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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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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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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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DUMMY




“요즘 눈에 안 띄더라? 뭐 하고 지내느라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티시포네 중 갈색 머리카락인 자가, 껄렁거리며 슈닐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어깨에 손을 턱 올려놓았다. 친근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슈닐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카트에 숨어있는 클로이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집사님께서 정원 손질하는데 손이 많이 필요하다 하셔서요....”


“어이구, 바쁘셨구나~ 그럼 우리는 매일 노느라 한가해서 널 못 봤나 보네? 이 저택에서 너만 열심히 일하나 봐?”


“죄, 죄송합니다.”


말꼬투리를 잡으며 그가 슈닐을 놀리자, 곁에 있던 다른 그림자들 또한 이에 동조하듯 키득거렸다.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슈닐은 그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어-, 누님은...”


“아아, 캐런?”


‘캐런’이 언급되자, 티시포네는 못 참겠다는 듯이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기이한 비웃음이 지속되었으나, 슈닐은 개의치 않아 하며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잘 지내지. 좀 머-얼리 임무를 나가서 못 돌아오는 것뿐이야. 아마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티시포네의 다정한 말투에 클로이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슈닐은 기대감에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럼 혹시 누님으로부터 편지나.... 아니면 짧은 연락 같은 건 없었을까요?”


“푸훕-... 야, 당연히 없...”


다른 그림자가 깔깔거리며 손을 내저었으나, 슈닐의 어깨에 아직도 기대고 있는 그가 조용히 하라 손짓하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어? 너희 이럴 거야?”


그의 태도가 단숨에 변하자 그림자들은 그가 무슨 얘길 꺼내고자 하는지, 호기심이 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한참을 고민하는 척하던 그는 돌연 카트 위로 주먹을 내리쳐, 클로이는 순간 들킨 줄 알고 칼을 반 정도 꺼냈다.


“사실은 말이지, 캐런이 네게 짧은 편지를 남겨놨어.”


“저.. 정말요?!”


슈닐에게만 들리도록 하려는 것처럼 그가 작게 속삭였으나, 다른 그림자들은 물론 클로이에게도 잘 들렸다.


“하지만 임무 장소에서 넘어오는 모든 편지는 다 기밀이라, 원래는 가족에게 전해달라 부탁을 받아도 넘겨주면 안 돼.”


안타깝다는 듯이 그가 눈썹을 내렸지만, 말투는 사기꾼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갸륵한 슈닐을 생각해서, 특별히 금화 1개 정도만 받고 모른 척할 수도 있지.”


이제야 그림자들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눈치채고, 그의 머리가 아주 비상하다며 자기들끼리 실실 웃고 속닥거렸다.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클로이는, 당장이라도 이들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가족을 들먹이면서 사람을 괴롭히다니, 어떻게 저런 말을...!’


살기를 숨기려 애쓴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설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잘 알았지만, 클로이는 어느새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자세가 바뀌어 있었다.


“설마 슈닐, 지금 고민하는 거야? 역시 누님의 편지라고 해도, 금화를 넘겨주긴 어렵지? 그냥 폐기...”


“아, 아니에요! 드릴게요. 그런데 당장은 돈이 없어서.... 이, 이따가 제가 찾아뵐-”


빈 주머니를 내보이면서 슈닐은 티시포네에게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려 했으나, 뒤에서 날아든 엄한 목소리가 그들의 모든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거기, 무슨 소란이냐.”


어느새 틈을 만들어 집무실을 빠져나왔는지, 집사가 냉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별 것 아닙니다, 집사님. 오래간만에 슈닐을 보니 반가워서요.”


보다 권력이 높은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은 금세 티시포네의 모습을 갖추었다. 목소리조차 높낮이가 없어졌으며, 슈닐의 어깨를 잡던 손을 치우고 자세를 똑바로 했다.


“가서 일 보도록 하게.”


그들을 꾸짖으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집사는 그 이후가 슈닐에게도, 지금 상황에도 좋은 방향이 되지 않음을 판단했다. 눈치를 보던 티시포네는 집사의 축객령에 순식간에 복도에서 사라졌고, 그는 답답한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카트를 가지고 내려오느라 고생 많았겠구나, 나머지는 내가 하마.”


집사가 카트의 손잡이를 잡으며 슈닐에게도 가보란 듯이 말했으나, 소년은 방금 전의 상황이 마음에 걸리는지 가만히 서 있었다.


“슈닐, 저택에 들어오는 모든 편지는 내가 검수하도록 되어 있단다. 그러나 네 누이의 편지는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구나. 저들이 못된 짓을 하려는 거니, 금화를 주지 말거라.”


“.... 네, 집사장님.”


그가 타이르고 나서야 슈닐은 그들의 말이 거짓말이란 것을 인지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자신이 괴롭힘 당한 것보다도 누이의 편지가 없다는 것이 더 속상했는지, 울상을 하며 자리를 떴다.


끼이익-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제야 집사는 카트를 움직여 저택 뒤편으로 나갔다. 기사단 몇몇을 마주치긴 했으나, 그들은 아무도 집사를 의심하지 않으며 짧게 경례를 올릴 뿐이었다.


점점 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한 집사는, 평탄한 바닥을 넘어 흙과 돌이 남아있는 오솔길에 다다랐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나무들이 울창한 막다른 길에 도착하자, 집사는 검은색 천을 걷고 클로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붙잡고 카트 밖으로 나온 클로이는, 숨 고를 틈도 없이 집사의 안내에 따라 숲 속 깊숙이 들어갔다.


“여기서부터는 감시가 심하지 않은 곳입니다. 조금만 더 가시면 붉은 나무가 있을 텐데, 거기에 말을 묶어두었으니 타고 가십시오.”


집사의 안내에 고개를 끄덕인 클로이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남기려다, 아까의 상황이 영 마음에 걸려 멈칫했다.


“저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클로이가 이런 질문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는 몇 번인가 눈을 깜박이더니 씁쓸한 듯이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집사는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자, 그는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몇 년 전, 슈닐은 누이인 캐런과 함께 이곳에 팔려왔습니다. 유달리 힘이 강했던 캐런은 티시포네에 들어갔고, 슈닐은 시종이 되었지요. 슈닐이 캐런을 끔찍이 아끼는지라, 티시포네에서 누이를 벗어나게 하고자 저를 돕고 있었습니다만...”


차분하면서도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좋은 슈닐이었기에, 집사는 늘 소년을 기특하게 생각하며 아껴왔다. 그는 남매의 편의를 봐주며 가끔씩 좋은 것들을 챙겨주곤 했지만, 티시포네는 베르트의 직속 부하들인지라 한계가 있었다.


“작년 봄, 캐런은 임무에 나갔다가 사망했습니다.”


집사의 말에 클로이는 동공이 흔들렸다. 이는 그녀가 예측했던 부정적인 가능성 중 최악의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캐런의 죽음을 전했지만, 슈닐은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그 기억을 지우더군요. 게다가 최근 들어 질 나쁜 녀석들이 이를 가지고 슈닐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베르트의 처벌 이후부터, 티시포네 중 몇몇이 앙심을 품은 사람처럼 슈닐을 건드렸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던 이들은, 캐런의 가족이자 죽음을 피한 슈닐에게 갈 곳 없는 분노를 터트렸다. 집사가 최선을 다해 막아보았지만, 그럴수록 괴롭힘은 더욱 교묘해져 갔다.


‘그럼... 아까 그 놈들은, 돌아가신 분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고 거짓말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악의에 클로이는 속이 울렁거려 입을 감쌌다. 집사의 말을 듣고 나서도 그녀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는커녕,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리 행동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지금의 유렌가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괴물입니다. 증오가 사람을 잡아먹어, 윤리와 도덕은 물론 상식적인 생각조차 통하지 않습니다.”


집사가 천천히 뒤를 돌자, 나무들 위로 저택의 지붕이 살짝 보였다. 평생을 다 바쳐 일해온 곳이건만, 안에 머무를수록 숨이 막혀왔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변한 건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뜬 집사는, 다시 회중시계를 꺼냈다. 이제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유렌가를 무너뜨려주십시오.”


그의 마지막 당부에, 클로이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에게서 뒤를 돈 클로이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서서히 유렌가의 영지에서 벗어났다.




.

.

.




“..... 전하?”


“.....”


케레스와 마주 보고 앉아있던 베르트는 그를 나지막이 불러보았으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리 한편이라지만 케레스는 체통 따위는 어디론가 내던진 채, 소파에 누워 잠에 빠져 있었다.


집무실 안은 그가 마셔댄 빈 과실주 병이 이리저리 굴러다녔고, 베르트는 이 난장판 속에서 멀쩡한 얼굴을 한 채 케레스에게 다시 말을 걸었으나 여전히 그는 침묵했다.


촤라락-


완전히 케레스가 잠에 빠졌다고 판단이 들자, 그녀는 테이블 한쪽에 밀어두었던 서류를 집어 들었다. 지금은 표정을 연기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베르트는 다시 그 서류를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로 이것을 원하는가?’


처음 서류를 내밀었을 때 들었던 케레스의 얼빠진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리는 듯했다. 오늘은 반역 재판의 준비를 끝냄과 동시에 베르트가 얻을 이득을 명확히 하는 날이었다.


‘전하, 제게 과분한 자리임에는 압니다만, 이것 외에는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단호한 베르트의 말에 케레스는 떨떠름해하면서도, 한참 동안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으나, 결국 케레스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흠... 그래. 그대가 내 정치적 파트너가 되어준다면야, 나쁠 것이 없지.’


‘황공하옵니다, 전하.’


어차피 유렌가에서 이미 도움을 받아버린 케레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벌써부터 몇 가지 꼼수를 생각해 냈기에, 망설임 끝에 인장을 높게 들었다.


[..... 어려운 시기에 자진해서 나서준 베르트의 공로를 높게 사, 황제에 오른 이후 베르트 유렌을 황후로 임명한다.]


이윽고 마지막 문장 옆에 붉은 도장이 찍혔고, 조심스레 이를 만져본 베르트는 잠시 감상에 젖었다.


‘보나 마나 문제가 생기면 이혼을 하면 된다고 여겼거나, 애초에 황후가 가지는 권력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지금의 황태자비는 많은 권한을 황태자에게 양도했을 테니...’


정확하게 케레스의 생각을 예측해 낸 베르트는, 서류를 재차 봉투에 집어넣고 아예 봉해버렸다. 거미줄이 얽히듯 계획이 보다 촘촘해져 가는 기분에, 그녀는 만족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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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8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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