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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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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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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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DUMMY

“.... 재판장님! 아무리 중요한 증인이라지만, 너무 늦게 도착한 것 아닙니까? 이는 재판을 가벼이 여기는-”


“습격을 받았습니다.”


증인의 도착에 페인은 상당히 당황하면서도, 금세 정신을 차리고 재판장에서라도 내쫓고자 매섭게 반응했다. 하지만 에디스가 두 팔을 걷기까지 하며 다친 곳을 보여주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에디스의 옷 곳곳에 흙이 묻은 것과, 명백한 상처들을 보고 술렁거렸다. 에디스는 누구에게 습격받았는지 언급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유렌 가문이 그녀를 다치게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에드워드나 리비티라면 몰라도 에디스는 담을 넘다 다친 것이었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대가, ‘에디스’라 하였습니까?”


부산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뜻밖에도 베르트였다.


“..... 그렇습니다, 유렌 공작님.”


에디스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호젠은 그녀를 보호하듯 앞을 막아서며 베르트를 쳐다봤다. 여기까지 무사히 에디스가 온 이상, 법정 안에서는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녀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호젠의 의지였다.


“그렇다면, 함께 들어온 자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마치 답을 아는 것처럼 유려하게 흘러나온 질문에, 사람들은 모두 뒤를 돌아봤다. 에디스의 등장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으나, 리비티는 법정에 에디스와 함께 들어왔다.


일부러 몇 발자국 빠져있기까지 했으나, 베르트는 처음부터 에디스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리비티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런, 위험한데.’


간단한 분장을 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모자를 벗기에는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레지스탕스의 수장 리비티’와 닮았다는 말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이곳에 있는 수많은 기사에게 쫓기게 될뿐더러 같이 온 에디스까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재판장님, 현재 이 법정에는 일반 제국민과 귀족뿐만 아니라, 고귀하신 여왕 폐하와 황실의 일원분들까지 모두 계시지요. 어느 누가 태양 앞에 자신을 숨길 수 있겠습니까.”


베르트는 모자를 쓴 이가 리비티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정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들 또한 수상한 자를 그대로 둘 수 없기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며 리비티에게 다가왔다.


“재판장님, 이 자는 재판과 관련이 없습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 논하기보다, 증인이 도착했으니 재판을 이어가 주십시오.”


리비티의 정체가 드러날 것만 같자, 호젠은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재판장에게 호소했다.


“흐음....”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기에 재판장은 턱을 만지며,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까 여왕에게서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자는 신호까지 받았기에 그는 더욱 생각이 깊어져만 갔다.


‘뭐라 한 거지?’


사람들의 시선이 재판장에게 향해 있는 동안, 리비티는 이러한 문제를 만든 베르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시종 하나를 불러 무어라 작게 속삭였고, 시종은 곧 법정 밖으로 나갔다.


“평범한 호위일 뿐입니다. 이곳까지 그녀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기로 계약해 잠시 들어왔을 뿐, 재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바로 내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정체를 모르는 자입니다. 이대로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비웃듯이 미소를 지으며 베르트가 반박하자, 그 순간 여왕은 턱을 괸 채 팔걸이를 살짝 두드렸다. 명확히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재판장은 물론 옆에 앉은 다른 황족들까지 알아차렸다.


“베르트 공작, 이 재판은 황태자 전하와 유렌 공작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만든 자리일세.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면, 저 자가 누구든 추궁할 수 없는 법이지.”


“..... 알겠습니다, 재판장님.”


호젠의 편을 들어준 재판장의 말에, 의외로 베르트는 반박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다만, 그대의 존재가 재판이 어렵게 만들고 있으니, 나가도록 하게.”


재판장이 논란을 끝내려는 듯 축객령을 내리자, 리비티는 잠시 목례를 하고는 빠르게 법정을 나섰다. 정문이 닫히기 직전 에디스는 뒤를 돌았고, 그녀는 리비티의 모자 아래에 살며시 지어진 미소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저벅저벅-


상황이 정리되자 에디스는 천천히 법정 앞으로 걸어 나가 중앙에 마련된 증인석에 허리를 꼿꼿이 한 채 바르게 섰다.


“아까 들으셨겠지만 에디스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며, 신문 기사를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호젠은 에디스에 대해 설명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동정심이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여론을 모르는 에디스는 이 시선에 되려 긴장을 하는 듯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그녀 곁에서 힘을 북돋아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증인,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까?”


“사실 그대로만을 말하며, 거짓말을 할 경우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에디스의 증언이 코앞에 다가오자, 페인은 얼굴에 절망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갑자기 증인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하다못해 건물이 무너져도 좋으니, 제발 아무 말도 들리지 말아라...!’


손에 잡힐 듯한 패배에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으나, 한편으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라며 이를 앙다물고 있었다. 명백하게 무너지는 것이 보이는 페인과는 다르게, 베르트는 법정에 처음 들어섰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유렌 공작가가 증인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윽고 호젠의 질문이 법정 안에 던져지자, 에디스는 대답을 하려 고개를 들었다가 베르트와 눈이 마주쳤다.


‘유렌 공작가.’


아까는 정신이 없는 통에 자각하지 못했지만, 막상 유렌 가문을 마주하니 실험실에 있었던 순간이 속절없이 떠올랐다.


저들 중 직접 실험을 진행했던 연구원이나 문 앞을 지키던 티시포네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에디스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고, 또다시 철장이 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 무서워....’


점점 새하얗게 얼굴이 질려가던 에디스는, 두려움에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아 고개를 좀 더 높게 들었다.


화악-


그때 창문으로 노을이 지기 직전 환한 햇살이 쏟아져 내리며, 에디스의 눈을 부시게 했다.


‘여기서 나가자, 내 이름을 걸고 당신들에게 약속하건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도, 죽게 될 일도 없을 거야.’


실험실을 빠져나간 직후 한창 마차를 타고 도망칠 때, 에디스는 리비티의 말을 곱씹다 천막 사이로 본 햇빛을 기억했다.


‘에디스, 기사로서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당신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재판장에 도달하기까지도, 그 이후로도요.'


클로이는 두 번이나 자신의 손을 마주 잡아주며, 이곳까지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 그 따스하면서도 단단했던 온기가 아직 이 손안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날 도와준 사람이 두 사람만 있었을까.’


에디스는 민티와, 공방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과 세상에 나와 겪었던 추억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모두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는 아주머니가 자신을 안아주었던 기억을 끝으로, 창문을 향해있던 시선을 다시 눈높이로 내렸다.


‘.... 드디어, 살아서 여기까지 왔어. 당신들이 날 무서워했으면 몰라도,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손이 떨려오던 것이 점차 멈추자, 에디스는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저는-”


한 자락의 두려움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는 입을 열었다.




.

.

.




쿵-


‘휴- 큰일 날 뻔했네.’


같은 시각, 법정 밖으로 나온 리비티는 긴장이 풀려 문에 등을 기댔다. 주변에 서 있던 기사들이 리비티를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봤으나, 그녀는 남의 시선까지 의식할 기운이 남아있질 않았다.


‘이래저래 일이 많았지만, 무사히 도착했으니 됐어. 저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유렌 공작가에서 일을 꾸밀 수 있을 리는 없고, 설사 그렇다 한들 에드워드가 곧 법정 안에 들어갈 테니 괜찮겠지.’


드디어 에디스가 법정에서 증언을 해,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 다가왔다. 직접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뿌듯한 감정이 가슴 한 편을 채웠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 전에, 나도 빨리 도망쳐야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리비티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걸음을 내딛으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못했다. 낮고 위협적인 한 남성의 목소리가 그녀를 멈춰 세웠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다, 테러범.”


“....?”


명확한 적의를 품고 있는 목소리에 리비티는 고개를 들어 앞을 확인했다. 그야말로 태산 같다고 표현할 수 있는 중년의 귀족이, 5-6명의 기사들과 함께 리비티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엘든모어 공작 고르텐?! 이 자가 왜....’


법정 안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어야 할 자가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리비티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제까지 고르텐과 직접 붙어본 적은 없지만, 그 위용만큼은 자주 들려왔다. 군사 장관 출신인 점을 비롯해, 나이를 지긋히 먹은 지금에도 그는 여전한 무력을 보이곤 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리비티의 정체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순순히 투항한다면, 다칠 일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의심이었다면 대화를 해보거나 빈틈이라도 노려봤을 텐데, 그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고르텐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난감했으나, 기사단까지 모두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지라 리비티는 머리가 복잡했다.


‘도망칠 수 있으려나...?’


도와줄 동료가 전혀 없는 데다가, 티시포네를 상대하느라 남은 장치들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순순히 잡힐 수는 없는지라, 그녀는 좀 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슬쩍 망토 안을 뒤지는 척했다.


철컥-


“움직이지 마라. 뒤돌아서서 당장 손을 머리 위로 올리도록. 경고는 여기까지다.”


수상한 행동을 보이자, 고르텐은 바로 총을 꺼내 그대로 리비티를 겨눴다. 기사들 또한 제각각 칼을 꺼내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흐음... 바로 위협사격을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날 죽일 목적은 아닌가 보네?’


금방이라도 부딪힐 듯이 대치가 심해지자, 그녀는 순순히 고르텐의 말에 따랐다.


천천히 뒤를 돈 그녀는 머리 위로 손을 깎지 껴 올렸고, 이는 항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행동과는 달리 리비티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하게 굴러가고 있었지만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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