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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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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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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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DUMMY




촤악-


“... 집사님?!”


슈닐에게 기사의 검이 닿으려던 찰나, 집사는 가까스로 소년을 끌어안아 칼날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었다. 다만 완전히 보호하기는 어려웠던 터라, 그는 슈닐 대신 팔을 깊게 베였다.


“기사님, 제가 보증드리건대 이 소년은 평범한 시종입니다. 창고 안에 있는 자들은 사용인이 아닌 티시포네이며, 빠져나가고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황실 기사는 아까와는 달리 창고에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자 소름이 끼쳤다. 정말 저들이 저택의 사용인이었다면 집사가 나타난 순간 그에게 도와달라 요청했을 텐데, 지금 내부에서는 섬뜩한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가서 다른 기사들을 더 데리고 오십시오.”


집사의 충고에 황실 기사들은 순순히 검을 내린 뒤, 동료들을 찾으러 떠났다. 상황이 정리되자 안도의 숨을 내쉰 집사는, 벽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돌아가자꾸나, 슈닐.”


그의 뒤쪽에 어쩔 줄 모르며 서있던 슈닐은, 집사가 심하게 비틀거리자 습관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여 그를 부축했다. 도와주려는 손길이 어색함을 담고 있기는 했으나, 집사는 소년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집사님께서 꾸미신 일입니까?”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두 사람의 발목을, 서늘한 그림자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집사는 못 들은 척 이를 무시하려 했지만, 그들은 말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습니다. 당신, 우리를 보는 눈빛이 진짜 별로였거든. 늘 옅게 경멸을 품고 있었지.”


그렇게 여긴 적 없다고 집사는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뻔히 보이는 도발에 넘어가 봤자 시간 낭비임을 알고 있었으나, 그림자이 내뱉는 말들은 계속해서 집사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지금 와서 가주님을 배신하면, 갑자기 깨끗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직접 손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뿐, 당신도 우리와 똑같아. 납치, 살인, 협박.... 그 모든 계획에 당신이 서명하고, 명령을 내렸잖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완벽히 베르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집사는 그녀의 심복으로서 그 모든 일을 도왔다.


베르트가 저질러온 죄만큼, 그는 자신의 손에 타인의 피가 묻어있는 것만 같았다.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기에, 집사는 유렌 가문이 정리가 되고 나면 이 죗값을 치를 생각이었다.


“슈닐, 네 누이가 죽게 된 그 임무, 누가 배정해 주었다고 생각하니?..... 가주님? 벤투 님?”


저주와 같은 말들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을 때, 유독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로이가 잠입했을 당시 슈닐을 괴롭히던, 갈색 머리카락의 그림자였다.


“그럴 리가, 다 네 옆에 있는 저 자가 맡긴 것이란다.”


분명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그림자의 선언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에 슈닐은 멈칫하며 집사를 올려다봤지만, 그는 그림자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 그래, 내가 캐런에게 명령을 내렸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캐런의 말을 바보같이 믿었어. 말렸어야만 했는데....’


급히 잠입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저택 내부에 실력이 되는 그림자는 캐런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집사는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해보지 않았던 그 순간을 늘 후회했다.


‘캐런을 사지에 몰아놓고는, 슈닐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두려워 좋은 사람인 척 굴기만 했지.’


집사는 차마 슈닐을 쳐다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소년이 언제라도 부축을 멈추고 자신을 피할 것만 같아, 그는 차라리 먼저 팔을 뒤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슈닐은 손을 떨고 있음에도, 어깨에 걸쳐져 있는 집사의 팔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집사님, 앞에 계단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무것도 못 들은 사람처럼, 슈닐은 그를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뒤에서 재앙 같은 말들이 계속 따라붙었음에도 두 사람은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갔다.


마음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에 멈칫거리는 순간이 있었기는 하나, 슈닐과 집사는 결국 서로를 의지한 채 저택을 벗어났다.


“집사님!”


그가 저택 밖으로 나오자, 아까 자신을 만류했던 기사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집사에게 다가왔다. 황실 기사는 그를 로웰에게 데려갔고, 집사는 그에게 사과를 건넸다.


“자리를 이탈해 정말 죄송합니다, 로웰 님.”


“아닙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지요. 안 그래도 상황을 점검하려던 중이었는데 때맞춰 오셨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집사에게 불만을 드러낼 법도 하건만, 로웰은 그를 다독이며 치료를 받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의 시선이 잠시 슈닐에게 닿은 것을 보아, 아까 전 일을 전해 들은 듯했다.


“보고하게. 저택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는가?”


“로웰 님, 그것이....”


가장 저택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황실 기사는 무언가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이 빠진 상태로 대답을 머뭇거렸다.


“저택 내부에 흩어져 있던 티시포네들은 거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남은 티시포네들은 현재 실험실로 향해 그들을 체포하는 중입니다만..."


티시포네 눈에 서려있던 광기가 다시 기억이 났는지, 기사는 몸을 흠칫 떨었다. 나름 황실 기사로서 괴상한 상황들을 많이 마주쳤다지만, 이 광경은 꿈에 나올까 두려웠다.


“자신들이 다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실험실에 있는 연구원들을 해치려는 통에 내부가 엉망입니다.”


“..... 어째서? 한 편이 아니던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로웰이 되묻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집사가 설명을 덧붙였다.


“티시포네는 베르트만을 위하도록 훈련받아 왔습니다. ‘반역’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실험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겁니다.”


집사는 베르트가 수도에서 붙잡힌 이후, 저택에 남은 티시포네의 반응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 그들의 충성심을 고려할 때 베르트를 구하겠다며 수도로 향할 줄 알았으나,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는 그도 예측하지 못했다.


'동료의 목소리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수도에서 용케 빠져나온 티시포네가 도망치라는 조언까지 해주었음에도, 패닉에 빠진 그들은 그 충고를 무시해 버렸다. 그들은 가주의 몰락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지금 와서도 그녀가 칭찬해 줄 만한 일을 찾아 행동한 것이었다.


“실험실 자체는 베르트가 재판 이전에 평범한 연구실로 바꿔놓았습니다. 인체실험과 무기실험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이를 진행했던 연구원밖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입-”


쿠웅-


집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택 어디선가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건물이 흔들렸다. 무시할 수 없는 소란에 로웰과 집사는 그 순간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티시포네가 증거를 없애겠다고 저택을 지워버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었다.


“..... 지금 이거 탄내 아닙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택 창문에서는 하나 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해 하늘이 시꺼멓게 물들었다.


최악의 상황에 집사는 물론 로웰도 당황했고, 그는 책임자로서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무리해서라도 저택에 남아 있을 정보들을 가지고 와야 할지, 아니면 황실 기사들을 보호해야 할지 말이다.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황실 기사단, 전원 저택에서 빠져나와 화재 진압을 가장 우선시한다!”


‘여왕 폐하께서 내린 명령은, 유렌 가문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제국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것. 어차피 반역은 이미 입증된 상태이니, 추가적인 성과를 내고자 기사들의 목숨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는 저택 안에 베르트가 실토하지 않은 죄들과, 그녀에게 동조한 이들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럼에도 로웰은 부하들을 사지에 몰 수 없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질 각오로 명령을 내렸다.


촤악-


로웰의 지시에 황실 기사들은 물을 뒤집어쓴 뒤, 저택 안에 남아 있는 기사들을 서둘러 불러냈다. 밖에서는 유렌 가문의 사용인까지 합세해 저택에 물을 부어댔으나, 어째서인지 불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점점 퍼져갔다.


그러다 아예 저택 창문으로 불길이 뚫고 나올 지경이 되자, 상황을 모르고 있던 황실 기사들도 심상치 않은 열기를 느끼고 자신해서 저택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어서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실험실에 있던 기사들은 티시포네와의 전투에서 간신히 승리한 직후였으나, 또다시 밀려들어오는 위기에 숨이 막혀 오는 것만 같았다.


잠깐의 휴식도 없이 그들은 살아남은 연구원들을 붙잡은 채 급히 움직여야만 했고, 이 탓에 바닥의 문양이 조금 어긋나 있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갔나?’


그 아래 있는 비밀스러운 방에 숨어 있던 샤토는, 소음이 잦아들자 밖의 상황을 모른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잠시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황실 기사들이 온 것을 우연히 목격했고, 그 길로 바로 이곳에 몸을 숨겼던 것이었다.


‘말도 안 돼, 가주가 반역으로 체포당하다니. 집사가 배신했다고 한들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나? 잠깐, 그러면 제로원은...!’


이 와중에 제로원을 다시 데려올 수 없다는 판단이 든 샤토는 절망했으나, 금세 앞으로의 계획을 빠르게 세워나갔다. 그녀의 상상은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흘러가, 어느새 새로운 후원자에게 연구를 지원받는 데까지 도달했다.


자신의 생각 속에 푹 빠져 있었던 샤토는, 스스로 빠져나갈 수 있던 마지막 시간을 헛되게 날려버렸다.


“흐읍, 콜록-”


‘연기......?’


황실 기사들이 며칠 동안 저택을 조사하리라 예상해, 계속 이곳에 숨어 있으려 했던 샤토는 갑작스럽게 탁해진 공기에 기침을 했다. 그제야 그녀는 공상에서 깨어나 주변을 둘러봤고, 문틈으로 하얀 연기가 스며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


놀란 샤토는 문 쪽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가, 달궈진 열기를 느끼고 뒷걸음질 쳤다. 불이 났다는 것을 인지하자, 그녀는 재빨리 몸을 낮추고 손수건에 물을 적셔 입을 가렸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대책을 찾아야만 했으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 공간은 따로 연결된 비밀 통로가 없었고, 그렇다고 문을 여는 건 더욱 위험한 선택이었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고?’


늘 생각해 왔던 자신의 끝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으며 제국에 한 획을 그은 과학자로서 명성을 누리고, 죽더라도 ‘샤토’라는 이름을 딴 무언가가 대대로 남아있는 그런 결말을 샤토는 원했다.


“사, 살려주세요-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이 골방에서 홀로 죽을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공포에 질린 샤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밖에서는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았다.


점점 방 안의 산소는 줄어드는 것만 같았고, 하도 소리를 질러 목에서 쉰 소리가 나고 있을 때.


벌컥-


“.... 샤토 님?”


기적처럼 누군가 위에서 문을 열고 나타났다.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방 안에도 퍼져 들어왔고,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이가 손을 뻗었다. 샤토는 그 자의 모습 대신 곁에서 강하게 들어오는 역광을 마주해, 눈을 뜰 수가 없어 허우적거리다 내민 손을 간신히 잡았다.


그 순간 긴장이 풀려버린 샤토는 기절했고, 불길을 뚫고 여기까지 온 이름 모를 자는 샤토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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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3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8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7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7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5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6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8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5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6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6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6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7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6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6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9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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