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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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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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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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DUMMY





“‘내부자’의 고발에도 참으로 당당하십니다.”


꽤나 위력이 있는 증거였음에도, 에드워드는 고르텐의 증언과 집사의 고발로는 재판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미 예측했다. 더욱이 에드워드가 바라는 것은 모두가 납득할만한 승리였기에, 그는 바뀐 여론에 당황하지 않고 계획대로 행동을 이어갔다.


파악-


“좋습니다, 다른 증거를 보여드리지요.”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에드워드는 프롬이 놓여있는 검은색 가방 쪽으로 다시 다가갔다. 그가 가방의 덮개 쪽 천을 걷자, 이번에는 낡은 서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년 초, 엥겔 백작님께서는 가문의 저택에서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일반적인 사망으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들이 있어, 경관들이 조사를 진행했지요. 놀랍게도 이 사건의 목격자는-”


엥겔 가문이 언급되자, 베르트는 올 것이 왔다는 듯이 케레스가 털어놨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 당시에 그가 에드워드를 신뢰해 허술하게 군 탓에, 베르트에게 있어 엥겔 백작 사건은 가장 큰 약점 중에 하나였다.


“-정의를 지키고자 했던 엥겔 백작은 누군가 자신의 뒤를 이어 줄 것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그의 바람대로 유산은 온전히 남아, 제가 이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에 대한 설명을 끝낸 에드워드는 케레스가 범인임을 명시하며, 서류를 재판장에게 제출한 뒤 자세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밝히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 빌어X을 서류를 네 놈이 가지고 있었군.’


이때의 일을 케레스에게 들은 베르트는, 다른 것보다도 서류의 행방이 가장 거슬렸다. 에드워드가 태워버렸다지만, 케레스의 괜찮다는 말을 순순히 믿을 만큼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상관없다. 이미 죽어버린 자가 남긴 불완전한 조사. 그것만큼 따지기 좋은 자료도 없지.’


베르트는 반역 재판이 시작하기 전까지, 이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다. 오르뷔 무기 개발은 극비였기에, 아무리 엥겔 백작이 가신이었다 할지라도 애초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는 운송 기록과 자금 흐름을 볼 수 있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추측한 듯 보였다.


역으로 말하자면 베르트는 그가 어떤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무기 개발에 대해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단 뜻이었고, 이에 대응할 준비하는 건 귀찮을지언정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이, 엥겔 백작이 알리고자 했던 진실이었습니다.”


에드워드가 말한 서류의 내용은 베르트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녀는 지루함마저 느꼈다. 이윽고 그의 논지가 끝나자, 베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반박을 시작했다.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긴 하군요.”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부채를 접은 베르트는, 얼굴에 그늘이 지도록 시선을 낮게 내렸다. 같잖은 참회에 에드워드는 신경이 거슬렸으나, 귀족들은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베르트가 내보인 비통함에 속아 넘어갔다.


“아랫사람들이 모두 저를 내쫓으려는 것에 한 마음인걸 보니, 제가 잘못 살아왔나 봅니다.”


그토록 강해보이던 이가 보이는 자책에, 몇몇 이들은 연민을 보이기까지 했다.


에드워드의 주장을 물 흐르듯이 베르트가 넘겨버리자, 리비트는 현재 처한 상황도 잊고 그녀의 능력에 감탄했다. 본래 귀족들이란 돌려 말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지만, 베르트는 차원이 다른 것만 같았다.


“저를 향한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만, 가문을 모욕하는 것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군요. 엥겔 백작이 품은 의심은 모두 정황이며, 오르뷔의 채광과 운송이 극비로 진행되어 생긴 오해일 뿐입니다.”


따박따박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게, 이에 더해 억울하다는 감정을 담아 베르트는 에드워드의 주장을 하나하나 파헤치기 시작했다.


“먼저 오르뷔 총량의 무게가 운송 과정에서 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 빼돌린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입니다만-”


사교계를 휘어잡아온 베르트의 언변은 여기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그녀의 발언에는 흠잡을 곳이 없었고, 엥겔 백작의 근거들을 손쉽게 피해 갔다. 베르트가 반론을 이어갈수록 사람들에게는 이 자료들이 단순한 정황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릴로 남작령에 대해 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군요.”


엥겔 백작은 서류 마지막에, 수상한 자금이 흐른 몇몇 영지를 명시해 두었다. 이중에서도 베르트는 미리 말을 맞춰둔 릴로 남작령을 선택적으로 언급해 쐐기를 박았다.


“몇 달 전, 남작의 별장에 괴한이 들어 테러를 가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남작은 몸이 좋지 않아, 원래의 계획보다 하루 전 저택으로 돌아갔기에 화를 면했다고 합니다만...”


베르트의 말에 귀족들은 릴로 남작이 요즘 들어 파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 냈다. 사실 이는 남작령에서 실험실이 불탄 이후, 더 이상 그들이 필요 없던 베르트가 입막음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귀족들은 서로 쑥덕거렸다.


“그런 일을 겪은 분께, 이런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안타깝군요. 서류에 적혀있는 나머지 가신들도 품위를 지키며 제국을 위하는 선량한 이들입니다.”


그녀가 릴로 남작령을 굳이 꺼낸 것은, 혹시나 에드워드가 샬럿을 이 자리에 불러낼 것을 대비한 발언이기도 했다.


반박이 끝나자, 알현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길어진 재판에 한두 명씩 지친 표정을 지었다. 에드워드와 베르트의 싸움이 팽팽한 탓에, 보는 이들도 덩달아 긴장하게 되어 피로를 불러온 것이었다.


게다가 이 논쟁은 리비티가 범인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에서, 번번이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황실 재판의 에디스나 고르텐처럼 시선을 확 끄는 증인도 없자, 그들은 괜한 시간을 소모하는 기분이었다.


흔들리는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베르트는, 이대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서로 말할 타이밍을 재느라 찾아온 침묵 속에, 에드워드가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이 닿은 것을 리비티는 눈치챘다.


한순간이었으나 분명히 에드워드는 약간의 존경을 누군가에게 표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셨을 텐데도, 기꺼이 와주시다니.’


그가 이 대치 상황에서 바라본 자는, 엥겔 백작의 부인과 그 딸인 이니스였다. 에드워드가 엥겔 백작이 조사해 온 내용을 말하는 동안, 두 사람은 붉어진 눈시울로 묵묵히 이를 듣고 있었다.


베르트가 반박을 시작하자 이니스는 울분을 참기 힘들었는지 주먹을 꾹 쥔 채 고개를 숙였으나, 백작 부인은 그것조차 똑똑히 보겠다는 듯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여전히, 강한 분이군.’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에 에드워드는 백작 부인이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작 부인은 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기도하듯 손을 모은 채 에드워드를 지켜보고 있을 뿐. 어떤 말도, 표정도 의견이라 여겨질 만한 모든 것들을 숨기고, 그를 향한 단단한 신뢰만을 보이고 있었다.


“흠, 논점이 너무 벗어난 것 같군요.”


두 사람 중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 재판장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상황을 중재하고자 나섰다. 대부분의 이들은 입을 연 재판장에게 집중했으나, 에드워드와 베르트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묘한 신경전이 이어질 때, 에드워드가 입술을 달싹였다.


‘이겼다고, 생각하나?’


소리가 없는 입모양이었으나, 베르트가 뜻을 알아듣는데 무리는 없었다. 그녀는 바로 대답을 건네려 했지만, 재판장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져 이미 에드워드는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에드워드경, 주장을 뒷받침할 만 것이 더 있습니까?”


예상했던 시간보다 반역 재판이 길어지기에, 재판장은 이 상황을 타개할 명확한 무언가가 없다면 잠시 휴정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에드워드의 대답이 들려오기 전, 베르트는 그의 도발을 곱씹다가 재판 내내 신경이 쓰였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제로원을 여기서...?’


제로원을 재판장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그 자체로 베르트에게 부담스러운 일인 것은 맞으나,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인체 실험은 지금의 반역 재판과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에, 언급되는 순간 재판장에게 건의해 막아버리면 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마지막 증인의 발언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마지막’이란 말에 재판장은 장내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에게 허락을 내렸다. 자세를 조금 더 귀족스럽게 바꾼 에드워드는 알현실 중앙으로 걸어 나왔고, 샬럿이 등장하리라 짐작한 베르트는 사람들 사이를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드디어, 이곳에 모인 분들께 증인을 소개해드릴 수 있겠군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에드워드는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며 답지 않게 긴 서두를 풀어놓았다.


“이 자는 유렌가의 모든 것을 목격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죠. 유렌 가문에서 인체 실험을 당했고, 죽음을 앞두었으나 기적적으로 기회가 생겨 도망치게 됩니다.”


정확히 중앙에 위치해 있던 에드워드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 나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끝에 그는 어느새 베르트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처음 와보는 유렌가의 저택이었기에 헤매던 이 자는, 굉음을 듣고 놀라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바로 저 총으로 무기 실험을 하는 모습이었지요. 이 증언에 따른다면, 공작님께서 위력을 증명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겠군요.”


그녀는 눈으로 클로이를 찾느라, 에드워드의 설명에 이상한 점을 인식하고도 이를 무시했다. 샬럿의 이야기였다면,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실험을 하지 않았기에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 증인은.....”


누군가를 소개할 것처럼 에드워드가 손을 뻗었을 때, 이와 동시에 베르트는 클로이와 옆에 외투를 뒤집어쓴 채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녀가 무언가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


스르륵-


“바로 접니다.”


에드워드의 고백이 알현실 안에 나지막이 선언되었고, 그를 제외한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엄청난 충격을 사람들에게 퍼트려놓고, 그는 태연하게 오른손의 장갑을 벗은 뒤 보란 듯이 손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 위에 있는 오르뷔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


모두가 눈으로 이를 목격했으나 상황이 머릿속에 제대로 인지가 되질 않았다. 사람들은 말을 잃은 채, 오랜 시간 하염없이 에드워드의 손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이게, 대체...”


그 속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베르트였다. 그녀는 상당히 놀랐는지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부채를 부러뜨릴 것 같이 세게 잡고 있었다. 복잡한 감정이 스며든 베르트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자 사람들은 그제야 각자 반응을 보이며, 알현실은 마치 수도의 광장처럼 시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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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3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8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7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7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5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6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8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6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7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6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9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8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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