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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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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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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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6)

DUMMY





“먼저 감사 인사를 올려 드리고자 합니다, 베르트 공작님.”


카넬은 팔을 안쪽으로 굽히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베르트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그녀가 공작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치 상관을 대하듯 예의가 발랐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터라, 이 모습이 오히려 베르트로 하여금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그렇게 흥미로운 장면은 처음 봤답니다.”


그가 명확한 대상을 언급하지 않는 통에, 베르트는 카넬의 말을 잘 이해하질 못했다. 순간 반역 재판 때의 일을 들먹이며 자신을 조롱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카넬의 말투에서 그런 기색은 없었다.


“얼마나 짜릿하던지,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찾으면 그런 기분일까 싶더군요.”


그때를 회상하는지 카넬의 눈동자는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반짝였다. 이대로 두다가는 한참을 추억 속에 빠져 있을 건만 같아, 조급해진 베르트는 먼저 카넬에게 제안을 건넸다.


“그대, 나를 돕거라.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만 해준다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모두 들어주마.”


‘황실 감옥에 홀로 잠입하다니 무슨 재능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우수한 자다. 황태자가 아닌 나를 찾은 것을 보니, 내가 가진 것 중에 분명 바라는 것이 있을 터...’


베르트는 그의 환심을 사고자, 가지고 있는 모든 패를 일부러 다 드러냈다. 지금 그녀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그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인해 목소리가 조금 떨리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행복했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은 절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그런 자를 발견했을 때 오는 동질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더군요.”


하지만 카넬은 베르트의 말을 아예 못 들은 사람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명백히 베르트를 무시하는 이 자세는, 그의 말이 끝나기 전까지 교섭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의도를 이해한 베르트는 짜증이 올라와 입술을 깨물었으나, 하는 수 없이 카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콰앙-


그때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넬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더니, 철장을 세게 내리쳤다. 무언가를 떠올린 그는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가 ‘신께서 은총을 베풀어주셨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베르트는 카넬이 말한 문장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그녀는, 이것이 반역 재판에서 에드워드가 했던 말임을 깨달았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는 신실한 신앙을 가진 것 같더군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일이 많으리라 기대했는데, 이 발언을 듣고 나니 저와 맞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카넬은 속상하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기나긴 이야기를 끝마쳤다. 상황이 잘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베르트는 그가 에드워드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신했다. 이에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 든 그녀는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그 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자 나를 찾아온 것인가? 그렇다면야 이토록 만족스러울 거래도 없군.’


베르트는 카넬의 속내를 파악했다고 자신해, 그가 잠시 침묵하는 동안 에드워드에 대한 기억을 최대한 떠올렸다. 약점이 될 만한 것부터, 바몬 가문에 대한 것들과 트라우마까지. 그녀가 모든 대답을 준비한 순간, 카넬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공작님을 뵈러 왔답니다.”


무언가 이상한 카넬의 논리에 베르트는 멈칫했다.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의미임은 분명했으나, 어쩐지 불안감이 손끝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참, 제가 공작님께 사죄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카넬은 잘못했다는 듯이 눈꼬리를 내렸지만, 밝은 목소리 때문에 미안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제가 찾아야 할 것이 있어 공작님의 저택에 잠시 방문했는데, 황실 기사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불을 내버렸답니다.”


“..... 뭐?”


그의 비위를 맞춰야 함을 내내 염두에 두고 있었건만, 하도 어이가 없는 말에 베르트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카넬은 베르트가 일순간 분노를 드러내자, 마치 연극을 하는 배우처럼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 안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덕분에 화원과 유렌 가문의 계약서가 불타서 사라졌거든요. 게다가 꽤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빌어먹게도 비가 와서 불이 생각보다도 금방 꺼지긴 했지만요.”


저택이 전소했다는 심각한 사태를, 그는 단순히 물컵을 엎지른 것처럼 표현했다.


베르트가 여기서 탈출한다 한들 몇 년간은 들리지 못할 공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간 그곳에서 살아왔기에 그녀는 저택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가주가 된 이후 대대적으로 몇 번이나 확장을 하기도 했고, 취향에 맞춰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정성껏 가꿔온 장소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베르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터트렸다.


“무슨 짓을 벌인 게냐!”


“이런, 꽤나 소중한 공간이셨나 봅니다.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불타는 저택 안에 있던 사람을 한 명 살려냈답니다. 공작님과 같은 성을 가진 자였지요.”


베르트는 카넬이 샤토를 구해냈다고 말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다만 그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기에, 아까처럼 기대를 품는 일은 없었다.


“그분께는 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드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역시나 카넬은 베르트를 가지고 놀 듯이 절망스러운 말을 덧붙였다. 그녀는 이제야 그가 자신을 더욱 괴롭게 하려, 이곳에 왔음을 깨닫고 격분했다.


“내가 그대에게 무슨 잘못이 했다고 이러는 것이지? 계약을 어긴 적도 없었고, 거래에 있어 그대의 편의를 모두 봐주었거늘!”


눈앞에 있는 이가 에드워드나 리비티와 같은 자였다면, 저택을 불태웠다는 말이 납득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베르트는 카넬을 거래상대로 대했을 뿐 크게 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 물론 매매 도중 몇 번 날을 세운 적이 있긴 했으나, 고작 그런 이유로 카넬이 이렇게 굴 것 같지는 않았다.


“이쯤 되면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군, 베르트.”


아까부터 계속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던 카넬은, 베르트의 발악에 웃던 표정을 거뒀다.


그러자 카넬의 얼굴에는 경멸이 드러나며, 숨기고 있던 살기가 흘러나왔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자들을 많이 마주쳐봤던 베르트였지만, 이처럼 짙은 증오는 처음 보는지라 그녀는 순간 숨이 막혀왔다.


철장이 앞을 가로막고 있음에도, 공포스러웠던 베르트는 카넬과 떨어지려 뒷걸음질 쳤다.


“..... 뭐, 됐습니다.”


괴물을 보는 듯한 베르트의 시선에, 카넬은 조금 짜증 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는 다시금 웃는 표정을 얼굴에 덧씌웠으나,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예상보다도 재미가 없군요. 이리 따분할 줄 알았다면 아예 오지 않았을 텐데.... 시간 낭비를 한 셈 치고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카넬은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듯, 베르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카넬의 살의에 떨었음에도, 이게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을 지우질 못했다.


‘안 돼....! 정신 차려, 베르트. 여기 처박혀 있다가 그대로 사형대에 올라가서 죽을 거야?’


그가 걸음을 옮기는 짧은 순간에, 베르트는 자신이 죽는 순간을 상상했다. 생각만으로도 목이 서늘해지는 것만 같아, 그녀는 무작정 창살 쪽으로 다시 다가갔다.


‘도발을 하든, 용서를 비는 척을 하든, 뭐라도 해서 마음을 돌려야만 해!’


카넬이 자신의 앞을 벗어나기 직전, 베르트는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카넬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자, 잠시만....”


그리 강하게 붙잡지 않았음에도, 카넬은 걸음을 멈췄다.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던 모습은 어딜 갔는지, 이번에는 카넬의 입에서는 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잘못을 저질렀지. 그대에게 늘 미안하다 생각했어.”


그녀는 아직도 ‘화원의 주인’이 아닌 카넬의 모습을 기억해내질 못했다. 두서없는 고해성사와 같은 사죄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왔고, 베르트는 이것이 먹히지 않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가만히 이를 듣고 있던 카넬은, 의외로 베르트에게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심지어는 베르트와 시선을 맞추며, 바닥에 앉기까지 했다.


“..... 살고 싶으십니까?”


카넬은 눈까지 휘어 접으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베르트는 대답을 하고자 했으나, 노력이 통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에게 의지를 보였다.


“방금 저를 붙잡으신 건, 좀 재밌었답니다. 그러니 답례 정도는 해드리죠.”


그는 아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베르트를 꺼내주겠다는 듯이 속삭였다. 이에 베르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옅게 미소를 지었고, 카넬에게 고맙다고 말하려 했다.


퍼억-


갑자기 등 뒤에서 가해진 충격에, 그녀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한 채 숨을 급히 삼켰다. 겪어보지 못한 끔찍한 고통이 전신에 가해졌고, 고개를 내리자 옷이 피로 물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어, 떻ㄱ...”


뒤에서는 분명 인기척이 없었고, 카넬은 무기를 들고 있지도 않았다. 무엇에 공격당했는지조차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이 코앞에 왔다는 것이었다.


털석-


상처 부위가 워낙 컸기에, 베르트는 단말마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점점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본 카넬이 무언가 달랐음을 눈치챘다.


‘..... 붉은 눈.....’


그는 분명 파란 눈동자였으나, 빛에 의한 착시였는지 일순간 카넬의 눈이 붉게 보였다. 이와 비슷했던 눈동자를 연상한 그녀는, 이제야 카넬을 어디서 봤었는지 기억해 냈으나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했던 베르트는, 황실 감옥 안에서 끝내 숨을 거두었다.


“생각보다도-”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 카넬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토록 바랐던 순간 중에 하나였으나, 카넬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미소가 다시 사라져 있었다.


“별 감흥이 들지 않는구나.”


낮게 중얼거린 그는 다시금 모자를 쓰고, 황실 감옥의 복도를 걸어 나갔다. 수감자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내려가자, 카넬이 죽인 자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는 그들을 밟지 않고 피하며, 완전히 황궁 밖으로 벗어났다.


짹짹-


카넬이 안전한 곳에 다다르자, 어느새 하늘에서는 동이 터오고 있었다. 그는 조금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눈을 문질렀고, 가만히 골목길의 벽에 기대 수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무 위에서는 평화롭게 새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하나둘 출근길에 나서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주고 있는 부모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조만간, 볼 수 있으려나- 에드워드 탐정님.”


그 모습을 마주하고 있자니, 카넬은 문득 그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를 생각하면 이중적인 감정에 들어 혼란스럽기는 했으나, 어쩐지 다시 볼 날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복잡한 생각에 하늘을 떠 있는 태양을 노려본 카넬은, 찡그린 미소를 지으며 화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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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5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8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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