었다.


여왕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질수록, 법정은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공간을 빠져나가고자 문으로 달려갔으며, 몇몇 이들은 다시 공격이 이어질까 의자 밑으로 몸을 웅크렸다.


“문에서 물러나십시오! 아무도 나가실 수 없습니다!”


공포가 공간을 지배하는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이들은 기사단이었다. 이들은 반역을 인지하고,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지켰다.


그럼에도 제국민은 물론 몇몇 귀족들까지 그들을 밀치며 나가려 하자, 결국 기사들은 칼까지 빼들며 경고했다. 이로 인해 폭동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몰아치며, 사람들과 기사들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에디스!”


증인석에서 어찌할 줄 모르던 에디스는, 호젠의 부름에 그제야 갈팡질팡하던 움직임을 멈췄다. 에디스가 이지를 되찾자 호젠은 서둘러 다가와, 그녀를 변호사석 책상 밑에 숨어 있도록 이끌었다.


“벼, 변호사님, 지금 이게... 무슨...”


당황한 에디스가 질문을 던졌지만, 호젠은 여기서 나오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다시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 상황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호젠은 이 사태가 더 최악으로 치닫을까 봐,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았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재판장은 황실을 살피느라 소란을 인지하지 못했고, 배심원단 중 몇몇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것 같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황실은 더욱이 난장판이었다.


“아바마마!”


“궁의! 어서, 궁의를 데려와라!”


“전하!”


카린 황녀가 궁의를 찾고 길버트 황자가 국서를 지혈하는 동안, 황태자는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만 있었다.


어떤 황실의 일원은 눈앞의 광경을 감당하지 못했는지 쓰러졌고, 기사단장은 황태자의 지시를 기다리느라 그의 옆에 서성거리기만 했다.


제국의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철혈의 여왕은, 국서를 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반역자다-!”


그때 문밖에서 들린 외침에 사람들의 행동이 다시금 멈췄다. 공격을 시행한 자가 법정 내부가 아닌 밖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문에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 반역자?’


금방이라도 기사단과 제국민이 부딪힐듯한 분위기가 진정된 것은 다행이었으나, 호젠은 리비티가 밖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휘말린 것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었으나,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숨이 막혔다.


‘뭐가 어떻게 된....’


일련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이상해, 호젠은 무심코 유렌 가문이 앉아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들이라고 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여유롭게 굴던 페인은 책상 밑에 들어가 구두밖에 보이지 않았고, 이마저도 덜덜 떨리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자리를 이탈한 이가 많지 않다는 것과, 차분히 의자에 앉아있는 자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 베르트....!’


그녀는 호젠과 눈이 마주치자, 살며시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오직 호젠만이 목격할 수 있었던, 베르트의 진실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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