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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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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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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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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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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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DUMMY




스윽-


그녀는 철저히 확인하기 위해, 케레스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보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깨어나지 못했다. 한심하게 그를 쳐다보던 베르트는, 괜스레 소매 안쪽을 매만졌다. 작고 얇은 칼 손잡이가 슬쩍 맞닿았다 떨어지며, 그녀의 충동을 부채질했다.


‘오늘은, 이걸 사용할 날이 아니지만.... 전하께서 이런 모습을 보이실 때면 얼마나 유혹이 되는지.’


무방비한 황태자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는 듯 해,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집무실의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잠긴 빗장을 풀고 유리로 된 창문을 열자, 습한 여름의 밤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이에 멈추지 않고 테라스 쪽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긴 베르트는 아래를 내려다봤고, 반짝거리며 빛나는 수도의 전경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훌륭하구나.’


수많은 아름다운 경치와 장대한 풍경들도 이 장관에는 비할 대가 없었다. 제국에서 가장 높게 지어진 황성과, 치세를 맞아 평화로운 수도의 밤거리가 한데 어우러져 이 자체로 인간의 삶을 그려내는 듯했다.


베르트는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이 모습을 꼼꼼하게 눈에 담았다.


‘제국의 두 번째 높은 자리에서조차, 수도의 누구도 감히 날 죽일 수 없을 것만 같구나.’


이 위치가 주는 고양감이, 과실주를 마시지 않았음에도 입 안에서 달콤함이 느껴지게 했다. 그러나 고작 황후에 올라서고자 모든 것을 준비했던 것이 아니기에, 그녀는 천천히 재판 이후 순리대로 이뤄질 계획들을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레지스탕스의 잔당들을 없애고, 에드워드를 행방불명으로 만든 뒤 제로원을 다시 데려오고.... 마지막으로 황후가 된 뒤, 황태자를 의문의 죽음에 빠지게 한다면.’


제국의 가장 높은 권력자인, 여왕의 자리에 자신이 오를 수 있었다. 처음 공작가의 후계자가 되었을 때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발 앞에 엎드리는 모습이 베르트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손에 쥔 것들을 만끽할 수 있겠구나.’


목표를 이뤄내는 것에만 집중했기에, 그녀는 그 이후를 꿈꿔 보지 못했다. 테라스에 기대 찬찬히 수도를 살피던 베르트는, 인지하지 못한 새에 미소를 그려내고 있었다.


‘수도 주변을 밀어버리고, 황궁을 더 넓여야겠어. 서쪽에 있는 허름한 집들 대신에 커다란 극장을 세우면 잘 어울리겠는 걸. 정원도 너무 수수하고 좁군. 지금보다 5배는 키워야 봐줄 만하겠어.’


베르트는 이미 이 제국의 주인이 된 것처럼, 수도 곳곳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위치를 측량했다.


자신의 손짓 하나에 새롭게 바뀌어나갈 것들이 기대가 되는지, 그녀의 볼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발갛게 물들었다. 하늘에 높게 뜬 별들마저 자신을 축복해 주는 듯한 기분에, 베르트는 웃음을 터트리며 한참을 테라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

.




“....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고요함이 감도는 깊은 밤, 포르테는 국서의 응접실에 머물고 있는 여왕을 찾아왔다.


중요한 얘기를 나누러 왔다며 여왕을 모시는 이들을 물린 그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렸으나 여왕은 여전히 침묵했다. 평소처럼 인자하게 웃으며 반기는 것은 기대조차 않았으나,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듯이 그녀는 포르테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윽-


무관심에도 포르테는 여왕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앉아 있는 소파 옆에 걸터앉았다. 따지자면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것이 필요할 때라고 그는 생각했다.


“.... 폐하.”


다시금 포르테가 여왕을 불러보았으나, 그녀는 똑같은 자세와 시선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포르테는 개의치 않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


그가 달칵거리며 케이스를 열자, 작지만 맑고 깨끗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내부에는 금과 보석으로 세공된 회전목마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꽤나 공을 들인 듯한 오르골이었다.


고작 십 초 정도의 음악이 울려 퍼졌을 뿐이었으나, 여왕은 이 곡의 멜로디가 무척 익숙함을 깨달았다.


“페투스 공께서는 피아노 연주에 있어 훌륭한 재능이 있으셨지요.”


오르골은 이내 작은 불빛이 반짝거리며, 멈춰있던 회전목마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페투스 공의 피아노 소리를 너무 좋아했던 터라, 가끔씩 무리하게 연주를 해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납니다. 곤란한 듯 표정을 지으시다가도, 늘 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셨죠.”


포르테는 추억에 빠진 사람처럼, 음을 약간 흥얼거렸다. 곡이 좀 더 빨라지기 시작하는 이 마디에서, 페투스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인상을 쓰곤 했는데 유독 그 모습이 포르테의 기억에 선명했다.


“10살이 되던 생일에는, 이 곡이 담긴 오르골을 선물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다만, 너무 옛날 일인지라 곡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더군요.”


선물을 받았을 당시에는 너무 기뻐서, 매일 자기 전에 한 번씩 들어보곤 했었다. 다만 아이 때 받았던 것들이 늘 그러하듯, 점차 흥미가 떨어져 오르골을 열어보는 빈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예전엔 분명 제목은 물론 작곡가도 명확히 기억했었는데, 이제는 구름이 낀 것처럼 잘 생각나질 않았다.


“.... ‘단델리온’.”


“아, 맞습니다. 그런 제목-”


미간을 좁히며 깊게 고심하고 있던 포르테의 귀에, 작은 단어가 하나 들려왔다. 문득 여왕이 대답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그는 고개를 휙 돌렸다가, 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페투스....’


포르테가 기억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페투스가 연습 끝에 잘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단델리온’이란 곡이었다.


‘실로 놀랍군, 내가 받아온 것들 중 가장 최고의 선물일세.’


서투르던 그의 실력이 갑자기 나아질 리는 없었기에, 페투스는 손목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 그가 이토록 연주에 매달렸던 것은, 여왕의 생일 선물로서 완벽하게 이 곡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매 해 있는 생일이건만, 두 달간의 공을 들인 이 연주에 여왕은 무척 감격했다. 다만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폐하, 약간의 미숙함에도 제가 곡을 완벽히 연주해 낸 것처럼, 지금 고민하시는 문제도 폐하의 살피심 덕에 곧 해결될 것입니다.'


무사히 연주를 마진 페투스는, 뿌듯한 얼굴로 여왕의 손에 입을 맞추며 하고자 했던 말을 전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폐하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그 당시 오르뷔 채굴과 운송 문제로 귀족들과 이권을 다투느라 지쳐 있던 여왕에게, 그가 바치는 우아한 위로였다. 이 덕분에 여왕은 끈질기게 그들과 겨뤄냈고, 끝내 감사의 권한과 일정 부분 황실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스윽-


포르테는 오르골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왕에게 건넸다. 그 배려를 받아 든 여왕은 한 방울의 눈물을 닦아냈고, 비어버린 눈동자에 다시금 색이 채워졌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라....’


당연히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나, 적어도 여왕은 페투스가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희망이, 여왕이 현실감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 포르테,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날카로운 말투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으나, 여왕은 이를 다듬을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도 포르테는 여왕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 상황에 대해 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신 것인가.’


기회가 주어졌으나, 포르테는 섣부르게 말할 수 없었다. 약간의 기력을 되찾으셨다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여왕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민 끝에 고개를 들은 포르테는 여왕의 눈동자와 마주치며, 자신이 전제 조건부터 잘못 설정했음을 인식했다.


‘.... 설마, 모든 걸 알고 계셨나.’


작게는 자신이 종종 외박을 해도 들키지 않았던 것부터, 크게는 리비티가 황실의 편지를 받은 것까지. 단순히 포르테가 운이 좋았고 여왕이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녀는 알고도 용인한 것이었다.


이래서야 리비티의 무죄를 주장한다 한들, 팔이 안쪽으로 굽는 것처럼 보일 뿐 설득력이 있지 않았다.


“반역 재판에 참석해 주십시오.”


잠깐의 침묵 끝에 포르테는 가장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 여러 가지 말을 덧붙여 실패하기보다도, 여왕이 받아줄 수 있는 부탁을 고른 것이었다. 그녀는 포르테의 간청이 의외였는지,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당연히 리비티의 선처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리비티가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혹은 모함을 받은 것이라고 포르테가 주장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포르테는 에드워드가 펜던트를 찾지 못하면 자신에게 벌을 내려달라 말했을 때처럼, 굳건한 표정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여왕에게 건넸다.


“그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못을 박듯이 완강한 포르테의 태도에, 여왕은 더 고민이 되었다. 지금도 그녀는 페투스의 곁을 떠나는 것이 썩 내키진 않았다. 근래 들어 가장 머릿속이 맑아진 기분이기에, 오히려 페투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에 시간을 쏟고 싶었다.


진실과 대의, 제국의 미래와 같은 것들은 아직도 그녀에게 다 타버린 부스러진 재처럼 느껴졌다.


“마치 재판에서 무언가 달라질 것처럼 말하는구나.”


죄책감과 우울감이 뒤섞여 툭 내뱉어진 말이었나, 포르테는 대답하지 않은 채 여왕을 차분히 바라봤다.


그의 곧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그녀는 어째서인지 대화재 때의 자신이 떠올랐다. 제국을 위해 살겠다 결심했던 어린 소녀가, 다시금 자신을 채근하는 듯 해 여왕은 결국 거절의 말을 꺼낼 수 없었다.


“.... 그래, 참석하마.”


졌다는 듯이 여왕은 마지못한 말투로 포르테에게 약속했다. 그녀는 포르테가 허락을 내린 것에 기뻐 웃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는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오르골의 곡이 끝나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으나, 이내 다시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포르테는 소파 옆의 작은 테이블에 이 오르골을 내려놓고는, 가만히 여왕의 손을 잡았다.


그제야 여왕은 자신의 손이 아주 차갑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소파에 등을 기댔다. 저절로 깊게 숨을 내쉬어지자, 그녀의 눈이 조금씩 감겨왔다.


느린 오르골 소리와 맞잡은 손의 온기가 더욱 그녀를 편안하도록 이끌어, 여왕은 곡이 다시 끝나기 전에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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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9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8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9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9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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