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185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8.23 22:00
조회
6
추천
0
글자
11쪽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DUMMY




채앵- 키기긱- 챙-


알현실 곳곳에서 베르트에게 회유된 기사들과 황실에 충성을 바치는 기사들이 칼을 맞대기 시작했다. 루시는 자신에게 칼을 겨눈 기사들을 쓰러뜨린 뒤, 여왕을 보호하듯 그 앞에 섰다.


더글라스와 같이 귀족의 본분을 잊지 않은 자들 또한, 다친 기사들이 떨어뜨린 칼을 잡고는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기사들과 싸워나갔다. 황실 재판 때 무력함에 치를 떨었던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목숨을 바쳐서라도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가주님, 이곳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외부에 있던 기사들이 문을 부수려 하고 있습니다.”


귀족으로 변장해 재판이 시작할 때부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벤투는, 재빠르게 현실을 판단하고 베르트에게 간언을 올렸다.


‘여기까지 와서, 고작 황태자비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되다니.’


방금 전까지 모든 권력을 손에 쥔 것만 같았으나, 루시가 방해로 인해 지금 수세에 몰린 것은 오히려 베르트였다. 이대로 질 수 없었던 그녀는, 혀를 차면서도 벤투의 말에 수긍했다.


“.... 황태자를 데리고 황궁을 빠져나간다. 이곳을 벗어나 황실과 전면전을 치를 것이다.”


수도에는 이미 티시포네가 포진해 있었고, 인접한 영지에는 몰래 가문의 기사들까지 모아놓았다. 황궁만 아니라면, 베르트는 좀 더 많은 무기와 부하들을 이용해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자신이 있었다.


국서가 공격당한 사건으로 인해, 지금의 황궁에서는 베르트라 한들 무기를 가져올 수 없었고, 기사단의 수가 너무 많았다.


‘.......!’


하는 수 없이 베르트가 벤투와 몇몇의 티시포네를 데리고 알현실 쪽문으로 향하려던 찰나, 그녀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을 인식했다.


베르트가 설마 하는 기분으로 뒤를 돌자, 역시나 에드워드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난장판 속에서도 그는 아까 중앙에 서 있던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필코, 네 놈만큼은 죽이고야 말 테다.’


갑자기 벌어진 일들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에드워드의 표정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마치 몇 번씩이나 본 신문 광고를 다시 마주한 사람처럼, 지루하다는 눈빛으로 베르트를 쳐다보았다.


이 반응에 굴욕을 느낀 베르트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분개했으나, 에드워드를 어쩌지 못한 채 그대로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저들이 전하를 납치해 간다! 어서 쫓아라!”


“거기 서ㄹ..... 커억!”


기절한 케레스를 벤투가 어깨에 메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앞을 막는 기사들을 물리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최정예인 그림자들과 벤투는 한없이 강했기에, 5-6명의 기사들과 마주쳐도 몇 분도 되지 않아 싸움은 그들의 승리로 끝났다.


우려했던 것보다도 그들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한참을 뛰어다닌 끝에 유독 기둥들이 많은 복도에 도달했다. 입구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베르트가 속도를 더 올리려던 찰나, 벤투는 어디선가 날아드는 예리한 살기에 멈칫했다.


“가주님!”


황궁 내부는 베르트만이 정확히 알고 있어, 그녀는 무리 중 가장 앞서 달리고 있었다. 이 공격이 베르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벤투는 그녀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겼고 그 탓에 그녀는 꼴사납게 뒤로 넘어졌다.


딱 한 뼘의 차이로 그녀를 노린 칼날은 허공을 베었고, 베르트는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해 갔음을 깨달았다.


“어딜 그리 바삐 가는가.”


쓰러진 베르트를 보호하고자 벤투는 케레스까지 내려놓고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눈앞에 있는 자는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기사들과 달리, 벤투조차 숨이 막힐듯한 살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대가 저지른 일에 대가를 치러야지.”


살벌한 기세를 내보이며 그들의 걸음을 저지한 이는 고르텐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벤투나 티시포네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베르트를 죽일 수 있을지 조용히 틈을 노렸다.


‘말도 안 돼, 내가 이 길로 올 줄은 어떻게 알고...’


경악이 섞인 베르트의 표정을 읽어냈는지, 고르텐은 친절하게 답을 알려주었다.


“에드워드 소가주가 공작이 이곳으로 올 것이라 알려주더군. 참으로 영민한 자야, 그렇지 않나?”


고르텐의 입에서 에드워드가 언급되자, 베르트의 눈이 분노로 일렁였다. 아까 마주쳤던 그의 눈빛이 다시금 떠오르며, 자신이 에드워드의 생각대로 움직였다는 것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가주님, 먼저 가십시오. 제가 이자를 죽인 뒤 황태자와 따라가겠습니다.”


“이럴 때마다 늙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군. 내 앞에서 이따위 말을 지껄이다니...”


칼 한번 맞대보지 않았으나, 벤투는 고르텐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베르트에게 치명상을 입히려 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수적으로 우위를 점한 것도, 케레스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도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무위라면 벤투와 티시포네의 작은 실수 한 번으로도 베르트에게 단숨에 닿을 수 있었다. 게다가 고르텐을 상대하느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해 다른 기사들이 더 몰려온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패배였다.


이럴 바에는 결과가 어찌 되든 차라리 자신이 혼자 고르텐을 상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채앵-


베르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르텐은 어수선한 상황을 읽고 빠르게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검을 휘둘렀다. 이를 벤투가 가까스로 막아냈으나, 생각지 못한 힘에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믿고 있었던 그가 밀리는 모습을 보자, 베르트는 그제야 고르텐의 무력을 실감했다. 이에 벤투와 같은 것을 떠올린 그녀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뒤를 돌아 티시포네와 이곳에서 벗어났다.


끼기긱-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고르텐이 검을 쳐내고 그들의 뒤따라가려 했으나, 벤투가 강하게 힘을 주어 밀려나지 않는 통에 그는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고작 이 정도이십니까? 옛 명성이 우스울 지경이군요.”


벤투는 고르텐을 자신에게 묶어놓고자 일부러 도발을 시도했다. 이 말이 고르텐의 신경을 거스르지는 않았지만, 벤투의 거친 저항에 그를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베르트를 쫓을 수 없다고 고르텐은 판단을 내렸다.


키기기긱-


서로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 두 사람은, 쉽게 칼을 떼지 못하고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몇십 초 동안 팽팽한 대치가 계속된 끝에, 고르텐과 벤투는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땀을 흘리고 있는 벤투에 비해, 고르텐은 아까와 비슷한 상태였다.


‘.... 어중이떠중이는 아니군.’


‘지금껏 검을 부딪혀 본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


고르텐은 오래간만에 적수를 만난 듯한 기분까지 들어, 바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벤투는 사람을 공격하는데 망설임이 없었고, 실전에서 쌓인 검술이기에 치명타만을 노렸다. 이러한 특징들이 고르텐을 자극해, 그는 좀 더 벤투와 검을 맞붙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네 놈도, 나도 시간이 부족하구나.’


황실을 위하는 고르텐은 사사로운 마음을 우선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나이가 있는지라 체력이 예전 같지가 않아, 지금처럼 사력을 다하는 검술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벤투 또한 베르트에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에, 고르텐을 죽이고 빨리 그녀에게 합류하고자 했다.


카앙-


의지를 다진 두 사람의 칼이 다시금 굉음을 울리며 맞붙었다. 방어 위주였던 벤투는 자세를 아예 바꾸더니, 고르텐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으며 끝없이 칼을 휘둘렀다. 급소를 노린 타격들을 잘 방어하긴 했으나, 고르텐의 몸에 잔 상처들이 계속해서 쌓여갔다.


‘무지막지하군, 거리를 벌릴 기회조차 주지 않다니. 평범한 실력이었다면 제 풀에 나가떨어질 전략이었겠지만...... 체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 이건가.’


공격을 막는 것이 여의치 않아 몇 걸음 뒤로 이동하며 피하던 고르텐은, 벤투의 생각을 눈치챘다. 이대로 상대방을 몰아 벽에 막혀 이동할 공간이 없어지면, 그 순간을 노리려는 단순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를 알아차렸어도 벤투의 공격이 워낙 매서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내 애검이 없다는 것이, 이리도 아쉬워질 줄이야.’


고르텐 또한 황궁 앞에서 무기를 반납했기에, 기사단의 것을 빌려온 상태였다. 원래 사용하던 대검이 아니라 힘을 버텨줄지 걱정이 되었지만, 벽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는 엘든모어 가문의 검술을 펼치기로 결단을 내렸다.


키잉-키기긱-


‘.....?’


벤투는 공격을 방어하던 고르텐의 방식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아까까지는 효율적으로 피하거나 방어했다면, 지금은 다치더라도 우악스럽게 모두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하긴 했으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똑같이 벤투가 공격을 뻗자, 고르텐은 처음 칼을 맞댔을 때보다도 더 강한 힘으로 이를 내리쳤다. 예측하지 못한 힘에 벤투는 순간적으로 뒤로 밀렸고, 고르텐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흐읍-


그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고는, 온 힘을 담아 칼을 횡으로 휘둘렀다. 서둘러 무너져 내린 자세를 다잡은 벤투는 이를 방어했으나, 상상보다도 더 큰 힘이 그를 덮쳐 왔다.


키기기긱-


‘안 돼, 이대로는....!’


벤투는 있는 힘껏 검을 쥐었으나, 고르텐의 위력에 팔이 꺾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압력이 그를 짓눌렀고, 칼이 조금씩 안쪽으로 밀려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기교라고는 하나 없는 순수한 힘뿐이었으나, 벤투는 이를 쳐내기는커녕 버티지조차 못해 한쪽 무릎까지 꿇었다.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을 그때.


카앙-


‘이런, 역시 버티지 못했는가!’


굉음이 울려 퍼지며 고르텐이 쥔 검이 부러졌다. 결국 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고르텐은 벤투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친 채 거리를 벌렸다.


“하, 하하-”


죽다 살아난 벤투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르텐을 향해 칼을 겨눴다. 방금 전 고르텐의 공격으로 벤투도 뼈가 몇 군데 부러지거나 금이 갔지만, 무기가 없는 그를 죽이는 것은 벤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크윽-”


두 동강 난 칼은 한두 번 공격을 막았을 뿐인데도, 남은 칼날 또한 부서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금이 갔다. 어쩔 수 없이 고르텐은 기둥을 방패 삼아 최대한 공격을 피해보려 했으나, 결국 팔을 깊게 베였다. 하필 검을 쥔 쪽인지라 더 이상 악력이 뜻대로 조절되질 않았다.


카아앙-


“그러게 알현실에 얌전히 계시지 그러셨습니까. 왜 그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시는지...”


이를 모를 리 없는 벤투는 세게 칼을 휘둘렀고, 고르텐은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으나 칼을 놓치고 기둥으로 몰렸다.


“가주님을 따르지 않았던 것을 죽어서도 후회하십시오, 공작.”


마지막으로 벤투는 팔을 높게 들어, 고르텐의 목숨을 취하고자 했다. 고르텐은 최후의 순간이 왔음을 느꼈지만, 떨어지는 칼날에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관련 공지입니다. 24.07.18 8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4.03.28 15 0 -
13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6) 24.09.17 3 0 12쪽
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3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9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7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9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8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