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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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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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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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DUMMY

“보셨다시피 레지스탕스만으로는 이번 일을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국 실패하거나 운이 좋아봐야 반쪽짜리 승리가 될 겁니다.”


냉정한 평가였지만, 회의를 들었던 두 사람 또한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아베스의 말에 따르게 되면, 리비티는 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그렇다고 호젠의 의견을 수용하자니, 리비티의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물론 레지스탕스 안에서 세력이 나눠질 것이 뻔히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저 또한 대표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해내고 싶지만....”


반역자로 낙인찍혀 평생 도망을 다닌다 할지라도, 호젠의 말따마다 리비티를 탈출시키고 자신이 죽는다 할지라도 데릭은 개의치 않았다. 리비티가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 같으니. 내가 이렇게 행동할 줄 알고 그런 말을 남긴 거겠지.’


“대표가 남긴 명령을 저는 어길 수 없습니다.”


데릭은 입을 가렸던 손을 힘없이 내리며 바닥을 쳐다보았다. 모든 것을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자신의 무능으로 인해 에드워드를 붙잡고 넋두리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대표의 대리인으로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데릭은 사과를 입에 올리려 했으나 그전에 에드워드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의뢰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갑작스러운 제안에, 데릭은 그가 뻗은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대표가 살아남는 것은 물론, 반역의 오명을 벗고 레지스탕스로 돌아오도록 해주겠네.”


에드워드의 말을 듣는 순간, 데릭은 그제야 자신이 원하던 것을 깨달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는 블루베리를 나눠먹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현실을 봐야한다며 희망과 기대는 진작에 버렸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미래였다.


‘예전처럼, 레지스탕스에 대표가...’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데릭은 고맙다는 말은커녕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에드워드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대신 이 녀석을 좀 빌려가도 되겠지?”


레온은 놀란 눈을 하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으나, 데릭은 옅게 미소를 짓더니 뜻대로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의 의사가 고려되지 않은 거래에 레온의 표정이 미묘했으나, 두 사람 모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가보겠네.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걱정 말라는 듯이 데릭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에드워드는, 레온과 함께 아지트 입구로 향했다. 입이 댓 발 나온 레온은 투덜거리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퍼뜩 기억난 것이 있는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참, 이걸 전해드리려고 했었는데... 뭐, 탐정님께서 대표를 구하는 일을 맡게 되었으니, 네게 줘도 되겠지.”


동그랗게 묶여 있는 손수건을 꺼낸 레온은 에드워드에게 이를 넘겼다. 에드워드가 손수건을 풀자, 붉은 보석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페투스 공의 의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조각들이야. 아마도 그날 옷에 장식하셨던 브로치 같은데, 확실하진 않지만 범인이 이 위치를 노린 것 같아. 묵직한 굉음이 들린 직후,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었거든.”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에드워드는, 보석 치고는 빛을 투과하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오르뷔...?’


“여왕 폐하와 페투스 공께서 같은 브로치를 차고 나오셔서, 다시 사이가 좋아지셨구나 하고 기뻐했는데....”


상황을 설명하던 레온은 페투스에 대해 언급하자, 급속도로 낯빛이 어두워져 갔다. 페투스의 엄한 성격 탓에 여왕만큼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받은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지스탕스에 들어올 때 각오했던 일이었지만, 이건...’


황자의 신분으로 레지스탕스에 속하다니, 언젠가 두 집단이 부딪치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었다. 당장 눈앞의 문제가 아니라고 안일하게 넘겼던 것이, 순식간에 두 사람을 잃을지도 모르는 현실로 레온에게 다가왔다.


“... 잘했어.”


낙담해 있던 레온이었으나, 에드워드에게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칭찬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얼떨떨해하는 레온의 표정에 그는 천천히 설명을 더했다.


“이건 꽤나 중요한 증거일뿐더러... 재판 전에 황태자가 계획했던 일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단서야. 네가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유렌 가문이 없앴겠지.”


조각난 오르뷔가 얼룩덜룩한 것을 보니, 약간의 피가 묻어있는 것 같았다. 이를 확인한 에드워드는 다시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감싼 뒤 호주머니에 넣었다.


“보석 조각들은 좀 더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니 내게 맡기도록 하고... 황실로 돌아가면 이 부분을 조사해 둬.”


에드워드는 간단하다는 듯이 몇 가지를 말했으나, 꽤나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기에 레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리비티를 위한 일이기에 거절하는 일 없이, 그는 떨떠름하게 알겠다고 대답하며 먼저 아지트를 떠났다. 홀로 남은 에드워드는 무의식적으로 오르뷔가 박힌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생각에 잠겼다.


‘회귀 전에도 대표가 같은 혐의를 받긴 했었으나, 이번과는 상당히 다르군. 시점도 한참 이후였고, 타깃은 국서가 아닌 여왕이었지. 중상으로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고.’


반역의 누명을 쓴 리비티가 어떻게 되었는지 에드워드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레지스탕스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고, 이로 인해 레지스탕스는 반역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리비티 대신 많은 레지스탕스의 일원들이 색출되어 사형당했고, 시간이 걸렸으나 리비티 또한 끝내 붙잡혀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이뿐일까 리비티의 사망 이후에도 지식인층 대부분이 레지스탕스와의 연관성을 의심받아, 증거도 없이 체포당하거나 작은 연관성으로도 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완전히 세력을 잃었다.


‘보아하니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누명을 씌웠었나 보군.’


에드워드는 리비티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 귀족이라 한들 법정 앞에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는데 시간이 걸린 그는, 고르텐과 리비티가 대치하고 있던 상황을 마주한 것이었다.


도와줄 타이밍을 재고 있는 사이 고르텐이 총을 발포했고, 굉음과 함께 총알은 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몰라 에드워드가 리비티를 보호하려 접근한 틈에, 빨간빛이 돌던 총은 사라지더니 엉뚱한 총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목격한 증인이었으나, 자신의 증언 하나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울 것임을 알았다.


‘주변에 있던 기사단은 애초부터 베르트의 편이었을 테지. 고르텐은 이용당한 것일 테지만... 그마저도 베르트가 이미 수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


에드워드가 리비티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아지트를 나오자, 흐린 날씨 때문에 습기가 가득했다. 이로 인해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시야를 가렸으나, 그는 익숙한 길을 찾아 걸어 나갔다.




.

.

.




“.....! 얘, 바구니 내려놓고, 얼른!”


“네? 아, 알겠습니다.”


황궁의 커튼을 갈던 신입 하녀는, 선배의 손에 이끌려 창문에 바짝 붙어 선 채 고개를 숙였다.


‘.... 누구시지?’


일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아직도 신입이라 불리지만, 그래도 일하는 동안 황족들의 얼굴쯤은 모두 익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걸음걸이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으나, 지금 앞을 지나가는 이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휴우, 별일이네. 황태자비 전하께서 이쪽 길로 오시다니.”


선배의 말에 신입 하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순히 고위 귀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지나친 자가 소문이 무성하던 그 황태자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워낙에 비밀스러운 사람으로 알려진지라, 황궁에서 황태자비를 마주치면 그날 하루 운이 좋다는 미신까지 있었다.


또각또각-


신입 하녀만 신기했을까, 황태자비를 본 궁인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호기심이 깃든 분위기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그만큼 황태자비인 루시는, 케레스를 보러 직접 온 적이 많지 않았다. 케레스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그는 루시를 작은 충격에도 깨질 듯한 유리구슬처럼 다뤘다.


‘대체 무슨 일로 부르신 건지... 설마, 페투스 공께서.....!’


집무실로 오라는 케레스의 전언에 루시의 머릿속은 온갖 최악의 가정들로 가득 찼다.


그녀 또한 법정에 참석해 일련의 사건들을 두 눈으로 보았기에, 불안감은 진정되질 않고 오히려 솟구쳤다. 감정에 휘둘린 루시는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음에도, 거의 뛰다시피 걸어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벌컥-


황태자의 시종이 그녀의 도착을 알리자, 케레스는 손수 문을 열어주며 루시를 반겼다.


“루시, 시간을 잘 맞춰 왔군. 어서 들어오게.”


걱정과는 달리 케레스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루시를 맞이하며, 연회장에 입장할 때처럼 손을 잡아끌었다. 천천히 집무실 안을 발을 디딘 루시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대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꾸며 봤는데.... 마음에 드는가?”


집무실 안은 이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했다. 여러 색의 생화와 함께, 중앙의 테이블에는 생일에나 차려질 법한 만찬과 값비싼 와인이 놓여 있었다. 마치 축하를 위한 파티 같은 분위기에, 루시는 점점 경악스러운 얼굴로 바뀌어 갔다.


“전하, 이게 무슨...!”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케레스의 태도에, 그녀는 당황해하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짚어냈다.


“페투스 공께서 크게 다치신 것은 물론 치료에 차도가 없는 데다가, 여왕 폐하께서는 그 곁을 지키느라 국정조차 돌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녀들조차 웃음을 보이지 않고 다니는데, 어찌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황궁은 그야말로 우울감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길버트 황자나 카린 황녀는 페투스의 병문안을 가는 것 외에,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기사단은 이번 사건 이후 과하게 경계 태세를 갖춰 애먼 사람을 잡는데 이르렀고, 궁인들은 서로 일상적인 대화마저 삼갔다.


‘여왕 폐하의 부재로 황태자 전하께서 현재 모든 업무를 도맡으시는 중이라지만....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 이를 해소하고 싶으셨다 한들, 도가 지나치신 것이 아닌가.’


이러한 행동은 황실의 상황을 기뻐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루시는 충언을 올리려 했으나 케레스가 그녀의 말을 막듯이 손을 올렸다.


“그대는 늘 황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에 느렸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대하듯이 픽 웃은 케레스는, 루시가 아직 서 있음에도 비어있는 두 잔에 모두 와인을 채웠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니, 내 설명해 주도록 하지. 루시, 지금만큼 우리의 앞날이 빛나던 순간이 없었네.”


반짝거림을 표현하듯 손가락을 움직인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과실의 맛이 입 안에 퍼지자, 케레스는 훌륭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대의 남편이 이제 곧 황제가 될 걸세.”


“전하!”


믿을 수 없는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루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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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9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8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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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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