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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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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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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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DUMMY





‘철혈의 여왕.’


재판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통에, 사람들은 이제야 여왕의 입장을 인지했다. 가장 아끼던 아들이 남편을 공격한 참담한 상황, 비극을 담은 오페라도 이것보단 덜 절망스러울 터였다.


당연히 귀족들과 지식인들은 여왕이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예상했으나, 그들은 곧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여왕은 이 알현실에서 귀족들에게 인사를 받을 때처럼, 얼굴에 한 톨의 감정조차 내보이지 않은 채 굳건히 앉아있었다.


그런 여왕의 모습에, 이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그녀 앞에 붙는 ‘철혈’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에드워드 소가주, 모든 것을 파악했으나 한 가지를 놓쳤구나. 아니.... 알고도 말하지 않았더냐?’


무덤덤한 표정을 겉으로 내보이고는 있었지만, 여왕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생각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


‘케레스는 재판장에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페투스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짐을 노렸다.’


여왕은 이제야 페투스가 펜던트를 다는데 왜 시간이 한참 동안 걸렸는지 이해했다.


‘페투스, 늘 케레스를 황제로 세우고 싶어 하지 않았었나. 어찌하여 짐을 살리고, 그대가 죽음을 택했는가.’


그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 여왕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침묵이 길어지자 재판장이 이제는 판결을 내리셔야 한다는 말을 전했으나, 여전히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정리되질 않았다.


어떻게든 현실에 집중하려 애쓰던 여왕은,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보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던 케레스와 눈이 마주쳤다.


‘네가 감히...’


그의 표정은 여왕에게 꽤나 익숙했다. 오르뷔 참사 이후 원흉으로 지목되어 황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할 상황에 놓이자, 여왕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의 얼굴이었다.


두 눈동자는 이 사태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듯이 발뺌했고, 내려간 입가는 한 번만 기회를 달라는 애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피해자들을 향한 죄책감은 조금도 가지고 있질 않았다.


‘짐에게 자비를 바라더냐.’


반성은커녕 단순히 이 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케레스의 태도에 여왕은 속이 울렁거렸다. 지금 저지른 일에 대해 그가 제대로 인지는 하고 있는 것인지, 여왕은 자신의 아들이 악마처럼 느껴졌다.


지긋지긋할 정도의 케레스의 간절한 눈빛을 그녀는 더 마주하고 싶지 않아,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다.


“모든 제국민은 들으라, 반역 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


발언을 시작한 여왕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했다. 최근 부드러웠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알현실에 있던 사람들은 위압감마저 느껴 더욱 고개를 숙였다.


“양쪽의 주장을 모두 들어본 바, 황태자와 유렌 공작이 제국의 국서를 공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게다가 이 죄를 덮고자, 증거까지 조작하였구나.”


국서에 대한 언급은 여왕으로 하여금 중태에 빠진 페투스를 떠올리게 했고, 그녀의 복잡했던 마음은 한순간에 들끓는 분노로 바뀌었다. 판결에 대한 선언을 이어갈수록,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들이 점점 더 거세졌다.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리비티는 무죄로 방면할 것이며....”


여왕은 잠시 숨을 골랐다. 마지막 결론을 말하려는 순간, 일말의 죄책감이 끈덕지게 그녀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후회가 태풍처럼 휘몰아쳤으나, 그녀는 여왕으로서 이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끝내 선언을 이어갔다.


“황태자는 후계자의 자리를, 유렌 공작은 가주의 자리를 이 시간부로 박탈한다. 또한 황자 브론테 로 케레스와 베르트 유렌 모두, 반역죄로 체포를 명하겠다.”


서슬 퍼런 여왕의 말이, 두 사람을 단죄하듯이 내려졌다. 0.1%의 확률을 뚫고, 반역 재판에서 에드워드가 승리한 순간이었다.


와아아아-


이곳에 더 이상 케레스와 베르트를 지지하는 이는 없었기에, 사람들은 이 판결에 기뻐하며 함성을 질렀다.


기사들은 여왕의 명에 따라 빠르게 케레스와 베르트를 포위했고, 베르트는 이를 예상한 듯이 가만히 서있었다. 다만 치솟는 분노까지 숨길 수는 없었는지, 손에 쥔 부채가 뚝-하는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폐하, 이건 모함입니다!... 어마마마!”


케레스는 코앞까지 다가온 기사단에 소리를 지르며 여왕을 찾았지만, 여왕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째서 날 도우려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것이냐!’


공작과 후작들은 물론이고, 늘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자 보석을 진상하던 하급 귀족들까지 이 판결이 옳다는 듯이 선명한 미소를 지었다. 벌레같이 여겼던 지식인들은 아예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떠들썩하게 승리를 나눴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애타게 구원자를 찾던 케레스는, 기어코 기사들이 그의 팔을 붙잡자 거칠게 뿌리쳤다. 격렬한 케레스의 반응에 기사들은 난감해하며, 서로 하라는 듯이 눈짓을 보냈다. 아무리 황태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한들, 케레스는 황족인지라 그들로서는 몸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이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퍼억-


그때 한 기사가 대담하게 앞으로 나서더니, 말릴 새도 없이 케레스의 뒷목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지라, 케레스는 방어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그대로 기절했다.


주변의 기사들은 약간 과격한 것이 아닌가 슬슬 황족들의 눈치를 봤으나, 그 기사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케레스를 업고 알현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내심 통쾌해하던 사람들은, 이어진 기사의 행동에 사색이 되었다.


스릉-


“ㄴ, 너 뭐 하는 짓이야?”


동료 기사들의 황당함이 섞인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가까이 오지 말란 듯이 케레스 목에 칼을 가까이 대었다. 정복의 깃이 칼날에 찢어지자,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겁했다.


“하아- 그러게 왜 쉬운 방법을 놔두고,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드셨습니까. 폐하.”


충격적인 상황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할 때, 이번에도 입을 연 것은 베르트였다.


그녀는 부채를 땅바닥에 내던지며, 케레스를 인질로 잡고 있는 기사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베르트를 체포하고자 칼을 겨눴던 기사들은, 어느새 그녀를 보호하듯이 몸의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채앵-


“검을 내려라! 이게, 어찌 된...”


더욱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든 것은, 황족들에게 일어난 소란이었다.


그들의 곁에 있던 기사들 몇몇이 칼을 꺼내 들어 기습적으로 황족을 노렸고, 다행히도 다른 기사들이 이를 막아섰으나 불안정한 방어로 부상을 입었다. 카린 황녀와 길버트 황자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검을 휘둘렀으나, 자신을 보호하는데 급급했다.


“다들, 가만히 계셔주셨으면 좋겠군요. 생각보다 계획이 많이 틀어진지라, 제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답니다.”


더글라스와 몇몇 귀족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알현실에 들어오기 전 무기를 모두 반납했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그들은 이를 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두길 잘했군. 이대로 황실 감옥에 갇힌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인데 무엇을 못 해보겠어?’


살벌한 눈빛을 드러낸 베르트는, 끝내 무력으로 반역을 일으켜 이 황실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여왕과 황족들을 죽이고 반항하는 자들을 여기서 숙청하고 나면, 저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터였다.


‘자... 이제 내 새로운 인생의 막을 올려보도록 할까.’


베르트는 직접 여왕을 죽이고자, 기사에게서 칼을 하나 건네받아 여왕이 있는 쪽을 올려다보았다.


이왕이면 두려움에 떨고 있기를 바랐으나, 여왕은 오만하게도 아직까지도 자리에 그저 앉아있었다. 그녀의 침묵은 당황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굳이 입을 열 필요를 못 느끼는 듯 보였다.


이 모습에 베르트는 불쑥 적의가 치솟아 황녀와 황자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려 했으나, 누군가 이를 저지했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폐하 앞에서 칼을 꺼내느냐!”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일갈에, 베르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낸 자를 바라봤다.


“황태자비 전하, 병을 앓으시더니 이젠 눈도 흐릿해지셨나이까?”


베르트의 조롱에도 루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손에 쥔 칼로 베르트가 있는 방향을 겨누었다.


“예전부터 그대의 불충은 늘 눈에 거슬렸지. 그 악취가 나는 속내 또한 여전하구나."


사교계에서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루시가, 베르트를 향해 맹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귀족들은 의아했다. 그러나 곧 그들은 루시가 케레스와의 결혼 전, 사교계에서 어땠는지를 기억해 냈다.


엘든모어 고르텐의 딸이었던 그녀는 자신은 물론 가족에 대한 모욕은 참아도, 황실에 한해서는 티끌만큼의 비난도 용납하지 않았다. 정당한 비판은 수용했지만 그 속에 악의가 담길 때면 귀신같이 눈치채, 등골이 서늘하도록 말을 쏘아붙이곤 했다.


“전하와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황태자비 전하, 말을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편을 잃으시면 꽤나 슬프시지 않겠습니까?”


루시의 도발에 짜증이 난 베르트는 케레스를 인질로 잡고 있는 기사를 향해 손짓했다. 그가 칼을 좀 더 가까이 목에 대었고, 옷깃이 붉게 물들었다. 케레스의 형제인 길버트와 카린은 동요하는 모습을 내비치며 안절부절못했으나, 루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마음대로 하거라.”


냉정한 황태자비의 말에 베르트는 물론, 황족과 귀족들도 일순간 당황했다. 케레스는 황태자가 아니더라도 황족이었고, 이를 모두 제쳐두더라도 루시와 십 년 넘게 같이 산 가족이었다.


“전하께서는 방금 전 판결로 황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하셨을뿐더러, 반역자로 판명되셨다. 지금 내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분은 전하가 아니라, 여왕 폐하이시다.”


루시는 베르트와 대화를 이어가 봤자, 더 이상 유의미한 이득이 없을 것이라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지금쯤이면 외부를 지키는 기사단이 이상함을 느꼈을 때이기에, 그녀는 바로 알현실에 있는 기사들에게 지시했다.


“기사단, 금빛 징표를 손목에 달고 있는 자만이 진정 황실을 위하는 이들이다!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그대들의 손으로 저 치욕스러운 무리들을 처단하라!”


루시의 명령이 떨어지자, 당당한 자들은 손목이 보이도록 칼을 높게 들었다.


이 징표는 며칠 전부터 루시가 시녀들을 통해, 명확히 황실의 편인 이들에게만 전한 팔찌였다. 때가 될 순간까지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된다는 지시를 충직한 기사들은 잘 지켜냈고, 이 구분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정표가 되었다.


와아아아-!


적과 아군을 나눌 수 있게 된 기사들은 서로를 보며 의지를 다졌고, 함성을 지르며 감히 황족을 겨누고 있는 기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루시의 예상처럼 알현실 외부에서도 금빛 팔찌를 한 자들이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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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7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5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6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6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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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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