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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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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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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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DUMMY




“참으로 침통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구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햇빛이 선명하지 않은 아침, 황태자인 케레스는 황궁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재판이 흐지부지 중지된 이후, 처음 진행된 황실의 공식 발표였기에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과 기자들이 몰렸다.


“제국의 국서이신 페투스 공께서.....”


힘 있는 목소리로 문장을 이어나가던 케레스는, 순간 목이 맨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입가를 가리고 잠시 숨을 고른 끝에, 곧 결심을 한 듯이 외쳤다.


“반역자의 총에 맞아, 현재 목숨이 위험한 상태이시다.”


슬픔과 분노가 어린 듯한 케레스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탄식했다.


그동안 재판에 참석했던 이들의 입소문이나 신문 기사를 통해, 모두가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다만 머리로 이해한 것과는 달리, 그의 아들인 케레스가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자 처참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에 여왕 폐하께서는 괴로움과 슬픔으로 식음을 전폐하시며, 제국은 되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날씨만큼이나 어두운 우울감과 절망감이 공명하듯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어린 기자들은 이 감정에 휩쓸려 펜을 멈춘 이도 있었다.


“그러나 제국민이여, 이 난관 앞에 이대로 무너져 있을 것인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케레스가 반문하자, 몇 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극복하기 어려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고비들을 수없이 넘겨왔고, 다 함께 제국을 일으켜 세워왔지 않은가!”


굳건한 목소리와 악센트가 강한 외침에, 움츠려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하나둘씩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나는, 여왕 폐하보다 한참은 부족한 후계자이다. 그럼에도 제국의 안녕을 위하여 책임을 지고,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낼 것을 맹세한다. 또한 배후자를 잡아내어 반역의 뿌리를 뽑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아까와는 다른 고양감과 같은 감정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동안, 노련한 기자들은 ‘배후자’에 주목했다.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케레스의 발언에, 그들의 펜은 더욱 빨라졌다.


“그러니 그대들에게 요청하건대, 나아갈 제국을 위해 황실을 믿고 함께해 주길 바란다.”


그의 연설이 마무리되자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다, 어디선가 짝-하는 박수 소리가 났다. 이 소리는 한 사람에게서 그치지 않고, 사방으로 흘러 모두가 케레스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반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케레스가 벌인 짓들이 차후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여론의 지지를 받은 케레스는 별다른 호응 없이, 담담하게 단상에서 내려가 황궁으로 들어갔다.


짝짝짝-


“훌륭한 연설이셨습니다, 전하.”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던 케레스는, 저 멀리서 박수를 친 채 다가오는 베르트를 보았다. 베르트는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그는 화병을 깨뜨려 숨겨놓은 아이가 부모를 마주한 것 마냥 움찔했다.


“무슨 일이지?”


“일이 있어야만, 전하를 뵐 수 있습니까?”


말 꼬투리를 잡는 대답에 뒤에 있던 시종이 ‘무엄하다’며 언성을 높였으나, 케레스가 시종의 말을 막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베르트는 시종과 잠시 눈을 맞추며 옅은 미소를 짓더니, 케레스를 따라 그의 집무실 안까지 함께 들어갔다.


케레스가 그녀를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내쫓지 않았기에, 시종들은 하는 수 없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차와 간식을 내왔다.


“흠, 황실 파티셰의 실력이 괜찮군요.”


평소에는 황궁의 음식을 잘 먹으려 하지 않던 베르트였으나, 오늘은 웬일인지 앞에 놓인 케이크를 맛보았다.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였음에도 케레스는 불안한 기색을 지우질 못했다.


“전하.”


그가 힐끔거리기만 할 뿐 계속 침묵을 유지하자, 그녀는 나지막이 케레스를 불렀다. 고작 호칭 하나였으나, 케레스는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마지못해 베르트와 마주 보고 앉았다.


“예전 일은 이미 바꿀 수 없으니, 굳이 언급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케레스가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과 함께, 베르트는 포크로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를 톡-하고 건드려 그릇으로 떨어뜨렸다. 생크림이 묻은 체리는 무게 때문에 굴러가지 않고, 덩그러니 멈춰섰다.


“다만....”


“브로치는, 나도 영문을 모르는 일이네!”


의문을 제기하려는 듯이 그녀가 케레스에게 시선을 맞추자, 제 발 저린 그는 변명을 털어놓았다.


“아바마마께서는 황위를 차지하라고 내게 먼저 제안하셨지. 그래서 회유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네.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나도....”


“안타깝지만, 페투스 공께서는 진정한 전하의 편이 아니셨던 게지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회피하려는 케레스의 생각을, 베르트는 일부러 마주하게 했다. 케레스가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신이 자신을 향해 웃어주었기에 계획대로 일이 흘러갔다. 그러나 이런 변수들을, 그녀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번 재판을 겪으셨으니, 잘 아실 겁니다. 전하의 곁에는 그 신뢰를 배신으로 보답하는 이들밖에 없습니다.”


베르트는 케레스가 고립되길 원했다. 그의 눈과 귀를 가리고, 다른 선택지는 모두 지울 셈이었다.


“저희 외의 누구든 절대 신뢰하지 마십시오. 전하께 모든 것을 바치며 충성을 맹세한 자는 유렌 공작가 하나입니다.”


마치 독사에게 깨물리는 것 같아 그는 손을 털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독이 퍼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케레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전하, 고르텐 공작이 뵙기를 청합니다.”


흐름을 끊는 노크 소리에 베르트의 눈썹이 올라간 것은 물론, 케레스 또한 인상을 구겼다.


‘그새 내게 이번 일을 따지러 왔는가. 고르텐 공작이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퍽 재밌었으나.... 저 의심을 설득시켜야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군.’


분명 총에 관한 것이나, 반역으로 치부되는 일련의 흐름에 관해 의구심을 품고 왔을 것이 분명했다. 베르트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력을 다 썼기에, 케레스는 고르텐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전하, 괜찮으시다면 제가 공작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대가...?”


“전하의 고충을 알고 도와드리는 것이, 진정된 충신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뜻밖의 제안에 케레스는 고민했으나, 금세 결정을 내렸다. 솔직히 베르트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그는 핑계를 대며 어차피 고르텐을 만나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부탁하도록 하지.”


케레스는 도망치듯이 옆의 침실로 이동했고, 혼자 집무실에 남은 베르트는 밖에서 고르텐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도 느긋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저리도 편히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부러울 지경이야.’


베르트가 자진해서 고르텐을 상대하겠다고 한 것은, 케레스의 화술이 불안해서였다. 완벽하게 부러뜨리지 못하면 고르텐은 꺾이긴커녕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이었기에,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어 그녀가 나선 것이다.


다만 이유도 묻지 않은 채 고르텐을 떠넘겼다고 만족하는 케레스를 보고 있자니, 참으로 그가 한심하게 느껴져 수많은 독설이 베르트의 입 안에서 맴돌았다.


화악-


몇 모금의 차를 더 마신 끝에 평정심을 되찾은 베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 전ㅎ.... 베르트 공작?”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고르텐 공작.”


당연히 황태자를 마주할 것이라 생각했던 고르텐은, 집무실의 문을 열고 나타난 베르트에 얼음처럼 굳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고르텐의 마음을 복잡하게 했지만, 그는 우선 예의를 갖추고 베르트에게 사과를 건넸다.


“미안합니다, 공작. 손님으로 와 계신 줄 몰랐습니다. 무례인 줄은 알았으나, 급한 일인지라 황태자 전하를 찾아뵈었습니다.”


“아, 이런 운이 나쁘시군요. 전하께서는 업무로 방금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금방 돌아오시겠다 하셨으니, 차를 마시며 기다리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베르트는 눈을 휘어 접으며 무해한 미소를 지었으나, 고르텐은 주인 없는 집무실에 들어가기를 망설였다. 이와 더불어 황태자의 집무실에 왜 베르트가 남아 있는 것인지, 그는 의문을 품었다.


‘아무리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한들, 공작이 왜....’


더군다나 베르트가 마치 심복처럼 굴자, 이 점이 더욱 고르텐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온 그는,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선택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계시지 않은 집무실에 미리 들어가 있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베르트 공작에게 경고를 할 때인 것 같군.’


고르텐은 자신이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 합리화하며,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자 시종들이 황태자가 마시던 찻잔을 치우고, 고르텐의 몫을 내왔다.


“....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공작.”


그녀는 일부터 황태자의 대리인처럼 질문했고, 고르텐은 미간이 좁혀졌으나 한번 더 베르트의 방자한 행태를 참았다.


“황태자 전하를 뵈러 왔습니다.”


케레스가 오지 않는 한 어떤 일인지 말해줄 수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고르텐이 반응하자, 베르트는 되려 소리 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외람되오나,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굳이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선의를 베푸는 듯한 말투였으나, 속에 뼈가 있었다. 대대적으로 황실을 모셔왔던 그 엘든모어 가문에서 황태자에게 올릴 말씀이 있다는데, 유렌 가문이 이를 중간에서 막아서는 모양새였다. 평생토록 받아본 적 없는 취급에, 고르텐은 혀를 찼다.


“공작, 무례하군.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리는 없고, 황태자 전하께 보고 드려야 할 내용을 어찌 자네가 캐내려 드는가?”


고르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베르트와 눈을 맞추려 했으나,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부채를 집어 들었다. 베르트가 예의에 어긋나는 처신을 반복하며 고르텐을 자극하자, 그는 강하게 인상을 쓰며 이를 지적하려 했다.


“대답해주시지 않으니, 맞춰보도록 할까요? 그 총이 설명받으신 것과 달랐다던지... 혹은, 이번 일의 범인으로 지목받은 ‘리비티’란 자가 무고한 것 같다는, 그런 말씀 아닙니까?”


하지만 베르트는 고르텐이 말할 타이밍을 쉽게 뺏어가, 그가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른 말이었다면 무시했을 텐데 케레스와 자신 밖에 모를 일을 베르트가 언급하자, 고르텐의 동공이 커졌다.


표정이 훤히 보이는 그와는 달리, 베르트는 부채를 활짝 펼쳐 눈을 제외하고는 얼굴을 대부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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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7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7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5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6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8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5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5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8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6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6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6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6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6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7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6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6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6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9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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